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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붉은 꽃

2017. 1. 19. 15:59 | Posted by 호랑이!!!

붉은 머리는 길러 묶고 얇은 테 안경 너머의 눈은 요사스러운 보랏빛으로 빛난다.

 

속설에 붉은 머리 사람은 죽어 뱀파이어로 깨어난다던가.

 

하지만 난 이제 뱀파이어도 아닌 악마인걸.

 

시온은 이제 기억도 희미한 옛날일에 머리를 저었다.

 

시온, 나이는 미상.

 

모든 악마들이 그러하듯 재미난 일에 집착하여 살기로 맹세한 그가 꼽은 재미난 일은 남녀 상열지사였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남자가 여자를 만나 이루어지는 가장 뻔한 이야기로, 둥글게 굽은 염소뿔을 숨기고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가 "나는 사랑의 요정이야"라며 그들의 사랑을 돕기도 한다.

 

그 정념을 눈치채지 못하게 빨아먹으며 여자와의 사랑을 이루어 주기도 하지만.

 

때로 중간에 변덕이 들거나 하면 그 짝사랑하는 가엾은 사람을 악마 특유의 화술로 살살 꼬드겨 사랑을 집착으로 바꿔 버리고 음침한 마음으로 포식한 뒤 내버려 둬 버린다.

 

그럼 조력자가 사라져 당황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에 눈 먼 이들은 사랑하던 이를 찾아가 법을 어기는 짓을 하기 일쑤였고 체포되면 옥살이를 하거나, 심한 경우 사형당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시온은 숨겨두었던 염소뿔과 꼬리, 딱딱한 발굽을 꺼내어 손으로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발굽으로는 따가닥닥 소리를 내며 춤을 추곤 했다.

 

아무튼 시온에 관한 대체적인 설명은 여기서 끝.

 

그 시온은 최근 포식과 재미와 미식을 위한 일을 하고 있었다.

 

발단은 안면을 익힌 다른 불순한 종족의 출신들과 얘기를 하며 일어난 일이다.

 

원래 각자 관심사가 다르다 보니 악마들은 관심사가 일치하지 않는 이상 서로 대화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는데 우연히 미식에 관한 얘기가 나왔더란다.

 

최근 로맨스에도 시들해진 터라 잠자코 듣고 있으려니 제법 재미난 얘기가 나왔다.

 

'성직자가 악마에게 키스할 때 나오는 그것은 어떤 미식에도 뒤지지 않는다더라'

 

누군가에게선가 자신은 벌써 여덟이 넘는 성직자를 맛보았다는 자랑이 나왔고 하나둘 허세 섞인 자랑이 나오며 결국에는 싸움이 났다.

 

"나도 맛보고 싶어졌네, 성직자 말일세."

 

그 말이 떨어지자 아직도 먹어보질 못했냐는 얘기가 나오고 근처의 성당으로 가게 되었다.

 

"난 저기 검은 머리가 좋겠어."

 

"저는 저기 후드를 쓴 사람"

 

구미가 당기는 사람이 없어 만족스럽지 못한 얼굴로 내려다보다 누군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딱딱하고 진지한 표정, 금발과 푸른 눈의 성직자.

 

근엄한 표정이 성기사래도 믿으련만.

 

"난 저게 마음에 들어."

 

처음부터 너무 힘든 걸 고르는 거 아냐?”

 

힘든 게 맛도 있는 법이지.”

 

걱정은 입에 발릴 정도만, 그리고 다들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인사도 없이 흩어졌고 시온은 해가 지기를 기다려 그 방으로 찾아갔다.

 

"실례하오-"

 

"누구냐."

 

"내 이름은 시온, 사랑의 요정이지."

 

"요정? 사랑의 일은 천사의 소관이다."

 

예상했던 답이라 시온은 숨겨두었던 뿔과 발굽, 꼬리를 드러내었다.

 

그러자 대번에 성직자의 얼굴은 하얗게 변했다.

 

"악마!"

 

"반갑소 성직자 양반. , 뿔은 숨겨두도록 하지. 뿔이 있으면 모자를 쓸 수 없으니 나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새로 산 실크햇에 비단과 담비털이 들어갔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 사람은 뭐가 그리도 급한지 왜 왔냐며 썩 꺼지라고 소리쳤다.

 

"사랑의 요정이라고 자처하는 내가 한눈에 반했을지도 몰라."

 

시온은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것도 신의 어린 양인 당신에게 말이야.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같지 않소?"

 

"헛소리 마라. 너희같은 타락한 영혼에게 사랑 같은 고귀한 감정이 들 리 없다."

 

하지만 말이야, 하고 시온이 입을 떼었다.

 

"방금 유쾌한 친구들과 얘기를 하는데 내 눈이 성직자 무리에 가 멎더군.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성직자를 보는 순간 내 미간은 찌푸려졌으니."

 

라며 미간을 팍 찌푸려 보이고는.

 

과장된 몸동작으로 마치 무대 배우처럼 한쪽 무릎을 꿇고 마치 찬양하듯 손을 성직자에게 뻗었다.

 

"그런데 당신을 보는 순간 내 눈이 멈추었어.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 말을 붙여보고 싶고 어떤 사람인가 호기심이 일었지. 그리고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뿔도 꼬리도 숨겼지. , 나는 그대가 두려워할까 심지어 이름조차 묻지 않았잖아?"

 

그러니 말해보시오, 성직자 양반.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라는 말이오?"

 

성직자, 한스 델러웨이는 악마와 말을 섞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말만 한 마디 붙여도 이단으로 사형당할 터인데 말마디도 아닌 이런 유혹이라니 절대로 안될 일이다.

 

게다가 상대는 표정과 연기에 능숙한 사기꾼으로, 저 말이 거짓이 아니더라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머리로만.

 

올해로 서른줄에 접어드는 한스 델러웨이는 당연하겠지만 악마를 만나본 적도 없었기에 그 간절한 눈을 보고 저도 모르게 대화를 이어 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없는 저녁때에 말 한두마디 붙이는 것 정도라면."

 

그러자 겉모습만으로는 스물이 될까 말까, 얼굴에 솜털까지 난 이 악마는 활짝 웃으면서 뭐가 그리 좋은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약조하지. 일곱 일의 밤을 지내고 그대 입에서 싫다는 소리가 나오면 나는 떠날 것이오."

 

그러곤 잔뜩 들떠선 그를 밀어 침대에 앉히곤 자신은 의자를 빼어 거꾸로 앉곤 반짝반짝 빛나는 기묘한 눈동자로 올려다보았다.

 

"뭐가 좋아? 미래와 과거의 비밀? 사람들 마음속에 숨은 정열을 깨우는 법? 사랑의 묘약을 제조하는 방법? 뭐든 내가 아는 것이라면 가르쳐줄 수 있소."

 

"...내 마음을 끄는 것은 아무것도 없거니와, 참으로 상스러운 내용이군."

 

"악마에게서 기품을 찾는 일이 이상한 것이지, 우리도 흉내는 낼 수 있지만. 그럼 어떤 대화가 좋을까. 한때 유행했다던 토론은 어떨까? 바늘 한 개의 끝 위에는 몇 마리의 천사가 춤출 수 있게?"

 

"불경한 입으로 천사를 감히 동물처럼 칭하다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불같이 화내자 악마의 보랏빛 눈은 동그랗게 변했다.

 

화나게 할 생각이 아니었다느니 주섬주섬 변명을 집어삼키곤 뒷걸음질 친다.

 

"내가 흥미를 가질 주제네! 악마를 죽여버릴 방법을 가지고 오게! 물론 그 재료도 빼먹으면 안 되겠지!"

 

한 번 소리를 지르며 다가갈 때마다 그 보랏빛 눈동자는 덜덜 떨리고 급기야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변해 열린 창문으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애당초 악마 따위와 말을 섞는 게 아니었어.

 

한스 델러웨이는 성경을 집고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울 것 같은 어린 젊은이의 보라색 눈동자가 남아 버렸다.

[마스터/재명장군] 펭귄 카피페

2017. 1. 16. 13:17 | Posted by 호랑이!!!

사무실.

 

언제나 들리던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없다 싶더니, 장군이와 경남이는 색종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빨간색, 보라색, 노란색 등으로 인쇄된 색종이는 비닐에 담겨서, 혹은 빠져나와서 책상에 널부러져 있었다.

 

뒷정리 제대로 해야 해.”

 

아이한테 말하는 것처럼 재명이 한 마디 하자 장군이는 알았다는 듯 경례를 했다.

 

아 재명씨는 며칠만에 들어와서 하는 첫마디가 잔소리야.”

 

사소한 궁금함이라도 풀려야 직성이 풀리는 젬마는 경남이와 장군이가 종이를 접는 드문드문 쳐다보는 모니터를 쪼르르 가서 보았다.

 

따라해 봅시다 : 펭귄 접기!

 

오늘은 펭귄이네?”

 

오늘? 나 없는 동안에 종이접기나 하고 있었어?”

 

김팀 모르셨구나, 얘들 그동안 공룡이랑 나비 같은 거 접고 있었어요.”

 

장군이가 모니터 너머로 고개를 쏙 내밀었다.

 

우리한테 관심이 없어 관심이~ 에잉, 무정한 사람~ 무심한 사아라암~”

 

이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을 밖에서 알게 되면 그게 더 큰일이지.

 

뻔히 알면서도 낼름낼름 혀를 내미는 꼴이 얄밉다.

 

그 펭귄들, 여기 안 좋아할 건데.”

 

그건 또 무슨 말?”

 

추운 곳을 좋아하잖아. 펭귄은.”

 

커피가 든 머그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재명이 웃었다.

 

누굴 어린애로 아시나.

 

그럼 갖다가-”

 

따뜻한 곳에서 사는 펭귄도 있, 거든요...!”

 

넌 또 뭘 진지하게 대답해주고 그러냐.

 

장군이가 경남이를 콕콕 찌르는 것을 보며 재명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팀.”

 

.”

 

감정표현도 할 줄 알고, 좀 인간 같아졌네?”

 

젬마는 히죽 웃고는 자료를 준비한다며 저 쪽으로 갔다.

 

재명은 고개를 다시 저으려다가 미간을 짚는 것으로 참았다.

 

“...됐고, 일 할 준비는 다들 됐나?”

 

 

 

 

 

 

 

 

다음날 사무실을 찾은 재명이는 어제까지만 해도 색종이로 어지러웠던 책상이 말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좋아, 그래도 뒷정리는 하는군.

 

그러고는 찬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를 연 김재명은 불의의 기습을 받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박장군...!”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던 박장군의 빨간 펭귄들이, 냉장고 한 칸을 다 차지하고 오순도순 모여 있었다.





[하이큐/네코마] 하산님 뱀파이어 au

2017. 1. 13. 00:35 | Posted by 호랑이!!!

일어났어, 켄마?”

 

“......”

 

켄마는 침대를 덮은 얇은 천이 걷히는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었다.

 

아주 얇은 천이 흔들리는 소리는 얼마 전까지였다면 신경조차 쓰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지나치게 또렷하게 들린다.

 

그 외에 먼지가 떨어지는 소리,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이 다물렸다 떨어지는 소리, 조그마한 곤충의 심장 뛰는 소리까지도.

 

너무 시끄러워서 아직 적응이 안 돼.”

 

그러자 친구는 웃었다.

 

익숙해질 거야.”

 

붉은 백합 무늬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열자 안으로 달빛이 환하게 비쳤다.

 

귀를 조금 더 기울이면 달빛이 내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먼저 방 밖으로 나선 쿠로오를 따라나가며 켄마가 생각했다.

 

 

 

 

 

 

낡은 복도는 아무리 잘 보수한다고 해도 티가 났다.

 

예를 들자면 복도에는 켄마를 위해 푹신한 카페트가 새로 깔려 있었지만 발을 옮길 때마다 울퉁불퉁한 돌바닥이 밟혀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고는 했다.

 

분명 같은 복도를 걷고 있는데도, 분명 같은 신발인데도 앞서가는 쿠로오의 발 아래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아서 켄마가 쿠로오를 볼 때면 다른 세계를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쿠로.”

 

켄마는 쿠로오를 빤히 쳐다보다가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웬 정장이야?”

 

그제야 쿠로오는 자신의 차림을 내려다보았다.

 

빨간색과 검은색을 기조로 하여 셔츠, 조끼, 구두에 망토까지.

 

평소에 입던 것이 가벼운 차림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오늘은 유별나다.

 

, 이거.”

 

쿠로오는 발을 들었다가 구두의 앞굽으로 바닥을 찍었다.

 

따악-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따다닥, , 가벼운 스텝을 밟고 쿠로오는 뽐내는 듯이 과장스레 인사를 했다.

 

내려가서 알려 줄게.”

 

저 미소만 아니었다면 우아하게 한 팔을 들어올렸다고 할 텐데.

 

저 미소가 우아하게라는 단어를 우아한 척으로 바꾸어버린다.

 

다소 악질적으로 본다면 비꼬듯이라는 단어까지 붙어서.

 

쿠로를 따라 내려간 가장 아래층은 홀이다.

 

넓기는 했지만 복도만큼이나 낡았고, 방을 밝히는 것이 겨우 촛불 하나라는 것 때문에 그 이상으로 어두운 홀.

 

가뜩이나 밤이라 어두운데 창문에는 두터운 커튼을 쳤고 작은 틈까지 막아 바깥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싸맨 것 같다.

 

꼭꼭 숨어버린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모인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외출용 옷을 입고 있었지만.

 

“...뭐야?”

 

가끔 이러고 놀거든여.”

 

키가 큰 탓에 리에프의 망토는 배로 길고 넓었다.

 

탱고는 출 줄 알아?”

 

“...아니.”

 

괜찮아. 탱고를 추는 게 목적은 아니니까.”

 

야쿠와 이야기하는데 어깨에 쿠로오의 손이 얹혔다.

 

한 번 해 보면 알게 될 거야.”

 

자아 레디.

 

쿠로오는 은촛대를 들었다.

 

그 신호에 맞추어 사람들은 가느다란 검은 끈을 꺼내, 기대되어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가에 두르고 꽉 묶었다.

 

나도 눈가리개를 해야 해?라고 묻기 위해 켄마는 고개를 돌렸다.

 

묶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쿠로오는 이미 검은 끈을 눈가에 매어서 웃고 있었다.

 

-.”

 

 

[마스터/진회장군] 다른 엔딩 2

2017. 1. 4. 19:58 | Posted by 호랑이!!!

 

얇은, 제정신이 아닌 지금 상태로도 알 수 있을 만큼 얇은 저 천 너머에 사람이 앉아있다.

 

오른편에 하나, , 그리고 이 편에도 하나, ... ?

 

최소한 네 명.

 

판판한 바닥이 흔들리고 배 바깥에서는 파도가 친다.

 

역시 여기에서 죽는건가.

 

몸이 이만큼 상했으니 장기도 못 판다는 사채업자 말이 생각났다.

 

이대로 수장될 거라면 정신이나 계속 잃고 있을 것이지 괜히 이 몸은 생존욕만 높아서.

 

장군이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회장니임, 나한테 이래도 돼?”

 

그 구체적인 씹새끼는 실패했나? 하긴 실패했으니까 내가 여기 이러고 있겠지. 여차하면 돈 다 돌려주고 튀어야 하나?

 

이 모습을 그 형사가 봤으면 너 또 머리 굴리지?’...왜 뜬금없이 얼굴이 생각나고 있어.

 

나 아니면 그 돈 못 찾을 텐데?”

 

네가 내 브레인이기는 한데, 너만한 애는 한국에, 아니, 이 지구에 널렸어. 여기서 한 5퍼센트 떼 줄테니까 찾아달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아?”

 

장군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 찾아?”

 

날 뭐에 매달아서 빠뜨리려나~? 하고.”

 

내가 너한테 뭘 어쩐다던?”

 

물론 어쩌기는 하겠지만.

 

진현필이 웃었다.

 

우리 장군이가 아직 나를 잘 몰라. 이 회장님 막 섭섭할려구 그래.”

 

어디 보자, 라며 진현필은 손을 뻗었다.

 

독약 먹여놓고 할 소리야? 어유 나 막 무서워지려고 그러네, 이렇게 회장님이 싸이코패스였나 싶구.”

 

? 독약?”

 

무슨 독약?하고 물어보던 진현필은 이내 박장대소했다.

 

장군이는 귀가 먹먹하도록 울리는 웃음소리에 인상을 찡그렸다.

 

빌어먹을, 감각이 제멋대로야.

 

손으로 바닥을 내리치면서 알았는데 아프다던가, 나쁜 감각이 없다.

 

파도에 배가 흔들리는 것 같은 중립적인 감각은, 심지어 저 요란한 소리까지도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기분 좋은 쪽으로.

 

아 젠장, 무슨 반짝이가 떨어지고 하늘이 무지갯빛인 요정 나라냐고.

 

돈도 돈인데 말이야, 나한테는 네가 차-암 중요하거든.”

 

웃음을 그친 진현필이 무언가를 들었다.

 

어두운 안에서도 차갑게 빛을 내는 것은 장군이가 걸치고 있던 옷가지를 조각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래도 내 옆에 있을 앤데, 이런 거 입고 다니면 내 가오가 안 살지. 나중에 배 내리면 우리 옷이나 사러 가자?”

 

그말인즉 살려놓고, 옷 입히고, 어딘가에 쓸 데가 있으니 살려놓겠다는 말로 들렸다.

 

그러나 그 말에 기뻐하고 안심하기에는 몸이 여전히 이상하다.

 

겨우 바닷바람 한 줄기가 얇은 커튼 아래로 불어와서 몸에 부딪혔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이상하다고밖에 하지 못할 것 같이.

 

허벅지를 핥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스터/진회장군] 다른 엔딩 1

2016. 12. 29. 22:29 | Posted by 호랑이!!!

장군이는 정신을 차렸다.

 

아니, 정신을 차렸다기보다는...

 

그래, 우습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정신을 차렸더라 정도가 맞는 것 같았다.

 

시야는 흐려졌다가 어둑해졌다가 다시 밝아지는 것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어두워지지 않았다.

 

대신 귓가로 소리가 조금씩 조금씩 들려왔고 다른 감각도 서서히 몸에 깨어났다.

 

이거 이놈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려? 일부러 쬐끔만 썼는데.”

 

진회장 목소리가 들리더니 배에 무언가가 닿았다.

 

? 손이구나.

 

손가락이 배에 난 흉터를 따라 몸을 내려갔다.

 

간이 반이 아작났다고 그랬나? 그러니까 얘가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지.”

 

야 너, 적당히 찌르지 그랬어.라고 혀를 찬다.

 

이어 찰싹, 뺨에 손이 닿았다.

 

“...... .....”

 

일어났어?”

 

“..., , 씨이....”

 

일어났구나.”

 

내가 이것까지는 그래도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가 없네.

 

예쁘다고 오냐오냐했더니 말이야, 누구한테서 날아가려구.

 

주절주절 떠드는 소리가 어딘가 이상하다.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아니, 들리는 소리만 이상한 것이 아니네?

 

감각이 이상하다.

 

어떤 느낌은 너무 강하게, 어떤 느낌은 너무 약하다.

 

이상하게도 몸이 묶여있거나 하지를 않아서 손을 들어올렸다가 바닥을 탕, 내리쳐 보았다.

 

어우, 왜 그러니. 깜짝 놀랐네.”

 

전혀 놀라지 않은 것 같은 목소리다.

 

장군이는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손을 들어서 다시 바닥을 내리쳤다.

 

... 했어.”

 

목소리가 낯설다.

 

목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진다.

 

자신이 내는 것인데도.

 

.”

 

약이라고 해도 비타민제나 감기약 따위가 아니겠지.

 

억지로 눈을 떠서 쳐다보자 이 쪽을 보며 웃고 있다.

 

나밖에 못 구하는 거야.”

 

바다의 잔물결까지 느껴지는 작은 배.

 

칸을 나누는 것은 얇아서 너머가 들여다보이는 천 한 장.

 

그 너머에는 진회장의 보디가드 여러 명.

 

그리고 이 편에는.

 

나랑 진회장 뿐이군

 

자신과 진회장 뿐.

 

[하이큐/아사노야] 아사히가 알고 보니...의 au

2016. 12. 28. 16:12 | Posted by 호랑이!!!

, 아사히씨!”

 

니시노야는 낯익은 사람이 보여 그가 있는 쪽으로 총총 달려갔다.

 

여기까지는 웬일이세요?”

 

노야구나.”

 

이 근처에 일이 있어서, 라고 말하는 아사히는 니시노야가 우연히 알게 된 나이 많은 친구였다.

 

겉은 얼핏 보면 무섭다지만 속은 성실하고 착하다 못해 소심하기까지 한 사람으로 니시노야는 그와 종종 놀러가거나 식사를 같이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집 안에서는 운동복 차림으로 자주 보았지만 오늘은- 정장 차림이네.

 

깎지 않은 수염에 긴 머리에 단정하지 않은 사람이 잘 다린 양복을 입고 있으니까 어딘가 우습다.

 

아사히는 이 근처 마트의 로고가 인쇄된 비닐봉지를 들어 보여주었다.

 

치약도 다 썼고, 반찬 재료도 좀 사러 왔거든.”

 

아 맞다, 치약. 말해주셨으면 제가 사갈 텐데!”

 

아냐, 노야한테 사오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러면서 웃어 보이는데, 아사히씨는 날 애 취급한단 말이야.

 

니시노야는 아사히가 자연스럽게 차도 쪽으로 가서 서는 것을 보았다.

 

언제 한 번은 억지를 부려 자신이 차도로 걸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오는 차를 피하는 척 하며 자신을 인도 안쪽으로 끌어당겼지.

 

아마 애 취급하지 말라고 말해도 소용없으리라고 짐작하고, 노야는 그를 따라 나란히 걸었다.

 

날이 추워진 요즈음은 해가 짧아서인지 거리는 벌써 어둑해져 있었고 가게들은 하나둘씩 불을 밝혔다.

 

화악 불이 켜진 가게에 눈이 부시다는 듯 니시노야가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는데 아사히가 그 손을 잡았다.

 

왜 그러세요 아사히씨?”

 

손이 왜 이래?”

 

“....”

 

벌써 아사히가 사는 집 앞이었기에 니시노야는 말을 돌리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왔네요, 뛸까요!”

 

아사히의 집 앞으로 모르는 척 빠르게 걷다가 노야는 어느 생각이 떠올라 아차했다.

 

집 안은 아까 거리에서보다 밝겠지.

 

그럼! 데려다 드렸으니 저는 이만-.”

 

어딜.”

 

니시노야는 팔이 잡혀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탁한 색 현관등이 켜지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환한 빛이 밝혀졌고 동시에 아사히의 기가 막히다는 비명 역시 터졌다.

 

노야!”

 

질질 끌려서 니시노야는 소파에 앉혀졌다.

 

팽팽한 가죽 재질, 몸을 숙이거나 자세를 바꾸면 소리가 나는 익숙한 소파 표면을 새삼스럽다는 듯 만지작거리자 아사히가 그 앞에 무릎을 꿇어 시선을 맞추었다.

 

“...노야.”

 

“...”

 

니시노야가 가장 좋아하는 차이나칼라 교복은 부분부분 먼지가 묻어 있었다.

 

겉옷이 바닥에 떨어지고, 다음은 구겨진 와이셔츠.

 

와이셔츠에는 물로 씻어낸 것 같은 작은 얼룩이 몇 개나 있었고, 그 아래 티셔츠까지 벗기자 니시노야의 상처가 드러났다.

 

몇 개는 이제 아물어가는 것, 몇 개는 아물다가 터진 것, 새로 생긴 것까지 해서 니시노야의 몸은 엉망이었다.

 

“...”

 

“...별 건 아니고...”

 

척 보아도 아무렇지 않은 일은 아니었지만 아사히는 그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상처를 살필 뿐, 반박하지 않았고 조용해지는 것이 싫어서였는지 니시노야는 주절주절 변명을 한 마디씩 꺼냈다.

 

“...그 왜, 그런 규칙 있잖아요. 운동부 애들은 싸우면 출장정지.”

 

어떻게 싸우겠어요.

 

니시노야는 배시시 웃었다.

 

저는 카라스노의 수호신인데.”

 

, 소독약이 상처에 닿자 니시노야는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 따가워!!”

 

소독약과 연고와 붕대까지.

 

묵묵히 상처 처치만 하다가 마지막 반창고를 붙이고 아사히가 일어섰다.

 

잠깐 나갔다올게.”

 

여전히 정장 차림으로.

 

? 어디를요?”

 

니시노야는 벌떡 일어났다.

 

저도 같이...”

 

-갈래요, 라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몸이 다시 소파에 앉혀졌다.

 

삐걱삐걱 소파가 소리를 냈고 어깨에는 아사히의 손이 얹혀 있다.

 

.

 

가끔 잡아 보았던.

 

크기를 대 보겠다고 손바닥을 대 보았던.

 

따뜻한.

 

그러나 커다란.

 

겨우 손 하나일 뿐인데 니시노야는 일어날 수 없었다.

 

이래봬도 운동부인 자신인데 힘에서... 아냐, 힘에서 눌린 것이 아니다.

 

앞서 자신이 성실하고 착하고 소심하다고까지 이야기한 아사히인데...

 

기다려.”

 

손이 떨어졌는데도 니시노야는 일어날 수 없었다.

 

아사히는 노야의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주고는 어깨를 다시 톡톡 두드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

 

딱 딱 칼로 잰 것 같은 발소리가 멀어졌다.

 

 

[제키릭벨져] 릭 생일 축하해!

2016. 12. 13. 21:10 | Posted by 호랑이!!!

늘상 이 곳은 공기가 무겁고 눅눅했다.

 

알지 못했지만.

 

빛은 어렴풋하고, 때문에 차가웠다.

 

알지 못하지만.

 

그나마 빛이 드는 곳.

 

공간의 가운데.

 

그 곳에 한 사람이 앉아 있다.

 

한때 우주의 별을 바라보던 눈은 빛조차 알지 못하게 되고.

 

한때 어디든지 걷던 발은 이 곳에 못 박힌 채로.

 

이 곳은 그럭저럭 넓다고 할만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에게는 갇힌 것처럼 좁게만 느껴졌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느낀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지만.

 

신도여.”

 

그 좁은 공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그렇게 부르지 마라!”

 

이어 다른 사람 또한 들어왔다.

 

뒤이어 들리는 것은 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발소리였고.

 

공간 안으로 두 검을 사용하는 사람이 뛰쳐들어왔다.

 

뒤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침입자에게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들어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처럼 그에게 다가왔다.

 

일어나라, 나가야 한다!”

 

어딜 간단 말이냐.”

 

가느다란 줄기의 빛으로도 그 사람은 반짝였다.

 

머리카락도, 그리고 파랗게 타오르는 안광도.

 

침입자를 바라보며 아직도 앉아있는 그는, 문득 들짐승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 단어조차 인식의 검은 물 아래로 끌려들어가 사라질 즈음 그가 교주라고 부르는 사람이 입을 열었다.

 

신도여.”

 

그는 교주가 자신을 부르고 있음을 알았다.

 

고개를 들어 반응을 하자, 그는 팔을 들어 침입자를 가리켰다.

 

이제 그 침입자는 그를 따라들어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잡혀 있었다.

 

아마도 그 침입자가 자신을 잡아들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진작 도망쳤겠지.

 

그러나 어째서일까, 침입자는 여전히 헛된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는 교주의 손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없애라, 나를 위해.”

 

교주님을 기쁘게 해야 돼.

 

우주와 이 곳을 연결하면, 불이 끓는 화산과 이 곳을 연결하면, 저 차가운 심해 어딘가와 이 곳을 연결하면 사람 하나는 손쉽게 죽일 수 있다.

 

그는 팔을 들었다.

 

어째서인지 지나치게 가벼운 팔을.

 

, 톰슨!”

 

침입자는 사람의 이름 같은 비명을 질렀고, 때문인지 교주가 웃었다.

 

그렇게 부르지 마라.”

 

그는 자신이 교주를 기쁘게 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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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은 아주 간만에, 다른 곳에 파 둔 함정에서 사냥감을 찾았다.

 

어린, 아니, 젊은 인간.

 

손에는 총이 있고 허리춤에는 덫이 있다.

 

사냥꾼이구나.

 

그 사람은 마틴을 보자 도와달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 그리고 덫 버려요.”

 

철컥, 철컥, 묵직한 것이 떨어졌다.

 

그 사람은 물건을 땅에 버리면서도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늑대! 이 숲에 늑대가 있었어! 아주 커다란, 한 마리에 족히 수백 파운드는 나갈 거야!”

 

달빛이 비치면 음영이 더욱 뚜렷해진다.

 

인간의 눈에도, 그리고 뱀파이어의 눈에도.

 

마틴은 그 사람을 끌어올려서 진정하라는 듯 등을 토닥거렸다.

 

그 사람의 심장 소리가 마틴의 몸을 타고 흘러 마치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마틴은 등을 토닥이다가, 입을 벌려 그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두근.

 

갑작스럽게 빨라졌다가 천천히, 천천히, 소리가 느려지고 천천히 천천하게 소리가 작아져 마침내는 멎는다.

 

마틴은 심장이 이렇게 뛰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평온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마치.

 

강가의 나룻배에 누워 손끝을 강물에 담근 채, 시체처럼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런.

 

한없이 죽음에 가까운...

 

한참이나 눈을 감고 있자 옆에서 늑대 한 마리가 정신을 차리라는 듯 손을 물었다.

 

.”

 

피를 빨아낸 시체의 옷과 물건을 분리하고 몸을 던져 주었다.

 

먹어.”

 

귀중품, 이건 팔고, 저것도 팔고.

 

그 가운데 탄피에 끈을 꿴 목걸이를 발견했다.

 

이리저리 돌려 보자 달빛에 탁한 색을 내비친다.

 

마음에 들어.

 

방 하나의 진열장에 던져둘 것이 생겼다.

 

마틴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떼의 늑대들은 뼈도 남기지 않고 사람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먼저 갈게, 얘들아.”

 

 

[크로X딘X딘] 여우 생일 축하해 1

2016. 12. 5. 20:43 | Posted by 호랑이!!!

딘은 모텔 문을 열었다.

 

새미는 진작에 먼저 들어갔고, 자신은 술집에서 탐문을 계속하다 왔으니 아마도 자고 있겠지.

 

때문에 자는 사람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문을 열고 어두운 방을 대비해서 핸드폰을 켜 두는데 열쇠로 문을 열었더니 안이 밝다.

 

새미,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뭘...”

 

들어서자마자 본 것은 침대에 앉아있는 두 사람이었다.

 

하나는 모르는 사람, 하나는 좀 나이가 든....?

 

나한테 형이 있나?

 

딘은 잠시 쳐다보았다가 고개를 젓고 손을 내저었다.

 

실례, 제가 방을 잘못...”

 

?”

 

그 둘 중에서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사람이 부르자, 딘은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실례지만, 아는 사이? ...이신지.”

 

, . 저것 봐, 이거 정말 신기한 일이지 않니.”

 

그 사람은 침대에서 일어나 순식간에 이 쪽으로 걸어왔다.

 

똑같아. 머리, 얼굴, , 전부가... 하지만 좀 더 어리고 풋풋한 무언가가 있군.”

 

얼굴은 안 똑같아.”

 

마치 무언가를 검사하는 듯 살펴보던 사람은 난데없이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 크라울리라고 한단다.”

 

그리고 지금 꼬마 다람쥐라고 부른 건가? 잘못 들은 거겠지?

 

다음은 침대에 여전히 앉아 있는, 자신과 닮은 사람 차례다.

 

가까이 다가갔더니 그 사람은 씩 웃어 보였다.

 

안녕, 옛날의 나?”

 

자신을 크라울리라고 소개한 사람은 방금 딘이 지나온 모텔 문을 만져보고 있었는데 무언가 알 것 같냐는 다른 사람의 물음에 고개를 양쪽으로 기울이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답을 꺼냈다.

 

옛날에 붙어먹던 천사들이 한 실수 중 하나 같은걸.”

 

그쪽 일 처리가 납득이 되지 않기는 하지.”

 

그제야 좀 상황이 파악이 될 것 같아 딘은 손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그러니까, 지금 이거, 천사들이 날 미래로 보냈다?”

 

가끔 자기 멋대로 보내고는 하잖아, 그 천사들.”

 

피곤했으므로, 딘은 안락의자에 털석 앉았다.

 

침대가 둘이면 미래의 나랑 같이 자던가... 어라? 침대가 하나잖아?

 

그러고 보니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도 저 둘은 한 침대에서 앉아있었지.

 

저기.”

 

딘이 부르자 그 둘은 동시에 돌아보았다.

 

왜 그러지, 스쿼럴? 미니 버전?”

 

모르는, 그러니까 크라울리라는 사람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래의 자신은 묘하게 오싹하게 느껴졌다.

 

혹시, 둘이 무슨 사이야?”

 

그러자 둘은 서로를 쳐다보았다가 딘을 돌아보았다.

 

뭘까?”

 

그러게, 뭘까?”

 

가장 먼저 꺼내든 것은 크라울리의 핸드폰이었다.

 

액정에는 둘이 웃으면서 술잔을 들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친구?”

 

그리고 둘을 위해 방도 잡고 침대도 같이 쓰는 사이지. 비록 나는 그 침대에다 여자를 끌어들이지만.”

 

딘은 미래의 딘이 하는 소리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으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샘은 매일 임팔라 행이겠군, 디저트로 샐러드라도 가져다 줘야겠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을 멈추게 한 것은 미래의 딘이다.

 

? 새미가 여기서 왜 나와?”

 

왜냐니. 새미, , 이 둘이 스컬리와 멀더잖아.”

 

멀더는 새 파트너를 찾았단다 꼬마야.”

 

미래에는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혼란한 딘을 구해준 것은 크라울리였다.

 

그보다, 내 힘으로 원래 시간대로 돌려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필요한가?”

 

당연하지!”

 

어떤 댓가든?”

 

“...그건 일단 들어보고...”

 

그 대답에 크라울리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머리를 기울였다.

 

영혼 고문.”

 

제정신이야?”

 

지옥의 기사 퇴치는 어때?”

 

지옥의 기사가 존재한다고?”

 

지옥의 혼란함을 해결해달라고 한다면?”

 

너 대체 뭔데?”

 

... 그렇지, 영혼은 어떨까.”

 

딘은 벌떡 일어나 허리춤의 권총을 더듬었으나, 없다! 임팔라에 두고 왔나봐!

 

대신 소금 주머니를 꺼내 앞에다 좍 뿌렸다.

 

대체 미래의 나는 뭐랑 어울리는 건데!”

 

스포일러란다 작은 다람쥐야.”

 

크라울리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요는, 그래서. 나한테 값을 지불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거지. 세상은 준만큼 받는 법이야, 나는 네 사이드킥도, 봉사자도 아니니까 넌-.”

 

이걸로 하자, 며 크라울리가 손가락을 튕겼다.

 

커다란 딘은 딘의 뒷덜미를 잡아다 침대로 끌어당겼다.

 

별안간 그의 다리 사이에 앉게 된 딘은 벗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쉽지 않았다.

 

,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것 기억하지? 악마에게 바치는 공물은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피, 눈물, 죽음, 그리고...”

 

처녀?”

 

크라울리가 다가왔다.

 

스마트폰이 있는 세상에 이런 클래식한 공물은 그다지 취향이 아니지만, 뭐 어쩌겠어. 세상은 공짜가 없는 법이니까.”

 

딘의 다리를 벌리도록 해, .

 

그러자 딘을 붙들고 있는 딘 쪽이 웃음소리를 내더니 다리를 벌렸다.

 

“...스쿼럴, 깜찍하기도 하지.”

 

“딘 대신, D·D는 어떨까.”

 

Different Dean.

 

Developed Dean.

 

Damaged Dean.

 

딘은 크라울리의 손짓 한 번에 다리가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벨트가 딸각거리며 풀리는 한켠으로 더 낮은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Demon D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