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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bl] 오빠랑 친구랑

2017. 3. 24. 14:48 | Posted by 호랑이!!!

※ 환상의 동물이 있습니다






오빠, 일어나.”

 

작은 손이 단잠을 자던 우진을 흔들었다.

 

우진은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는 머리맡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았다.

 

12, 아직 조금만 더 자고 싶은데 벌써 이 시간이라니.

 

집에 오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오고 가는 시간이 길어 과제할 시간을 빼앗긴 탓에 잠이 들었던 시각이 6시다.

 

6시간이나 잤는데도 아직 졸리다니, 우진은 하품을 했다.

 

... ....?”

 

배고파. 그리고 친구 왔어.”

 

친구... 누구?”

 

우연은 다시금 잠에 빠져들려 하는 오빠를 흔들었다.

 

홍영이 왔어, 일어나아.”

 

일어났어, 일어났어.”

 

눈을 비비고, 우진은 자기보다 한참이나 작은 동생의 어깨에 푹 기댔다.

 

“...뭐 먹고... , 흐아아암...”

 

쿠키하고, 전에 오빠가 만들어줬던 케이크하고, 점심으로 스파게티 해줘.”

 

-...”

 

우진은 다시 눈을 비비고 비척비척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홍영이랑 아직도 친하구나.

 

홍영이는 그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는 여동생 우연이의... 흔히 말하는 소꿉 친구다.

 

사귄 기간은 유치원 부터니까... 얼추 십 년쯤 되었나.

 

마지막으로 본 건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있었던 동생 생일파티에서였다.

 

중학생이었던 녀석은 쪼끄매서, 아직도 아기 티가 났었지.

 

우진은 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부엌으로 갔다.

 

카운터에서 식탁까지 재료를 늘어놓고 달그락 달그락 준비를 하고 있자니 동생 방 안에서 재잘거리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린다.

 

귀엽구먼.

 

저 나잇대의 나는 다 큰 것 같았는데, 애들 보면 아직도 아기 같다니까.

 

우진은 티라미수틀과 쿠키 반죽을 냉장고에 넣으며 내심 웃었다.

 

크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나자 우진은 동생의 방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헤이, 나 들어간다?”

 

똑똑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와-”하는 웃음 섞인 소리가 난다.

 

문을 열자 상 위에 문제집을 펼쳐놓고 홍영이와 우연이가 키득거리고 있었다.

 

밥 다 됐어, 나와.”

 

-.” “-.”

 

나와서 수저 놓고.”

 

-.” “네에-.”

 

나란히 대답하는 모습이 병아리같다.

 

내 동생 귀여워, 둘 다 귀여워,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있는데.

 

어라, 뭔가 달라졌다.

 

문 쪽에 우진이 서 있었던 탓에 그 쪽으로 홍영이 다가왔는데.

 

세상에.

 

홍영이 키 엄-청 컸다. 저번에 봤을 때보다 1미터는 더 큰 거 아냐?”

 

그만큼은... 아니예요.”

 

오오, 목소리도 이제 낮아졌네. 세상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요만-해서 우연이하고 아장아장 걸어다녔는데, 세상에.”

 

나 아장아장 걸은 적 없거든.”

 

할아버지 같다며 우연이 웃었다.

 

몇 번 스쳐지나가며 보았을 뿐인데 그때마다 부쩍부쩍 자라더니, 아이들은 참 빨리 큰다.

 

우진은 우연이와 홍영이의 그릇에 스파게티를 듬뿍 덜어서 예쁘게 반숙한 계란 프라이까지 하나씩 얹어 주었다.

 

그릇에 수북하게 쌓인 스파게티는 많나?’싶을 정도였지만 한창 자랄때인 두 아이는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맛있어?”

 

! 잘먹었습니다.” “잘먹었습니다.”

 

만들어준 걸 이렇게나 잘 먹으면 역시 뿌듯해진다.

 

우진은 활짝 웃었다.

 

역시 자랄 때라 그런가 잘 먹네. 냉장고에 케이크 만들어놨는데 먹을래?”

 

, 난 조금만. 너도 먹을 거지?”

 

,, ... !”

 

! 하고 대답하는 목소리에 기분 탓인가 삐약삐약 소리가 같이 들리는 것 같다.

 

케이크 그릇과 포크를 가져다주고 주스를 조금씩 마시던 우진은 테이블에 턱을 괴었다.

 

다음번에 보면 나보다 커져 있는 거 아냐, 홍영이 너?”

 

그럴 겁니다.”

 

이야아, 기대되네. 요만하던 애가 나보다 커진다니.”

 

홍영이의 손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잊어 주세요. 곧 민증도 나오고! 1년 쯤 있으면 성인이니까...!”

 

1년이 아니고 2년이겠지, 올해를 빼먹었잖아.

 

우진은 주스 컵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조금만 더 잘래, 설거지 좀-.”

 

에엥 싫어, 요리하고 나면 설거지거리 많단 말이야.”

 

- 하고 대답한 것은 홍영이었다.

 

착하다 착해, 설거지도 할 줄 알고 다 컸네 다 컸어.

 

우진은 홍영이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듯이 두드려주고는 방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