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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봄비

2016. 4. 27. 21:11 | Posted by 호랑이!!!

비가 내렸다.

 

하도 조용히 내려서 내리는 줄도 몰랐던 것이 집을 나서보니 내리고 있기에 무심코 손을 내밀었더니 따뜻하여 내심 놀랐다.

 

과연, 봄이구나.

 

네가 태어난 봄이다.

 

꽃들은 피어나고 온갖 생물이 자라고 생명을 얻는 봄이다.

 

그리고 그런 내 앞에 차가 멈춰 섰다.

 

검은색, 낯익은 차였으나 내가 탈 일은 그렇게 많지 않던.

 

내가 탄 차는 비 내리는 거리를 지나갔다.

 

도착해서 들어가 보니 벨져 녀석이 웬일로 갑주 아닌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 녀석이 언젠가 갑주가 아닌 것은 옷이 너무 가벼워서 입은 느낌도 나지 않더라고, 지나가는 말로 투덜거린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너.

 

너는 꽃에 파묻혀 있었다.

 

꽃들이 피어나는 때에, 피어난 꽃들은 목이 잘려 네 곁에 누워있다.

 

하얀 꽃들 사이에 조그만 풀꽃들을 빨간 리본으로 묶은 것이 눈에 띄었다.

 

리본은 익숙한 것이었다.

 

아마도 네가 예뻐한다는 그 꼬마 것이겠지.

 

그 애는 지금도 저 한쪽에서 꺽꺽거리는 목소리로 싫어안돼만 반복하고 있다.

 

네 옆에 꽃 한 송이를 더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원래는 일터로 가려고 했지만 조노비치가 며칠 쉬다 와라고 했다.

 

사실은 그래도 갈 생각이었으나, 어쩐지 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오지 말라면 좀 가지 마’, ‘언제까지 일만 할 거야?’. ‘아 좀! 이 일에 미친 인간아!’.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저 말밖에 없구나.

 

이렇게 가지 않는 날이 올 줄 알았다면, 진작에 가지 않았을 것을.

 

차를 기다리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네가 없는 세상의 비는 이렇게나 차가운데.

 

차가울 터인데.

 

차가워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