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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아카/오메가버스AU]

2016. 7. 12. 04:10 | Posted by 호랑이!!!

미도리야.”


어느 해 드는 날, 미도리야는 창문을 활짝 열고 토도로키의 고용인들과 함께 집을 청소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미도리야는 먼지를 털거나 물건을 닦아내는 일 중에서도 뭐든 손이 덜 가고 쉬운 일을 맡고 있었지만 자기가 맡은 일에 꽤나 열심이라 과외를 마친 토도로키 쇼토가 달려와 불렀을 즈음에는 잔뜩 집중했다는 듯 입술을 비죽 내밀고 미간까지 구긴 모습이었다.


, ? ... 아니, 도련님.”


바빠?”


오늘은 여기 청소하는 거 도와주기로 했는데, 미도리야는 옆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옆에서 식기를 닦던 사람이 웃으면서 대신 대답해 주었다.


미도리야는 거기 그 꽃병만 닦으면 놀아도 돼요.”


그렇대....”


미도리야가 배시시 웃자 토도로키는 미도리야가 꽃병을 닦는 옆에 앉았다.


기다릴게.”


빨리 할게요!”


다시 미도리야의 입술이 비쭉 내밀어졌다.


토도로키는 가지런한 자세로 앉아서는 미도리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마도(거의 확실하게) 미도리야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지만, 옆에서 다른 일을 하던 사람들은 그것을 힐긋 보고는 웃는 표정으로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마침내 뽀득뽀득 소리가 나면서 하얀 도자기 꽃병이 닦이고 미도리야는 손등으로 스윽 이마를 문질렀다.


다했다아-”


그럼 가자.”


토도로키가 앞장서고 미도리야는 그 뒤를 따라갔다.


토도로키 쇼토가 커다란 냉장고의 문을 여는 동안 미도리야는 납작한 접시를 꺼냈고 쇼토가 과자를 찾는 동안 미도리야는 의자를 꺼내 높은 서랍에 보관하는 유리컵을 꺼냈다.


늘 가는 곳으로 이동하려는데, 토도로키가 주스와 과자가 담긴 쟁반을 들었다.


쇼토가 쟁반을 들고 있는걸 보면 나 혼날지도 몰라.”


내가 안 혼나게 해줄게.”


, 손 잡아.


쇼토가 손을 내밀자 미도리야는 머뭇머뭇 하다가 손을 잡았다.


둘이 자주 만나곤 하는 정원의 한 구석은 집에서 잘 보이지도 않고, 키 큰 수풀이 많아 자리에 앉으면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한창 꽃이 피고 잎이 자라는 때라 향긋함은 없었지만 싱그러움이 있었고 강한 햇볕에도 그늘이 시원했다.


미도리야, 센베 먹어.”


미도리야는 토도로키가 내민 센베를 입에 물었다.


오도독 오도독 소리가 나며 입 안에서 얇은 과자가 부러졌고 퍼지는 단맛에 미도리야가 배시시 웃음지었다.


맛있어.”


그렇지? 이번에 아버지가 어디 가서 받아온 선물인 것 같아.”


, 소리를 내며 미도리야는 손에 쥔 센베를 무릎에 떨어뜨렸다.


, 그런 걸 내가 먹어도 돼?”


, 아버지는 늘 아버지 멋대로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


쇼토는 옆에 놓인 네모난 것을 들었다.


바스락거리는 얇은 포장지 한 겹을 반쯤 벗겨내자 붉은색과 갈색으로 층을 이룬 양갱이 나왔다.


와아... 엄청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갱이네.”


손에 묻지 않게 양갱을 들고 주스가 찬 유리잔을 보다가 토도로키는 시선을 미도리야에게로 옮겼다.


“...단 주스랑 먹기에는 좀 별로일까?”


난 괜찮아. 아니, 좋아.”


미도리야는 종이로 된 양갱 포장지는 처음 열어 본다고 했다.


서툴은 탓에 접혀있는 포장지는 반쯤 찢어지다시피 하여 젖혀졌고 쇼토는 자신이 말끔하게 깐 것을 미도리야의 손에 쥐어주었다.


토도로키 쇼토는 묘하게 고집이 세어서 자신이 잘못 벗긴 거니까 자신이 먹겠다고 해도 소용없을 터다.


그래서 미도리야는 잠자코 양갱을 한 입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이것도 혹시...?”


맞아, 아버지가 받은 선물.”


들키면 혼나겠지.


무지무지 무섭게 혼날 거야.


미도리야는 자신을 데려온 엔데버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뭐라고 하면 내가 두 개 먹었다고 해.”


그러면 쇼토가 혼나잖아.”


내가 뭘 어떻게 해도 아버지만큼 멋대로 구는 건 아니니까 괜찮아.”


그렇게 말한 토도로키 쇼토는 짜증스럽게 미간을 구겼다.


너도 혹시 들었을지 모르지만, 아버지가 나 주려고 오메가까지 사 왔대.”


정말 질색이야, 라면서 쇼토는 눈앞에 엔데버나 그 오메가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를 드러냈다.


절대로 싫어, 평생 안 볼 거야. 아버지가 멋대로 사온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예쁘든 얼마나 착하든, 뭐든지간에 쳐다도 안 봐.”


미도리야는 입 안에 든 양갱을 꿀꺽 삼켰다.


“...쇼토는 엔데버님이 많이 싫은가봐.”


토도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 오메가라고 해도 싫어하겠네.”


토도로키는 센베를 와작와작 씹어서 주스와 함께 꿀꺽 삼켰다.


그럴지도 모르지.”


벌컥벌컥벌컥, 주스가 차 있던 컵은 어느샌가 바닥을 보였다.


하지만 미도리야는 그런 게 아니잖아.”


바람이 세게 불어서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미도리야는 잠자코 과자를 입 안에 넣었다.


, 나 오늘 뭐 배웠는지 알아? 오늘 되게 재미있는 걸 배웠는데...”


오늘 배운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어제 저녁 뉴스에서 올마이트가 얼마나 멋있었는지, 나중에 그런 히어로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집 안에서 쇼토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토도로키는 손목에 찬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 저녁에도 쇼토의 방으로 뉴스를 보러 가겠다고 약속하고 토도로키는 남은 과자를 미도리야의 주머니에 넣었다.


쟁반, 나한테 줘.”


아냐, 쇼토는 바쁘잖아. 어서 가 봐.”


미도리야가 손을 흔들자 토도로키는 머뭇거리다가도 훌쩍 뛰어갔다.


미도리야라도 그 오메가라면 싫어할 거야


토도로키는 방으로 뛰어가다가 조금 어깨를 으쓱했다.


아닐지도 모르고


미도리야는 쟁반을 들어 부엌에 내려놓고는 포장지는 쓰레기통에, 접시와 컵은 개수대에 내려놓았다.


나라도 그 오메가라면 싫어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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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살인하는 새 조롱하기

2016. 6. 22. 23:41 | Posted by 호랑이!!!

이글은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옆에 있었던 사람은 사라져 있었다, 역시나.

 

옆자리의 체온은 사라졌지만 체향은 남아서, 베개를 끌어안고 코를 묻었다.

 

손으로 자주 잡는 베개의 옆 부분은 쇠와 가죽 냄새가 배었고, 머리가 닿는 부분에는 다이무스가 애용하는 샴푸와 화장수 향이 났다.

 

그리고 그 아랫부분에는.

 

피 냄새

 

말라붙으면, 씻으면, 쉽게 사라지는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떨어지지 않는.

 

아직 잠이 온다.

 

눈을 감고 설핏 잠들려는 찰나에 달그락 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크지 않아서.

 

일부러 소리를 작게 하려고 노력하는 티가 나는 소리라 더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이어 들리는 발소리는 다이무스의 것이었다.

 

이어 풍기는 것은 다이무스와 아침까지 함께 보내며 익숙해진 피 냄새였고.

 

다이무스는 입었던 것 치고는 지나치게 깨끗한 옷을 벗어 옆에 내려놓다가 다시 가져가 목덜미 같은 곳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이어 욕실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일어나서 이번 주에만 벌써 두 건이잖아, 너무 많은 거 아냐?’라고 하면 놀랄까?

 

실행에 옮기는 대신 이글은 머리를 들고 욕실 문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마도 다이무스의 칼에 명을 달리한 사람들은 얼마 전에 엿들었던 방해물일 것이다.

 

대상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토대로 하자면 회사의 적들.

 

물소리는 금방 그쳤고, 욕실 문이 열리자 그 틈으로 진한 샴푸 향이 흘러나왔다.

 

“..., 일찍 일어났네.”

 

반쯤 감은 눈을 부비며 베개에 머리를 기대자 아직 물기가 남은 따뜻한 손이 제 머리를 쓰다듬었다.

 

더 자라, 이글.”

 

나른한 미소가 입가로 퍼졌다.

 

졸음을 이기고 가늘게 눈을 뜨자 다이무스는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서 커튼이 화악 휘날리는 것이 다이무스의 어깨 너머로 보였다.

 

“...있잖아 형아, 방금 바람이 불어서... 커튼이 날렸.. 후아암...”

 

일어날 거냐?”

 

여기서 보니까 꼭 날개 같아.. 흐흐, 새 날개.”

 

아마도 다이무스는 실없는 소리, 라고 일축하면서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나가서 식사를 만들 것이다.

 

다시 눈을 감고 잠 속으로 빠져들며 이글은 생각했다.

 

새라면 윙컷을 당한 새겠지

 

살인하는 새.

 

그리고 의뭉을 떠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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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한 가지만 남긴다면

2016. 6. 14. 18:41 | Posted by 호랑이!!!

그는 침대 위에서 깨어났다.

 

깨어나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침대 옆, 탁자에 있는 거울이었다.

 

하얀 머리는 단정하게 뒤로 넘겼고, 엄한 표정이지만 그럭저럭 잘 생겼으리라고 짐작되는 얼굴에는 가면 위에 간 금처럼 흉터가 있었다.

 

얼굴에는 흉터가 있고 손에는 두 가지 굳은살이 있었는데 하나는 검을 쥐었기 때문에 생긴 손바닥의 굳은살, 그리고 다른 하나는 펜을 오래 쥐었기 때문에 손가락에 박힌 굳은살이다.

 

거울속의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빤히 바라보았다.

 

오래 일해서인지 눈 아래에는 푹 잤음에도 지워지지 않는 그늘이 있다.

 

펜 때문에 생긴 굳은살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근육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팔뚝이 그렇게나 매끈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약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리라.

 

그는 거울을 덮어두었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텅 비어버린 것 같은 연한 노란색 벽지에서 하얀 시트로 시선을 느리게 내리면서 머릿속 서랍을 뒤졌다.

 

이 침대에 눕기 전에, 눈을 감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지?

 

...기억나지 않는다.

 

진공 청소기라는 단어를 누구에게서 들었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제, 아까, 혹은 그 전에 내가 무슨 옷을 입었지? 내가 무엇을 마지막으로 입에 대었지?

 

수없이 많은 서랍장이 열렸다가 제대로 닫히지도 않고 다음, 다음으로 이어졌다.

 

한참이나 희미한 안을 뒤적거리던 그는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연노랑 벽지를 쳐다보았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지?

 

잠시 눈을 깜박였다.

 

문득 열린 서랍장 안쪽에, 바스락거리는 포장지가 있었다.

 

빨간색, 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포장지.

 

테두리는 황금색이고 동그란 초콜릿을 싼 것.

 

그 초콜릿을 집은 길쭉한 손이 있었다.

 

자신처럼 검 때문에 생긴 굳은살이 울퉁불퉁한, 빈말로도 곱다고는 못 할 그런 손.

 

그 손가락이 동그란 초콜릿을 집어 제게 내밀었다.

 

이미 단 것을 지나치게 먹어 속이 더부룩한 상태였지만, 어째서인지 그것만은 기분좋게 삼켰던 기억이 났다.

 

그것을 입으로 받아 물면 그 사람은 그야말로 기분좋게 눈을 가늘게 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미소지었다.

 

이글...”

 

깨자마자 그 녀석부터 찾아?”

 

문이 열리고 아마도 알고 있을 사람이 들어왔다.

 

같은 색의 머리카락은 빗어서 물결치고 그야말로 우아하다는 느낌의 사람이.

 

몸은 좀 어때?”

 

누구냐 넌.”

 

이글놈은 기억하면서 난 기억 못 하나?”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난 누구지?”

 

다이무스 홀든, 내 형이다.”

 

뭔가 필요한 거 없나? 물이라도 좀 가지고 오라고 이를까?

 

다이무스는 하얀 머리카락을 빤히 보다가, 짧게 말했다.

 

초콜릿.”

 

 

 

 

 

 

같은 시각, 이글 홀든도 잠에서 깨어났다.

 

이글 홀든은 일어나자마자 몸의 상태부터 살폈다.

 

그의 머릿속은 처음부터 한 가지 강렬한 기억이 반복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안타리우스의 마크가 언뜻 드러난 단도가 달빛 아래 번뜩이는 기억이.

 

도의 날은 예리했고, 푸르스름하게 빛을 반사했고, 두 사람을 베었다.

 

단번에.

 

그리고 누군가 외쳤다.

 

그 능력자는 하나를 제외한 사람의 기억을 빼앗아간다고.

 

그래서 이글 홀든은 그 사람을 노려보았다.

 

기억을 빼앗아간 그 사람의 얼굴을 이 눈에 새겨서 반드시 처치해버릴 것이라고.

 

 

[편지 커미션]

2016. 5. 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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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2]나가

2016. 5. 1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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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팁토니] 빌런

2016. 5. 5. 19:21 | Posted by 호랑이!!!

이 글은 시빌워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아직 시빌워를 보지 않으신,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 주세요



[다이글] 봄비

2016. 4. 27. 21:11 | Posted by 호랑이!!!

비가 내렸다.

 

하도 조용히 내려서 내리는 줄도 몰랐던 것이 집을 나서보니 내리고 있기에 무심코 손을 내밀었더니 따뜻하여 내심 놀랐다.

 

과연, 봄이구나.

 

네가 태어난 봄이다.

 

꽃들은 피어나고 온갖 생물이 자라고 생명을 얻는 봄이다.

 

그리고 그런 내 앞에 차가 멈춰 섰다.

 

검은색, 낯익은 차였으나 내가 탈 일은 그렇게 많지 않던.

 

내가 탄 차는 비 내리는 거리를 지나갔다.

 

도착해서 들어가 보니 벨져 녀석이 웬일로 갑주 아닌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 녀석이 언젠가 갑주가 아닌 것은 옷이 너무 가벼워서 입은 느낌도 나지 않더라고, 지나가는 말로 투덜거린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너.

 

너는 꽃에 파묻혀 있었다.

 

꽃들이 피어나는 때에, 피어난 꽃들은 목이 잘려 네 곁에 누워있다.

 

하얀 꽃들 사이에 조그만 풀꽃들을 빨간 리본으로 묶은 것이 눈에 띄었다.

 

리본은 익숙한 것이었다.

 

아마도 네가 예뻐한다는 그 꼬마 것이겠지.

 

그 애는 지금도 저 한쪽에서 꺽꺽거리는 목소리로 싫어안돼만 반복하고 있다.

 

네 옆에 꽃 한 송이를 더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원래는 일터로 가려고 했지만 조노비치가 며칠 쉬다 와라고 했다.

 

사실은 그래도 갈 생각이었으나, 어쩐지 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오지 말라면 좀 가지 마’, ‘언제까지 일만 할 거야?’. ‘아 좀! 이 일에 미친 인간아!’.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저 말밖에 없구나.

 

이렇게 가지 않는 날이 올 줄 알았다면, 진작에 가지 않았을 것을.

 

차를 기다리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네가 없는 세상의 비는 이렇게나 차가운데.

 

차가울 터인데.

 

차가워야 할 텐데.

 

여자한테 이런 말을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라고, 찰리 헤스켓은 생각의 첫 운을 떼었다.

 

록시 모튼은 굶주린 늑대 같은 여자다

 

록시 모튼은 찰리의 눈 앞에 있었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화약냄새가 배긴 리볼버를 들고 과녁에다 갈겨대던 레이디는 이제 마치 서민 대학생처럼 에그시 옆에서 맥도날드 메뉴 중에 어떤 것이 제일 나은가로 토론하고 있었다.

 

하필 또 토론인 것은 지울 수 없는 그녀의 귀족적 본성이겠지.

 

하필 또 상대가 에그시인 것은 그녀가 굶주린늑대이기 때문이고.

 

그러니까 지금 에그시는 록시 모튼이 제일 탐내하는 핏기 도는 살코기렷다.

 

찰리는 작게 혀를 찼다.

 

무슨 그따위 토론을 해대냐.”

 

그따위라니! 맥도날드가 얼마나 좋은 레스토랑이냐면-”

 

맥도날드가 무슨 레스토랑이야, 스낵 바지.”

 

찰리는 빅맥이냐 치즈버거냐로 의견을 달리하던 둘이 동시에 말을 늘어놓자 노골적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이거 안되겠네, 너 나랑 같이 맥도날드나 가야겠다! 가서 기름진 감자튀김이랑 콜라가 포함된 버거 세트에 아이스크림이랑 애플파이까지 먹여줘야겠어.”

 

요새 부쩍 스스럼없어진 에그시가 말을 꺼냈다.

 

어떤 도발을 포함한 승낙의 말을 꺼낼까 잠시 고민하였더니 그 잠시에 록시 모튼이 끼어들었다.

 

난 싫은데.”

 

넌 또 왜 끼어드시나.”

 

나 에그시랑 저녁에 영화보러 갈 거야. 너랑 쟤가 맥도날드로 저녁식사 하는 날에.”

 

나 아직 쟤랑 뭐 먹으러 간다고 안 했거든?”

 

장난인 척인지, 방해공작이라는 것을 참 당당하게도 말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판에 박은 귀족 아가씨였는데 이건...

 

그동안 에그시한테 영향을 받은 사람은 절대로 찰리 혼자가 아니었다는 이야기겠지.

 

록시 모튼은 굶주린 늑대, 그리고 기회를 엿보는 자신은 하늘에 떠 있는 독수리나 매.

 

그럼 셋이서 다 같이 가면 되겠다!”

 

이 쪽은 뭐, 개나 고양이나 토끼쯤.

 

형용사를 더한다면 엄청나게 눈치 없는.

 

록시 모튼과 찰리는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절대 싫어.”

 

네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