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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아사노야] 아사히가 알고 보니...의 au

2016. 12. 28. 16:12 | Posted by 호랑이!!!

, 아사히씨!”

 

니시노야는 낯익은 사람이 보여 그가 있는 쪽으로 총총 달려갔다.

 

여기까지는 웬일이세요?”

 

노야구나.”

 

이 근처에 일이 있어서, 라고 말하는 아사히는 니시노야가 우연히 알게 된 나이 많은 친구였다.

 

겉은 얼핏 보면 무섭다지만 속은 성실하고 착하다 못해 소심하기까지 한 사람으로 니시노야는 그와 종종 놀러가거나 식사를 같이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집 안에서는 운동복 차림으로 자주 보았지만 오늘은- 정장 차림이네.

 

깎지 않은 수염에 긴 머리에 단정하지 않은 사람이 잘 다린 양복을 입고 있으니까 어딘가 우습다.

 

아사히는 이 근처 마트의 로고가 인쇄된 비닐봉지를 들어 보여주었다.

 

치약도 다 썼고, 반찬 재료도 좀 사러 왔거든.”

 

아 맞다, 치약. 말해주셨으면 제가 사갈 텐데!”

 

아냐, 노야한테 사오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러면서 웃어 보이는데, 아사히씨는 날 애 취급한단 말이야.

 

니시노야는 아사히가 자연스럽게 차도 쪽으로 가서 서는 것을 보았다.

 

언제 한 번은 억지를 부려 자신이 차도로 걸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오는 차를 피하는 척 하며 자신을 인도 안쪽으로 끌어당겼지.

 

아마 애 취급하지 말라고 말해도 소용없으리라고 짐작하고, 노야는 그를 따라 나란히 걸었다.

 

날이 추워진 요즈음은 해가 짧아서인지 거리는 벌써 어둑해져 있었고 가게들은 하나둘씩 불을 밝혔다.

 

화악 불이 켜진 가게에 눈이 부시다는 듯 니시노야가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는데 아사히가 그 손을 잡았다.

 

왜 그러세요 아사히씨?”

 

손이 왜 이래?”

 

“....”

 

벌써 아사히가 사는 집 앞이었기에 니시노야는 말을 돌리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왔네요, 뛸까요!”

 

아사히의 집 앞으로 모르는 척 빠르게 걷다가 노야는 어느 생각이 떠올라 아차했다.

 

집 안은 아까 거리에서보다 밝겠지.

 

그럼! 데려다 드렸으니 저는 이만-.”

 

어딜.”

 

니시노야는 팔이 잡혀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탁한 색 현관등이 켜지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환한 빛이 밝혀졌고 동시에 아사히의 기가 막히다는 비명 역시 터졌다.

 

노야!”

 

질질 끌려서 니시노야는 소파에 앉혀졌다.

 

팽팽한 가죽 재질, 몸을 숙이거나 자세를 바꾸면 소리가 나는 익숙한 소파 표면을 새삼스럽다는 듯 만지작거리자 아사히가 그 앞에 무릎을 꿇어 시선을 맞추었다.

 

“...노야.”

 

“...”

 

니시노야가 가장 좋아하는 차이나칼라 교복은 부분부분 먼지가 묻어 있었다.

 

겉옷이 바닥에 떨어지고, 다음은 구겨진 와이셔츠.

 

와이셔츠에는 물로 씻어낸 것 같은 작은 얼룩이 몇 개나 있었고, 그 아래 티셔츠까지 벗기자 니시노야의 상처가 드러났다.

 

몇 개는 이제 아물어가는 것, 몇 개는 아물다가 터진 것, 새로 생긴 것까지 해서 니시노야의 몸은 엉망이었다.

 

“...”

 

“...별 건 아니고...”

 

척 보아도 아무렇지 않은 일은 아니었지만 아사히는 그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상처를 살필 뿐, 반박하지 않았고 조용해지는 것이 싫어서였는지 니시노야는 주절주절 변명을 한 마디씩 꺼냈다.

 

“...그 왜, 그런 규칙 있잖아요. 운동부 애들은 싸우면 출장정지.”

 

어떻게 싸우겠어요.

 

니시노야는 배시시 웃었다.

 

저는 카라스노의 수호신인데.”

 

, 소독약이 상처에 닿자 니시노야는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 따가워!!”

 

소독약과 연고와 붕대까지.

 

묵묵히 상처 처치만 하다가 마지막 반창고를 붙이고 아사히가 일어섰다.

 

잠깐 나갔다올게.”

 

여전히 정장 차림으로.

 

? 어디를요?”

 

니시노야는 벌떡 일어났다.

 

저도 같이...”

 

-갈래요, 라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몸이 다시 소파에 앉혀졌다.

 

삐걱삐걱 소파가 소리를 냈고 어깨에는 아사히의 손이 얹혀 있다.

 

.

 

가끔 잡아 보았던.

 

크기를 대 보겠다고 손바닥을 대 보았던.

 

따뜻한.

 

그러나 커다란.

 

겨우 손 하나일 뿐인데 니시노야는 일어날 수 없었다.

 

이래봬도 운동부인 자신인데 힘에서... 아냐, 힘에서 눌린 것이 아니다.

 

앞서 자신이 성실하고 착하고 소심하다고까지 이야기한 아사히인데...

 

기다려.”

 

손이 떨어졌는데도 니시노야는 일어날 수 없었다.

 

아사히는 노야의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주고는 어깨를 다시 톡톡 두드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

 

딱 딱 칼로 잰 것 같은 발소리가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