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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토마] 마녀AU로 전에 쓰던거 발견

2016. 12. 2. 19:05 | Posted by 호랑이!!!

intro

마녀의 이동 도구는 기본적으로 가사일에 도움이 되는도구이다. 악마와 거래하는 것이 예로부터 여자로 한정되었고, 옛날에는 사람이 몸을 실을만한 가사도구가 청소용구인 빗자루(때로 흰염소, 솥단지)였기 때문에 아직도 이동수단은 청소용구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빗자루를 잘 쓰지 않으니까 모임에 참가하여 확인해도 진공청소기 투성이다. 가끔 로봇 청소기도 보이기는 하지만 타기 힘들기 때문에 위험한 것을 좋아하는 젊은 마녀들 사이에서 익스트림 스포츠 대용인 것 같다.

이렇듯, 마녀들도 현대 사회에 발맞추어 변화하는데, 이는 이동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몇백년 전까지는 십대 초반에 독립하고는 했지만 현대에는 성인이 되면서 독립하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Prol

 

토마스 스티븐슨의 특기 분야는 내지는 얼음마법이다.

 

본디 마녀의 독립은 마녀의 특기 분야로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인데 이래서야 큰일이다.

 

요즘은 누구라도 쉽게 얼음을 구할 수 있고 인공눈까지도 만들고 있으니까.

 

인건비와 기계의 비용을 비교해도 자신이 더 싸다고는 할 수 없을뿐더러 기계 대신 써달라고 말하기에도 영 마뜩찮다.

 

자신이 내리는 눈으로 사람들이 기뻐해주는 것이야 좋지만 영 충족감이 생기지 않으니까.

 

물론 따질 입장은 아니지만.

 

, 토마스!”

 

익숙한 목소리다 했더니 같은 동아리 선배인 이글 홀든이었다.

 

이글은 척척 다가와 토마스의 어깨에 스스럼없이 팔을 걸쳤다.

 

너 방 남냐?”

 

?”

 

, 그동안 큰형이랑 살고 있었는데 말이지. 형이 자꾸 구박하잖아! 확 나와버리려고.”

 

네에?!”

 

그런 이유로 집을 나온단 말이야?

 

토마스는 입을 딱 벌렸다.

 

그래서, 방 없어? 컴퓨터랑 TV만 있으면 만족할 수 있는데. 일주일만... 아니, 사흘도 좋으니까 재워줘!”

 

제 방이라도 좋다면야...”

 

토마스는 수락했다.

 

그리고 토마스의 방에 들어와서 이글은 필터 없는 감상을 첫 마디로 삼았다.

 

폐가?”

 

무슨 말이예요! 이래봬도 제가 2년째 살고 있는 방이라구요.”

 

춥고, 좁고, 어둡다.

 

듣자하니 부엌의 스토브도 영 시원찮은 모양인데, 지금까지 자신이 살던 방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객관적으로 이 집은 못 살 집이다.

 

야아아옹

 

이글은 고양이 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눈동자에 검은자위가 없는 듯한 검은 고양이가 그들을 보고 있었다.

 

안녕, 피터. 집 잘 보고 있었어?”

 

토마스가 손을 내밀자 고양이는 코를 살짝 가져다 대어 코인사를 하고는 이글 쪽으로 다가갔다.

 

피터, 그 쪽은 이글 선배야. 몇 번 얘기했지? 선배, 그 쪽은 피터예요.”

 

안녕 야옹아~”

 

피터를 두어번 쓰다듬어 주고 이글은 핸드폰을 꺼냈다.

 

여보세요, ? 내가 저번에 얘기했던... 아니, 걔 말고. 토마스 스티븐슨. , . 걔네 집에 와 봤는데 집이 끝내주는 폐가거든?”

 

여기까지만 해도 토마스는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했고, 당장 항의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형아, 얘랑 살아.”

 

이글 선배!?”

 

그런 걸 맘대로 정하면 어떡해요!

 

토마스가 외쳤지만 이글은 태평하게 그 형이라는 사람과 통화를 마치고서야 느긋하게 전화기를 귀에서 뗐다.

 

형이 너 만나보자는데?”

 

, 생각해봐.

 

형이 사는 저쪽 동네는 네가 다니는 단과대학과도 가깝고, 집 근처에 장보기 좋은 마트도 하나 있어. 방은 넓고 깨끗하고 동네 치안도 좋고, 관리도 잘 해준다고? 그야 여기보단 비싸지만, 둘이서 나눠 내는 거잖아. 지금 내는 거랑 크게 차이나지 않을 거야...

 

...에 기초한 이글의 설득에, 토마스는 자기도 모르게 만나는 보겠다고 해 버렸다.

 

토마스의 대답을 듣자 이글은 만족했다는 듯 욕실로 들어갔고, 요란스레 씻기 시작했다.

 

어쩔 생각이야?’

 

피터가 토마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꼬리는 책상 아래로 늘어졌고, 불쾌하다는 듯 탁탁 서랍을 쳤다.

 

뭐가?”

 

룸메이트를 구한다니, 말도 안 돼

 

그것도 나 외에.

 

피터는 책상을 꼬리로 찰싹 때렸다.

 

진짜 할 생각이야?’

 

일단 나쁜 얘기는 아니잖아.”

 

피터는 불만스럽다는 듯 낮게 우우- 소리를 냈다.

 

토마스는 무어라 하려다 이글이 수건 한 장만 걸치고 나오자 드라이어를 찾아 내밀었다.

 

다음날은 마침 토요일이었고 이글은 일어나기 싫다고 중얼거리면서 이불에 돌돌 말려 있었다.

 

토요일인걸요, 더 주무세요.”

 

여느 때와 같은 시각에 일어난 토마스는 피터 밥을 챙긴다, 고양이 화장실을 치운지 오래였고 분주하게 움직인 다음에는 공부를 하기 위해 수업 교재를 펼쳤다.

 

안돼, 벌써 열한 시 반인걸.”

 

그렇네요.”

 

벌써 점심때구나.

 

꼭 일어나야 하는 것처럼 말하더니 이글은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형이 열두시에 나 데리러 오겠다고 했어.”

 

그걸 왜 지금 말해요!”

 

토마스는 창문을 활짝 열고는 원래도 아무것도 없던 방안을 청소하겠다며 청소기를 들었다.

 

“...그런데 선배, 선배네 형이라는 분은 어떤 분이예요?”

 

너랑 살기에는 나쁘지 않을 거야.”

 

잔소리를 빼면 조용한 편인데 형이 너한테 잔소리를 할 리도 없고. 배려심? 있는 편이지. 책임감도 강하고...

 

무엇보다! 맨날 야근하니까 술 마시고 놀다가 느지막느지막 들어와도 돼! 말이 룸메이트지 주말에나 만나는 주말부부나 다름없다고~”

 

나름 객관적인 정보니까 믿어도 돼!라며 이글은 팽개쳐둔 옷을 입었다.

 

오른쪽 양말까지 다 신은 순간,

 

현관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 누구세요-”

 

문을 열자, 거기에는 더없이 이글과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은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 서 있었다.

 

이글이 여기 있다 들었다만.”

 

형아~ 나 보고 싶었어?”

 

하나도 안 닮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닮았지만 안 닮았다!

 

이글이 토마스의 어깨를 누르며 고개를 내밀었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 않았고, 이글은 그게 또 익숙하다는 듯 소개를 시작해서 토마스를 당황시켰다.

 

토마스, 이 쪽은 우리 잔소리쟁이에 구박쟁이 다이무스 형이야. 절대 안 웃어.”

 

내가 잔소리를 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이글.”

 

이글은 못 들은체 하고 토마스의 뺨을 꾸욱 찔렀다.

 

얘는 토마스 스티븐슨. 어때, 귀엽지? 나만큼은 아니지만!”

 

목례로 인사를 마치고 그는 고양이용 간식 캔을 내밀었다.

 

고양이를 키운다기에 사 봤다. 좋아할지는 모르겠군.”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이무스 형.”

 

뭐냐.”

 

나 피자 먹고싶어.”

 

가서 먹을거냐 주문할거냐.”

 

역시 형은 상냥해.

 

양손으로 손가락 총 빵야빵야에 윙크라니, 막내는 정말 애교가 많구나.

 

토마스는 감탄했다.

 

 

[커미션 10]

2016. 11. 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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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 9] 쿠로오

2016. 11. 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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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바다와 바람 (파랑을 듣고)

2016. 10. 25. 06:06 | Posted by 호랑이!!!

발이 물 속에 빠졌다.

 

처음에 발목까지 오던 물은 어느샌가 내 다리를 휘감아 무릎까지 왔고, 조금 더 지나니 허리까지 왔다.

 

이 곳은 작은 바위조차 솟아나지 않은 바다의 한복판.

 

물 밖으로 발을 꺼내려고 했지만 바다는 나를 삼키지도, 뱉지도 않은 채 그저 물고만 있다.

 

나는 물결을 밟으려던 것을 포기하고는 그 위에 드러누웠다.

 

머리카락 아래로 거대한 바다가 넘실거리는 것이 느껴졌고, 검푸른색 바다는 하얗게 부서지는 색의 추억으로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눈앞이 하얗게만 보일 정도로 강렬하게 내리쬐던 햇빛.

 

내 무거운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강한 바람.

 

발 아래 해파리가 온갖 색으로 떠오르고 유달리 커다란 물결이 올 때마다 펄쩍 뛰어넘던 나와, 너와, 우리.

 

하늘은 끝없이 푸르고 바다도 끝없이 푸르고.

 

마치 이 세상이 우리를 중심으로 둥글게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지던 날들.

 

그 때를 생각하며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어느 물고기가 만들어낸 작은 파도를 발견하고 무심코 뛰어넘었다.

 

무심코, 이가 하얗게 드러나도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무심코, 너를 찾았다.

 

너는 이제 여기 없는데.

 

누군가 만들어낸 파도가 여러 겹 다가와 부딪혔다.

 

작은 물고기의 파도를 뛰어넘은 나의 발이 그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다시, 그 물은 나를 휘감았다.

 

.

 

복사뼈.

 

종아리.

 

이 검푸르게 넓고 깊은 바다에 내가 가라앉는다.

 

마치 끌려가듯이.

 

한 때 세상의 중심에는 우리가 있었는데.

 

나는 이제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가라앉는다.

 

 

 

 

 

 

 

 

 

내 손 옆으로 잔물결이 일었다.

 

아주 가볍고 부드러워서 알아차리지 못할 뻔한.

 

내 손 옆에 하얀 깃털이 떠 있었다.

 

잔물결이 일었다.

 

잔물결이 일었다.

 

잔물결이 또 일었다.

 

네가 아닐까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손에 하얀 깃털이 쥐였다.

 

깃털 하나.

 

깃털 둘.

 

하얀 깃털 작은 다발.

 

네가 아닐까봐, 라는 말을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검푸른 물 속에서 뛰쳐나왔다.

 

햇살이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는 가운데 우리는 바다에서 가장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이하랑] 기우제

2016. 10. 18. 18:14 | Posted by 호랑이!!!

하랑은 손을 들었다.

 

붉은 색으로 물들인 넓은 소매가 하늘 가득하게 펼쳐졌다가 땅으로 가라앉았다.

 

앞으로 펼친 병풍도 화려하고 그 앞의 제사상도 딴에는 화려하고, 귀로 들리는 소리도 꽹과리며 북이며 요란하다.

 

알록달록 물들인 천을 나풀거리는 하랑까지 그야말로 눈도 귀도 소란한 가운데 하랑의 눈빛만은 이질적으로 고요했다.

 

신령님, 신령님

 

비를 내려주십사

 

농작물이 풍족하게

 

올해 배는 곯지 않도록

 

비야 비야 내려라.

 

비야 내려라.

 

그런 소원을 뒤로하고 하랑이는 다시 손을 들어 하늘을 가렸다.

 

그 눈 아프도록 짙게 물들인 소매가 하늘을 덮었다가 다시 가라앉자 멀리서 구름 무리가 나타났다.

 

커다란 구름 무리.

 

사람들은 그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하랑의 눈에는 그 구름을 몰고 오는 이무기가 똑똑히 보였다.

 

소매가 더욱 화려하게 춤추었다.

 

돌풍이다

 

비구름을 몰고 오는 돌풍이다!”

 

그 거대한 것이 이쪽으로 빠르게 날아왔다.

 

점점 바람이 강해지더니 빗방울이 뚝 떨어졌다.

 

굵은 빗방울 하나가 땅에 닿는 것 하나를 기점으로 폭풍이라고 할 정도의 비바람이 휘몰아쳤다.

 

지지대를 세우러 가자

 

논일은 우리가 할 테니 당신들은 그저 있으소

 

사람들은 바삐 걷고 뛰었다.

 

그 가운데 하랑이는 뛰고 돌고 손을 들어 소매를 휘날렸다.

 

이 돌풍 속에서도 미동조차 없는 병풍 뒤로 거대한 호랑이가 이무기와 마주하고 있었다.

 

요란하게 꽹과리가 울었다.

 

호랑이가 이를 드러내었다.

 

바람이 일순 멎었다.

 

하랑의 손짓에 악기가 멎자 이무기가 구슬을 움키고 비가 거세게 내렸다.

 

다시, 음악소리가 커졌다.

 

 

 

 

 

 

 

 

 

비는 정확히 마을 사람들이 원하던 만큼 내렸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적당히.

 

비가 멎고 나서야 하랑이는 춤을 멈추었다.

 

비가 아닌 땀에 젖어서.

 

그리고 누군가는 지쳤다는 것이 역력한 그의 눈만은 마치 싸움이라도 한바탕 한 것처럼 흥분으로 번뜩이더라고 말하였다.

 

 

[심바스카] 책상 뒤

2016. 10. 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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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스카] 애박님 그림을 보고 연성한 글

2016. 10. 2. 05:10 | Posted by 호랑이!!!

제일 처음에 보았던 것은 아주 작은 아기 때였다.

 

제대로 눈도 못 뜨고 꼬물꼬물 배냇짓 하던 것이 바로 어제 일처럼 선명했다.

 

그 다음에는 바빠서 한참이나 얼굴을 보지 못했다가, 형님이 가족 모임에 얼굴을 비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말에 간신히 짬을 내어 왔었던 때였다.

 

그 전에는 깡깡거리는 어린 것들이 그득했었던 모임에는 이제 청년 티를 내는 아이들이 제법 어른스러운 척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알아볼 리가 만무하니 사라비라던가, 아는 얼굴 위주로 인사를 하고 잠깐 집 안으로 들어갔더니 꽤나 의기양양한 꼬마가 알짱댔었지.

 

빌어먹을.

 

스카는 책상 위를 손으로 짚으며 딱 한 마디를 씹어 삼켰다.

 

심바, 삼촌을 만났구나

 

나직하게 울리는 그 목소리가 아직까지 귀에 쟁쟁했다.

 

그 뒤로 누가 어쨌더라 저쨌더라 내가 뭘 어쨌더라 걔가 어쨌더라 하는 지루한 생각에 빠지려는 것을 억지로 끄집어낸 것은 다른 목소리였다.

 

지금 무슨 생각 해?”

 

분명 자신의 손은 책상 위를 짚고 있는데 옷의 단추가 후두두 풀려서 벗겨진다.

 

새파란 애송이 주제에, 유독 이럴 때만 눈치가 빨라서는.

 

네 생각을 좀 했다.”

 

잘생겼다는 거? 잘 컸다던가?”

 

아직은 한참 어리다는 점.”

 

스카는 뒤로 돌았다.

 

허리에 감기는 팔이 옛날에 보았던 어린아이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계속 어리게 있어주었으면 하지만

 

아마도 사라비가 매주었을 심바의 넥타이는 그와 잘 어울리는 갈색이다.

 

스카는 그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삼촌.”

 

뭐냐.”

 

능숙하게 다려둔 정장은 구겨져 있었다.

 

재주껏 물을 뿌리고 털어 편다고 해도 누군가는 알아차리겠지.

 

혀를 차면서 스카는 셔츠 단추를 잠그고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겼다.

 

넥타이 매 줘.”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넥타이를 못 매?”

 

그러면서도 스카는 손을 뻗었고, 손에는 넥타이가 잡혔다.

 

셔츠 깃을 세우게 하고 한 바퀴 휙 둘러서 넥타이를 매주는데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

 

Khan

 

있지 삼촌.”

 

스카는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지만 심바의 손이 더 빨랐다.

 

엄지손가락이 액정 위를 긋자 붉은 줄이 길게 남았다.

 

아빠가 그랬는데, 나중에 내가 이 가족 모임을 이끌게 될 거래.”

 

아무리 아닌 척 점잔을 빼지만 스카는 저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항상, 어릴 적부터 늘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짓는 표정.

 

예를 들자면 자존심 같은 것에 스크래치가 생기기 직전에 짓는 그런 것.

 

호랑이들 같은 개인주의자들하고 어울리는 것보다는 나랑 있는 쪽이 더 유익하지 않아?”

 

핸드폰 이리 주렴, 심바.”

 

삼촌.”

 

스카는 그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챘다.

 

네가 크면 다 이해하게 될 거란다.”

 

난 이미 다 컸어.”

 

.

 

부루퉁한 표정을 짓는 그 뺨을 꼬집어 흔들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이 더더욱 찡그려졌다.

 

무파사한테는 갔다고 해.”

 

저녁 때는 시간 비울 거지?”

 

일이 일찍 끝나면 생각해 보지.”

 

마지막으로 잘 빗어내린 머리카락을 마구 쓰다듬어 헝클어 놓고.

 

스카는 그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한 번 뒤돌아보고는 방에서 나갔다.

 

흡족하게.

 

 




, 나는 네게 이상함을 느끼고 있다.”

 

만나는 것을 낮밤을 가려가며 만난 적은 없었지만, 오늘 만난 것은 꽤 이상스럽다고 카스티엘이 생각했다.

 

아무리 자는 시간이 적다고 해도 나름대로 규칙적으로 살고 있으니 이 시간이면 딘은 대개 잠을 자는데.

 

그래? ?”

 

글세, 나는 지금... 네 영혼이... 매우...”

 

딘은 양 손을 얼굴 옆으로 올려서 두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악마스럽다고?”

 

저 웃음은 카스티엘에게 익숙했다.

 

딘은 자주 웃었고 저런 즐겁다는 웃음도 적잖게 보았으니까.

 

하지만.

 

딘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을 수 있나?

 

, 나는 지금 기분이 아주 좋아. 그냥 인간이었을 때보다 훨씬. .”

 

, 그것은 잘못된 거다.”

 

딘은 카스티엘의 어깨를 잡았다.

 

? 뭐가 잘못되었는데?”

 

네 영혼이...”

 

코앞에서 딘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이나 웃음으로 폐를 비워내던 딘은 숨을 헐떡이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알게 뭐야!”

 

.”

 

“‘그런 말은 옳지 않다라고 하려고? ?”

 

딘은 어깨를 꽉 쥐었다가, 카스티엘을 밀쳤다.

 

옳지 않은 일! 살라는 대로 살다가, 옳은 일을 하려다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좀 봐!”

 

딘은 아주 재미있다는 듯 다가가, 카스티엘에게 눈높이를 맞추어서 고개를 기울였다.

 

날 좀 봐.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다가, 샘을 열심히 지키려다가, 천국도 지키고 이 땅도 지키고 세계를 지키려다 어떻게 되었는지 좀 보라고. 어때? 한 인간의 영혼까지 착취한 보람이 느껴져?”

 

천국은... 우리는 그런 게-”

 

아니겠지 물론! ‘신의 말씀을 따라서 세계를 어쩌고저쩌고’”

 

카스티엘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딘이 야단스럽게 손을 팔랑거렸다.

 

내가 힘들 때 뭐 하고 있었어?

 

나 역시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했었다.

 

도울 힘이 있었음에도 모른 척 하고 있었지.

 

그럴 수 있었지만 그것은 신의 의도에 어긋난다.

 

그래서, 그게 힘든 줄 몰랐다?”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다.”

 

개소리.

 

카스티엘의 멱살이 잡혀 들렸다.

 

너는 알고 있었어!!!”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가, 이를 꽉 깨물었다가.

 

카스티엘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앞에 딘이 웃고 있었다.

 

왜 나에게 온 것인가?”

 

오다니, 내가?”

 

우리는 그냥 길 가다가 마주친거야, 라고 말하며 딘은 카스티엘을 밀쳤다.

 

이번에는 카스티엘이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

 

카스티엘은 우리라는 말이 딘과 카스티엘 만을 가리키는 줄 알았다.

 

나와 가자. 내가 도와주겠다.”

 

그래서 애써 불렀고.

 

그러나 딘은 카스티엘의 손을 잡는 대신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카스티엘은 볼 수 있었다.

 

저 뒤.

 

어둠 속.

 

언제부터 서 있었던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하나의 인영을.

 

이미 새 친구가 생겼어.”

 

익숙하다는 듯이 크라울리의 손이 딘의 허리에 감겼다.

 

파이를 안주로 술이나 진탕 마시면서 영화나 볼까?”

 

먼저 가 있어. 난 이 가엾은 천사를 위로하도록 하지.”

 

크라울리는 주저앉은 카스티엘 앞으로 다가갔다.

 

주저없이 멀어지는 발소리를 좇던 눈이 크라울리에게 향했다.

 

카인의 낙인은?”

 

매일 약간의 피로 달래고 있어, 나쁘지 않지.”

 

이것 봐, 우리 매일 이렇게 재미나게 지낸다고.

 

이 날은 작은 다람쥐가 술집에서 노래 부른 날, 이 날은 당구 친 날, 볼링도 치고...

 

너희가 지운 짐은 이제 없어.”

 

그것은 짐이 아니다.”

 

태초에 한 짐승이 신에게 불편을 말했다.

 

저희의 등에 짐이 있습니다.

 

어째서 저희는 가느다란 두 다리로 땅을 기며 무거운 짐까지 떠안아야 합니까?

 

그러자 신이 말했다.

 

그것은 짐이 아니다.

 

날개를 펴고 날아라.

 

그것은 날개다.”

 

몸보다 무거운 날개는 짐이지.”

 

그럼 이만 가 볼게, 우리 침대는 스쿼럴 혼자 쓰기는 너무 작거든.

 

크라울리가 이죽거렸다.

 

 

[커미션 7(편지)] 다나

2016. 9. 24.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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