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호랑이!!!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1차 비엘/판타지] 반짝이는 사람 2화

2017. 4. 15. 02:12 | Posted by 호랑이!!!

 

씻고, 안경도 닦고, 모자에 외출복까지 입고, 영은 외출 준비를 마쳤다.

 

늦어요, 교수님.”

 

미안해요. 백년만에 외출한다고 생각했더니 좀 힘이 들어가서.”

 

백년이요?”

 

“‘은 많다는 뜻이예요. 오랜만에 외출한다는 의미죠.”

 

앞으로 제 수업을 듣는다면 문서에서 자주 보게 될 표현이니까 미리 외워두는 게 좋아요, 라고 영이 말했다. 확대경을 끼고 고문서를 보는 페드를 조용히 지나치고 복도와 계단을 내려가서 3층 반. ‘교수님이 저를 보는데도 씻지 않다니 충격적이예요라고 투덜거리는 학생을 한 번 쓰다듬어주고 다시 복도와 계단을 걸어 내려가서 3. 또 쉬었다가 내려가서... 녹스는 화려한 창문을 확 열어젖히더니 영을 덥석 잡았다.

 

갑니다, 교수님!”

 

으아아아아아!!!”

 

 

 

 

 

 

 

 

영은 내리쬐는 햇살을 맞으며 거리를 걸었다. 발 아래에 닿는 돌로 만든 거리,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스쳐지나가고 여기저기에서 구운 빵이나 설탕 향기가 난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는 아이들이 지팡이에 달아 장난하는 용도의 빛나는 작은 고리나 비눗방울이 뿜어져 나오는 기계, 던지면 일정 거리를 날아서 되돌아오는 새 인형에... 화려한 천막 아래의 가판대에서는 최근 유행한다는 찻잎과 과자와 음료수와...

 

저 과일 얼음 주스 하나 주세요.”

 

교수님?”

 

, 하나 더요. , 녹스 학생. 한 잔 받아요.”

 

녹스는 영이 건네는 음료수를 받았다. 아까 과자가 한 봉지, 어포가 한 봉지, 납작하게 구운 빵이 또 한 봉지에 아까는 설탕을 넣은-비록 꿀을 넣었다고 홍보하고 있었지만- 우유 음료수, 방금은 과일을 여럿 넣었다는 주스와 꽃을 이용한... 여하간 보이는 족족 다 사고 있으니. 마치 어린애에게 돈을 쥐어준다면 이것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녹스는 영이 또 사탕을 두 봉지 사려는 것을 말렸다.

 

교수님, 저는 이만하면 괜찮습니다.”

 

길에 이런 거 있으면 먹고 싶잖아요? 괜찮아, 이 교수님은 돈 많... 앗 저것 봐요! 저 사탕은 물고기 모양이예요.”

 

안 돼요, 교수님.”

 

색과 모양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 사탕 가판대로 달려가려는 교수를, 라이비의 왕자인 녹스가 잡았다.

 

녹스 학생도 저거 신기하지 않아요? 굳이 먹지 않더라도 갖고 싶죠? 그렇죠?”

 

사탕 장인을 불러서 용 모양도 만들게 할 수 있는 녹스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교수님. 사 올 목록에 있는 물건부터, 다른 물건은 그 다음에! 소비는 계획적으로!”

 

소비는 계획적으로! 녹스는 쌓여있는 메모지에서 제일 위에 있는 것을 집었다.

 

보세요, 여기 스콘도 사러 간다고 적혀 있잖아요? 이제 과자도 장난감도 그만입니다.”

 

저거 하나만 더...!”

 

지금 손에 들린 사탕이랑 과자 많지 않습니까? 그거 다 먹기 전에는 안됩니다.”

 

그럼 저 구슬 다발이라도! 저거 방 창문에 걸어놓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안 됩니다.”

 

끌려가다시피 해서 영은 거리를 다시 걸었다. 바작바작 납작한 빵을 깨물면서 기억을 더듬고 거리를 걸어 모퉁이를 돌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느 꽃집 앞에서.

 

“...이상하다...?”

 

여기가 아르시호 입니까? 스콘을 팔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러게, 내가 알던 아르시호는 차 향기가 은은하게 나오는... , 실례합니다! 혹시 아르시호가 여기 있지 않았나요?”

 

아르시호? 그 가게 주인이 3년 전에 고향으로 간다고 하던데?”

 

말을 하면서 그 사람은 영의 모자를 흘끔 보았다. 녹스는 3년이라는 말에 그 꽃집과 영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대체 얼마 만에 나오신 거예요?”

 

“...3... 하고 반...?”

 

지팡이를 들어 아르시호/스콘이라고 적힌 쪽지를 톡톡 두드리자 쪽지는 재도 남기지 않고 불타 사라졌다. 비슷한 일이 찻잎을 파는 가게, 일용품점에서도 있었고 결국 영 교수가 들고 있던 종이 다발은 전부 불타 없어졌다. 녹스는 수첩과 지팡이를 들었다.

 

“...아까 필요한 게 뭐 뭐 있었죠?”

 

끝났어.... 틀렸어요... 아무것도 없이 갈 거야... 장난감이랑 사탕이랑 음료수만 들고...”

 

찻잎 있었죠? 라투스 찻잎.”

 

... 있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애용하던 고급 찻집은 없어졌어요...”

 

“3년 반 동안 오지 않은 곳은 애용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찻잎, 다기 세트, 새 옷, 깔개, 접시 등을 메모한 녹스는 이 쪽이라며 앞장섰다.

 

어디로 가는 거죠?”

 

왕실 납품점에 갑니다.”

 

3시간이나 거리를 걸어다닌 영과 녹스는 길거리 과자와 장난감을 들고 왕실 납품점으로 들어갔고, 30분 만에 나올 때는 필요했던 물품 외에도 푸딩을 한 상자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