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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라이화클] 서커스의 숙소에서 2

2016. 7. 26. 03:59 | Posted by 호랑이!!!

라이샌더는 안고 있던 꽃다발을 책상에 올려놓았다.


오늘도 땀과 화장을 씻고 하얀 와이셔츠, 갈색 반바지를 입을 즈음이면 문이 열리고 

루드빅이 들어왔다.


제대로 머리를 말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루드빅이 마른 수건을 가져다가 라이샌더의 머리에 대고 탈탈 털자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와이셔츠에 점점이 자국을 남겼다.


앞의 거울을 통해서 흘긋 보았지만 라이샌더는 이렇다 할 반응 없이, 비스듬하게 고개를 숙이고 무표정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그렇게 활짝 웃던 아이가.


그렇다고 가엾게 여길 수는 없지만


루드빅은 여느 때처럼 라이샌더를 화이트 클라프의 방에 데려다 놓고 혹시나 누가 문을 열거나, 방해하는 일을 막기 위해 문간에 기대섰다.


5분 정도.


갑자기 화이트 클라프가 루드빅을 손짓하여 불렀다.


뭡니까.”


자네도 끼지 않겠나?”


저 말입니까?”


내가 왜 자네에게 그 키워드를 알려줬다고 생각하지?”


루드빅은 화이트 클라프를 쳐다보았다가 그의 무릎에 앉아서 헐떡이는 라이샌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가리개를 하고, 입었던 갈색 반바지는 진즉 벗겨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처음부터 크다 싶었던 하얀 와이셔츠는 어깨가 드러나도록 흘러내릴 것을 손으로 쥐어 막고 있었다.


어차피 화이트가 손을 놓으라고 하면 바로 놓아 버릴 것이면서.


저것은 오기라고 부르는 것일까, 아니면 부끄러움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것일까.


루드빅은 그들이 있는 침대 위로 가 앉으며 생각했다.


라이샌더, 그대로 허리를 숙여라.”


화이트 클라프의 가슴에 등을 기대고 있던 라이샌더는 그의 말에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침대를 손으로 짚어 몸을 지탱해야 했으므로, 쥐고 있던 옷깃을 놓아 벌어진 사이로 발갛게 익은 몸이 보였다.

 

아무런 감흥 없이, 루드빅은 라이샌더를 내려다보았다.


지퍼를 열어드려라.”


라이샌더는 시키는 대로 바지의 벨트며 지퍼를 풀었다.


입에 물어.”


화이트 클라프가 명령하면 라이샌더는 실행한다.


꽤나 열심이지만 아직은 서투름에, 루드빅은 라이샌더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손 아래에서, 작은 머리통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하세요. 손으로 쥐고... 굳이 입에 다 넣을 필요는 없으니까.”


마침내 어느 정도 만족스러워졌을 때 루드빅은 라이샌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했습니다.”


쓰다듬어 준다고 해서 단박에 긴장이 풀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더 움찔거리지도 않았다.


다만 루드빅이 보지 못한 것을 화이트 클라프가 보았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도록 꽉 쥔 손이 조금 풀린 것을.


그 일에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그는 생각했다.


도구 외의 방면으로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 아이는 내 것이고, 루드빅은 이 아이에게 아무런 감정을 품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이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한 시간이 지난 뒤 라이샌더의 몸에는, 더 정확히 말해 화이트 클라프의 손이 닿은 허리와 손목과 허벅지에는 불그스름한 손자국이 남았다.

 

여태껏 남아본 적 없던 것이.

 

 

 

 

 

 

 

 

 

루드빅은 옷만 겨우 주워 입은 라이샌더를 안고 복도를 걸어갔다.

 

라이샌더를 방으로 옮긴 후 화이트 클라프의 방에 청소할 사람을 부르는 것도 루드빅이 할 일이었다.

 

저벅, 저벅.

 

품에 안겨서 반쯤 눈을 감고 있던 라이샌더는 그 걸음소리가 오늘따라 느리게 난다고 생각했다.

 

라이샌더.”

 

이름이 불리자 라이샌더가 고개를 들었다.

 

화이트가 무섭습니까?”

 

방을 나온 뒤 풀어지려던 몸이 그 말에 다시금 굳어간다.

 

품 속에 안긴 것이 꼬물거리더니 손가락이 나와 눈을 가린 천을 당겨 벗었다.

 

왜요?”

 

그건 답이 될 수 없는데요.”

 

라이샌더는 입을 닫아버렸다.

 

루드빅은 라이샌더를 침대 위에 내려주었다.

 

젖은 옷가지를 벗겨 주느라 새파란 눈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다시 질문이 툭 튀어나왔다.

 

화이트가 무섭습니까?”

 

다시 침묵이 흘렀다.

 

라이샌더는 잠시 쭈뼛거리면서 루드빅 쪽을 보다가 수건조차 가져가지 않고 욕실로 후다닥 들어갔다.

 

억지로 열지는 않겠지만, 문에 손을 대어 보니 묵직한 것이 걸렸다.

 

어린아이가 두려워할 때 그러는 것처럼 문 앞에 누군가 주저앉아 있는 것 같았다.

 

루드빅은 닫힌 문의 문고리를 쳐다보았다.

 

잠금쇠조차 없는 문이니까, 손을 대어 밀기만 하면 열린다.

 

하지만 고작 그런 질문에 그렇게 행동할 필요는 없겠지.

 

루드빅이 라이샌더의 옷을 가져가려고 할 때, 문 뒤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몰라요.”

 

루드빅은 방에서 나가려다 멈추고 주머니를 뒤졌다.

 

별다른 것이...

 

, 있다.

 

꽃다발을 사고 남은 잔돈이 거슬렸었지.

 

루드빅은 작은 사탕을 꽃다발이 있는 책상 위에 놓고 방을 나서다가 문득 우스워졌다.

 

저 애한테 뭘 하고 싶은 거지? 친절이라도 베풀고 싶은 건가?

 

겨우 몸 한 번 섞었다고?

 

이것도 일종의 충동이겠거니 하며 루드빅은 세탁물 바구니에 옷가지를 던져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