적당히 따뜻하고 선선한 그리다니아에서 나와 천천히 걷다보면 조그마한 다람쥐나 무당벌레 같은 것들이 돌아다녔고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깃털 달린 이크살족이 있다.
무당벌레가 있고, 청설모가 있고, 이크살족이랑, 그리고.
또 요엘과 에녹이 여기 있다.
“이 쪽이지?”
“우리 때랑 그렇게 많이 바뀌지는 않았네.”
요엘은 지도를 펼쳤다.
“그거 알아? 우리 때랑 같은 지도를 쓰고 있더라고.”
“그래?”
“바보, 그 엄청난 일이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게 더 신기한 일이라고.”
심지어 청동호수 쪽 지도도 다르지 않단 말이지.
그렇지만 사람들이 커르다스에 대해 말한 것은 좀 다르다.
그리다니아보다 따뜻한 기후, 끝없이 펼쳐진 초원, 피어난 색색의 꽃과 나비가 기억하는 커르다스이건만 사람들에게 커르다스에 갈 거라고 이야기를 할 때 돌아오는 말이라고는 두꺼운 옷을 챙기라는 말이 전부였다.
그래서 구할 수 있는 만큼 두꺼운 방한모에 장갑과 외투, 신발을 준비했는데 가을박 마을을 다 지나갈 때까지도 날씨가 바뀌려는 기색은 없다.
그냥 그리다니아 시가지보다 조금 더 서늘하고 메마른 기후로군.
사람들 말을 들어보자면 가을박 마을 옆으로 난 길로 쭉 가면 된다고 했는데 얼마쯤 걸어가도 기후가 바뀌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조사가 더 필요했어.
요엘은 지도를 접어 가방에 쑤셔 넣었다.
얼마간 걷다보니 뺨에 닿는 바람이 차가워졌다.
에녹은 요엘에게 외투를 둘러주었고 더 차가운 바람이 불수록 장갑, 모자를 짐에서 꺼내주었다.
가을처럼 높고 푸르렀던 하늘에는 서서히 먹구름이 끼고 풍요로워 보이던 황금빛 단풍들은 걸음을 뗄수록 칙칙한 색이 되어 요엘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춥고, 흐리고.
훅 내뿜은 입김이 안경에 하얗게 서려 잠깐 옷깃에 문질러 닦는데 무언가가 요엘의 얼굴에 닿았다.
차갑고, 얼굴에 닿자마자 녹아 사라지는 것.
에녹은 하늘을 보더니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눈이다!”
눈? 눈이라고! 커르다스에?
요엘이 어이없어하는데 에녹은 요엘의 가방까지 등에 지더니 커르다스의 한복판까지 전력질주로 뛰었다.
“야, 슈가! 야, 아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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