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시빌워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어.
버키는 내가 유일하게 선택한 이기적인 선택지니까.
어차피 너는 내가 아니어도 주위에 있어줄 사람은 많잖아.
미스 포츠, 비전, 완다, 회색 수트 입은 사람.
그리고 네가 원한다면...」
“그리고 뭐?”
토니는 편지를 구겨서 쥔 손을 테이블 위로 내리쳤다.
만약 이 광경을 자비스가 인지했더라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밤낮없이 수트를 만들 때도, 새로운 뭔가를 발명해낼 때도, 스타크 타워를 만들었을 때도 토니는 스파클링 와인을 즐기며 깔끔한 옷을 입고 씻고 먹는 것을 잊지 않았는데 저 편지가 온 이후부터는.
자비스만큼 이 상황이 위험하다고 인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프라이데이 역시 이 상황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벌써 삼일째인걸.
[스타크 씨]
“날 내버려두라고 했을 텐데.”
어두운 방에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자연적인 빛이 아닌 약한 인공적인 빛이었지만 그조차도 눈이 부신 듯, 토니는 눈을 찌푸렸다.
[생체 반응을 확인했습니다. 식사를 준비해 드릴까요?]
“됐어. 생각 없어.”
[미스 페퍼가 걱정하실 겁니다]
“그랬다면 벌써 여기로 왔겠지.”
프라이데이가 켠 빛이 조금 더 강해졌다.
토니는 손을 올려 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
길게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프라이데이의 소리 시스템에 입력되었던 것들 중에서 가장 긴 한숨이.
“프라이데이, 거울.”
프라이데이는 여지껏 많은 요청을 받았지만 거울이라는 명령어는 처음 들었다.
카메라로 얼굴을 비춰 스크린에 띄우자 토니는 그 스크린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1...2.......6....7....
[스타크 씨? 눈 정도는 깜박이셔야 합니다]
그 말에 토니는 눈을 깜박였다.
깜박, 깜박.
그리고 다시 한참이나 노려본 후 욕실로 들어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가 아는 토니 스타크처럼 씻고 꾸며서 나오고.
토니는 박수를 한 번 쳤다.
너무나도 경쾌해서, 3일 동안 방이 어두웠던 그 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시에 기계로 가득한 방이 환하게 밝아졌다.
토니는 쓰레기통에 편지를 던져 넣었다.
여지껏 읽고, 읽고, 또 읽어서 잔뜩 구겨지고 너덜너덜한 첫 번째 장과 한 번 흘낏 보고는 갈기갈기 찢어버린 두 번째 장을.
“프라이데이, 뭔가 먹을 만한 것을 준비해. 햄이 든 샌드위치... 아니, 치즈 버거가 좋겠어, 마실 것은 갓 짜낸 오렌지 주스. 그리고 후식으로는...”
[블루베리?]
“...아니, 뭐든 좋으니까 그건 빼고.”
토니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주먹을 꽉 쥐었다가 힘있게 펴자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파란색 전자 스크린이 떠 펼쳐졌다.
“이제는 내 적이야.”
스크린에 올라오는 것은 유튜브, SNS, 위성 카메라 화면까지.
“빌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가르쳐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