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더리는 냄비를 들고 돌아왔다.
굳이 먹을 필요는 없다지만 이상한 곳에서 사치하는 걸 좋아하는 몽마가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추천해준 일이었다.
동양식 수프라고 했던가.
안에 들어간 재료는 일단 마늘이랑, 콩 소스라고 부르는 것이랑, 무, 먹을 수 있는 종류의 풀 한움큼 정도랑 생선.
생선 머리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이걸 정말 끓여도 되는 것일까?
불신 가득한 눈으로 레더리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그 위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냄비를 얹었다.
이 냄비가 무거운 것은 가게 주인이 레더리의 걸음을 보더니 갑자기 커다란 생선 토막을 하나 더 넣어준데다 사람을 불러 집 앞까지 들어준 덕분이겠지.
친절한 인간이로군, 상을 줘야겠어.
레더리는 냄비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까까지는 그냥 차갑던 빨간 수프가 부글부글 끓어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고 있자면 소리가
‘치익-’
소리가 난다.
보글보글, 치이익, 보글보글, 치이익, 부글부글부글부글.
소리가 달라졌는데?
눈을 떠 보니 거품이 뚜껑을 밀어낼 정도로 흘러넘치고 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숟가락을 가져와 거품을 떠냈지만 작은 찻숟가락으로는 역부족!
조금 더 큰 거... 조금 더 큰 게 필요해!
레더리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찻숟가락보다는 커다랗고 거품도 떠낼 만한 도구를 찾아냈다.
그것을 들고 뒤를 돌아본 순간 레더리는 누군가와 마주쳤다.
넓적하고 얇은 얼굴에 눈은 비뚤게 달려서 그 위에 쓴 16세기 즈음의 가발도 떨어질 듯 걸려있는 광어.
얼룩덜룩한 껍질에 휘둥그런 눈, 커다란 입을 가진 우럭.
“...하?”
“베르데님!!!”
아무래도 저 냄비가 지옥 불구덩이랑 연결이 되어버렸나보다.
레더리는 손에 들린 구두 주걱을 내려다보다가 패들 스틱처럼 손바닥에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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