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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월야밀회 (신윤복의 그림을 보고)

2015. 11. 19. 23:46 | Posted by 호랑이!!!

이것 참 난감하게도 되었구나.

 

명월이 그리 생각하였다.

 

그녀의 기명은 밝은 달이라는 명월인데, 오늘 밤은 그녀 이름처럼 달이 밝아 있었다.

 

지나치게, 밝아 있었다.

 

그녀 있는 기생관은 뒷문으로 찾아오는 손님이 뉘인지 모르도록 담 사이를 좁게 한 뒷길이 있었는데, 평소라면 이 길로 다녀도 별다른 일이 없었다. 누굴 마주치지도 않았고.

 

그래서 달 밝은 오늘밤도 색 진한 녹색 장옷을 뒤집어쓰고 나가려고 했는데 글쎄, 그녀 동기 기생인 애화가 웬 남정네 하나와 서 있는 것이었다.

 

꼴을 보아하니 연회 열리는 곳에서 함께 빠져나온 모양.

 

두 연놈이 정분이라도 났나 그 좁은 길을 틀어막고 속살대는 꼴이 눈꼴시립다.

 

모자에 매달린 붉은 끈이 어떻다, 구슬 장식이 어떻다, 다음에 하나 사다 주마, 네 웃는 얼굴이 보기 좋기도 좋니.

 

네 웃는 상판이야 아무렴 어떻고 저 치의 장식이 좋으면 떼어가구, 그리도 좋으면 사람 다니는 길 말고 네 방에서나 그러란 말이다.

 

얼마인가 기다리니 다리가 아파와서 아무래도 안 되겠다, 야단하여 쫓아내려는데 둘이가 멀어지는 소리가 났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리를 통통 두드리는데 또 이 길에서 발소리가 난다.

 

오늘은 왜 이렇게 길에 손이 많은고, 손에 내가 쥐인 것 같구나.

 

명월은 더는 아니되겠다 싶어 그냥 지나치리라 했다.

 

어디 자제나 다른 기생들인가 했더니 뜻밖에도 화통을 어깨에 맨 서생같은 이, 손에는 그림이 있다.

 

누구요?”

 

화공이요.”

 

이 명월관에서 화공을 부른 적은 없었을 텐데.”

 

지나가다가 소재를 발견해서, 그렸을 뿐이오.”

 

그림에는 애화와 남자와 자신이 그려져 있었다.

 

월야의 밀회라.”

 

당신도 밀회하러 가는 길이요?”

 

명월이는 장옷을 쓰고 매무새를 다듬었다.

 

무어라 제게 말 붙이려는 화공을 홱 노려보고 매몰차게 한 마디 남기고 쌩하니 지나쳐갔다.

 

왜 이리 귀치않게 굴어!”

 

길을 지나고 문을 지나고 다시 한참이나 사람 없는 길로 가니 이젠 아무도 근처에 없겠거니 하여 다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어디 보자, 오늘은 새 시체가 있겠거니.

 

명월의 섬섬옥수가 치맛자락을 들었다.

 

아래 털 풍성한 꼬리가 여럿이나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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