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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힐러가 되었다

2017. 9. 20. 15:36 | Posted by 호랑이!!!

오늘도인가.

 

페드는 천구의를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겨우 다섯 마리 정도의 몹을 데려와 놓고 피가 찰랑거리는 게 말이 되느냐.

 

어제 라랑 취해서 휘두른 술잔이 이것보다는 덜 찰랑거렸겠다.

 

비술서 후벼팔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천구의를 집어들자 보이기 시작한다.

 

시점의 변화란 긍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고, 들어 왔지만.

 

아니었다.

 

페드는 끊임없이 마법을 캐스팅하면서도 길잡이를 빤히 살펴보았다.

 

머리... 상의... 허리띠... 허리띠!!! 바지... 신발... 신발... 뭐 좋아... 귀걸이... 귀걸이!? 목걸이!? 목걸이!!! 팔찌! ...... 반지....!!!!’

 

저게 허리띠인가.

 

지나가던 새끼 커얼이 발톱갈이하는 곳에도 못 써먹을 너덜너덜한 저게 무슨 몸을 지켜주는가.

 

저게 목걸이인가.

 

괴물새가 깃털로 스치기만 해도 박살나서 목에 박힐 것 같은 저게 무슨 방어구인가.

 

저게 귀걸이인가.

 

덜렁덜렁 뛰어가다가 귀째로 끊어먹을 것 같은 저건 대체 왜 달고 있는가.

 

끊임없이 다쳐서 내가 힐을 끊임없이 퍼부어도 원래 체력 이상으로 회복되지도 않는데 왜 저 새새끼는 나를 보고 있나.

 

목숨줄만 붙여놓으면 된다는 의미인가?

 

할 수만 있으면 그 줄.

 

끊어먹고 싶다.

 

집에 가서... 얼린 칵테일 만들어야지... 무화과는 있고. 야크 우유도 냉장고에 있는 거 봤으니까 가는 길에 바나나만 사 가면 되겠다

 

길잡이님 혹시 악세서리 말입니다...”

 

?”

 

말 하고 있잖아!!! 말 하고 있잖아!!!

 

말 하는 도중에 중간보스한테 뭐 던지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야!!!

 

 

 

 

 

 

 

 

 

 

“...바나나 한 송이 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봉투에 바나나를 소중하게 담아서 안고, 페드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 오늘 뭐 먹고 싶습니까? 안주 종류로 고르라면.”

 

도도 통구이! 라노시아 버전으로~”

 

그럼 가는 길에 도도 고기랑 속재료를 사서 가야겠구나.

 

오늘 던전 갔다 왔잖아요. 활 쓰는 건 좀 손에 익나요?”

 

! 조금 더 강해진 것 같아.”

 

웃는 모습을 보며 페드는 아파트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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