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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도서관

2017. 9. 14. 17:20 | Posted by 호랑이!!!

책이 빼곡하게 채워진 도서실이지만 한켠에는 빈 책꽂이가 창고에서처럼 쌓여 있고 투박한 철문은 닫혀 있는 곳.

 

사람의 물건은 있지만 사람은 오지 않는 곳.

 

그 곳이 A가 사는 곳이다.

 

이상하게도, A는 둥둥 떠서 천장에 발을 디디고 설 수도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두꺼운 책장도 없는 것처럼 통과할 수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이상하게도, 삐걱이는 저 철문만은 지나갈 수가 없었다.

 

 

 




아침이면 해 뜨는 것을 보고 저녁이면 해 지는 것을 보고, 창가의 새며 벌레가 집 짓는 것을 구경하던 어느 날. 도서관에 사람이 왔다.

 

A는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을 이용해 도서실의 이 쪽에서 저 쪽으로 날아가는 놀이를 하고 있다가 B가 들어오자 고개를 휙 돌렸다.

 

거의 몇 달만에 보는 새로운 사람은 밖이 많이 더운지 등은 땀으로 젖어 있었고 목덜미가 벌겋게 익어 있다.

 

그 모습을 보자 A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덥겠다!”

 

엄청나게 낯선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저 쪽으로 날아가던 A는 에어컨 쪽으로 다시 총총 뛰어가 버튼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온 김에 바람 좀 쐬고 가! 물론 내 에어컨은 아니지만, 이거 여름마다 매일 켜주는 거거든. 여긴 사람도 잘 오지 않으니까 이렇게 혼자서 마음꺼어엇! 날아간다아아아아니야아니야!!! 날아가는거 아니야아악!!!”

 

B는 한쪽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고는 책장 사이로 걸어가 책 한 권을 빼냈다.

 

Dangerous Places for traveler

 

가장 먼저 고른 것은 빼곡하게 글이 적힌 책.

 

AB의 어깨 너머에서 책을 보았다.

 

“Schoolboy French... I... I... 아이아이... 빨라, 나 다 못 읽었어! 조금만 천천히-... 더 천천히! 좋아, 그 정도는 되어야... 아아아아 다시 빨라지고 있잖아! 휘리릭 넘기지 마!”

 

...꽤나 부산스럽게.

 

물론 책을 읽지 않는다고 부산스럽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간만에 손님을 맞은 강아지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었으니까.

 

이것 봐! 여기 비둘기 둥지 있어! 여기 항상 알 낳는데, 새끼 까는 건 두어번 밖에 못 봤다? 그치만 알 엄청 작아서 만져보고 싶어. 손만 있으면 만져보고 싶은데 이상하게 나는 여기서 안 나가지더라?”

 

어라? 이거 뭐야? 이거 뭐야!? 전자 수첩? 크고 납작하다! 편할 것 같아! 아아 이거 핸드폰 렌즈 같은 거 달려있는데, 나 혹시 찍히려나? 요즘 전자수첩에는 카메라도 달려 있나보다!”

 

B는 읽어야 하는 책 목록을 확인하고는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목록에 있는 책 한 권, 없는 책 두 권을 골라 B는 문을 열고 나갔다.

 

아 뭐야, ? 너 가는거야? 벌써? 여기 시계는 없지만 엄청 금방인 거 같은데!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또 놀러와!”

 

철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닫히다가, 갑자기 열렸다.

 

문 뒤에서 있는 힘껏 손을 흔들던 A는 다음 말에 놀라 멈추었다.

 

B는 인상을 찡그렸다.

 

,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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