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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리퍼맥] 단어 파레트

2016. 7. 16. 05:32 | Posted by 호랑이!!!

캐붕 있을듯 세계관 오류 있을듯 기타등등


==


마실 때마다 하나씩 세워두는 탄피가 미끄러진 손에 부딪혀 구르다가 빈 병에 부딪혀 쨍그랑 소리를 내었다.

 

하나, , ... 일곱, 여덟... 열셋, 열넷...?

 

얼마나 마셔댄거야.

 

리퍼는 습관적으로 가면의 눈구멍을 더듬으려다가 자신이 지금은 가면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이 몽롱하다.

 

하늘에 뜬 달이 둥그런 모양이 아니라 한낱 반사되는 빛 무리로 보일 만큼... 취했군...”

 

아 그건 나이가 들어서...”

 

때렸다.

 

배은망덕한 놈.”

 

리퍼는 미간을 모으더니 자신이 세워두었던 탄피를 손가락으로 툭 쳤다.

 

탄피는 도미노처럼 하나가 쓰러지자 잇달아 우르르 무너져버렸다.

 

“66번 국도에서 널 줍는 게 아니었어.”

 

맥크리는 손을 들어 자신의 탄피를 쳐 우르르 넘어뜨렸다.

 

탄피는 누구 것이 누구 것인지 모르도록 섞여서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나무로 만든 좌식 탁자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한동안 작은 잔 안에 술이 차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소리는 이어 병을 따서 마시는 소리로 바뀌었다.

 

병나발 부는 거냐.”

 

이것도 다-아 어디어디의 미스터 레예스에게 배운 거라고.”

 

리퍼는 눈을 흘겼다.

 

처음 술 마셨을 때는 마시던 거랑 맛이 다르다, 쓰다, 향이 강하니 뭐니 하면서 불평 불만에 작은 잔에만 따라 마셨었지. 그때는 좀 어린애다웠는데.”

 

그래서 더 굴린 거지? 귀엽다, 면서.”

 

“...내 학생이니까 그런 거였다.”

 

하지만 그 어린애는 어느샌가 성년의 날을 거치고 성인이 되어...

 

라고 이어 떠들던 맥크리는 말을 멈추었다.

 

취했으니까 하는 소리인데. 난 아직도 나의 레예스 씨가 좋아.”

 

취했으니까 하는 소리인데...”

 

마지막으로 의미 없는 말을 나누었을 때가 언제였더라.

 

리퍼는 마시던 도수 센 아일랜드 술병을 내려놓고는 바닥에 드러누워버렸다.

 

, 취했다. 내가 이겼어.”

 

야호! 라면서 휘파람까지 불어대는 모습을 보다가 맥크리는 눈을 감았다.

 

“...네가 날 따라올 줄 알았다.”

 

어느 즈음인지는 특별히 입에 올리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다.

 

의견이 갈라지고 사람들이 둘로 갈라졌을 때.

 

맥크리는 다음 술병의 뚜껑을 열어 입가에 대고 기울였다.

 

?”

 

리퍼는 괜스레 상을 더듬어 잡히는 안주를 세게 깨물었다.

 

그리고 몸을 확 일으켰다.

 

난 레예스 씨의 학생이니까?”

 

리퍼는.

 

리퍼라고 불리는 사람은 한쪽으로 무언가를 깨물고는 했다.

 

언젠가, 누군가가 그러다 얼굴이 삐뚤어져라고 놀리곤 했던 버릇이다.

 

맥크리가 시가를 깨무는 것과 같은.

 

그 사람은 맥크리의 어깨를 잡았다.

 

가끔 하기 힘든 말을 억지로 할 때 나오던 버릇이다.

 

사람은.

 

사람이든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던데 어쩌면 이렇게나 그대로인지.

 

맥크리는 고개를 비틀었다.

 

챙 넓은 모자가 리퍼의 이마에 부딪혔다.

 

네놈은........... 내 거였으니까.”

 

어린애는 언젠가 자라기 마련이야.”

 

맥크리는 하하 웃었다.

 

. 레예스 씨.”

 

네놈이 나이 들었다고 해서-”

 

맥크리는 리퍼의 입을 막았다.

 

아직 둘만 남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어.

 

어른끼리 하는 거 하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