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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네코마] 하산님 뱀파이어 au

2017. 1. 13. 00:35 | Posted by 호랑이!!!

일어났어, 켄마?”

 

“......”

 

켄마는 침대를 덮은 얇은 천이 걷히는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었다.

 

아주 얇은 천이 흔들리는 소리는 얼마 전까지였다면 신경조차 쓰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지나치게 또렷하게 들린다.

 

그 외에 먼지가 떨어지는 소리,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이 다물렸다 떨어지는 소리, 조그마한 곤충의 심장 뛰는 소리까지도.

 

너무 시끄러워서 아직 적응이 안 돼.”

 

그러자 친구는 웃었다.

 

익숙해질 거야.”

 

붉은 백합 무늬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열자 안으로 달빛이 환하게 비쳤다.

 

귀를 조금 더 기울이면 달빛이 내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먼저 방 밖으로 나선 쿠로오를 따라나가며 켄마가 생각했다.

 

 

 

 

 

 

낡은 복도는 아무리 잘 보수한다고 해도 티가 났다.

 

예를 들자면 복도에는 켄마를 위해 푹신한 카페트가 새로 깔려 있었지만 발을 옮길 때마다 울퉁불퉁한 돌바닥이 밟혀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고는 했다.

 

분명 같은 복도를 걷고 있는데도, 분명 같은 신발인데도 앞서가는 쿠로오의 발 아래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아서 켄마가 쿠로오를 볼 때면 다른 세계를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쿠로.”

 

켄마는 쿠로오를 빤히 쳐다보다가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웬 정장이야?”

 

그제야 쿠로오는 자신의 차림을 내려다보았다.

 

빨간색과 검은색을 기조로 하여 셔츠, 조끼, 구두에 망토까지.

 

평소에 입던 것이 가벼운 차림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오늘은 유별나다.

 

, 이거.”

 

쿠로오는 발을 들었다가 구두의 앞굽으로 바닥을 찍었다.

 

따악-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따다닥, , 가벼운 스텝을 밟고 쿠로오는 뽐내는 듯이 과장스레 인사를 했다.

 

내려가서 알려 줄게.”

 

저 미소만 아니었다면 우아하게 한 팔을 들어올렸다고 할 텐데.

 

저 미소가 우아하게라는 단어를 우아한 척으로 바꾸어버린다.

 

다소 악질적으로 본다면 비꼬듯이라는 단어까지 붙어서.

 

쿠로를 따라 내려간 가장 아래층은 홀이다.

 

넓기는 했지만 복도만큼이나 낡았고, 방을 밝히는 것이 겨우 촛불 하나라는 것 때문에 그 이상으로 어두운 홀.

 

가뜩이나 밤이라 어두운데 창문에는 두터운 커튼을 쳤고 작은 틈까지 막아 바깥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싸맨 것 같다.

 

꼭꼭 숨어버린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모인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외출용 옷을 입고 있었지만.

 

“...뭐야?”

 

가끔 이러고 놀거든여.”

 

키가 큰 탓에 리에프의 망토는 배로 길고 넓었다.

 

탱고는 출 줄 알아?”

 

“...아니.”

 

괜찮아. 탱고를 추는 게 목적은 아니니까.”

 

야쿠와 이야기하는데 어깨에 쿠로오의 손이 얹혔다.

 

한 번 해 보면 알게 될 거야.”

 

자아 레디.

 

쿠로오는 은촛대를 들었다.

 

그 신호에 맞추어 사람들은 가느다란 검은 끈을 꺼내, 기대되어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가에 두르고 꽉 묶었다.

 

나도 눈가리개를 해야 해?라고 묻기 위해 켄마는 고개를 돌렸다.

 

묶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쿠로오는 이미 검은 끈을 눈가에 매어서 웃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