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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날이 덥다

2016. 4. 25. 20:44 | Posted by 호랑이!!!

날은 이제 더워지고 있었다.

 

말수 적은 피터라도 연합으로 들어올 때는 더워가 한 마디 추가되었고 빙결 능력자인 토마스나 루이스 곁에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간식으로 과자나 핫초콜릿 보다는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을 선호하는 사람도 늘어났고.

 

그러나 이글로서는 셔벗이나 능력자의 서늘함으로는 뭔가 만족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한여름이었으면 마음껏 살을 태우면서 땀을 흘릴 텐데, 뭐냔 말이다 이 애매한 날씨!

 

...이 말에는 지나가던 엘리가 봄이야 봄!’이라며 지나갔지만.

 

이글은 이 때까지는 선선한 저택을 떠올렸다.

 

널찍하고 발코니로 이어지는 커다란 문을 열면 얼마든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데다 정원이며 구석구석에 녹음이 드리워졌지.

 

어쩌면 몸을 움직이느라 몸에 열 떨어질 일 없는 사람들을 위해 소소하게 꾸며졌을까.

 

...어쨌거나 저택이었다면 정원 가득하게 심어진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지만 트와일라잇 광장에는 울창하다고 부를 만 한 나무숲이 없었고, 때문에 이글 홀든은 다이무스 홀든의 집으로 찾아갔다.

 

다이무스의 집은 깨끗하다, 라고 말할 수 있었다.

 

잘 정돈되었다 정도로는 부족하고, 어딘가 지나치게 청결해서 사람이 사는 곳 같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보기만 해도 서늘함이 있다.

 

비록 침대와 책상, 옷장이 있는 작은 방이지만 침대는 꽤나 널찍하고 나뭇잎이 해를 가려줘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아아... 시원해...”

 

이글은 땀에 젖은 채 침대에 누우려다 마악 퇴근한 참인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던 다이무스의 눈총 아래 찬물로 몸부터 씻고, 샤워가운 하나만 입은 채 차게 식은 시트 위에 누웠다.

 

몸의 열기가 한풀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는 잘 말리라니까, 감기 든다.”

 

타박하면서도 다이무스는 쉴 참이라며 그 옆에 누웠다.

 

달그락, 얼음이 부딪히는 유리컵이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이는 소리만으로도 서늘하다.

 

눈조차 뜨지 않았지만 익숙한 체중이 푹신한 침대를 누른다.

 

이글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 좋다... 벌써부터 이렇게 더운데 이번 여름에는 정말 푹푹 찌겠어. 여름에는 매일 와야겠는걸? 맥주라도 한 캔 사들고... 형이 맥주를 마시던가? 형은 맥주보다는 와인 파였지? 그렇지만 형이 병맥주를 들고 마시는 건 왜인지 멋있을 거 같은데... , 듣고 있어? . , 다이무스 형아?”

 

“...듣고 있다.”

 

아이구 그러세요, 뭘 듣고 계시길래 질문에는 대답도 없어?”

 

다이무스는 감았던 눈을 느리게 떴다가 이내 다시 감았다.

 

.”

 

형은 참.”

 

이상하다니까, 하는 뒤의 말이 흩어졌다.

 

 

[Project. Dolly] 아침식사

2016. 4. 21. 03:29 | Posted by 호랑이!!!

 

아침은 사이먼이 가장 기대하는 때이다.

 

원래는, 그러니까 실험실까지만 하여도 사이먼의 생활은 해가 뜨는 새벽에 자고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나는 것이었지만 요 며칠 동안은 누가 보아도 명백한 바른 생활을 계속 이어오고 있었다.

 

우선, 7시가 되면 하얀 시트를 걷고 일어나서 창가의 커튼을 확 열어젖힌 후 주방으로 뛰어간다.

 

잘 잤어요?”

 

, 좋으... 으은... 아침... 이예요.. 라파, 에엘...”

 

토스트, 달걀과 베이컨, , 아침식사의 가짓수는 굉장히 많지만.

 

며칠간의 아침식사는 언제나 한 가지였다.

 

오늘은 뭐랑 뭐 얹을 거예요?”

 

동거인은 상냥한 간호사이고 언제나 사이먼을 기다려 주었다.

 

냉장고에 있을 여러 가지 과일을 생각하며 사이먼은 결정하는 동안 하얗고 커다란 그릇에 시리얼을 잔뜩 붓고 설탕을 한 스푼 가득 떠서 뿌렸다.

 

라파엘레는 그 동안 언제든 먹을 수 있게 준비해둔 과일 담긴 그릇을 꺼내 왔다.

 

... 늘은 딸기... 하고오... 사과... 하고오... 그리고... 바나나랑.... 으응, , , ... 어요.”

 

칸칸이 나누어진 그릇 안에서 가장 자주 선택되는 딸기는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잘라둔 딸기와 사과를 잔뜩 떠서 시리얼 위에 얹고 우유를 부었다.

 

자알, 먹겠... 먹겠습니...”

 

착하네요, 매일 잘 먹겠습니다 인사도 하고.”

 

라파엘레는 사이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려와 얼굴 절반을 가리는 너머로 사이먼은 눈을 굴려 쳐다보았다가, 눈을 질끈 감고 쓰다듬는 손에 머리를 푹 기댔다.

 

아침... 아침, 고마.. 워요, 라파...”

 

 

철그렁, 사슬이 흔들렸다.

 

잠에서 깨어난 이글은 제 손목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이 어떤 질 나쁜 장난인지 알아차리려는 듯 힘을 주어 당겨보았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끊어지지 않는다.

 

“...이건 또 무슨 일 일까나?”

 

, 어제 일을 돌이켜 보자.

 

웬일로 벨져 형이 찾아와서, 휴가를 받았으니 형제끼리 꽃이나 보러 가자고 했지.

 

큰형이 감상에 젖은 모습을 보고 놀려나 줄까 싶어서 찬성했었고, 다이무스 형이 퇴근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납치하다시피 해서 한적한 곳으로 갔다.

 

처음에야 놀려줄 생각이었지만 이 감상적인 인간이 어릴적부터 한 번도 제가 원하는대로 고집 부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 오늘의 야근도 그다지 본인이 원한 것은 아니리라 지레짐작하고 그만두기로 했었고.

 

한창 피었다가 지는 꽃을 보며 반은 강제적으로 형들이 제공한 고급 술을 부어라 마셔라 먹이고 또 먹고, 웬일로 싸움도 없고 서로 싫은 소리도 없이 실컷 즐겼는데... 역시 독한 술이었는지 잠이...

 

어째서 이상하다는 걸 깨닫지 못했지?

 

이글은 함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서부터?

 

벨져 그 이기적인 인간이 큰형 위문이니 뭐니를 얘기할 때부터?

 

다이무스 그 고집불통이 빠져나가지 않고 납치되어 준 데부터?

 

우선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은 작고, 지하실 특유의 냄새가 난다.

 

방치된 지 몇 달은 되었을 것 같고... 나 때문에 급하게 치운 모양이네~?

 

작은 창문조차 없는데다 저 구석에 있는 문은 아마도 화장실이겠지.

 

방 안에는 이글이 누워있는 1인용 철제 침대와 침대 옆 협탁 외에는 가구조차 없었다.

 

철로 뼈대를 짠 위에 매트리스 한 장이라니, 튼튼함만 생각하느라 편안함은 생각하지 않았나 봐?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지 협탁 위에는 등에 담긴 촛불이 하나 방을 밝히고.

 

몸을 살펴보면 술이 아니고 약이어서인지 속이 조금 울렁거렸으나 이 정도는 몇 분 있으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손에 채워진 수갑은 신체강화 능력자도 구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이의 사슬 길이는 짧지 않아서 일상생활이라면 할 수 있다.

 

심지어 짧은 도라면 어찌저찌 사용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들고.

 

발목에도 족갑이 채워져 있었는데 매달린 쇠사슬의 길이는 저만치에 보이는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2미터가 조금 넘었고 쇠로 만들어진 튼튼한 침대 다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침대 다리와 이걸 분리할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침대 다리와 단단히 붙어 있고 침대 다리는 또 바닥에 고정되었다.

 

침대에 앉아 몸을 숙여 살펴보던 이글은 열쇠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퍼뜩 고개를 들었다.

 

다이무스 혀~~”

 

대상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지금이 무슨 중세시대야? 전기도 없고, 촛불이라니!”

 

깨어났군. 배가 고픈가? 아니면 목이 마른가?”

 

수갑 말인데~ 형한테 이런 취미가 있을 줄이야, 놀랐지 뭐야?”

 

다이무스는 문을 닫고 기대 섰다.

 

이렇게 묶어둘 거면 망사 스타킹에 빨간 힐이라도 신어 주라~”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군.”

 

할 거면 잘 조사했어야지, 이거 잘못 긁히면 상처가 난다고. 요즘에는 안에 천이나 털이 덧대인 것도 있구.”

 

조만간 오스트리아로 이송될 거다.”

 

일부러 서로 다른 소리만 하던 그 신경전은 다이무스의 승리였다.

 

“...형이 그걸 용납했다고?”

 

내가 잠시 눈감아 주었던 것은 네가 그 뒤로 이어지는 책임도 짊어지라는 의미였다. 이것은 네 방종에 따라온 책임 중 하나일 뿐이다.”

 

“‘-중 하나’? 그럼 다른 것은?”

 

네 목숨이다.”

 

다이무스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성큼성큼 이글 가까이로 걸어갔다.

 

언제까지 모르는 척 할 거냐. 매번 새로운 능력자들이 합류하는 이 국면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 보이지 않던가? 벨져의 기사단은 하나의 패고, 나는 오스트리아와 가문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 앉아 있지만 너는 지금의 방해물 자리에 앉아 있다.”

 

이글은 이를 사려물었다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에이 너무들 하시네~ 지금의 방해물은 언젠가의 패다, 그걸 고려하지 않을 리 없잖아? 강한 적은 강한 패가 된다, 그렇지?”

 

그러나 연합은 우리 쪽에 안겨주는 손실이 너무 크고, 너는 그 전력이 되는 사람이기에 가만 둘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우리’? 형의 그 우우리이가 누군데? 가문? 나라? 회사?”

 

기가 막히다는 듯 이글이 물었으나 다이무스는 대꾸하지 않았다.

 

둘 다 한참이나 말이 없다가, 이글은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떨구었다.

 

“...가면, 나는 어떻게 되는데?”

 

말해줄 수 없다.”

 

정말로?”

 

다이무스는 이글의 눈을 피했다.

 

그 순간, 이글은 덤벼들어 다이무스를 바닥에 찍어 눌렀다.

 

검과 육중한 몸뚱이가 바닥에 처박혀 울렸다.

 

이글은 그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그의 팔을 누르고 양 손목에 감긴 사슬로 그의 목을 눌렀다.

 

열쇠 내놔.”

 

손목 사이의 사슬 길이를 더 짧게 해야겠군.”

 

목 대신 손목의 힘줄이 잘릴지도 모르는데 그 전에 쓸 수 있을 만큼 써야하지 않겠어?”

 

벨져가 오지 않는 것이 안타깝군, 너를 속인 것이 미안하다며 오지 않는다고 했으니.”

 

.”

 

이글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니까 벨져 형도 한통속이었다 이거구만? 꼴에 양심이 있는 척이라니, 웃겨 죽을 것 같네.”

 

벨져도 나도 네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까다.”

 

정말 그러면, 내가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지금은 날 놔주지 않을래?”

 

이글이 한쪽 팔을 놓아주자 다이무스는 주머니의 열쇠를 꺼내는가 싶더니 이글의 얼굴을 잡고 몸을 뒤집었다.

 

재빨리 뒤로 뛰어 침대 너머로 넘어간 이글은 손목에 차고 다니는 머리끈을 꺼내 머리를 묶었다.

 

이 안에서 형이 칼을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아?”

 

일반적인 검보다 몇 배는 길고 몇 배는 무거운 걸, 이 좁아터진 곳에서 휘둘렀다가는 짐밖에 되지 않는데!

 

묶였다지만 이쪽이 훨씬 유리해.

 

이글은 사슬 묶인 발을 휘둘렀다.

 

다이무스는 발을 피하고 이어 날아오는 사슬을 뒤로 물러서 피했다.

 

함께 공성에 참전한지도 꽤나 오래 되었고, 서로에 대해서라면 자신을 보듯이 샅샅이 알고 있다.

 

머리를 제대로 써서 덤빈다면 저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이글은 거의 쓰지 않는다.

 

이번에도 분명히...’

 

그 즈음, 이글은 침대 위를 뛰어넘어서 몸을 날렸다.

 

봐라, 일단 달려들고 보지.

 

다이무스는 허리춤의 검을 꺼내 제 앞에 꺼내들고 버티고 섰다.

 

이글은 칼등을 누르고 곡예라도 하듯이 짚었고 다이무스는 검에 힘을 주어 앞으로 밀어냈다.

 

내동댕이쳐진 이글은 뒤로 굴러 재빠르게 자세를 잡았다.

 

발에 묶어둔 사슬이 역시 너무 긴 건가.

 

다이무스는 혀를 차고는 사슬 아래에 발을 걸어 바닥에 힘주어 눌렀다.

 

이글은 사슬이 당겨지자 거기 저항하는 대신 오히려 날아와서는 다이무스를 다시 타고 눌렀다.

 

침대 옆이라 길이가 남는 사슬은 다이무스의 다리를 묶고 있었다.

 

“...하아, ... 두 번이나 나한테 위를 내줬네?”

 

즐거웠다며 이글은 다이무스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우선 제 발목을 죄는 것을 풀어놓고 손목의 수갑도 풀어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능력자용 수갑이라 그런가 묵직하게 철그렁 소리가 났다.

 

, 이것 봐. 역시 상처가 났어.”

 

“...아직이다 이글.”

 

뭐어?”

 

정말 포기할 줄 모르네!

 

발목도 묶어 뒀고, 이제 유유히 탈출할 차례, 인데.

 

문이 벌컥 열렸다.

 

이글의 눈동자가 그 쪽으로 돌아갔다.

 

, 작은 형? 벨져?! 어떻게 여기...”

 

벨져는 예상했다는 듯 성큼성큼 들어왔다.

 

이글은 일어나려 했지만 다이무스의 손이 그의 다리를 잡고 있었다.

 

한번 더 의심했어야지.”

 

벨져는 주먹을 휘둘렀다.

 

 

[종현X종현] 하영이 생일 축하해!

2016. 4. 3. 00:31 | Posted by 호랑이!!!

밤은 푸르렀다.

 

그에게 꿈이란 언제나 비슷했다.

 

다른 아이들은 하늘을 날아다닌다던가, 괴물에게 쫓기는 등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지만.

 

김종현 그에게는 항상 같았다.

 

은과 검은 비로드로 꾸며진 화려한 방.

 

검은 격자 창, 벽 한 면을 다 덮는 커다란 것.

 

은칠한 나무로 테를 두른, 양 등받이 높이가 다른 검은 가죽 소파.

 

“어서 와요.”

 

스물 몇 해를 함께한, 꿈 속의 사람.

 

“다녀왔어.”

 

그는 볼 때마다 자주 달라졌다.

 

제가 일곱 살 적에는 갈색 머리에 3:7로 머리를 양분하질 않나, 좀 자라서는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 머리, 분홍색, 뿔테 안경 등등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지를 않나.

 

‘형은 광대야?’

 

라고 물었던 말에는 ‘그렇다고 할까요’라고 답을 들었던 같다.

 

그런 그는 갈수록... 뭐라고 할까.

 

어려지고 있었다.

 

“많이 컸네요?”

 

“그런가? 형...은 많이 작아졌네.”

 

이젠 형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할 정도로.

 

자신은 이제 처음 보았을 때의 그와 많이 닮았다.

 

키도 컸고, 머리도 염색했고, 가끔은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옷도 그처럼 입었다.

 

기분 날 때는 보라색 와이셔츠에 넥타이 정장.

 

기분이 들뜰 때는 하얀색 티셔츠, 반짝이는 장신구.

 

양 귀를 뚫고 딴따라 소리를 들어도 마냥 좋았다.

 

남들 다 사귀는 여자친구가 없어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꿈 속에.

 

밤이면, 푹 자도, 잠깐 자도, 심지어 졸아도 그가 나오니까.

 

저는 이제 처음 보았을 때의 그와 닮았다.

 

 

 

 

 

 

 

 

 

방에 들어오면 그는 항상 소파 근처에 있었는데.

 

언제부터였을까, 어쨌거나 오늘의 그는 검은 머리에, 수수한 반바지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마치 그를 처음 보았을 때의 저처럼.

 

소파에 가 앉았다.

 

그는 제 무릎에 머리를 뉘였다.

 

“형.”

 

“왜요?”

 

검고 윤나는 천으로 커튼을 두른 창문 너머로 밖이 반쯤 밝아진 것이 보였다.

 

“나, 형을 좋아해.”

 

창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나도 널 좋아해.”

 

언제였지, 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아주 옛날에.

 

언제였지?

 

형은 광대야? 하고 묻기 전?

 

여긴 어디야? 하고 묻던 날?

 

아니면... 더 전에...

 

가장 처음이 언제였지?

 

처음 이전에도 날이 있었고, 저는 언제나 그와 사랑에 빠졌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더 생각할 수 없었다.

 

꿈 속의 시간은 지나치게 빨라서.

 

창 밖은 마치 빛이 흘러내리는 모래시계처럼 보였다.

 

빛이 흘러 바닥까지 닿기 전.

 

제 무릎을 베었던 그는 일어나 문을 열었다.

 

“다녀올게.”

 

창 밖은 밝았다.

 

마지막으로 이 광경을 본 때가 언제였더라.

 

그의 뒷모습은 문이 닫히며 완전히 사라졌다.

 

닫힌 문은.

 

그 자욱 조차도 사라지고.

 

종현은 고개를 들어 문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다녀오세요.”

 

 

[슈퍼내추럴/60분 전력] 가족과의 외식

2016. 4. 2. 23:22 | Posted by 호랑이!!!

“이 몸 오셨다.”

 

모텔에 뿅 하고 나타난 모습에, 안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윈체스터의 동생 쪽은 들고 있던 노트를 팡 소리나게 테이블에 내리쳤다.

 

동생의 격한 반응처럼, 딘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손을 흔들었다.

 

“어서 와 크라울리, 일찍 왔네.”

 

뭘 어서 와? 뭐가 일찍 와?

 

황당해 하는 샘의 뒤로 딘이 활짝 웃어보였다.

 

“...형, 우리 모텔방 문 앞에 악마 덫 그려놓으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자, 너희와 함께 다니는 천사한테는 낱말 맞추기 퍼즐, 윈체스터... 빅 사이즈한테는 아이스크림 한 통, 그리고 달링한테는 맥주 한 묶음.”

 

큼지막한 아이스크림 한 통을 손에 들고, 샘은 꺼림칙해 죽겠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으며 인상을 썼다.

 

몇 번 신세를 지기는 했지만 악마는 악마.

 

덤으로, 저 사람... 아니, 악마는 그냥 악마도 아니고 지옥의 왕!

 

“그래, 이제 아이스크림도 받았고... 뭐하러 여기 왔는지도 말해 줄래?”

 

이거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

 

먹었더니 속에서 구더기가 생긴다던가 피를 토한다던가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느라 생각하는 사람 아닌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샘더러, 크라울리가 말했다.

 

“밥 먹으러.”

 

“밥?!”

 

“근사하게 외식이나 하자구, 몸에 좋지도 않은 햄버거에, 설탕 범벅 밀가루만 먹지 말고.”

 

“그러니까, 우리가, 너랑, 왜?”

 

그러자 지옥의 왕 크라울리는, 그야말로 인간적이고 따스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가족이니까.”

 

가족이니까.

 

가족.

 

가족? 누구랑?

 

너한테 내‘가 족’같다고?

 

샘의 표정은 더더욱 떫어져만 갔다.

 

그러나 그것을 보지 못한 것인지 크라울리는 이제 양 손을 맞잡고 노래라도 부를 것 같은 표정으로 이리저리 흔들었다.

 

“사사건건 우리 쪽을 방해하는 천사 하나에 무스... 가족 구성원이 좀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지.”

 

큼 큼, 목을 가다듬고 크라울리가 상냥하게 웃었다.

 

“대디라고 불러 보렴.”

 

“...미쳤나봐...”

 

 

 

 

 

 

 

 

 

크라울리는 꽤 호화스러운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갔다.

 

얼마 없는 옷 중에 가장 격식 있는(FBI처럼 꾸밀 때 입는) 옷을 입고 카스티엘도 트렌치코트 대신 여분의 옷을 입히고.

 

“가자미 요리 하나랑 오리, 애피타이저는 스파게티로...”

 

애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하나하나 지정하는 긴 주문을 듣고 웨이터는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질문이 생겼다.”

 

아까 전부터 계속 인상을 쓰고, 웨이터의 질문에도 ‘나는 먹지 않아도 괜찮다’로 일관하던 카스티엘이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 두드렸다.

 

“무슨 질문인데?”

 

스파게티를 덜어 해치우다가 딘이 고개를 들었다.

 

“이 네 명이 가족이라고 부르는 집단이고, 네가 아버지 역을 하겠다면 나는 무엇이지?”

 

“또 다른 아버지?”

 

그거 별로 마음에 드는 자리는 아니구나.

 

그리고 가족 내 자리에 대해 토론하고, 웃는 동안 메인까지 지나가고 후식으로 크림이 가득 얹힌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아무렴 어때, 우리는 굳이 그런 자리로 이름 붙히지 않아도 이미 가족이야.”

 

나는 너를 걱정하고, 너는 나를 걱정하고.

 

함께 웃고, 떠들고.

 

위험하면 서로 달려와주고 말이야.

 

“...달링...”

 

“...”

 

두 인외가 감동받은 것 같은 눈으로 딘을 쳐다보았고, 샘은 제 몫의 케이크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난 이 가족 반대야.”

 

이번은 하랑의 첫 히트 사이클이다.

 

재단에는 알파가 꽤 있었고 그 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그리고 이성적이라고 여겨지는 브루스 보이틀러가 여러 곳의 협력으로 추측해낸 것이었다.

 

그 결과가 나오자 이제 어른이니 축하한다며 작은 파티도 열어 지금 하랑의 방에는 이런저런 선물들이 방 한쪽을 메우고 있었다.

 

축하와는 별개로 하랑의 상태는 주위에 좋든 싫든 영향을 미치고, 어쩌면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므로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해 오늘 하루 재단 내 알파들은 조기퇴근을 했다.

 

티엔을 제외하고.

 

평소 스스로를 잘 제어하는 분이니 이번에도 잘 할 것이라고 믿을게요. 그럼 안녕!”

 

이런저런 지침이 적힌 종이를 주고 마틴은 총총 사라졌다.

 

저것도 알파라고, 티엔이 입엣말로 중얼거렸다.

 

파티가 있기 전에 브루스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말했고 하랑은 제 상태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듣더니, 짧게 일축했다.

 

그러니까 지성이 있고 이성이 없는 짐승이네?’

 

이해력이 빠른 것은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그러고는 재단 기숙사에 사는 오메가가 열락의 기간이 오면 사용하는 방을 빌리겠다고 했다.

 

방은 침대와 테이블, 의자가 있는 꼭대기 구석의 소박한 방이고 안에 화장실과 샤워실까지 딸려 있어서 음식만 있다면 얼마간 지낼 만 했다.

 

이전까지 많은 오메가들이 쓴 방이긴 했지만 그래도 재단의 소중한 막내랍시고 청소를 다시 한다, 뜯어진 시트를 새 것으로 바꾼다, 뭘 한다 하도 부산을 떨어서 티엔은 마지막으로 제자를 위해 방을 점검했다.

 

혹시나 냄새가 새어나갈까 창문을 꽉 닫고 커튼을 치고.

 

으으... 이 방 추워...”

 

오메가들의 그 기간에는 체온이 급격이 상승하기에 일부러 가장 춥고 그늘진 방을 골라서 만든 것이니까.

 

곧 춥지 않게 될 거다.”

 

티엔은 방 안 테이블에 하랑이 먹을 음식을 내려놓았다.

 

이게 이틀 분이던가? 히트 사이클은 생각보다 일찍 끝나는군.

 

티엔이 일하는 뒤로 기웃거리던 하랑은 문의 잠금쇠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문 너무 쉽게 열릴 것 같은데?”

 

열쇠로 잠그는 문이다.”

 

그래도 이거, 바늘이나 작은 칼 같은걸로 이래저래 쑤시면 안에서도 열 수 있는걸.”

 

그도 그렇군.

 

게다가 하랑의 능력을 생각해 보면 문을 열지 않아도 나갈 수 있을 테고.

 

어떻게 해 주면 좋겠나.”

 

보자아...”

 

하랑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짐을 포장할 때 쓰는 노끈을 가져왔다.

 

, 이거!”

 

그러고는 손과 발을 내민다.

 

티엔은 잠시 내려다보다가 순순히 묶어 주고는 풀리지 않을 것을 확인했다.

 

이러면 불편하지 않겠나?”

 

몰라?”

 

하랑은 일어서서 방 안을 통 통 뛰어다녔다.

 

손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여서 물건도 잡고, 사용하고.

 

생활에 문제는 없겠군.

 

하랑이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침대 위에 앉는 것을 뒤로 하고 티엔은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확실히, 쇠에 긁힌 자국도 많이 나 있고 비틀어 연 흔적도 있군.

 

거 봐, 그거 잘 하면 열린다니까.”

 

보이틀러 씨 만큼 힘이 센 사람이 몸으로 들이받거나 하면 열리겠어.

 

그만큼 힘 센 사람은 잘 없거든?”

 

아무래도 이 자물쇠를 좀 더 튼튼한 것으로 바꿔 달아야...

 

“...으아아아, 나 지금 되게 긴장돼...”

 

걱정 말아라, 괜찮을...”

 

바람 없이 묵직한 방 안의 공기가 움직였다.

 

유혹적으로 달근한 살내음이 숨막히게 피어나서 그들을 감싸 죄었다.

 

저도 모르게 입을 대고 말 것 같은.

 

눈이 마주치자 하랑이 배시시 웃었다.

 

, 사부가 있어 준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열이 오른 것인가.

 

하랑의 눈가가 달아올라 있었다.

 

만지지 않아도 체온이 서서히 올라 이 방을 덥히는 것이 느껴졌다.

 

난 이만 나가보겠다.”

 

티엔은 문을 쾅 닫고 나갔다.

 

머리에 열이 오르면 저렇게 되는군.

 

티엔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문지르며, 드물게도 자리에 주저앉았다.

 

방 안, 하랑이 중얼거리는 것은 듣지도 못 하고.

 

, 이것도 안 먹히네.”

 

히트 사이클의 오메가가 자신을 의지하는 것은 알파들의 로망이라고 했는데.

 

, 짧게 혀를 차며 하랑은 뒤로 벌러덩 누웠다.

 

그리고 다리를 꼬려다, 요란하게 넘어졌다.

 

 

"그래, 우리의 딘 윈체스터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셨다고?"


크라울리는 이동하자마자 그 곳의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한 바퀴 둘러보았다.


"...3성 호텔? 복권 1억짜리에 당첨이라도 되셨나? 아니면 당장 내일 죽기라도 해?"


매일 모텔 다니던 녀석들이 호텔이라니?


그리고 크라울리는 다시 놀랐다.


식탁 위에 놓인 여러 그릇의 룸서비스 식사들과 호텔 주방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을(그래서 매우 비쌌을) 파이 


한 판과 아이스크림까지.


"뭐 됐어. 너희들이 교차로 악마한테 영혼을 팔아 돈을 얻었든 뭐든 알 게 뭐야. 딘이나 보여 봐."


"내가 분명 장담하는데, 흥미로워할거야."


샘은 이쪽이라고 손바닥을 뻗었고 거기에는 열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가 서 있었다.


"..달링?"


"달링? 형 언제부터 저 악마랑 사실혼 관계가 된 건데?"


"내가 알기로 달링은 친한 사람들에게 부르는 친근한 호칭이라고 알고 있다."


"우린 이미 동침까지 한 사이라고. 내가 검은 눈을 가졌을 때- 왜 그렇게 봐? 농담이야!"


“딘, 악마와 교미하는 인간들은 마녀이고...”


“농담이라니까! 누가 얘 유머감각 생겼댔어?!”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크라울리와 카스티엘은 딘 주위를 빙빙 돌면서 이리저리 살폈다.


“낙인도 없어졌고...”


“힘도 약해졌지.”


“가뜩이나 연약한 인간이 더 약해졌다, 이것은 위험해.”


“다람쥐가 새끼 다람쥐가 되었어.”


딘은 못 말리겠다는 듯 눈을 굴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봐, 굳이 그렇게 보지 않아도 별다를 건 없거든?”


“형, 나이가 스무 살 정도 어려진 건 별다를 거 없다고 하지 않아.”


“과거로도 돌아가고, 불사조도 잡아 보고,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도 여러 번이었는데 겨우 스무 살 어려진 것 정도


는 별 일 축에 끼지도 않잖아.”


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카스티엘과 크라울리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당분간 뭘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


형은 열네 살 때 한 것이라고는 나 돌보는 거랑 헌터 일 배우는 것 밖에 없었으니까.


"이봐, 내가 그 일들에 대해 보상받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


"뭐, 물론 형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샘은 다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한 번쯤 해 보는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물론 진심이지. ...있잖아, 형? 우리가 그닥... 정상적인 집은 아니잖아? 그래서 다른 애들은 했는데 우리는 못 


한 것도 많고."


"그래서? 사립 학교 애들처럼 교복도 입고, 수업도 듣고, 샌드위치 바구니와 함께 소풍이라도 가자고?"


"나 디즈니랜드 가고 싶어."


사진도 많이 찍고, 이상한 머리띠나 풍선도 사고, 쓸데없이 비싼 햄버거도 먹고, 아무튼 뭔가 애들이 할 만한 걸 


잔뜩.


카스티엘은 그 광경을 보다가 무언가 자세히 볼 때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샘의 머릿속은..."


턱, 샘은 손을 뻗어 카스티엘의 입을 막았고 크라울리는 쯔쯔 혀를 차며 눈동자를 한 바퀴 굴렸다.


"새미, 내 생각에는-"


"...안 될까, 형?"


"-안될 것 없지! 가자!"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깬 것은 크라울리였다.


"그래서, 이 휴먼 스토리를 보라고 부른 거야? 지옥의 왕인 나를? 저 날개 달린 인간 닭은 또 왜 부른 건데? 주술


을 풀어 달라고? 엄청 즐기고 있는 것 같은데?"


딘은 기가 막혀하는 그를 보다가 한 마디 했다.


"같이 갈래?"


"좋지."


"동의한다."








"내가 상상했던 디즈니 랜드는 '으아아악!''와아아악!'이라는 느낌이었는데... 뭐랄까, 여기는..."


"'와... 신난다'?"


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까, 네 말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딘은 펄쩍 뛰어 기념품 샵으로 달려갔다.


가판대에서 파는 여러가지 물건들을 구경하고, 캐릭터 귀가 달린 머리띠 네 개를 들고 나와서는 샘, 크라울리, 카


스티엘에게 각각 내밀었다.


"...이것이 무슨 물건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는..."


"너 얼마전에 홈 비디오 다큐멘터리 봤잖아."


모르는 척 빼기는, 샘은 카스티엘의 머리에다 직접 머리띠를 씌워주었다.


"달링, 여기 작은 문제가 있는데."


크라울리는 자신의 머리 위-정확히는 귀 머리띠-를 가리켰다.


"무슨 문제?"


"달링이랑 같은 디자인의 머리띠가 쓰고 싶어."


샘은 크라울리를 확 끌어당겨서는 휴대용 수통에 담아서 다니는 성수를 팍 튀겼다.


따끔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크라울리는 샘을 돌아보았다.


"남자의 질투는 보기 흉해, 새미."


"누구 맘대로 새미야."


"다시 사냥 일을 시작한 초기에 딘과 모텔을 전전할 적에는 커플로 오해받을 때마다 싫어하는 척 했는데, 이제 주


위에 천사와 악마들이 딘을 노려대니 그 일들이 후회되기 시작해, 그렇지?"


"...내가 나쁜 말 하는 건 싫어하는데, 넌 좀 꺼져."


"난 네가 나쁜 말 할 때마다 기분이 좋더라."


그 둘이 그러는 와중, 카스티엘은 교환에 성공해서, 딘과 같은 디자인의 머리띠를 썼다.







물 위를 흘러가는 배를 타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가사가 벽에 적혀 있었다).


사인북을 사서 사인을 받기도 하고, 원하던 대로 사진도 잔뜩 찍었다.


카페테리아 한쪽에서 칠면조 다리를 한입 가득 뜯던 딘은 흐흐 웃으면서 테이블 위로 턱을 괴었다.


"스쿼럴, 그러다가 턱 삐뚤어진다."


햄버거나 칠면조 같은 메뉴가 가득한 끝에서 과일컵을 찾아낸 샘은 그걸 사 왔고 딘은 샘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샘."


"형, 그 모습으로는 하나도 권위적으로 보이지 않는 거 알지?"


이 형이 또 무슨 일을 시키려나, 샘은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인데?"


"나 맥주 좀 사줘."


"형 지금 제정신 아니지?"


열 네살짜리가 술?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차보다 늦게 허락되는 게 바로 술이라고?


"아 제발, 지금 이거, 구운 칠면조를 먹으니까 딱 맥주 한 잔이 간절해서... 샤이닝(스티븐 킹 작)에 나오는 그 아


저씨도 그러잖아. 술 한 잔만 마실 수 있다면 악마한테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인간의 관용어구란 너무나도 헛된 것이 많다."


카스티엘이 쯔쯔 혀를 차고 샘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와중에 크라울리가 쐐기를 박았다.


"상도덕이 있지, 우리도 열여덟 살 미만 애들 영혼은 안 받아줘."


원래는 열여덟보다 나이를 먹어도 훨씬 더 먹었는데, 쳇.


딘이 입술을 내밀며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


"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크라울리는 샘에게 물었다.


"그 주술 주머니는 언제 완성되는데?"


"...아직 찾는 중이야."


"디즈니랜드에서?"


하루 정도는 괜찮잖아 뭐.


크라울리는 이 대책없는 무스와 스쿼럴, 다시 말해 동물 형제를 어쩌면 좋으냐며 한숨을 쉬었다.


"잘 아는 마녀가 있는데 도와줄까? 비싸게 받을 거지만."


"얼마나 비싼 것인가?"


배달시킨 치즈버거를 마악 삼킨 카스티엘이 물었다.


최초의 검을 영원히 달라는 이야기거나, 천국이거나, 하다못해 딘과 샘의 여행에 동참하겠다고 나서거나.


여러가지 선택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으나 딘이 손을 들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군, 댓가가 뭔데?"


"처녀."


처녀?


세 명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처녀, 몰라? V-i-r-g-i-n."


"스펠링은 나도 안다, 다만 왜 처녀지?"


"정확하게는 열 네 살 정도이고, 윈체스터의 사람이고, 남자인 사람의 처녀."


크라울리는 찡긋 눈짓을 해 보였다.


"몸부터 어른이 되게 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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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6. 00:10 | Posted by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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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는 전체이용가, 15금, 19금으로 나뉘어집니다.

(15금 : 키스, 가벼운 패팅, 씬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없거나 건너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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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장르의 글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캐 해석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19금의 경우에는 씬을 길게 쓰게 되기 때문에 1500자 이상을 권장합니다(19금의 샘플이 필요하신 경우 성인인증 후 비밀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혹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초고를 받은 3일 안에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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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순서는 입금이 완료된 순서입니다(선입금을 원칙으로 합니다)

추가 가공(소장용 인쇄 등)의 편집은 하지 않습니다.

 

상담은 디엠으로 받고 있으며 방명록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작업 가능한 장르 : 자캐커플, 드림, 해리포터, 사이퍼즈, 슈퍼내추럴(~11기), 청의 엑소시스트, 스카이림, 그리고 캐 해석과 기타 설명을 잘 해주시는 다른 장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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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사/트로이 아비수스] 여행이 끝났다

2016. 3. 5. 17:02 | Posted by 호랑이!!!

트로이 F. 아비수스의 방은 어둡다.

 

환기할 때가 아니라면 대낮이라도 보라색 두꺼운 커튼을 쳐서 방 안의 빛이라고는 수제 인형이 들고 있는 양초 등불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이 전부일 때도 있다.

 

트로이의 방에는 다른것도 많았지만, 사람 크기의 인형이 다섯 체 있었는데 이것들은 희무끄레한 빛 아래에서는 더욱 진짜처럼 보였다.

 

심지어 그 인형들은 누군가를 닮았다.

 

어지간한 사용인조차도 트로이의 방은 청소하러 오는 것도 꺼릴 만큼.

 

“나 왔어.”

 

형, 형들, 그리고 누나.

 

그리고 어머니.

 

하얗게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가진 인형은 빛에 바래 살짝 옅어진 드레스를 입었지만 마치 살아있는 사람 같았고, 우아하게 두 손을 모은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주위로는 마치 사용인처럼 다른 인형들이 공손하게 앉아 있었고.

 

트로이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적, 암살자가 들어왔다고 들었다.

 

어째서 내가 아니라 어머니부터 암살당하였나.

 

분명 나를 지키려다 그리 된 것이었겠지.

 

그 하얀 머리는 한때 뻑뻑하게 피가 배어 있었지만 서투른 솜씨로나마 탈색하고 손을 보니 제법 핏자국이 흐릿해져서 헌 가발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하기사 누군가의 진짜 머리카락을 가져다가 인형을 만들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심지어 이십년도 넘게 지난 일인걸.

 

트로이는 여행가방을 정리했다.

 

“들어봐요 어머니, 저 여행 다녀왔어요.”

 

그것도 그 건방진 집사녀석하고요.

 

어머니가 아직 옆에 계셨다면 그 집사가 제 전속으로 배치받을 일은 없었을 텐데.

 

하필 그 자리에서 저를 구한 것이 그 인상 더러운 집사놈이라니.

 

트로이는 가방에서 그동안 깎은 나무조각들을 꺼내어 선반에 늘어놓았다.

 

“많은 일들이 있었... 아, 그만하자.”

 

새삼 어머니를 사랑하는 젊은 청년 흉내라니 우습지도 않아서.

 

트로이는 킥킥 웃으면서 사포를 꺼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를 감싸고 돌아가셨다고 생각해도 기억도 나지 않는 옛날 일이라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는걸.

 

어째서 수많은 이야기에서는 그런 일에 그렇게나 마음을 쓰는 것인지.

 

R도 트로이도 모르는 옛날에.

 

암살자는 트로이의 어머니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

 

누구를 먼저 죽여 줄까.

 

암살자는 고용주에게 명령을 받았었다.

 

그 어머니가 선택한 것의 반대로 하라고.

 

 

[슈퍼내추럴/크로딘] 10화 초기 감상

2016. 3. 3. 17:32 | Posted by 호랑이!!!

슈퍼내추럴 10기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량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접어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