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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그의 벙커에 있었다. 익숙한 안락의자는 몸을 틀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요란했고 중고품을 주워모은 모니터는 이따끔 꺼지거나 노이즈로 가득차고는 했다. 때로 델신이 새 걸로 갖다줄까?’하고 물어보고는 했으나 유진은 아직 고개를 저었다.

 

[유진, 지금 시간 있어?]

 

헤드셋에서 델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개를 뒤로 젖혀 천국의 지옥불 플레이 영상을 보던 유진은 부리나케 바른 자세로 앉으며 헤드셋을 귀에 꾹 눌렀다.

 

, 있어.”

 

[--구역에 있는데 근처에 뭐 보여?]

 

달그락거리는 키보드를 눌러 게임 영상 대신 cctv 화면으로 전환하며 유진은 마우스를 돌렸다. 델신은 이 세계에서 자신을 구해주려고 하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명령을 하더라도 들어줄 수 있을 텐데, 언제나 정중하게(어쩌면 그렇게 정중하지는 않겠지만, 나름대로는) 이야기했다. 때문에 유진은 델신이 자신에게 부탁하는 이 때가 좋았다.

 

그 앞골목, 왼쪽으로 틀면 두 명. 둘 다 능력자고 50m 반경 안에 지원 차량이 한 대 있어.”

 

[지원사격으로 한 번에 보내줄래?]

 

그 정도야.

 

그에게 가장 가까운 거리에 모니터가... 있다. 커다란 모니터를 찾고, 상호를 찾아 건물을 해킹하고, 그 모니터에 천국의 지옥불 영상을 송신한 다음 악마를 소환하면...

 

델신.”

 

[? 뭐야?]

 

내가 갈까?”

 

슬슬 델신이 올 시기였으니까. 이번만은 이쪽에서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런 생각으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모니터 너머에서 델신의 입술이 움직였다.

 

[됐어, 이따 내가 갈게]

 

됐어, 이따 내가 갈게. 입술을 삐죽거리며 흉내를 내고 유진은 천사와 악마 친구들을 델신 쪽으로 보내는 데 집중했다. 이내 지원 차량은 폭발했고 두어 번 시간을 두고 터진 차량은 검은 연기를 쏟아내며 그 자리에 멈추었다. 차 문이 반동으로 떨어져 나갔고... 유진은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더 숙였다.

 

“...하나, , ... 넷다섯...”

 

이상하다, 이런 차에는 보통 여섯 명이 타야 하는데. 나머지 한 명은 어디에 있지?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있자니 다섯 명의 것 외에 팔다리가 후둑 굴러떨어졌다.

 

좋아, 다 있어.”

 

처음에는 타버린 손가락 하나도 보기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차도 박살내고 악당도 무찌르고 팔다리도 잘 볼 수 있게 되었다. 유진은 스스로의 발전에 뿌듯해하며 다시 헤드셋을 귀에 꾹 눌렀다.

 

여보세요 델신?”

 

[차는 부쉈어?]

 

깔끔하게.”

 

시체도 길바닥에 나뒹굴지 않고 차는 움직일 수 없게 박살. 아주 깔끔하지. 유진은 마우스 커서를 아래로 내려 천국의 지옥불 BGM을 재생했다.

 

델신 있잖아, 오늘 올 때 말이야.”

 

아까 지원차량을 파괴할 때 BGM을 틀어놓을걸. 그러면 천국의 지옥불에 차가 생긴 것처럼 보였을 텐데.

 

다음번에는 BGM을 틀어두고 기타 소리에 맞춰서 사람을 하나씩 날려 볼까. 유진은 모니터로 델신이 콘크리트 능력자 둘을 메다꽂는 것을 지켜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모니터 가져다줘. 큰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