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호랑이!!!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어쩌다 둘이 다 있어? 아니, 셋이네.”


샘은 모텔 룸으로 들어왔다가 카스티엘, 딘, 크라울리가 한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기함했다.


“...”


“...딘, 나한테 ‘또’ 뭐 숨긴 거 있지?”


“별 건 아닌데 말이야.”


그렇게 운을 떼는 동시에 크라울리가 그 말을 가로챘다.


"오, 어찌나 별 일 아닌지 현기증이 나고, 혈관 속에서 뭐가 기어다니는 것 같고, 거울을 볼 때 가끔 눈이 까맣고?"


그러자 이어 카스티엘이 진지한 눈으로 샘을 돌아보았다.


"단지 한 때 미카엘의 성배였던 그 몸이 잠시 악마로 변했던 것 때문이다. 다 괜찮아질 것이다."


그래, 괜찮게 하려고 저 크라울리와 이 카스티엘이 한 자리에 모였겠지.


인간 한 사람을 통한 천국과 지옥의 일시 화합이라니 기분 참 이상하다.


"그래, 어떻게 괜찮아지게 할 건데?"


"마침 이야기 중이었다. 나와 저... 지옥의 왕이 딘의 몸에 손을 대어서 미세하게 세부 조정을 하는 거다."


샘은 그 말에 꽤 그럴싸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마디씩 할 때마다 팔을 들어올리며 벌렸다.


"필요한 조건은 뭔데? 장소는?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날? 아니면 천사와 악마가 손을 잡는 날?"


"무스가 제법 다람쥐처럼 말하게 되었군."


카스티엘은 고개를 저었다.


"별다른 조건은 없다. 다만, 내 은총이 잠시 몸을 떠나 있었던 것 때문에 인간의 육체를 빌려 힘을 주어야 한다."


"인간의 육체?"


"쉽게 말하자면, 섹스하는거야."


그 말에 딘은 듣고싶지 않았던 것을 들었다는 듯 얼굴을 감쌌고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 부분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주위에 천사들이 더 있으면 세부조정이 더 수월할테니 몇 명 더 부를까 하고 있었다."


"...섹스라며?"


내가 아는 섹스는 보통 두 명이서... 아니면 가끔 셋이서 하는 그런 건데.


"인간의 성인용 비디오를 참고삼아 본 적 있다. 사람 여럿이서 나오는..."


"그래, 이런 애들 때문에 폭력적인 게임을 하면 아이가 폭력적인 성향을 띄게 된다고들 하지."


버진을 난교로 떼겠다니 와우 굉장해라.


크라울리가 고개를 저었다.


"캐스, 그 사람 여럿이서 어쩌구 저쩌구 한다는 그런 건 다 픽션이야. 사실이 아니라고."


"전에 피자 배달부가 여자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엉덩이를 때리는 영상을 보았다고 했더니 크라울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너네 천사한테 야동 보여줬다며?"


히죽 웃는 그 얼굴이 얄밉기도 얄밉다.


천사가 마냥 순수하지 않고 예전에 대천사 한 명이 야동에 출연하는것도 봤다고 쏘아주고 싶었으나 그 천사랑 카스티엘은 너무 다르니까 차마 뭐라고 말하지도 않았, 아니, 못했다.


샘은 한숨을 쉬었다.


"어쩔까, 집중에 방해되면 안되니까 자리라도 비켜줄까? 아니면... 나도 참가해?"


"아무래도 상관없다."


"난 있는데, 주위에 이상한 게 꼬이면 안되니까 방호벽이라도 쳐 줘. 그 뒤에야 네 마음대로지. 저기 소파에서 보면서 자위라도 하던가."


심술궂은 크라울리의 말이 끝나자 딘이 손을 내저었다.


한쪽 손은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로, 다른 손을 흔들면서.


"...아냐, 새미. 그냥... 나가줘, 나가서 당구라도 한 판 치던가 술집에서 예쁜 아가씨랑 놀던가... 하다못해 어디 도서관에서 시간이라도 보내라고."


"왜, 또 무슨 일 있으면 숨기게?"


불쑥, 샘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현기증이 나고, 혈관 안에서 뭐가 기어다니는 것 같고, 눈이 가끔 검은색으로 변하는 걸 숨기는 것처럼?"


"...난 그게 별 일..."


"가족이잖아! 형이 그랬어, 가족이라고! 가족인데 그런 걱정도 하면 안 돼? 세번째 거야 잘못 봤겠거니, 혹은 뭐 부작용이려니 한다고 해도... 아니, 세 번째 것도 숨기면 안돼!"


형은 늘 이런 식이야!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겠다 싶으면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세상이 망한다고 해도 내가 죽을까봐 세 번째 시험을 받지 못하게 막고! 그러면서도 막상 자기는 이것도 비밀, 저것도 비밀, 자기가 뭐든지 감당할 수 있는 것처럼-


"즐거운 대화 중에 미안한데, 얘들아?"


크라울리는 딘의 뒤에 앉아서, 셔츠 자락을 들었다.


오늘은 어두운 남색 셔츠였는데 아래 보이는 하얀 허리가 모텔의 싸구려 불빛 아래에서 연한 주황색으로 드러났다.


"슬슬 그 짓 해야 하지 않겠어?"


샘은 거기 한 마디 더하려고 했지만 카스티엘이 입을 열자 그만두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하다."


샘은 딘을 노려보다가 일부러 쿵쿵 발소리를 내며 성수와 성유, 소금을 들고 바깥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