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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것

2017. 6. 24. 22:59 | Posted by 호랑이!!!

AB가 만난 것은 도서실에서였다.

 

AB를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유명한 사람이니까. B가 지나갈 적이면 모두가 돌아보았다. 돌아본 자리에는 수군거림과 손가락질, 웃음소리를 남기고.

 

AB가 마주친 도서실, B는 구석진 자리에서 손가락을 움직여 그림자놀이를 하고 있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 A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AB는 남들 입에는 친구 관계로 오르내리게 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자주 했으나 A의 우려와는 달리 B는 언어를 이해했고 제법 대화다운 대화도 나눌 줄 알았다.

 

오히려 가끔은 B가 자신들을 답답해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도 받았고.

 

“B, 뭐 봐?”

 

-.”

 

A도 창틀에 턱을 괴었다.

 

등굣길을 따라 겹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꽃구경하기에는 좋은 나날이지.

 

새들은 지저귀고, 꽃들은 피어나고...

 

아름답지?”

 

. 나중에 치우느라 고생은 하겠지만.”

 

꽃 말고.”

 

꽃 말고?

 

A는 다시 바깥을 내다보았다.

 

B가 보는 것이 무엇인지 시선을 따라갔지만 그 시선의 끝은 꽃나무에 박혀 있었다.

 

꽃이 아름답지 않아?”

 

아니, 전혀.”

 

사람이 예쁜가?”

 

사람?”

 

B는 그 말에 A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사람이 아름답냐고, 기가 막혀하는 눈빛이었다.

 

그럼 뭘 보고 있었느냐고 물으려는 찰나 수업종이 울렸다.

 

B는 창가에서 일어나더니 교실 뒷문으로 나갔다.

 

나중에 들어온 선생님이 B를 찾을 때 바깥을 내다보던 AB를 발견했다.

 

마치 물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한껏 옷자락을 휘날리며.

 

B의 눈은 희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비록 BA를 보고 있지 않았지만.

 

어느날엔가 A는 알게 되었다.

 

AB를 보았을 뿐, B는 단 한번도 A를 본 적 없었다는 것을.

 

그러나 아직껏 한 가지만은 알지 못했다.

 

달을 좋아하는 시인은 달에 뛰어들었다는데 B는 무엇에 뛰어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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