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호랑이!!!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Just a Pet?] 케니스에게 주는 통장

2017. 7. 1. 16:53 | Posted by 호랑이!!!

렉터는 통장 페이지를 팔락팔락 넘겼다.

 

매달 꼬박꼬박, 5년 동안, 보너스와 명절 상여금 등등을 합하여 꽤나 높은 금액이 적혀있는 통장은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자신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명의 자리에 적힌 이름은 케니스(드라보프).

 

케니스, 케니스, 케니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눈에 확 띄던 작은 강아지.

 

스스로 낸 상처투성이에 불안을 끌어안은 주제에 남을 더 챙기려고 했던.

 

케니스는 첫 번째 행사가 끝나고 죽으려고 했지만 자신은 그렇게 두지 않았다.

 

괴로워하는 다른 실험체들을 네가 케어해주라고 특별히 직책을 주고, 실험체보다 더 많은 권한을 주고, 더 오래 살려두고.

 

자신의 독단으로 케니스가 할 수 없는 일을 주었거나, 혹은 저 아이가 도망치지나 않을지 오래 지켜봐왔지만 자신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작은 강아지는 자신의 기대 이상으로 아이들을 안정시켰고 도망을 치기는커녕 제법 헌신적인 태도로 일했으니까.

 

렉터는 통장을 다시 비닐 케이스에 밀어 넣었다.

 

본디 머리가 좋고 성격이 상냥한데다 연구원들과도 두루 좋은 관계를 쌓았고, 일을 잘 한다고 보고서에 적기도 하였고, 거기에 이만한 금액이라면 아무리 돈의 가치가 전쟁 전보다 떨어진 요즈음이라도 불편하게 살지는 않을 것이다.

 

아주 만약의 한 가지에 미리 대비하는 것뿐이지만.

 

굳이 이래라 저래라 케니스에게 자신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리한 아이라니까? 자신이 기대했던 이상으로.

 

아마 모든 일이 끝나고 실험체 중에서는 가장 번듯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통장 하나는 렉터의 마음에 제법 안정감을 주었다.

 

나의 일이 아니고, 심지어 에디의 일도 아닌데.

 

겨우 이 얄팍한 통장 하나가 골든 티켓이라도 된 마냥 기뻐하게 되다니.

 

렉터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