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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2편 




“안녕, 예쁜 아가씨.”

 

가루다는 칼라인 카페의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같은 검은 장막 숲이라 하더라도 이크살족의 마을과 이 그리다니아 시가지는 몹시 달랐기에 한껏 인간을 즐기고 있는데. 낯익은 목소리, 아니, 에테르가 느껴졌다. 그 사람은 검은 머리를 맵시 있게 틀어올리고 옷은 건강미를 뽐내는 몸을 드러내며... 그제야 가루다는 깨달았다. 그 루가딘의 성별이 바뀌었구나. 비록 여전한 것은 그녀의 등에 매달린 커다란 도끼뿐이었지만 그래도 어째서인지 가루다는 그녀가 그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여기 자리 있어~?”

 

가루다가 앉은 테이블은 휴런과 미코테의 키에 맞춘 것으로 1인분 롤란베리 빙수와 한 잔의 오렌지주스가 놓여있을 뿐이었지만 가루다는 매몰차게 고개를 저었다.

 

“거긴 치라다의 자리다.”

 

“여기는~?”

 

“거기는 수파르나.”

 

검은 머리의 루가딘은 그런 말에도 아랑곳않고 옆 테이블의 의자를 당겨 걸터앉았다.

 

가루다는 루가딘이 앉는 것에 미간을 찡그리기는 했으나 자리를 뜨거나 막지는 않았다.

 

“여기! 영양 스테이크!”

 

루가딘이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테이크가 앞에 놓였다.

 

“다음번에는 림사 로민사에도 가지 않을래?”

 

“다음번은 없다.”

 

“내가 세 도시 중에서 제일 먼저 간 곳인데, 거기에는 레스토랑 비스마르크라는 곳이 있거든? 거기 자리에 앉으면 말이야, 옆으로는 새파란 바다가 보이고...”

 

새파란 바다.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받아 빛나는 새하얀 건물. 항구로 들어오고 나가는 돛단배. 거칠게까지 느껴지는 활기 넘치는 사람들. 도끼나 쌍검, 비술서를 옆에 낀 모험가들과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다니는 색색의 카벙클, 빰빰 울음소리.

 

가루다는 문득 질문을 던졌다.

 

“그 도시에는 어떤 식물이 자라지?”

 

“거기?”

 

일단 여기보다는 적은데... 루가딘은 습관적으로 턱을 만지다가 손을 내렸다.

 

“아냐, 일단 도시에는 식물이 없어.”

 

“없단 말이냐?”

 

“적어도 도끼술사 길드에는, 응.”

 

그렇지만 말이야, 내 친구 중에 생선을 낚아서 구워오는 미코테가 있는데. 그 애 말로는 림사 로민사 도시 바깥에서 포도를 딸 수 있대. 포도가 뭐냐면 말이야, 어두운 보랏빛을 띄는 커다란 머루 같은 것인데... 루가딘이 말을 이을수록 가루다는 테이블 위로 몸을 기울이기도 하고 눈을 굴리거나 감아서 떠올리려고도 했으며 그러다 무언가 이상한 것을 생각했는지 찡그린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문 바깥을 보니 해가 져 있었다. 다 녹은 빙수 그릇을 밀어내고, 가루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는 울다하 얘기 해 줄까? 내가 거기서 검을 배웠는데 말이야-.”

 

그렇게나 이야기에 빠져버릴 줄이야.

 

가루다는 고개를 팩 돌렸다.

 

“다음 같은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