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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살인하는 새 조롱하기

2016. 6. 22. 23:41 | Posted by 호랑이!!!

이글은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옆에 있었던 사람은 사라져 있었다, 역시나.

 

옆자리의 체온은 사라졌지만 체향은 남아서, 베개를 끌어안고 코를 묻었다.

 

손으로 자주 잡는 베개의 옆 부분은 쇠와 가죽 냄새가 배었고, 머리가 닿는 부분에는 다이무스가 애용하는 샴푸와 화장수 향이 났다.

 

그리고 그 아랫부분에는.

 

피 냄새

 

말라붙으면, 씻으면, 쉽게 사라지는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떨어지지 않는.

 

아직 잠이 온다.

 

눈을 감고 설핏 잠들려는 찰나에 달그락 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크지 않아서.

 

일부러 소리를 작게 하려고 노력하는 티가 나는 소리라 더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이어 들리는 발소리는 다이무스의 것이었다.

 

이어 풍기는 것은 다이무스와 아침까지 함께 보내며 익숙해진 피 냄새였고.

 

다이무스는 입었던 것 치고는 지나치게 깨끗한 옷을 벗어 옆에 내려놓다가 다시 가져가 목덜미 같은 곳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이어 욕실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일어나서 이번 주에만 벌써 두 건이잖아, 너무 많은 거 아냐?’라고 하면 놀랄까?

 

실행에 옮기는 대신 이글은 머리를 들고 욕실 문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마도 다이무스의 칼에 명을 달리한 사람들은 얼마 전에 엿들었던 방해물일 것이다.

 

대상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토대로 하자면 회사의 적들.

 

물소리는 금방 그쳤고, 욕실 문이 열리자 그 틈으로 진한 샴푸 향이 흘러나왔다.

 

“..., 일찍 일어났네.”

 

반쯤 감은 눈을 부비며 베개에 머리를 기대자 아직 물기가 남은 따뜻한 손이 제 머리를 쓰다듬었다.

 

더 자라, 이글.”

 

나른한 미소가 입가로 퍼졌다.

 

졸음을 이기고 가늘게 눈을 뜨자 다이무스는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서 커튼이 화악 휘날리는 것이 다이무스의 어깨 너머로 보였다.

 

“...있잖아 형아, 방금 바람이 불어서... 커튼이 날렸.. 후아암...”

 

일어날 거냐?”

 

여기서 보니까 꼭 날개 같아.. 흐흐, 새 날개.”

 

아마도 다이무스는 실없는 소리, 라고 일축하면서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나가서 식사를 만들 것이다.

 

다시 눈을 감고 잠 속으로 빠져들며 이글은 생각했다.

 

새라면 윙컷을 당한 새겠지

 

살인하는 새.

 

그리고 의뭉을 떠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