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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님네 걔들]

2018. 4. 24. 10:27 | Posted by 호랑이!!!

적당히 따뜻하고 선선한 그리다니아에서 나와 천천히 걷다보면 조그마한 다람쥐나 무당벌레 같은 것들이 돌아다녔고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깃털 달린 이크살족이 있다.

 

무당벌레가 있고, 청설모가 있고, 이크살족이랑, 그리고.

 

또 요엘과 에녹이 여기 있다.

 

이 쪽이지?”

 

우리 때랑 그렇게 많이 바뀌지는 않았네.”

 

요엘은 지도를 펼쳤다.

 

그거 알아? 우리 때랑 같은 지도를 쓰고 있더라고.”

 

그래?”

 

바보, 그 엄청난 일이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게 더 신기한 일이라고.”

 

심지어 청동호수 쪽 지도도 다르지 않단 말이지.

 

그렇지만 사람들이 커르다스에 대해 말한 것은 좀 다르다.

 

그리다니아보다 따뜻한 기후, 끝없이 펼쳐진 초원, 피어난 색색의 꽃과 나비가 기억하는 커르다스이건만 사람들에게 커르다스에 갈 거라고 이야기를 할 때 돌아오는 말이라고는 두꺼운 옷을 챙기라는 말이 전부였다.

 

그래서 구할 수 있는 만큼 두꺼운 방한모에 장갑과 외투, 신발을 준비했는데 가을박 마을을 다 지나갈 때까지도 날씨가 바뀌려는 기색은 없다.

 

그냥 그리다니아 시가지보다 조금 더 서늘하고 메마른 기후로군.

 

사람들 말을 들어보자면 가을박 마을 옆으로 난 길로 쭉 가면 된다고 했는데 얼마쯤 걸어가도 기후가 바뀌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조사가 더 필요했어.

 

요엘은 지도를 접어 가방에 쑤셔 넣었다.

 

얼마간 걷다보니 뺨에 닿는 바람이 차가워졌다.

 

에녹은 요엘에게 외투를 둘러주었고 더 차가운 바람이 불수록 장갑, 모자를 짐에서 꺼내주었다.

 

가을처럼 높고 푸르렀던 하늘에는 서서히 먹구름이 끼고 풍요로워 보이던 황금빛 단풍들은 걸음을 뗄수록 칙칙한 색이 되어 요엘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춥고, 흐리고.

 

훅 내뿜은 입김이 안경에 하얗게 서려 잠깐 옷깃에 문질러 닦는데 무언가가 요엘의 얼굴에 닿았다.

 

차갑고, 얼굴에 닿자마자 녹아 사라지는 것.

 

에녹은 하늘을 보더니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눈이다!”

 

? 눈이라고! 커르다스에?

 

요엘이 어이없어하는데 에녹은 요엘의 가방까지 등에 지더니 커르다스의 한복판까지 전력질주로 뛰었다.

 

, 슈가! , 아저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