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참 난감하게도 되었구나.
명월이 그리 생각하였다.
그녀의 기명은 밝은 달이라는 명월인데, 오늘 밤은 그녀 이름처럼 달이 밝아 있었다.
지나치게, 밝아 있었다.
그녀 있는 기생관은 뒷문으로 찾아오는 손님이 뉘인지 모르도록 담 사이를 좁게 한 뒷길이 있었는데, 평소라면 이 길로 다녀도 별다른 일이 없었다. 누굴 마주치지도 않았고.
그래서 달 밝은 오늘밤도 색 진한 녹색 장옷을 뒤집어쓰고 나가려고 했는데 글쎄, 그녀 동기 기생인 애화가 웬 남정네 하나와 서 있는 것이었다.
꼴을 보아하니 연회 열리는 곳에서 함께 빠져나온 모양.
두 연놈이 정분이라도 났나 그 좁은 길을 틀어막고 속살대는 꼴이 눈꼴시립다.
모자에 매달린 붉은 끈이 어떻다, 구슬 장식이 어떻다, 다음에 하나 사다 주마, 네 웃는 얼굴이 보기 좋기도 좋니.
네 웃는 상판이야 아무렴 어떻고 저 치의 장식이 좋으면 떼어가구, 그리도 좋으면 사람 다니는 길 말고 네 방에서나 그러란 말이다.
얼마인가 기다리니 다리가 아파와서 아무래도 안 되겠다, 야단하여 쫓아내려는데 둘이가 멀어지는 소리가 났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리를 통통 두드리는데 또 이 길에서 발소리가 난다.
오늘은 왜 이렇게 길에 손이 많은고, 손에 내가 쥐인 것 같구나.
명월은 더는 아니되겠다 싶어 그냥 지나치리라 했다.
어디 자제나 다른 기생들인가 했더니 뜻밖에도 화통을 어깨에 맨 서생같은 이, 손에는 그림이 있다.
“누구요?”
“화공이요.”
“이 명월관에서 화공을 부른 적은 없었을 텐데.”
“지나가다가 소재를 발견해서, 그렸을 뿐이오.”
그림에는 애화와 남자와 자신이 그려져 있었다.
“월야의 밀회라.”
“당신도 밀회하러 가는 길이요?”
명월이는 장옷을 쓰고 매무새를 다듬었다.
무어라 제게 말 붙이려는 화공을 홱 노려보고 매몰차게 한 마디 남기고 쌩하니 지나쳐갔다.
“왜 이리 귀치않게 굴어!”
길을 지나고 문을 지나고 다시 한참이나 사람 없는 길로 가니 이젠 아무도 근처에 없겠거니 하여 다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어디 보자, 오늘은 새 시체가 있겠거니.
명월의 섬섬옥수가 치맛자락을 들었다.
아래 털 풍성한 꼬리가 여럿이나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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