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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

2018. 2. 12. 06:43 | Posted by 호랑이!!!

만약에 당신이 사는 곳에 좀비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라면 자주 해 보았다.

 

우선은 마트에 가서 생수와 통조림을 잔뜩 가져온다, 과자를 가져온다 등등.

 

촛불과 성냥을 준비한다, 뭘 가져온다, 밧줄로 간이 발판을 만들어서 밖에 매달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무색하도록, 이 도시에 생긴 이변은 Tv 등에서 흔히 보았던 것과는 달랐다.

 

- 춥다...”

 

이 도시에 사람이 없어진 지 오늘로 한 달째.

 

집으로 돌아오자 룸메이트인 예란이가 공책을 덮으며 맞아 주었다.

 

오늘은 어때?”

 

역시 없어.”

 

버스 정류장에 하루 종일 기다려 보았지만 오가는 버스는 한 대도 없다.

 

사람은커녕 동물이라면 길고양이 그림자도 보지 못 했고.

 

핸드폰이며 인터넷은 여전히 먹통이다.

 

영화 보고 싶어-”

 

컴퓨터에 있잖아.”

 

그런 거 말고! 새로 나온 거! ‘의사 뉘시게라던가 ‘LA의 악마라던가 초자연같은... 그리고 그리고.... SNS도 하고 인터넷으로 게임도 하고 전화도 하면서 나태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

 

초록이는 겉옷을 벗어던지고는 바닥에 깔아둔 이부자리에 파고들었다.

 

흐어으어 뜨십다...”

 

초록이 왔어?”

 

이어 현관문이 열리고 한 손에는 장미꽃을 든 홍 줄리아나가 들어왔다.

 

장미는 또 어디서 났어?”

 

꽃집에서 가져왔어.”

 

꽃집?”

 

그 왜, 학교 안에 있는 작은 거.”

 

꽃집!”

 

마악 이불에 머리끝까지 파고들었던 초록이는 고개를 홱 들었다.

 

그러고 보니 꽃집이 있었지, ? 용케도 안 시들었네.”

 

부엌과 방을 나눠둔 문을 닫으며 줄리아나가 들어왔다.

 

줄리아나의 손에는 작은 봉지가 들려 있었는데 나갈 때는 고양이 사료가 있던 봉지가 텅 비어 있었다.

 

밥 먹었어?!”

 

, 그릇 안에 있던 거 없어졌어.”

 

그제야 초록이는 아차하더니 일어나 앉아서는 예란이가 앉은 의자의 팔걸이 부분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괜찮아, 만두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릇이 비었잖아. 근처에 있는 거야.”

 

바깥에서 바람이 세차게 부는 소리가 났다.

 

안 그래도 위태하게 보였던 나뭇가지에서 우둑우둑 소리가 나더니 이파리 없이 앙상한 나뭇가지가 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초록이는 베란다로 달려가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으아, 바깥에 엄청 바람이 부나보다. 일찍 들어오길 잘 했어.”

 

만두, 바깥에서 많이 춥겠지... 진짜, 누나 속이나 썩이고!”

 

걔는 똑똑하니까 어디 잘 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줄리아나가 예란이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는데 초록이가 패딩을 들고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 어디 가?”

 

나뭇가지 주우러!”

 

초록이가 홱 뛰어나가자 예란과 줄리아나는 서로를 마주보았다가 문 쪽을 쳐다보았다.

 

방금까지 춥다더니.”

 

나뭇가지 같은 건 왜 주우러 간 거지.”

 

이제 슬슬 해가 지고 있고, 배가 고팠지만 예란이와 줄리아나는 초록의 뒤를 따라갔다.

 

초록이는 나뭇가지와 상자를 줍고 있었다.

 

뭐 해?”

 

만두 잡게!”

 

밥그릇 근처에 상자를 세우고 이것저것을 세우더니 초록이는 예란이에게 손짓을 해서 만두의 물건을 가져오게 했다.

 

만두가 잘 쓰던 푹신한 담요를 상자 안에 넣고 바깥에 놓은 간이 밥그릇에 만두가 좋아하는 간식을 놓고 초록이는 손을 털었다.

 

끝이야.”

 

바깥에 만두 집 만든 것 같아.”

 

차라리 그럴 걸 그랬나.”

 

다시 바람이 훅 불자 초록이는 부르르 떨었다.

 

이제 밥이라도 가지러 갈래?”

 

줄리아나가 편의점을 가리키는데 예란이가 손을 저었다.

 

내가 아까 갖다놨어.”

 

인스턴트 밥 몇 개랑 컵라면 한두개랑 전자렌지에 데워먹는 미트볼 같은 거.

 

인스턴트 완전 만만세- 나 이제 슈퍼마켓 야채 코너는 보지도 않고 지나오잖아.”

 

넌 원래 야채 코너는 안 보잖아.”

 

야채 안 좋아하니까! 라고 줄리아나가 덧붙이자 초록이가 일부러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요즘은 아니거든!”

 

이렇다 저렇다 종알종알 떠들며 계단을 올라가는데 아까 놓은 덫 쪽에서 털썩 소리가 났다.

 

초록이는 냅다 복도를 달려 창문을 열어젖혔다.

 

담요를 덮고 돌을 쌓아 여간해서는 움직일 수 없게 한 커다란 상자가 덜그럭 덜그럭 움직이고 있다.

 

만두인가봐!”

 

미친, 효과 개 좋네.”

 

, 빨리 가 봐! 데려와야지!”

 

셋은 다시 온 곳과는 반대로 뛰었다.

 

뛸수록 상자는 덜그럭거리는 것이 커졌고, 안에서 들이받는지 퍽 소리도 났다.

 

뭐라고 예란이가 달래려는 찰나, 상자가 찢어졌다.

 

발톱에 걸려 찢어진 정도가 아니고.

 

터지다시피.

 

돌멩이는 바닥을 구르고 회색 담요 조각은 상자 조각과 함께 바닥을 굴렀다.

 

상자 조각을 밟고 선 것은 커다랗고 검은 형체였다.

 

땅거미가 내리는 어두운 길에 초록색 눈 두 개가 번뜩였다.

 

만두! !”

 

크르르르르르

 

만두라고?

 

자동차랑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은 그 검은 짐승이.

 

어제까지 사람 몸을 등반하려고 허우적거렸던 그 작은 아기고양이라고?

 

만두야, 초록이 앞에서 이렇게 변신하면 안 돼!”

 

줄리아나까지 외치고 있다.

 

초록이는 줄리아나, 예란이, 만두라고 불린 그 검은 짐승을 번갈아보다가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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