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머리가 그 모양 그 꼴이야?”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되었구나, 너? 저녁식사 겸 스터디를 하러 모인 자리에서 루 란 교가 즐거운 듯이 말했다.
“아직까지 머리를 그런 쥐 파먹은 꼴로 두면 어떻게 해요.”
“더 자를까요, 페드 조교님?”
“헛소리 마세요, 왕자님.”
교는 지팡이를 움직여 으깬 감자를 각자의 접시에 덜어놓았다.
“그으래애, 머리카락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외교 관계도 성립하는 요즘 같은 때에, 머리를 더 잘라야겠어어?”
“...머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 꼴을 하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지금 왕자님을 향하는 눈길이 정말...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그러면 아예 이러면 되에지이.”
그래 그래, 차라리 가발을 하나 사면 모를까, 라고 고개를 끄덕이던 영은 교의 말에 나눠주던 닭고기를 떨어뜨릴 뻔 했다.
“아예 염색을 하자!”
원래 머리는 까만색이었으니까 이번에는 하얀색으로 어때, 예쁠 거야!
“꼬시지 마, 영 교수님도 뭐라고 한 마디 해주세요. 저러다 순진한 왕자님이 악에 물든다구요오.”
페드는 나이프로 닭을 자르며 고개를 저었다.
“너어, 아주 날 악의 축으로 몬다아-?”
“맞잖아, 이 심연에서 기어나온 덩어리야.”
“희귀한 욕을 쓰네요, 페드.”
그러자 교는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페드의 갈색 머리카락을 손에 쥐었다.
“넥투르식 욕이랍니다아-. 페드는 어릴 때 우리 부족에서 살았거든요-.”
“넥투르 사람들의 영역 안에는 중요한 유적이 많이 있죠. 더군다나 라이비 사람이 넥투르 연맹으로 갔다니, 페드가 어쩌다 역사에 빠졌는지도 알 것 같네요.”
화기애애하게 말하며 다들 빵을 찢거나 주스를 컵에 따랐다.
“그래서 교수님. 녹스 학생의 염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오-?”
영 필로이픈 교수는 약차에 설탕을 한 조각 떨어뜨리고는 스푼으로 휘휘 저으며 별 생각 없이 말했다.
“젊을 때나 그런 걸 하죠. 나쁘지 않네요.”
그 말을 들은 교는 킬킬거렸고, 녹스는 더더욱 염색을 하지 않을 마음이 들었다며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