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호랑이!!!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마스터/재명장군] 펭귄 카피페

2017. 1. 16. 13:17 | Posted by 호랑이!!!

사무실.

 

언제나 들리던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없다 싶더니, 장군이와 경남이는 색종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빨간색, 보라색, 노란색 등으로 인쇄된 색종이는 비닐에 담겨서, 혹은 빠져나와서 책상에 널부러져 있었다.

 

뒷정리 제대로 해야 해.”

 

아이한테 말하는 것처럼 재명이 한 마디 하자 장군이는 알았다는 듯 경례를 했다.

 

아 재명씨는 며칠만에 들어와서 하는 첫마디가 잔소리야.”

 

사소한 궁금함이라도 풀려야 직성이 풀리는 젬마는 경남이와 장군이가 종이를 접는 드문드문 쳐다보는 모니터를 쪼르르 가서 보았다.

 

따라해 봅시다 : 펭귄 접기!

 

오늘은 펭귄이네?”

 

오늘? 나 없는 동안에 종이접기나 하고 있었어?”

 

김팀 모르셨구나, 얘들 그동안 공룡이랑 나비 같은 거 접고 있었어요.”

 

장군이가 모니터 너머로 고개를 쏙 내밀었다.

 

우리한테 관심이 없어 관심이~ 에잉, 무정한 사람~ 무심한 사아라암~”

 

이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을 밖에서 알게 되면 그게 더 큰일이지.

 

뻔히 알면서도 낼름낼름 혀를 내미는 꼴이 얄밉다.

 

그 펭귄들, 여기 안 좋아할 건데.”

 

그건 또 무슨 말?”

 

추운 곳을 좋아하잖아. 펭귄은.”

 

커피가 든 머그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재명이 웃었다.

 

누굴 어린애로 아시나.

 

그럼 갖다가-”

 

따뜻한 곳에서 사는 펭귄도 있, 거든요...!”

 

넌 또 뭘 진지하게 대답해주고 그러냐.

 

장군이가 경남이를 콕콕 찌르는 것을 보며 재명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팀.”

 

.”

 

감정표현도 할 줄 알고, 좀 인간 같아졌네?”

 

젬마는 히죽 웃고는 자료를 준비한다며 저 쪽으로 갔다.

 

재명은 고개를 다시 저으려다가 미간을 짚는 것으로 참았다.

 

“...됐고, 일 할 준비는 다들 됐나?”

 

 

 

 

 

 

 

 

다음날 사무실을 찾은 재명이는 어제까지만 해도 색종이로 어지러웠던 책상이 말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좋아, 그래도 뒷정리는 하는군.

 

그러고는 찬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를 연 김재명은 불의의 기습을 받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박장군...!”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던 박장군의 빨간 펭귄들이, 냉장고 한 칸을 다 차지하고 오순도순 모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