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페드는 파란 꽃병에 가져온 꽃을 꽂았다.
꼬마가 내민 너덜거리는 꽃과는 달리 활짝 피어 생생한 것은 향도 좋고, 다발로 있으니 짙다.
열어둔 창문에서 들어온 밤바람이 방 안을 한바퀴 돌자 구석구석에까지 향기가 퍼져서 만족스러웠다.
바람 때문인지 라레타의 귀가 파닥거렸는데, 그 일은 아주 잠깐이었지만 페드는 가서 창문을 닫았다.
먼저 잠든 미코테는 따뜻해진 것이 만족스러운지 동그랗게 몸을 말고 파묻혔다.
이불을 조금 더 위로 끌어올려 덮어주고 페드는 라레타를 내려다보았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한참이나 내려다보다가.
기계가 작동하듯 손이 라레타의 발목으로 내려가 쥐었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아프지 않게 조이지 않게 감싼 손아귀는 풀리지도 않을 만큼 단단하게 쥐었는데.
그런데도 라레타는 가만히 잠들어 있어서.
페드는 라레타를 내려다보다가 한참이 지나 손을 떼었다.
그제서야 눈이 한 번 깜박였다.
잊고 있었다는 듯 그쳤던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자다 깨어난 듯이 부스스한 움직임으로 페드는 파란 꽃병을 침대 옆으로 옮겼다.
유리창 너머의 달빛에 꽃 위로 그림자가 졌다.
그물무늬가 꽃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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