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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스터+로키] 길쭉한 소파 방

2017. 11. 15. 01:27 | Posted by 호랑이!!!

잔인한 경기를 볼 생각에 흥분한 관중들이 투기장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좋아하는 챔피언의 탈을 쓰기도 하고, 얼굴에 색을 칠하거나 상징적인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요즈음 가장 유행하는 것은 녹색이어서 둥글게 내려다보이는 관중석은 온통 초록 물결이었다.

 

번쩍이는 홀로그램 마스터가 나타나자 관중석에서는 비명과 환호소리가 높아졌고 마스터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들은 길쭉한 소파로도 모자라 방 여기저기에서 술잔을 들고 웃어댔다.

 

그리고 그 방 가장자리, 로키는 흥미롭다는 표정만은 얼굴 가득 띄운 채 서 있었다.

 

빌지스나입이 싸우는 것도 아니고 겨우 인간과 인간이 싸우는 건데 뭐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챔피언이 나오고 검투사가 나오는 중에도 방 안의 사람들은 마냥 즐거워 보였다.

 

요즘은 어딜 가도 초록색이 보이더군요 마스터.”

 

역시 마스터에게 귀한 것들이 모이나 봅니다.”

 

흐뭇하시겠습니다.”

 

마스터가 자리에 앉자 사람들은 제각기 한 마디씩 찬사를 던졌고 그 중 누군가가 로키를 가리켰다.

 

이봐, ! 너도 챔피언 때문에 수트를 새로 맞춘 사람인가?”

 

순간 모두의 시선이 로키에게 돌아갔다.

 

충분히 그 눈길을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는 초록색 자락을 들어 펼쳤다.

 

사실은, 새로 맞춰야 하는 쪽이지.”

 

웃던 사람들은 마스터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일어나 비켰다.

 

이 쪽으로 꽂히듯이 다가오는 시선은 노골적이라 로키는 보지 않아도 마스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난 초록색이 싫거든.”

 

느리게 겉옷이 벗겨졌다.

 

어떻게 해야 더 우아하게 보일지, 더 시선을 사로잡을지 로키는 알고 있었고, 옷을 벗으며 가슴을 한껏 내밀자 시선이 따갑게까지 느껴졌다.

 

이 겉옷도 마음에 안 들고.”

 

소매를 조인 단추를 풀고 살짝 쓸어올리자 뼈가 도드라진 손목이 드러났고 옷의 여밈을 당기자 그 사이가 벌어졌다.

 

마악 사람을 하나 더 집어던진 것 때문에 바깥에서는 그렇게 큰 환호 소리가 나는데도 방안은 놀라울 만큼이나 조용해서, 어디선가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옷을 벗을 것처럼 잡았다가, 오히려 더 꽉 틀어쥔다.

 

이 자리에서 이게 마음에 들지 않기는 조금 부적절한 것 같군요.”

 

길쭉한 소파가 있는 이 방이 깨끗하게 비워지는데는 채 일 분도 걸리지 않았다.

 

로키가 마스터의 옆자리에 앉자 마스터는 옷깃을 쥔 로키의 손 위에 그의 손을 얹었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로키.”

 

소파에 기대듯이 머리를 기울이자, 로키의 손 위에 마스터의 손이 얹혔다.

 

마스터, 이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그렇겠지.”

 

아직 조심스러운 척 눈만 움직여 마스터를 보면서 두드리듯 손가락을 튕겨 아래를 가리켰다.

 

바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물론이지.”

 

속옷도?”


마스터는 그 말에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었다.

 

그제야 로키가 웃었다.


옷자락에서 로키의 손이 떨어졌다.

 

그건 내가 마음에 안 드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