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호랑이!!!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데빌버니/레더리]불지옥 냄비

2018. 1. 7. 18:40 | Posted by 호랑이!!!

레더리는 냄비를 들고 돌아왔다.

 

굳이 먹을 필요는 없다지만 이상한 곳에서 사치하는 걸 좋아하는 몽마가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추천해준 일이었다.

 

동양식 수프라고 했던가.

 

안에 들어간 재료는 일단 마늘이랑, 콩 소스라고 부르는 것이랑, , 먹을 수 있는 종류의 풀 한움큼 정도랑 생선.

 

생선 머리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이걸 정말 끓여도 되는 것일까?

 

불신 가득한 눈으로 레더리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그 위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냄비를 얹었다.

 

이 냄비가 무거운 것은 가게 주인이 레더리의 걸음을 보더니 갑자기 커다란 생선 토막을 하나 더 넣어준데다 사람을 불러 집 앞까지 들어준 덕분이겠지.

 

친절한 인간이로군, 상을 줘야겠어.

 

레더리는 냄비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까까지는 그냥 차갑던 빨간 수프가 부글부글 끓어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고 있자면 소리가

 

치익-’

 

소리가 난다.

 

보글보글, 치이익, 보글보글, 치이익, 부글부글부글부글.

 

소리가 달라졌는데?

 

눈을 떠 보니 거품이 뚜껑을 밀어낼 정도로 흘러넘치고 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숟가락을 가져와 거품을 떠냈지만 작은 찻숟가락으로는 역부족!

 

조금 더 큰 거... 조금 더 큰 게 필요해!

 

레더리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찻숟가락보다는 커다랗고 거품도 떠낼 만한 도구를 찾아냈다.

 

그것을 들고 뒤를 돌아본 순간 레더리는 누군가와 마주쳤다.

 

넓적하고 얇은 얼굴에 눈은 비뚤게 달려서 그 위에 쓴 16세기 즈음의 가발도 떨어질 듯 걸려있는 광어.

 

얼룩덜룩한 껍질에 휘둥그런 눈, 커다란 입을 가진 우럭.

 

“...?”

 

베르데님!!!”

 

아무래도 저 냄비가 지옥 불구덩이랑 연결이 되어버렸나보다.

 

레더리는 손에 들린 구두 주걱을 내려다보다가 패들 스틱처럼 손바닥에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