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렇게. 잘하고 있어.”
“생각보다 힘이 더 드니? 그럼 천천히... 괜찮아.”
힘이 들 때는 천천히.
상냥하게 속삭이는 소리는 오히려 그를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들게 한다.
비록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간간히 들렸지만 거기 신경이 미치기 전에 들리는 속삭임에, 양슈는 실톱을 잡은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얇은 막 같은 피부에 톱날을 대고 부드럽게 쓱 밀면 마치 갓 만든 푸딩을 자르듯 약간의 저항감이 느껴졌다가 녹아내리듯 살이 갈라진다.
...사실 그보다는 조금 더 저항감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잘 잘린다는 것에는 변함없지.
이것이 ‘살’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역시 어딘가 군침이 돈다.
따뜻하고, 육즙이 있고, 피 때문에 짭짤할 것 같고.
잘라지는 날 아래의 감각으로 미루어 짐작하자면 부드럽고 연하겠지.
그러다 날은 석회석 덩어리 같은 뼈에 닿는다.
잠깐 자르기 전에, 양슈는 고개를 들었다.
“어, 떻게... 해야 해?”
팔, 다리, 머리, 몸통?
아니면 뼈, 피, 살, 내장?
“팔, 다리, 몸통으로. 팔다리를 분리할 때 내가 주의하라고 말했던 게 있는 것 같은데?”
그러자 양슈는 손에 든 실톱을 내려다보았다.
“...관절에 날을 넣어서...”
“그래, 보기보다 똑똑하구나.”
늘어진 손을 잡아당기자 테이블 위의 몸뚱어리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그 위에 새로 사람을 올리고, 스윗은 양슈의 손을 잡았다.
이어질 아픔을 상상하듯 움찔하자 그는 귓가에 조곤조곤하게 속삭여주었다.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 그렇지?”
대답 대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했던 탓에 턱 아래로 땀이 맺혀 손으로 문질렀다.
셔터를 내린 어두운 꽃집 안에서 빛이 나는 것은 꽃의 시체가 상하지 않게 차가운 김을 내뿜는 냉동고뿐.
그 희미한 빛에 비추어 안을 보자면 바닥에 생긴 웅덩이는 페인트처럼 짙은 붉은 색이고 엉망으로 흩어진 꽃은 하얗다.
양슈가 실톱을 대고 긋자 피가 튀었다.
“아, 살아있었나 보네.”
“그럼 아팠을... 까?”
“괜찮을 거야. 어쨌든 이젠 아무것도 모를 테니까.”
하얀 꽃 위로 붉은 피가 번졌다.
양슈는 갓 잘라낸 머리를 들어 꽃 위로 가져갔다.
머리에서 떨어지는 피가 꽃을 덮었다.
빨갛게, 빨갛게.
하얀 것은 더러우니까, 다른 색으로 씻어야지.
피가 양슈의 몸을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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