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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딘] 단편

2017. 4. 5. 17:30 | Posted by 호랑이!!!

여느 때와 같은 아침이군.

 

딘이 생각했다.

 

더러운 커튼, 묘한 냄새가 배긴 이불, 어젯밤 먹다 남긴 팝콘 조각에 김빠진 맥주.

 

보다가 그대로 곯아떨어진 텔레비전.

 

지루해 죽을 만큼 똑같다니까.

 

그리고 눈을 뜬 딘은 입을 다물었지만, 이내 저절로 벌어졌다.

 

“...지루해서 죽었나?”

 

아무리 인간이 약하다지만, 너는 그 정도로 죽지 않는다.”

 

딘은 옆에서 들린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깨끗한 커튼이 바람에 날리고 이불에서는 햇빛을 담뿍 먹인 냄새가 났다.

 

어젯밤 먹다 남은 흔적 대신으로는 식욕을 돋우는 베이컨과 달걀.

 

심지어 식탁에는 장미까지 물컵에 꽂혀 있다.

 

“...아니, 난 역시 죽은 거야.”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런 때 천국이라고 감탄할거라고 생각했다.”

 

옆을 내려다보았더니 낯익은 천사가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손깍지를 낀 채 누워있었다.

 

뭐하고 있었어?”

 

말을 전하러 왔는데 네가 아직 자고 있기에 조금 방에 손을 대었다.”

 

천사의 신성한 손을 모텔 한 칸을 청소하는 데 썼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말한 천사는 여전히 천장을 보고 누워있었다.

 

참 신기하고, 또 멋진 일이다.”

 

딘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너를 볼 수 있다.”

 

딘은 거울 속의 자신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참으로 멋진 일이라며 감탄하는 카스티엘에게, 절대로 천장에 달린 거울의 용도가 무엇인지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