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제정신이 아닌 지금 상태로도 알 수 있을 만큼 얇은 저 천 너머에 사람이 앉아있다.
오른편에 하나, 둘, 그리고 이 편에도 하나, 둘... 셋?
최소한 네 명.
판판한 바닥이 흔들리고 배 바깥에서는 파도가 친다.
역시 여기에서 죽는건가.
몸이 이만큼 상했으니 장기도 못 판다는 사채업자 말이 생각났다.
이대로 수장될 거라면 정신이나 계속 잃고 있을 것이지 괜히 이 몸은 생존욕만 높아서.
장군이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회장니임, 나한테 이래도 돼?”
그 구체적인 씹새끼는 실패했나? 하긴 실패했으니까 내가 여기 이러고 있겠지. 여차하면 돈 다 돌려주고 튀어야 하나?
이 모습을 그 형사가 봤으면 ‘너 또 머리 굴리지?’...왜 뜬금없이 얼굴이 생각나고 있어.
“나 아니면 그 돈 못 찾을 텐데?”
“네가 내 브레인이기는 한데, 너만한 애는 한국에, 아니, 이 지구에 널렸어. 여기서 한 5퍼센트 떼 줄테니까 찾아달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아?”
장군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 찾아?”
“날 뭐에 매달아서 빠뜨리려나~? 하고.”
“내가 너한테 뭘 어쩐다던?”
물론 어쩌기는 하겠지만.
진현필이 웃었다.
“우리 장군이가 아직 나를 잘 몰라. 이 회장님 막 섭섭할려구 그래.”
어디 보자, 라며 진현필은 손을 뻗었다.
“독약 먹여놓고 할 소리야? 어유 나 막 무서워지려고 그러네, 이렇게 회장님이 싸이코패스였나 싶구.”
“뭐? 독약?”
무슨 독약?하고 물어보던 진현필은 이내 박장대소했다.
장군이는 귀가 먹먹하도록 울리는 웃음소리에 인상을 찡그렸다.
빌어먹을, 감각이 제멋대로야.
손으로 바닥을 내리치면서 알았는데 아프다던가, 나쁜 감각이 없다.
파도에 배가 흔들리는 것 같은 중립적인 감각은, 심지어 저 요란한 소리까지도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기분 좋은 쪽으로.
아 젠장, 무슨 반짝이가 떨어지고 하늘이 무지갯빛인 요정 나라냐고.
“돈도 돈인데 말이야, 나한테는 네가 차-암 중요하거든.”
웃음을 그친 진현필이 무언가를 들었다.
어두운 안에서도 차갑게 빛을 내는 것은 장군이가 걸치고 있던 옷가지를 조각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래도 내 옆에 있을 앤데, 이런 거 입고 다니면 내 가오가 안 살지. 나중에 배 내리면 우리 옷이나 사러 가자?”
그말인즉 살려놓고, 옷 입히고, 어딘가에 쓸 데가 있으니 살려놓겠다는 말로 들렸다.
그러나 그 말에 기뻐하고 안심하기에는 몸이 여전히 이상하다.
겨우 바닷바람 한 줄기가 얇은 커튼 아래로 불어와서 몸에 부딪혔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이상하다고밖에 하지 못할 것 같이.
허벅지를 핥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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