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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X양슈]To.계단에서 넘어짐(님의 자캐커플)

2017. 4. 3. 03:22 | Posted by 호랑이!!!

그래, 그렇게. 잘하고 있어.”

 

생각보다 힘이 더 드니? 그럼 천천히... 괜찮아.”

 

힘이 들 때는 천천히.

 

상냥하게 속삭이는 소리는 오히려 그를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들게 한다.

 

비록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간간히 들렸지만 거기 신경이 미치기 전에 들리는 속삭임에, 양슈는 실톱을 잡은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얇은 막 같은 피부에 톱날을 대고 부드럽게 쓱 밀면 마치 갓 만든 푸딩을 자르듯 약간의 저항감이 느껴졌다가 녹아내리듯 살이 갈라진다.

 

...사실 그보다는 조금 더 저항감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잘 잘린다는 것에는 변함없지.

 

이것이 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역시 어딘가 군침이 돈다.

 

따뜻하고, 육즙이 있고, 피 때문에 짭짤할 것 같고.

 

잘라지는 날 아래의 감각으로 미루어 짐작하자면 부드럽고 연하겠지.

 

그러다 날은 석회석 덩어리 같은 뼈에 닿는다.

 

잠깐 자르기 전에, 양슈는 고개를 들었다.

 

, 떻게... 해야 해?”

 

, 다리, 머리, 몸통?

 

아니면 뼈, , , 내장?

 

, 다리, 몸통으로. 팔다리를 분리할 때 내가 주의하라고 말했던 게 있는 것 같은데?”

 

그러자 양슈는 손에 든 실톱을 내려다보았다.

 

“...관절에 날을 넣어서...”

 

그래, 보기보다 똑똑하구나.”

 

늘어진 손을 잡아당기자 테이블 위의 몸뚱어리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그 위에 새로 사람을 올리고, 스윗은 양슈의 손을 잡았다.

 

이어질 아픔을 상상하듯 움찔하자 그는 귓가에 조곤조곤하게 속삭여주었다.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 그렇지?”

 

대답 대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했던 탓에 턱 아래로 땀이 맺혀 손으로 문질렀다.

 

셔터를 내린 어두운 꽃집 안에서 빛이 나는 것은 꽃의 시체가 상하지 않게 차가운 김을 내뿜는 냉동고뿐.

 

그 희미한 빛에 비추어 안을 보자면 바닥에 생긴 웅덩이는 페인트처럼 짙은 붉은 색이고 엉망으로 흩어진 꽃은 하얗다.

 

양슈가 실톱을 대고 긋자 피가 튀었다.

 

, 살아있었나 보네.”

 

그럼 아팠을... ?”

 

괜찮을 거야. 어쨌든 이젠 아무것도 모를 테니까.”

 

하얀 꽃 위로 붉은 피가 번졌다.

 

양슈는 갓 잘라낸 머리를 들어 꽃 위로 가져갔다.

 

머리에서 떨어지는 피가 꽃을 덮었다.

 

빨갛게, 빨갛게.

 

하얀 것은 더러우니까, 다른 색으로 씻어야지.

 

피가 양슈의 몸을 타고 흘렀다.

 

 

[이글다이글] 선상에서

2017. 3. 29. 15:50 | Posted by 호랑이!!!

여기에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이야기!

 








다이무스는 배에 올랐다.

 

대개의 시간은 서류 작업이나 가상 전투를 위해 쓰다보니 출장을 다녀오는 것은 간만이다.

 

본디라면 우편으로 계약서만 보내 처리할 일인데 이렇게 사람이 움직인다는 건 역시 교통이 발달한 덕이지.

 

이 배를 타고는 3, 배에서 내려서는 자동차를 타고.

 

그 먼 거리를 겨우 일주일 남짓한 기간 안에 오고갈 수 있다니.

 

다이무스는 직원에게 표를 내밀었다.

 

헬리오스에서 오셨군요, 계단으로 올라가시면 방이 있습니다.”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서두르는 듯 한 요란한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로 짐작되는 대략적인 무게, 성격, 주로 하는 행동으로 미루어 보아서...

 

다이무스는 고개를 돌렸다.

 

검을 쓰는 사람으로서는 부적절할 정도로 긴 은발이 흐트러진, 낯익은 사람이 배로 오를 때 쓰는 계단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 ! 안녕!”

 

“...너냐, 여기까진 무슨 일이지.”

 

귀여운 동생을 만났는데 그게 다야?”

 

네가 배를 탈 일이 뭐가 있어서 그러지.”

 

그는 티켓을 검표원에게 내밀었다.

 

연합의 이글 홀든, 확인하였습니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시면 객실이 있습니다.”

 

나도 볼일 보고 돌아가는 길이거든? 형 방은 어디야아? 나 놀러가도 돼?”

 

다이무스는 이글의 티켓을 확인했다.

 

“...내 방으로 와라. 특실은 아니지만 그 방보다는 나을 거다.”

 

형 최고야!”

 

특실은 아니라고 했지만 다이무스가 받은 방은 꽤 넓었다.

 

1인실이었지만 물건들은 나름대로 여유있게 넓었고 고급스러웠다.

 

들어가자마자 이글은 무언가에 흠뻑 젖은 부츠를 벗어던지고 가방에서 편한 옷을 찾았다.

 

아직은 안 된다.”

 

, 왜애.”

 

저녁 시간이 곧이다. 파티는 아니지만 단정하지 못한 차림은 안 돼.”

 

다이무스는 이글의 짐 속에서 빗을 꺼냈다.

 

우선 그 머리부터 어떻게 하도록 하지. 머리끈은 있나?”

 

아니! 안 가져왔어!”

 

이글은 방긋 웃으며 거울 앞에 있는 의자에 털석 앉았다.

 

다이무스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뒤에 서서는 머리를 빗질해주었다.

 

급한대로 땋아 주도록 하지. 나중에 내려서는 머리끈을 마련하던가, 아니면 아예 이 머리를 잘라라.”

 

목 위에 있는 거?”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두피에 돋아난 이 털 말이다.”

 

식사 예절은 제대로 알고 있겠지, 나이프가 어떻고, 사람과의 대화가 어떻고, 마시는 것은 어떻게, 옷차림은... 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잔소리에서 귀를 닫아버린 이글은 거울을 보았다.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지만 도료를 써서 비슷하게 만들어진 흉터에, 겉만은 본체와 같은 모습.

 

거울 너머로 자신의 하얀 머리카락 사이로 투박한 손가락이 움직인다.

 

익숙하게.

 

이글은 만족스럽게 씨익 웃었다.

 

뭐가 그리 즐거운 거냐.”

 

형이랑 있는 게 좋아서!”

 

[이글다이글] 클론 이글과 이글이 만났다

2017. 3. 27. 19:10 | Posted by 호랑이!!!

황혼의 도시에도 밤은 온다.

 

유달리 어둡고, 빛이라고는 겨우 달밖에 없는 그런 밤이.

 

이상한 일을 조사하느라 시간이 늦어진 탓에 이글은 그 거리를 걷고 있었다.

 

자신을 사칭한 편지가 오질 않나, 갑자기 얼굴만 알던 사람이 아깐 왜 그랬어하고 말하지를 않나.

 

심지어는 엘리 꼬맹이가 아찌 머리 또 묶었네!’하고 알은체를 해 온다.

 

이 도시에서 수상쩍은 일을 한다면 역시 그 집단밖에 없지.

 

안타리우스, 뻔하다고.

 

그러나 목적이 뭘까? 하필 자신을 복제한 이유는?

 

걷다보니 문득 벽돌담에 엷은 빛줄기가 스쳤고 이글은 반사적으로 손을 내려 검을 꺼내 뒤돌았다.

 

아슬아슬하게, 찔러오는 검이 막혔다.

 

안녕, 원본.”

 

낯익은 얼굴에는 익숙하지도 않은 칼질로 억지로 긁어내린 것 같은 흉터가 있다.

 

이 정도는 막는군, 그래, 그래야지.”

 

이글은 검을 넣고 손을 들었다가 과장스럽게 마구 팔을 문질렀다.

 

으햐아, 목소리는 난데 벨져 형 말투잖아? 으엑 징그러! 아 소름끼쳐, 끼친다구!”

 

다른 이글은 드럼통 위에 걸터앉았다.

 

원본은 그렇게 행동하는군. 좋아, 다음번에는 그렇게 굴어 보지. 좀 더 답게.”

 

그래서, 나한테는 무슨 볼일인데? 도플갱어를 보면 죽는다더니, 진짜의 자리를 놓고 죽고 죽이고 싶은 거야?”

 

아직은 아냐.”

 

아까 그건 인사, 인사.

 

차갑고 느릿한 목소리로, 그 이글은 다리를 느릿하게 흔들었다.

 

난 겨우 4개월이란 말이야,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지.”

 

그래서, 나는 궁금해.

 

왜 너의 가장 큰 관계는 블레이드... ‘큰형인지.

 

무슨 소리야?”

 

인간에게 커다란 관계란 가족과 애인이 주라고 하던데, 어째서 너는 그 커다란 관계를 한 사람에게 쏟아붓고 있는 거야?”

 

계란은 한 바구니에 쌓지 말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이상하다고.

 

어째서 둘 사이에는 그렇게 강한 믿음이 있고, 이해라는 것이 있고, 기타등등 많은 것이 있는 거지?

 

이게 사랑이야?”

보통 연인 간에는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나?”

그럼 는 그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어? 그 사람에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지?”

 

이글은 그 이글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는 것을 보았다.

 

붉은 장식 술, 낯익은 크기와 모양, 보는 것만으로도 무게를 알 것 같은.

 

공기의 긴장이 팽팽해진다.

 

피부에 닿는 감각이 예리해지고 시선이 따끔거리며 닿는 것이 느껴졌기에 다른 이글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희미한 달빛에 비쳐, 이글의 동공이 커지는 것이 보였다.

 

“...네가 형과 나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어?”

 

, 기분 좋은 반응.

 

다른 이글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형이니까.”

 

이글의 검이 발사되듯 뻗어나갔다.

 

다른 이글은 재빠르게 드럼통을 걷어차고 자리를 피했다.

 

“...웃기지 마, 이 빌어먹을 호문클로스.”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글은 한 단어씩 씹어 뱉었다.

 

난 그저 호기심이 많을 뿐이야. 모든 것이 궁금한 아기라니까.”

 

아기, 4개월짜리 아기라구.

 

그 이글은 낄낄 웃었다.

 

그러니까, 좀 빌려갈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알고 싶다구.

 

어째서 그 사람은 내 편지를 받고도 나오지 않았는지.

 

어째서 그 사람만이 단번에 나와 그를 알아보았는지.

 

어째서 그 사람에게 그렇게 짙은 관계를 느끼는지.

 

아아, 그 사람이 아니구나. -”

 

칼이 이글이 있던 곳의 뒤편 벽에 박혔다.

 

내 형이야. 이 살덩어리 자식이-”

 

뒤로 물러선 이글의 은발이 어둠 속으로 사그라들었다.

 

이젠 내 거야

 

 

[1차 bl] 오빠랑 친구랑

2017. 3. 24. 14:48 | Posted by 호랑이!!!

※ 환상의 동물이 있습니다






오빠, 일어나.”

 

작은 손이 단잠을 자던 우진을 흔들었다.

 

우진은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는 머리맡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았다.

 

12, 아직 조금만 더 자고 싶은데 벌써 이 시간이라니.

 

집에 오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오고 가는 시간이 길어 과제할 시간을 빼앗긴 탓에 잠이 들었던 시각이 6시다.

 

6시간이나 잤는데도 아직 졸리다니, 우진은 하품을 했다.

 

... ....?”

 

배고파. 그리고 친구 왔어.”

 

친구... 누구?”

 

우연은 다시금 잠에 빠져들려 하는 오빠를 흔들었다.

 

홍영이 왔어, 일어나아.”

 

일어났어, 일어났어.”

 

눈을 비비고, 우진은 자기보다 한참이나 작은 동생의 어깨에 푹 기댔다.

 

“...뭐 먹고... , 흐아아암...”

 

쿠키하고, 전에 오빠가 만들어줬던 케이크하고, 점심으로 스파게티 해줘.”

 

-...”

 

우진은 다시 눈을 비비고 비척비척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홍영이랑 아직도 친하구나.

 

홍영이는 그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는 여동생 우연이의... 흔히 말하는 소꿉 친구다.

 

사귄 기간은 유치원 부터니까... 얼추 십 년쯤 되었나.

 

마지막으로 본 건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있었던 동생 생일파티에서였다.

 

중학생이었던 녀석은 쪼끄매서, 아직도 아기 티가 났었지.

 

우진은 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부엌으로 갔다.

 

카운터에서 식탁까지 재료를 늘어놓고 달그락 달그락 준비를 하고 있자니 동생 방 안에서 재잘거리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린다.

 

귀엽구먼.

 

저 나잇대의 나는 다 큰 것 같았는데, 애들 보면 아직도 아기 같다니까.

 

우진은 티라미수틀과 쿠키 반죽을 냉장고에 넣으며 내심 웃었다.

 

크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나자 우진은 동생의 방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헤이, 나 들어간다?”

 

똑똑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와-”하는 웃음 섞인 소리가 난다.

 

문을 열자 상 위에 문제집을 펼쳐놓고 홍영이와 우연이가 키득거리고 있었다.

 

밥 다 됐어, 나와.”

 

-.” “-.”

 

나와서 수저 놓고.”

 

-.” “네에-.”

 

나란히 대답하는 모습이 병아리같다.

 

내 동생 귀여워, 둘 다 귀여워,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있는데.

 

어라, 뭔가 달라졌다.

 

문 쪽에 우진이 서 있었던 탓에 그 쪽으로 홍영이 다가왔는데.

 

세상에.

 

홍영이 키 엄-청 컸다. 저번에 봤을 때보다 1미터는 더 큰 거 아냐?”

 

그만큼은... 아니예요.”

 

오오, 목소리도 이제 낮아졌네. 세상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요만-해서 우연이하고 아장아장 걸어다녔는데, 세상에.”

 

나 아장아장 걸은 적 없거든.”

 

할아버지 같다며 우연이 웃었다.

 

몇 번 스쳐지나가며 보았을 뿐인데 그때마다 부쩍부쩍 자라더니, 아이들은 참 빨리 큰다.

 

우진은 우연이와 홍영이의 그릇에 스파게티를 듬뿍 덜어서 예쁘게 반숙한 계란 프라이까지 하나씩 얹어 주었다.

 

그릇에 수북하게 쌓인 스파게티는 많나?’싶을 정도였지만 한창 자랄때인 두 아이는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맛있어?”

 

! 잘먹었습니다.” “잘먹었습니다.”

 

만들어준 걸 이렇게나 잘 먹으면 역시 뿌듯해진다.

 

우진은 활짝 웃었다.

 

역시 자랄 때라 그런가 잘 먹네. 냉장고에 케이크 만들어놨는데 먹을래?”

 

, 난 조금만. 너도 먹을 거지?”

 

,, ... !”

 

! 하고 대답하는 목소리에 기분 탓인가 삐약삐약 소리가 같이 들리는 것 같다.

 

케이크 그릇과 포크를 가져다주고 주스를 조금씩 마시던 우진은 테이블에 턱을 괴었다.

 

다음번에 보면 나보다 커져 있는 거 아냐, 홍영이 너?”

 

그럴 겁니다.”

 

이야아, 기대되네. 요만하던 애가 나보다 커진다니.”

 

홍영이의 손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잊어 주세요. 곧 민증도 나오고! 1년 쯤 있으면 성인이니까...!”

 

1년이 아니고 2년이겠지, 올해를 빼먹었잖아.

 

우진은 주스 컵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조금만 더 잘래, 설거지 좀-.”

 

에엥 싫어, 요리하고 나면 설거지거리 많단 말이야.”

 

- 하고 대답한 것은 홍영이었다.

 

착하다 착해, 설거지도 할 줄 알고 다 컸네 다 컸어.

 

우진은 홍영이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듯이 두드려주고는 방으로 갔다.

 

[티엔하랑마틴] 그냥 차를 마실 뿐인 글

2017. 3. 18. 02:19 | Posted by 호랑이!!!

이하랑의 수련이 끝나고 마틴은 티타임이라며 하랑을 데리고 티타임 장소로 갔다.

 

자리에 모인 것은 브루스, 마틴, 하랑.

 

거기까지라면 그야말로 평화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데.

 

한사람이 더 있다.

 

티엔 정.

 

마틴은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가 브루스가 돌아보자 활짝 웃었다.

 

가는 길에 티엔 정이 있기에 불러봤네.”

 

그렇...군요.”

 

웃고 있지만 전혀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마틴이 내놓은 것은 디저트였다.

 

티타임이라더니 아이스크림을 꺼내왔군.”

 

하랑 입맛에 맞을만한 것 위주로 가져와 보았죠. 차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했으니까요.”

 

티엔 정은 몰랐겠지만.

 

마틴은 굳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하랑은 준비된 자리에 앉아 먼저 동글동글한 과자를 집어 들었다.

 

접시에는 색색깔 다양한 과자가 있었고 어딘가 단 향이 났다.

 

그거 맛있어요. 제대로 만드는 가게가 적어서 요 며칠 찾아다녔는데-”

 

과연, 그래서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우곤 한 거군.”

 

하랑의 백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기분 탓인가, 뱀의 한숨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처음에는 마틴과 티엔이 다정한 대화를 할 적마다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는 했던 하랑의 붉은 강아지들은, 이제는 둘이 대화를 어떻게 하건 아랑곳 않고 자기 꼬리를 쫓아 빙글빙글 돌곤 한다.

 

그리고 개들만큼이나 저 둘에게 익숙해진 하랑은 저 다정한 둘의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걸러내며 과자를 한 입 물었다.

 

딱딱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맨 위의 얇은 껍질 뿐.

 

조금 더 힘을 주면 쫀득한 과자가 늘어지는 것 같은 식감으로 떨어진다.

 

남은 부분을 한 입에 털어넣고 이번에는 다른 색 과자를 들어서 둘로 나누었는데 크림이 묻은 쪽과 묻지 않은 쪽으로 나뉘었다.

 

조심조심, 이로 크림을 긁어내는데 차가 한 잔 턱 내밀어진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나더니 한잔이 더 내밀어진다.

 

차를 양 손에 들고 마시라는 건가? 마카롱이랑 같이 들고? 나 손 두 개밖에 없는데?

 

과자 한쪽에 이를 박은 채 고개를 들었더니 티엔과 마틴이 차 한 잔씩을 내밀고 있었다.

 

이하랑은 진한 맛 차를 좋아한다.”

 

과자 맛이 진하니까 굳이 차까지 맛이 진할 필요는 없다구요.”

 

그럼 우유라도 부으면 되지.”

 

어떻게 차에 우유를 부을 수가 있어요, 이 야만인!”

 

그럼 차에 우유를 붓지 어디에 우유를 부어?

 

양반이 요상한 소리를 하네, 라는 표정인 하랑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마틴은 새 찻잔을 꺼냈다.

 

하랑, 잘 봐요. 이렇게 마시면 더 맛있어진답니다.”

 

찻잔에 우유를 따르고 거기에 차를 붓자 연한 꽃빛으로 차 안이 물든다.

 

거기에 마틴은 각설탕을 두어 개 떨어뜨려 주었다.

 

달고 맛있어 보이는구만!

 

하랑은 덥썩! 마틴이 내민 잔을 받았다가 눈을 마주쳐 버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어두운 구렁텅이로 떨어질 것 같은 눈.

 

그러니까, 텅 빈 눈으로 이쪽을 보는 티엔의 눈 말이다.

 

“..., 맛을 비교해보고 싶으니까 이것도.”

 

그렇게 받아가자 눈에 파앗- 생기가 돈다.

 

하랑은 참 착하네요. 굳이 티엔을 배려해서 마셔주지 않아도 될 텐데.”

 

지금 시비라도 거는 건가? 헛수고다.”

 

아까까지 시커먼 구렁텅이 같던 눈을 한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어느샌가 의기양양해져서는 마틴 쪽으로 미소까지 지어 보인다! 여유롭게!

 

그러고 어느샌가 다시 싸울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도무지 둘을 붙여 놓을 수가 없어, 정말이지.

 

어쨌거나 어른스러운 내가 중재를 해야지 어쩌겠어.

 

하랑은 브루스에게 말을 걸었다.

 

어르신은 어느 쪽이 좋수? 차에 우유를 탄 것, 우유에 차를 탄 것.”

 

브루스는 벌컥벌컥 마시고 있던 커다란 잔을 텅, 내려놓았다.

 

어지간한 어른 머리통만해서는 잘못 맞았다가는 골로 갈 것 같이 생겼다.

 

손등으로 입가를 문질러 닦은 브루스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에는 설탕이다.”

 

 

[커미션 13] 벨져

2017. 2. 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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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그의 벙커에 있었다. 익숙한 안락의자는 몸을 틀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요란했고 중고품을 주워모은 모니터는 이따끔 꺼지거나 노이즈로 가득차고는 했다. 때로 델신이 새 걸로 갖다줄까?’하고 물어보고는 했으나 유진은 아직 고개를 저었다.

 

[유진, 지금 시간 있어?]

 

헤드셋에서 델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개를 뒤로 젖혀 천국의 지옥불 플레이 영상을 보던 유진은 부리나케 바른 자세로 앉으며 헤드셋을 귀에 꾹 눌렀다.

 

, 있어.”

 

[--구역에 있는데 근처에 뭐 보여?]

 

달그락거리는 키보드를 눌러 게임 영상 대신 cctv 화면으로 전환하며 유진은 마우스를 돌렸다. 델신은 이 세계에서 자신을 구해주려고 하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명령을 하더라도 들어줄 수 있을 텐데, 언제나 정중하게(어쩌면 그렇게 정중하지는 않겠지만, 나름대로는) 이야기했다. 때문에 유진은 델신이 자신에게 부탁하는 이 때가 좋았다.

 

그 앞골목, 왼쪽으로 틀면 두 명. 둘 다 능력자고 50m 반경 안에 지원 차량이 한 대 있어.”

 

[지원사격으로 한 번에 보내줄래?]

 

그 정도야.

 

그에게 가장 가까운 거리에 모니터가... 있다. 커다란 모니터를 찾고, 상호를 찾아 건물을 해킹하고, 그 모니터에 천국의 지옥불 영상을 송신한 다음 악마를 소환하면...

 

델신.”

 

[? 뭐야?]

 

내가 갈까?”

 

슬슬 델신이 올 시기였으니까. 이번만은 이쪽에서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런 생각으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모니터 너머에서 델신의 입술이 움직였다.

 

[됐어, 이따 내가 갈게]

 

됐어, 이따 내가 갈게. 입술을 삐죽거리며 흉내를 내고 유진은 천사와 악마 친구들을 델신 쪽으로 보내는 데 집중했다. 이내 지원 차량은 폭발했고 두어 번 시간을 두고 터진 차량은 검은 연기를 쏟아내며 그 자리에 멈추었다. 차 문이 반동으로 떨어져 나갔고... 유진은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더 숙였다.

 

“...하나, , ... 넷다섯...”

 

이상하다, 이런 차에는 보통 여섯 명이 타야 하는데. 나머지 한 명은 어디에 있지?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있자니 다섯 명의 것 외에 팔다리가 후둑 굴러떨어졌다.

 

좋아, 다 있어.”

 

처음에는 타버린 손가락 하나도 보기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차도 박살내고 악당도 무찌르고 팔다리도 잘 볼 수 있게 되었다. 유진은 스스로의 발전에 뿌듯해하며 다시 헤드셋을 귀에 꾹 눌렀다.

 

여보세요 델신?”

 

[차는 부쉈어?]

 

깔끔하게.”

 

시체도 길바닥에 나뒹굴지 않고 차는 움직일 수 없게 박살. 아주 깔끔하지. 유진은 마우스 커서를 아래로 내려 천국의 지옥불 BGM을 재생했다.

 

델신 있잖아, 오늘 올 때 말이야.”

 

아까 지원차량을 파괴할 때 BGM을 틀어놓을걸. 그러면 천국의 지옥불에 차가 생긴 것처럼 보였을 텐데.

 

다음번에는 BGM을 틀어두고 기타 소리에 맞춰서 사람을 하나씩 날려 볼까. 유진은 모니터로 델신이 콘크리트 능력자 둘을 메다꽂는 것을 지켜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모니터 가져다줘. 큰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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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붉은 꽃 02

2017. 1. 24. 23:10 | Posted by 호랑이!!!

 

한스 델러웨이는 별을 보고 있었다.

 

하늘에 매달린 신의 피조물 중에서도 가장 자비롭다.

 

태양은 너무나 눈이 아파 볼 수 없으며 달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으니.

 

그렇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은 별밖에 없다.

 

오늘은 유달리 별이 많이 뜬 밤이라 감사하며 창틀에 턱을 괴고 별을 보는데 옆에 슬금슬금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사랑의 요정이니 뭐니 지껄였던 악마.

 

"...시온?"

 

"안녕하신가,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중인가?"

 

"그렇지. 너라는 악마는 이렇게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지?"

 

그러자 시온은 그 앞, 허공에 떠서 하늘을 천천히 가리켰다.

 

"별로 짠 그물을 밤하늘에 펼쳐 고귀한 영혼을 거둘 생각을 하지."

 

"뱀의 혀로군."

 

창에서 새어나오는 난로의 불빛, 배경으로는 수많은 별들과 달이 아름답게 빛나는 밤하늘.

 

그것들에 둘러싸인 시온을 보며, 한스는 문득 시온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자신의 생각에 놀라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채찍을 찾았다.

 

"...주여..."

 

잠시나마 사특한 혀에 마음을 빼앗길 뻔 했다.

 

철썩 소리가 나도록 스스로의 등을 내리치니 악마는 놀라 손에서 채찍을 앗는다.

 

이게 무슨 짓인가!”

 

나는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주의 이름으로(Christo)!”

 

신의 이름에 몸을 움찔했지만 시온은 한스 델러웨이를 꼭 끌어안았다.

 

당신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벗어나려 발버둥쳐도 벗어나지지 않는다.

 

그가 몸부림칠수록 시온의 안은 팔에는 힘이 더 들어갔다.

 

자네 같은 악마와 이야기하면 내 영혼이 병들 것이야!”

 

“...그럼 이야기하지 말게나.”

 

뻔히 대화를 시켜 놓고는 이제 와서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한스 델려웨이는 악마의 손에 들린 채찍에 손을 뻗었다.

 

시온은 채찍을 더 뒤로 밀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불가하네.”

 

정결하지 못한 악마 따위가 내 몸에 손대지 말아!”

 

어쩔 수 없지.

 

시온의 손이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채찍은 시온의 손에 들려 있었고 한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떨까.”

 

나는 지금 내 앞에서 자네가 사라진다면 차분해질 수 있을 것 같네.”

 

짧은 한숨이 시온의 입술 새로 흘러나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입술은 금세 모양 좋게 올라붙었고 시온의 손 안에서 끝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 채찍은 한 바퀴 춤을 추다 이내 사라졌다.

 

마을에 내려가 본 적 없는데. 함께 구경을 가지 않겠나?”

 

그런 데 쓸 시간은 없다.”

 

같이 가는 것이 좋을 걸세, 그렇지 않으면 나는 악마라는 이름에 걸맞게 나쁜 짓을 할 테니까.”

 

만약 이 말이 의심스럽다면 오지 않아도 좋아.

 

그런 말에도 불구하고 한스는 여전히 강직한 표정으로 시온을 노려보고 있다.

 

시온은 품에서 은으로 만든 회중시계를 꺼냈다.

 

시계 정도는 볼 수 있나?”

 

“...”

 

짧은 바늘이 I, 긴 바늘이 XII를 가리킬 때 광장에서 만나도록 하지.”

 

유리판을 한스가 볼 수 있도록 그의 손 위에 얹고, 시온은 손가락으로 짧은 바늘과 긴 바늘과 숫자판을 가리켰다.

 

기다리게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네.”

 

하얗고, 가느다랗고, 길쭉한 시온의 손이 회중시계의 뚜껑에 얹혀 느리게 한스의 손을 향해 내려갔다.

 

마치 손깍지를 낀 것처럼 가까워진 그 찰나, 시온은 어딘가로 빨려들 듯 사라졌다.

 

한스 델러웨이의 손바닥 위에 얹힌 은시계만을 남기고.




[청의 엑소시스트/린총수] 전에 쓰다가 말았던 거

2017. 1. 20. 17:25 | Posted by 호랑이!!!

어느 날 유키오는 밥을 먹다말고 인상을 찌푸리는 린을 보았다.

, 왜 그래?”

못 먹겠어.”

린은 퉤퉤거리며 침대로 올라가 누웠다.

 

 

 

어느 날 유키오는 간식을 잔뜩 만들어놓고 자신은 손도 대지 않는 린을 보았다.

, 왜 그래?”

요즘 살이 쪄서.”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유키오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배에.”

? 유키오는 한쪽 손을 린의 배에 얹었다.

그리고 손 아래에서 전해오는 떨림.

. 형이 복화술을 배웠나 보네!

아니, 배 근육운동을 많이 한 건가?

하하, 나도 참.

유키오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애써 무시했다. 하려 했다.

“...우엑!”

으아아아!!!!!!!!!!”

...그래, 린이 헛구역질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유키오는 숨을 몰아쉬는 린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어대었다.

누가 내 형수님이야!!!!!!!!”

, 정황상으로는 형수라기보다는 자형이지만.

 

 

 

메피스토 펠레스. 정십자 유일의 순수혈통 악마.

그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이사장실의 의자에 앉아 고급스러운 찻잔에 담긴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커튼 사이로 따뜻하게 내리쬐는 해, 게헤나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하늘.

살짝 열어둔 창으로 새어들어오는 바람과 달콤한 쿠키의 향기.

차 한 모금을 입에 물고 말 안 듣는 동생, 아마이몬이 이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는데 문이 덜컥 열렸다.

무슨일이냐 아마... 아니. 무슨 일이지요?”

문 밖에 서 있는 것은 자신의 막내동생 오쿠무라 린. 전혀 뜻밖의 사람에 치밀어오르던 짜증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왜 왔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린의 뒤에서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며 다가오는 유키오에 그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유키오 선...?”

범인을 색출해 주십시오.”

범인이라니?”

으득. 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설마 이 성실하고 얌전, 순한 유키오 선생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메피스토는 유키오의 손에 양 어깨를 잡혔다.

, 아야야...”

내 형과 교미한 잡놈을 잡아 달라고!!!”

 

 

==

 

 

뭐가 어쩌고 어째?

전혀 뜻밖의 단어 나열에 메피스토 그는 입을 딱 벌렸다.

“...그보다, 하필 입니까.”

“...분명히 상대는 남자입니다.”

린이 어깨를 두드리자 가까스로 진정한 유키오가 한 마디 했다.

뭐 그런 거 가지고.”

별 일 아니라는 듯 메피스토는 하, 짧게 숨을 내뱉고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동성애를 터부시하는 것은 너희 인간 뿐입니다. 게헤나에서는 물론 정십자 안에서도 종종 동성애자인 여성 기사나 남성 기사가 나오곤 하지요. 일전에 보았던 모 엔젤 군도 미소년과 밀회한다는 소문이...”

형이 그 상대자를 깔았다면 모를까, 깔렸다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

그 유키오의 입에서 저속한 용어라니.

다소간의 신선함을 느끼며 그는 린에게 말을 걸었다.

유키오 선생님에게 섹스 장면이라도 들킨 겁니까? 꽤 이것저것 알고 있네요.”

“...그게 말이지... 충격 먹지 말고 들어봐.”

이번에는 드물게 린이 설명이라는 것을 하려 한다?!

이 이상의 충격이 있겠느냐고 안일하게 생각하던 메피스토는, 이어지는 말에. 격하게. 홍차를 오랄 분사했다.

나 임신했어.”

푸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