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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스카] 애박님 그림을 보고 연성한 글

2016. 10. 2. 05:10 | Posted by 호랑이!!!

제일 처음에 보았던 것은 아주 작은 아기 때였다.

 

제대로 눈도 못 뜨고 꼬물꼬물 배냇짓 하던 것이 바로 어제 일처럼 선명했다.

 

그 다음에는 바빠서 한참이나 얼굴을 보지 못했다가, 형님이 가족 모임에 얼굴을 비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말에 간신히 짬을 내어 왔었던 때였다.

 

그 전에는 깡깡거리는 어린 것들이 그득했었던 모임에는 이제 청년 티를 내는 아이들이 제법 어른스러운 척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알아볼 리가 만무하니 사라비라던가, 아는 얼굴 위주로 인사를 하고 잠깐 집 안으로 들어갔더니 꽤나 의기양양한 꼬마가 알짱댔었지.

 

빌어먹을.

 

스카는 책상 위를 손으로 짚으며 딱 한 마디를 씹어 삼켰다.

 

심바, 삼촌을 만났구나

 

나직하게 울리는 그 목소리가 아직까지 귀에 쟁쟁했다.

 

그 뒤로 누가 어쨌더라 저쨌더라 내가 뭘 어쨌더라 걔가 어쨌더라 하는 지루한 생각에 빠지려는 것을 억지로 끄집어낸 것은 다른 목소리였다.

 

지금 무슨 생각 해?”

 

분명 자신의 손은 책상 위를 짚고 있는데 옷의 단추가 후두두 풀려서 벗겨진다.

 

새파란 애송이 주제에, 유독 이럴 때만 눈치가 빨라서는.

 

네 생각을 좀 했다.”

 

잘생겼다는 거? 잘 컸다던가?”

 

아직은 한참 어리다는 점.”

 

스카는 뒤로 돌았다.

 

허리에 감기는 팔이 옛날에 보았던 어린아이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계속 어리게 있어주었으면 하지만

 

아마도 사라비가 매주었을 심바의 넥타이는 그와 잘 어울리는 갈색이다.

 

스카는 그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삼촌.”

 

뭐냐.”

 

능숙하게 다려둔 정장은 구겨져 있었다.

 

재주껏 물을 뿌리고 털어 편다고 해도 누군가는 알아차리겠지.

 

혀를 차면서 스카는 셔츠 단추를 잠그고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겼다.

 

넥타이 매 줘.”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넥타이를 못 매?”

 

그러면서도 스카는 손을 뻗었고, 손에는 넥타이가 잡혔다.

 

셔츠 깃을 세우게 하고 한 바퀴 휙 둘러서 넥타이를 매주는데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

 

Khan

 

있지 삼촌.”

 

스카는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지만 심바의 손이 더 빨랐다.

 

엄지손가락이 액정 위를 긋자 붉은 줄이 길게 남았다.

 

아빠가 그랬는데, 나중에 내가 이 가족 모임을 이끌게 될 거래.”

 

아무리 아닌 척 점잔을 빼지만 스카는 저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항상, 어릴 적부터 늘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짓는 표정.

 

예를 들자면 자존심 같은 것에 스크래치가 생기기 직전에 짓는 그런 것.

 

호랑이들 같은 개인주의자들하고 어울리는 것보다는 나랑 있는 쪽이 더 유익하지 않아?”

 

핸드폰 이리 주렴, 심바.”

 

삼촌.”

 

스카는 그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챘다.

 

네가 크면 다 이해하게 될 거란다.”

 

난 이미 다 컸어.”

 

.

 

부루퉁한 표정을 짓는 그 뺨을 꼬집어 흔들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이 더더욱 찡그려졌다.

 

무파사한테는 갔다고 해.”

 

저녁 때는 시간 비울 거지?”

 

일이 일찍 끝나면 생각해 보지.”

 

마지막으로 잘 빗어내린 머리카락을 마구 쓰다듬어 헝클어 놓고.

 

스카는 그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한 번 뒤돌아보고는 방에서 나갔다.

 

흡족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