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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한다 어린 신도여.”

 

어둑하게 빛이 새어들어오는 공간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웃음을 참는 것 같은, 어린아이를 어르는 것 같은.

 

희뿌옇게 안이 비치는 곳은 푸르스름한 색을 띄고 있었다.

 

첫 번째 사람은 마악 방으로 들어선 사람으로 검은 후드 아래로 보이는 입술은 머리카락과 같은 색, 얼핏 푸른색으로도 보이는 녹색이었다.

 

그는 한 손에 작은 케이크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은 뒤로 빼어 무언가 큰 것을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그의 말에도 대답 없이 바닥에 앉아있던 사람은 어딘가 눈에 초점이 없어 보였다.

 

연한 빛 아래에서도 결 좋은 머리카락은 후드 아래에서도 흰 색으로 빛을 반사하고 그의 입술에는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흰 색이 어딘가 금속빛을 내며 칠해져 있었다.

 

자아, 선물이다 벨져 홀든. 이 내가 손수 축하하는 것이니 감격해도 좋다!”

 

케이크가 그의 앞에 놓였으나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할 수 없겠지만! 크크크크큭.”

 

첫 번째 남자, 제키엘은 뒤로 빼었던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리고 상처가 난 사람이 발목이 잡혀 거꾸로 들려 내밀어졌다.

 

어때, 이건 기억나나?”

 

“...나지 않는다.”

 

갈색 머리카락에 한쪽 팔을 덮을 정도로 가득한 손목시계.

 

코트와 청바지와 하얀 티셔츠.

 

아마도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억은 덧칠되기라도 한 듯 떠올리려고 애써도 검은 물 같은 아래로 가라앉는다.

 

더 애써봐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가? 가령 어떤 말을 자주 했다던가, 표정이라던가, 특정 행동을 많이 했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웃음을 참는 것이 힘들어졌는지 말 중간중간에 웃음을 참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때로는 웃음 약간이 섞여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것에조차 아무런 감정의 표현을 보이지 않는 채, 벨져는 제 눈 앞에 거꾸로 매달려 흔들리는 사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갈색 머리, 흔히 말하는 순해 보인다는 인상일 것 같음.

 

만져 보려 손을 뻗었지만 제지당했다.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뿐이라 고개를 저었다.

 

...잠깐, 순간 검은 물 위로 기억 덩어리가 얼핏 올라왔다가 가라앉았다.

 

어쩌면 초록색 눈일지도 모르겠다.

 

흔히 말하는 초록색이란 차가운 색 계열이지만 어쩌면 이 사람의 눈은 따뜻한 초록색일지도.

 

“...초록색.”

 

제키엘은 제 아래 앉은 그를 내려다보다가 쥐어든 발목을 놓았다.

 

철벅 소리를 내며 사람의 형상은 무너졌고 하얀색 크림으로 덮인 케이크 위로 체액이 튀어 자국을 남겼다.

 

아직 갈 길이 남았구나. 그러나 걱정마라, 그리 길지는 않을 테니.”

 

웃음기가 사라진 목소리는 오싹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생일 축하한다. 네가 완전히 다시 태어날 날도 멀지 않았을 터이니.”

 

 

[티엔하랑마틴?/알파오메가] Mine 2

2016. 1. 11. 02:06 | Posted by 호랑이!!!

 

아침, 눈을 뜬 하랑은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정갈히 씻고 머리를 땋아 댕기를 매었다.

 

시차 때문에 정신이 들지 않아 간신히 세수를 하고 옷장 앞에 서니 여러 옷들이 나왔다.

 

아버지가 색목인은 이런 옷을 입는다고 구해준 파란색 셔츠와 조끼와 벨트와 이러저러한 것들.

 

하랑은 우선 짧은 바지 같은 하얀 속옷을 들었다.

 

양인 속옷은 참 작기도 하지.

 

이런 손바닥만한거 하나만 입다니 말이야, 민망한 기분인걸.

 

속옷 위에 바지와 허리띠와 셔츠를 입고 위에 조끼를 입으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준 옷 중에서는 넥타이도 있었는데 목을 죄는 목줄을 장식이랍시고 하다니 정말 양인의 문화란 아직 배워야 할 것 투성이다.

 

목을 조이는 것이 불편하여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방을 나섰더니 문 앞에는 어제 보았던 마틴이라는 사람과 사부, 티엔이 있었다.

 

... 굿모닝?”

 

옷이 칠칠찮다.”

 

좋은 아침이예요 하랑. 사부라는 사람이 아침부터 살가운 말 한마디도 안 해주네요.”

 

마틴이 흥, 소리를 내자 티엔은 하랑을 끌어당겨 셔츠를 바지 안으로 넣어주고는 넥타이도 바짝 조여 매주었다.

 

, 뭐야! 애도 아니고! 어디에 손 넣는거야!”

 

귓가에 대고 소리 지르지 마라.”

 

티엔은 보다 말끔해진 복장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결 낫군.”

 

애당초 말이야, 티엔... 사부가 옷차림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생각해?”

 

하랑이 툴툴거리며 허리에 손을 얹었지만 티엔은 못 들은 척, 앞서 걸음을 옮겼다.

 

식당은 이쪽이다.”

 

못 들은척 하기는.

 

삐죽 입술을 내밀며 넥타이의 매듭 안쪽에 손을 넣자 마틴은 작게 웃었다.

 

답답하면 하지 말아요.”

 

? 그치만, 이것도 의복의 하나 아냐?”

 

여기에는 그런 걸로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테니까요.”

 

손을 뻗어 마틴은 하랑의 넥타이를 당겨 풀어냈다.

 

그가 내미는 넥타이를 받아들며 정말 이래도 되는가 싶은 눈으로 올려다보는데 티엔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하랑, 안 오고 뭐하나?”

 

마틴은 괜찮다,며 배시시 웃음을 짓고는 손을 내 보라는 시늉을 하더니 하랑의 손바닥 위로 투명한 셀로판지에 싸인 둥그런 것을 여럿 떨어뜨렸다.

 

오늘은 하랑이 처음으로 영국에서 아침을 맞는 날이니까 와 봤어요. 좋은 하루 보내요.”

 

나 이거 알아, 사탕이지? 고마워 형씨!”

 

별말씀을.”

 

마틴과 하랑 사이로 티엔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하랑, 빨리 오라고 했다.”

 

, 알았다고. 간다 가!”

 

티엔은 하랑이 마틴에게 손을 흔들고 헤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의 눈길이 풀어진 넥타이로 가더니 미간이 찌푸려졌다.

 

넥타이는 그새 어쨌나.”

 

마틴 형씨가 풀어도 괜찮다길래. 답답해서 풀었어.”

 

그 차림에 넥타이를 빼다니.”

 

이야 이거 지금 화내는 건가?

 

정티엔이? 넥타이 매준 거 풀었다고?

 

하랑의 눈이 샐쭉 휘더니 툭 툭 가슴팍의 단추를 풀어내었다.

 

조끼에 매달린 단추도 아예 풀어버리고 티엔이 손수 집어넣어준 셔츠 자락도 빼내려 손을 내렸다.

 

“...빼낼 테냐?”

 

목소리가 낮아졌다.

 

혹시, 나름대로 신경써준 것을 내가 다 빼내니까 서운한 건가?

 

아니, 그냥...”

 

왠지 자신이 망나니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가 괜스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잠깐.

 

빼냈다간.”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누가 보던 상관않고 손수 네 차림새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쳐 주지. 손수 말이다.”

 

아 알았다고!”

 

하랑은 소리를 빽 지르며 셔츠에서 손을 떼었다.

 

안 귀여워, 하나도 안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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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벨?] 조각글/이기적인

2016. 1. 10. 23:44 | Posted by 호랑이!!!

내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줘.”

 

여행자 릭.

 

어느 한 장소에 오래간 있기보다는 무수한 장소를 스쳐지나가며.

 

어느 누군가와 진득한 관계를 갖기보다는 무수한 사람들과 스치는 듯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아니, 만든다기보다는.

 

누군가와, 사람들과 무언가를 같이하는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와는 담배 한 대 태우는 시간을, 누군가와는 식사를, 누군가와는 또 술을 마실 수 있고 누군가와는 또 다른 무언가를 하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관계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다.

 

책임감이 없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지.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릭 그에게는 원래 가진 비능력자 릭으로서 갖는 생활도 있지만 그 못지않게 여행자 릭으로서의 생활이 길었으니까.

 

비록 비능력자의 삶 속으로 능력자의 삶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 위화감을 만들어냈고 릭이 그것을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릭은 어느 한 쪽도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

 

그 결과가 현실과 비현실이 섞여들어 어떤 사람도 진지하게 사귈 수 없다,로 나왔지만.

 

릭은 타고난 낙천성으로 사랑을 하면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이와 여행을 하며 깊은 관계를 맺는다니.

 

그거 꽤 로맨틱한걸.

 

그러나 상대는 릭이 고심해서 건넨 말을 단칼에 쳐냈다.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말이로군.”

 

내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되었소. 나와 함께 세계를 돌아다녀줘, 이 외로운 여행길에 그대가 함께한다면 정말 멋질 거야.”

 

나는 릭 톰슨의 동반자가 되고 싶지 않다.”

 

동반자,를 강조하며 벨져가 말했다.

 

나는 널 위해 내 모든 것을 두고 떠날 생각도, 내 휴식 시간에 너와 함께 어딘가로 떠날 생각도 없으니까.”

 

네가 생각하는 좀 더 발전한 모습이라는게 내 삶을 네 삶에 끼워맞추는 것이라면 아직 한참 멀었다.

 

나는 네 능력자로서의 삶에 돌아올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네 비능력자로서의 삶에도 간섭할 것이다.”

 

하지만 너는 네가 트와일라잇에 있을 때만, 혹은 능력을 써서 여행하는 일에만 네 시간을 나와 함께하길 원하지.

 

그게 뭐가 나쁘오? 누군가와는 일 년간 반에서 가장 친한 친구일 수 있고, 누군가와는 주말 수영장에서 같이 만나 몇 시간을 보낼수도 있지. 그리고 누군가와는 연인으로서 능력자로서의 삶을 보낼 때에만 만날 수도 있잖아. 사람은 언제나 만나고 헤어져, 그 수많은 시간의 조각 중에서 그대와 보낼 수 있을 때 그대와 보내는 게 뭐가 나빠?”

 

연인이 네 삶을 알고 싶어하고 네 삶에 간섭하고 싶은 것은 뭐가 나쁜가?”

 

그거랑은 다르지 않소.”

 

너와 보내지 않는 시간에서, 너는 내 생각을 할까?”

 

나를 첫 순위로 두지 않는 사람과 정상적인 연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은가.

 

나는, 그대가. 이해해 줄 거라고.”

 

벨져는 고개를 저었다.

 

씁쓰레해 보이는 얼굴에서 눈만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그래서 그대는,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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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림 7회차 기록일기] 리사 3-4

2016. 1. 9. 11:44 | Posted by 호랑이!!!

리사드 오빠에게

 

이번 편지는 털코트같은 갈기를 가진 오빠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오빠는 진작에 독립할 나이가 되었지만 어머니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아직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오늘 하루는 굉장히 편안하게 지냈어. 지나는 길에 카짓 행상단도 보았지. 이 너른 땅에 카짓이라고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그들도 도시간을 이동하고 있었지만 나한테 잘 대해주었어. 아침에는 일어나서 몇 가지 보고-일개 여행객인 내가!-를 하고 화이트런의 거대한 나무 옆에 있는 하임스커라는 사람을 만나봤어. 스카이림에는 탈로스 신앙이 있는데 제국은 백-금 조약때 엘프들과 아홉 디바인 신앙에서 탈로스를 빼기로 했고 스톰클락은 아홉 디바인에서 탈로스를 뺄 수 없다며 반기를 들고 일어났지. 여기서 탈로스가 뭘까? 아니, 누구일까? 그래서 하임스커라는 사람에게 물어봤어. 그는 탈로스의 사제...쯤 인거 같아. 탈로스는 사람의 몸으로 힘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대. 사람의 몸으로 용언을! 그리고 여러 가지 활약도 한 거 같은데 그 부분은 안 들었어. 어쨌거나 과거에 있었던 사람이라니까. 뭐 그건 그거고. 화이트런을 벗어나서 리버우드 쪽으로 걸어갔어. 원래 가야하는 곳으로 아는 길이 없어서 아는 길을 통해서 가기로 했거든. 반 갔는데도 벌써 해가 졌더라구. 어쨌든 아무 일도 없었어. 그리고, 그 다음에는 헬겐을 지나갔지. 헬겐, 혹시 어머니가 말해주셨어? 내가 목이 잘릴 뻔 한 그 곳이야! 어머니가 이 글을 보시면 가볍게 말하지 말라고 다음 편지로 잔소리가 도착할테니까 어머니한테는 보여주지 말아줘. 어쨌든 안 잘렸으니까 편지를 쓰고 있는 건데! 하하하! 헬겐은 용의 습격 때문에 다 불타 있었고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 같아. 이런 불탄 마을에는 도적떼가 나온다고 하던데 말야. 아직은 아무것도 없더라구. 마을에 도착해서 여관에 들렀어. 이게 오늘까지 있었던 일이야. !

 

그러나 봉투 안에는 편지 하나가 더 들어 있었다.

 

오빠! 있잖아! 있잖아!

 

리사드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휘갈겨쓴 다음 페이지를 열었다.

 

어제 그렇게 평화로웠는데! 오늘은 글쎄 있잖아! 여관에서 나가자마자 뱀파이어를 만났어! 뱀파이어! 벌건 대낮에! 그보다 뱀파이어가 아직도 살아있는줄은 또 몰랐네! 뱀파이어라니! 그것도 지옥의 사냥개를 둘이나 데리고! 세 번이나 피를 빨렸어! 개한테도 물리고! 결국 경비병 힘을 빌려서 물리치긴 했지만, 이게 뭐람! 그 다음에는 회색 현자들한테 가는 칠천 계단을 오르러 갔는데-가는 길목에 배달부한테서 음식을 배달해달라는 말을 듣긴 했지- 가는 길목에는 때로 늑대가 나타나긴 한다지만 그것도 몇 년 동안 거의 못 봤다는데 오늘! 하필이면! 늑대가 두 마리나 나타났어! 한 마리는 초입에서 만난 그냥 늑대, 한 마리는 좀 올라가서 만난 설원 늑대! 거기서 끝이 아니야, 들어보라구. 올라가다 보니까 설원 트롤이 있어! 늑대조차 거의 나오지 않는다니... 배달부 아저씨는 거짓말쟁이... 설원 트롤은 못 이길 거 같아서 도망쳤어... 그리고 회색 현자들을 만나서 이미 알고 있는 푸스(미는 힘) 다음 말이라는 로(균형)과 선풍의 질주라는 언어를 배웠는데. 그거야 뭐 신비한 일이고 멋진 일이긴 한데 말이야... 거기서 끝이 아니라구... 마을로 내려왔더니만 다른 드래곤본을 따르는 무리들이 나를 죽이려고 들었어. 물론 경비병들이랑 같이 해치우긴 했지... 아아아아 드래곤본이 뭔지부터 설명해야 하는구나! 나보고 드래곤본이래! 몸은 카짓, 영혼은 드래곤이라서 드래곤의 힘을 흡수 할 수 있는! 그러니까 탈로스 같은 거야. 아아아 화난다. 그리고 팔크리스로 와 달라는 팔크리스 영주의 편지를 받았어. 다음에 또 편지할게!

 

편지 끄트머리에는 추신이 적혀 있었고, 봉투 안에는 사진이 있었다.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P.S : 사실 던전에 있는 도적은 내가 다 물리쳤어

 

P.S : 어머니한텐 비밀이야!

 

 

[스카이림 7회차 기록일기] 리사 2-3

2016. 1. 8. 18:21 | Posted by 호랑이!!!

어머니께, 리사가

 

이번 편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쓴 사람이 화가 났다는 것을 말하듯 글씨가 삐뚤거렸다.

 

어머니, 이 사람들 아주 사람을 어지간히도 부려먹습니다. 그전에 보낸 편지에는 잠들었다, 까지 썼었지요. 오늘은? 아니, 어제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짐을 꾸려 움직였는데 도착 장소에 도착한 것은 오후였습니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려 더 어둡더군요. 눈이 무엇이냐면요, 하얀 얼음알갱이 같은 것이 복슬복슬하게 뭉쳐 내리는 것인데 날이 추울 때 내리는 것이랍니다. 언젠가 편지에 넣어서 엘스웨어로 보내려고 했는데 따뜻한 곳에 가져가면 금방 녹아버리더군요. 아무튼 도착한 장소는 화이트런의 마법사가 무슨 석판을 가져다 달라고 한 무슨 거대한 무덤 같은 곳이었는데 음침한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부터 도적떼가 나타나 사람을 곤란하게 하더니-괜찮아요, 별 일 없었습니다. 안 싸우고 조심조심 들어갔어요- 더 안으로 들어갔더니 거대한 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스키버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노드들은 우리 카짓이 스키버를 잡아먹는 줄 알고 있습니다. 외모상 이들이 기르곤 하는 작은 동물과 닮아서 그러는 것 같은데 얼마나 무례한지! 아무리 그들이 트롤을 닮았다고 해도 면전에서 너 트롤 닮았으니 곤봉 잘 쓸 거 같다라고 하지 않는데 그들은 참 무례하기도 하지요. 막상 그런 쥐를 잡아먹는 것은 자기네면서. 그리고 안으로 더 들어갔더니 거대한 거미도 나왔습니다. 거미 정도는 잡아도 괜찮아요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 옆에는 항아리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 안에 동전이 있어서 집었습니다. 이 일이 죽은 자를 모독하는 일이었는지 더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글쎄, 시체가 움직입니다. 그림을 여러 장 그려두었지만 보내서 어머니를 놀라게 하지는 않겠습니다(대신 이 블리크윈드 낭떠러지라고 하는 이 인공물의 그림을 보내겠습니다). 더 안쪽에는 고대 언어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는데 미는 힘이라는 언어가 제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거기 상자 안의 돌을 가지고 화이트런으로 돌아왔더니 이미 해가 지고 달이 떠 있어서 이걸 전해주고 자러 가려고 했었는데 말이죠. 화이트런 영주가 저보고 근처 감시탑에 용이 나타났으니 가서 잡으라고 하지 않습니까. 놔두면 위험할테니 가서 잡았더니 무언가 이상한 것이 제게 들어왔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용을 잡고 마을로 돌아오니 레드가드들이 저보고 어떤 여자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급하다길래 찾아주고 화이트런 영주에게 일을 보고했더니 일단락되긴 했는데 성에서 나온 시간이 해가 하늘에 떠 쨍쨍한 시간이었습니다. 힘들어요(그렇다고 엘스웨어로 돌아갈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 화이트런 영주가 회색의 현자를 찾아가라고 말했습니다. 알게 된 단어와 얻은 힘에 대해 알려줄거라고 하더군요. 내일 일정-오늘 일정이겠지만-은 회색 현자를 찾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내일 또 쓰도록 하겠습니다. 엘스웨어의 따뜻한 모래가 함께하기를

 

리사는 머리에 쓴 서클렛을 벗어 탁자에 올려두고 제국군에게서 얻은 신발을 침대 아래에 아무렇게나 벗어던졌다.

 

밀짚과 나무막대로 만든 싸구려 침대가 이렇게 푹신할 수 없었다.





 

[스카이림 7회차 기록 일기] 리사 1

2016. 1. 8. 16:52 | Posted by 호랑이!!!

엘스웨어에 계신 어머니께

 

편지의 시작은 그렇게, 노드어로 적혀 있었다.

 

울퉁불퉁한 바닥에다 대고 적었는지 글씨는 부분부분 엉망이었고 종이에 구멍도 나 있었다.

 

어머니, 스카이림은 지나치게 춥습니다. 이 곳에 처음 닿았을 적에는 사람의 키보다 크게 자란 나무들과, 그 무수한 넓은 잎들과, 수많은 물방울이 모여 만들어진 개울에 감탄했습니다. 이 곳의 꽃에는 가시가 없고 강에는 맛 좋은 물고기가 있으며 열매는 작지만 맛이 괜찮아서 스카이림으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어젯밤에 저는 제국군에게 잡혀 사형수가 되었습니다. 과거형이지요. 저는 손이 묶인 채 수레에 실려 앞자리의 레일로프라는 자와 옆자리의 울프릭-함성으로 제왕을 죽였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정말일까요?-과 함께 끌려갔습니다. 누군가 죽기 싫다는 자가 있었고, 그는 도망쳤는데 제국군의 궁수가 그를 쏘았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잔인한지, 전쟁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어쨌거나. 누군가 목이 도끼로 베이고 저도 곧 그 자리에 섰습니다. 제 앞에는 머리가 잘리면 머리를 담을 상자가 놓여 있었는데 이미 목이 잘린 머리가 거기 들어있었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죽을 뻔 했지요! 목 베는 이가 머리 위로 도끼를 드는 그 순간! 높고 뾰족한 성 위에 커다란 용이 내려섰습니다! ! , 그 용이요! 전설 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그 용이 정말로 나타나서는 헬겐을 삽시간에 불바다로 만들었지요! 정말이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한 제국군 장교와 함께 헬겐을 탈출할 수 있었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마을에 보였던 작은 아이라던지 일반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지 걱정이 됩니다. 살아있기만을 빌고 있습니다

 

다음 글은 보다 정갈한 필체로 쓰여 있었다.

 

지금은 요르바스카입니다. 이 곳의 경비병은 그리 친절하지 않더군요. 저를 부를 때 무례하게도 카짓이라고 부릅니다. ...하기사, 이 곳에서 카짓이나 아르고니안에게 친절한 노드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화이트런의 영주에게 용이 나타났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고는 그 아래 있는 컴패니언의 숙소라는 곳에 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젖은 개 냄새가 나는군요. 아무래도 지하다보니 청소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가벼운 시험을 받고-어떤 시험인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걱정하실테니까요- 이 곳의 일원으로 인정받아 한 침대를 차지하고 누웠습니다. 난롯불이 따뜻하군요. 이 곳의 밤은 가혹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저는 작고 네모난 등잔불에 의지하여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엘스웨어의 따뜻한 바람이 언제나 그대를 반겨주기를 -Risa 올림-

 

리사.

 

호랑이를 닮은 고양잇과의 카짓은 깃펜을 내려놓고 편지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

 

 

[다이글] 독

2016. 1. 4. 02:14 | Posted by 호랑이!!!


다이무스 홀든에게 이글 홀든이 어떤 이냐고 묻거든 답을 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계속 걱정을 끼치고, 귀찮게 굴고, 제멋대로에, 귀족으로서 책임감이라고는 깃털 한 장의 무게만큼도 없는 녀석.


그러나 요즘 나에게는 새로운 답이 이어 나오고 있다.


너는 달콤한 독이다.


미련한 내가 가느다란 끝에서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는 것을 핥아내면 내 목을 틀어막고 내 심장을 꽉 쥐어내는 못된 독.


마치 귀찮다는 듯이 툭 던지는 너의 한 마디 말과 경박스럽게 내 어깨를 두드리고 지나가는 짧은 네 손.


한 방울 한 방울은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닥쳐와 나를 속에서부터 잠식한다.


나는 더 목말라하고, 나는 더 갈구하고, 원하고, 나는 더, , -.


나는 내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른 사람은 이것을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것을 약해지는 것이라고 느꼈다.


마음이 약하면 행동이 분별없어지고, 어리석은 짓을 한다.


충동적으로 아버지에게 이글은 아직 어리고, 내가 그만큼의 일을 할 테니 가만히 두어 달라는 편지를 보내고 후회했다.


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 편지를 보내고 불과 일주일만에 너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 우연히 들었는데 말이야~ 아버지가 나 혼내려는거 큰형이 막아줬다며~? 하하! 웃기네 이거!]


웃기던지 말던지.


충동적인 일을 하고 후회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다니 이게 더 우습다.


달콤하게, 마음 깊은 곳부터 썩어 문드러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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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 엑소시스트/루시펠X유키오] 사진

2015. 12. 24. 06:46 | Posted by 호랑이!!!

게헤나 모든 것들의 빛, 루시펠은 그의 거처에 있었다.

 

가면은 언제든 손 닿는 곳에 자리하고 있고 옷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아무리 게헤나의 여덟 왕이라지만 대개 그의 형제들은 어둑어둑한 곳을 선호했지만 루시펠은 그들과는 다르게 하얗고 밝은 공간을 선호했다.

 

강한 힘 때문에 엘릭서를 몸에 주입하여 하루하루를 유지하기에도 빠듯한 나날이지만 그는 주저없이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선택하는 데에 힘을 썼다.

 

그 부작용으로 앓아눕는 때는 있지만.

 

마치 지금처럼.

 

총사님, 엘릭서 농도를 높일까요?”

 

부탁합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건성건성 대꾸하고 루시펠은 창문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막냇동생의 동생이라는 자의 눈.

 

그 눈은 분명 악마의 것이라지.

 

아버지의 사생아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사마엘이나 아마이몬이 독점하고 있을 터였다.

 

이 쪽에도 스파이는 있지만.

 

야만타카의 불꽃을 다루는 이를 불러다 주게.”

 

알겠습니다.”

 

부른지 얼마 안 되어 분홍색 머리의 소년이 들어왔다.

 

겉으로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 나잇대 소년처럼 굴고 있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일루미너티에 아깝지 않다지.

 

무슨 일~이심-까요-?”

 

네놈, 예의를 갖춰라!”

 

아니, 괜찮아. 잠시 할 말이 있으니 자리를 비켜 주게.”

 

사람을 물리고 단 둘이 남자, 그는 오히려 긴장한 듯 보였다.

 

시마 렌조, 라고 하였나요, 그대.”

 

그렇습니다.”

 

저어, 그런데 무슨 일로~?라고 웃는 그에게 손짓해서 앉게 했다.

 

사탄의 사생아...중 동생 쪽에 대해서.”

 

?”

 

의외의 질문이었는지, 그는 말을 멈췄다.

 

토도 선생님한테 들으셨듯이, 인간이라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죠?”

 

인간이니 악마니 하는 그런 것은 되었습니다. 그에 대해서 말해 봐요.”

 

말해 보시라면... 어떤?”

 

무엇이든 좋습니다.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성격이나 말투는 어떠한지, 무엇이든.”

 

최연소 엑소시스트, 학원의 강사, 주위에서 신망이 두터움, 책임감 있는 성격, 등등.

 

과연 그는 관찰력이 뛰어났다.

 

시마 렌조, 그는 루시펠에게 반 전체가 찍은 사진이라며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게도인이 눈독을 들인 긴 머리 여자아이, 짧은 머리의 여자아이, 렌조와 친분이 있다는 두 명의 소년과 아버지의 아들과...

 

탐나

 

와작, 사진이 우그러졌다.

 

인간이 마장을 받아 악마화 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게도인이 연구로 인공적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까지 했고.

 

그러나 그는 특별해.

 

악마화 하는 눈과 성수에 반응하는 몸의 인간 종, 노력하고 괴로워하며 갈망하는 사람.

 

그는 특별해.

 

투박한 검은 제복에 가죽 벨트로 매달린 약과 총알 하나에까지 그의 손길이 닿았다는 이유로 질투가 일어날 만큼.

 

이 손으로 직접, 구원해주고 싶은 사람.

 

이 손으로 이 자리까지 억지로든 올려주고 싶은, 탐나는.

 

탐나는, 탐나는, 탐나는, 탐나는, 탐나는...!

 

사진이 그의 손 안에서 우그러들었다.

 

강한 빛에 사진 가장자리가 바래기 시작했다.

 

...탐나, 이 손에 쥐고 그 눈에 나만 보이게 하고 싶을 만큼.

 

그에게 진실을 미끼로 손짓했을 때 보인 눈은 떨리고 있었다.

 

그대는 약해, 몸도 마음도.

 

이 손아귀에 떨어질 날도 멀지 않았을 테지.

 

루시펠은 사진 위를 손으로 훑었다.

 

사진은 한 사람을 제외한 부분이 하얗게 무언가에 뒤덮이듯 바래어졌다.

 

 

[슈퍼내추럴/캐스딘] 너의 천국

2015. 12. 18. 07:18 | Posted by 호랑이!!!

.”

 

카스티엘은 딘의 앞에 불쑥 나타났다.

 

오늘은 기도도 안 했는데? 한가하신가 보군.”

 

방의 구석에는 벌써 며칠치나 된 것 같은 신문이 쌓여 있었는데 딘은 그걸 집어다 쓰레기통에 우르르 떨어뜨렸다.

 

어떻게 지내나 하여 와 봤다.”

 

벌써 한참이나 아무 일도 없어서 심심할 정도야.”

 

딘은 싸구려 여관방의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면 가족을 만들 줄 알았는데. 집을 사거나.”

 

- 주택 대출을 받아서 얼마씩 매달 갚는 거? 이제 와서는 무리야.”

 

카스티엘은 그를 내려다보다가 옆의 자리에 앉았다.

 

샘도 무사하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고... , 내가 샘이 가정을 꾸렸다는 얘기를 했던가? 이번에는 교차로 악마의 엘릭서도 뭣도 없는 진짜 사랑이야.”

 

딘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 폴더를 열었다.

 

샘이 있고, 선해 보이는 인상의 여자가 있고, 갓 걸음마를 떼었을 것 같은 아이들이 아장아장 걷는 동영상이나 사진이 가득했다.

 

그리고 너는 이런 여관방에서 지내는 것인가.”

 

이제 와서 집을 사기에는... 뭐랄까, 너무 벅차다는 기분이 들어. 공식적으로 난 죽은 사람이고, 청소나 빨래도 하고 싶지 않고.”

 

그리고 이거 꽤 괜찮잖아, 그렇지?

 

칙칙한 색의 커튼을 활짝 걷자 창 너머에서 밝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잘 깎인 잔디는 산뜻했고 화단에는 좋은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보기보다 방도 깨끗하고, 사먹는 음식도 꽤 괜찮아, 맛있어. 샘이 은퇴하면서 가족들 사진을 자주 보내주는데... , 물론 자주 놀러가기도 하고. 그런 때면 이게 천국이구나, 싶더라니까.”

 

천사 앞에서 천국을 논하는 건 좀 불경한가?

 

모든 영혼은 그마다 천국을 가진다.”

 

내가 좋아하는 천국은 어떤 남자의 화요일 오후였지만 이것도 꽤 나쁘지 않군.

 

카스티엘은 뭐라도 한잔 하자며 냉장고 쪽으로 가는 딘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것은 네가 만들어내고 내가 가둬버린 너의 천국이다.

 

절대로 네가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을, 그런.

 

 

[청의 엑소시스트] 사역마로서

2015. 12. 17. 14:16 | Posted by 호랑이!!!


사역마.



사역하는 악마.



사역.



~를 부리어 일을 시킴.



악마.



우리의 적대자.



혹은.



불의 등으로 유혹하는 존재.



사역마.



'우리'가. '부리'는. 



사역마.



'부려지는' 존재.



사역마.



'함께하는' 존재.








"아- 좋다."



사는것은 즐겁다.



분홍색으로 염색한 덕에 시선을 끄는 것도.



어릴적부터 함께인, 도련님과 함께 다니는 것도.



여기저기 여자아이들에게 대시하는 것도.



마치, 인생은 사랑으로 가득찬 것 같다.



사람과의 데이트가 싫증나면 편의점에 들어가 외설적 내용이 들어찬 빨간 책이라도 사오면 된다.



대신, 데이트도 빨간 책도. 그 안에서 웃는 나도.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관찰해야 한다.



왜냐하면, 즐길 수 없으니까.



웃는다고 즐기는 것이 아니듯, 사랑하지 않아도 데이트는 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이상의 것도.



아니면, 나의 경우엔. 



오랫동안 함께 있다보면, 정이 들고.



사랑에서 정으로 바뀌듯, 그 역순도 가능하고.



"뭐가 좋노."



"수영복이예, 수영복. 역시 수영 수업은 좋구마-"



"렌조!"



거짓말.



거짓말에 당황하는, 그 당황함을 감추기 위해 화내는 누군가.



이번에만큼은, 이 누군가와 함께있을때는 뒤로 물러서지 못하고 끌려드는 나.



이것 역시 사랑이구나, 하고 자각해버리는 나.



너무나도 바보같아서, 정말 기뻐서 웃을 수밖에 없는 이런 현실.



"도련님."



"...뭐고."



"사역마가 셋."



"...엉? 무슨 말이야, 뜬금없이."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는 절의 다음 주인.



그것도, 다음 주지를 낳아야 하는 몸.



차라리 내가. 부려지는 악마였더라면.



그랬더라면, 아예 이런 감정을 품지 않았을까.



"도련님. 사는건 참 즐겁지 않심까."



"온 세상이 러브라인으로 보이는 네나 즐겁제."



즐겁다.



방과후, 혹은 주말마다 하나, 둘, 셋, 넷까지도 이어지는 데이트의 연속.



그저 웃고만 있으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아도, 머릿속이 무거워지지 않아도 되는.



가장 소중한 것은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이러한 일과.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는.



가장.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는.



"...아아, 즐겁다."



생각하지 마.



함께 있는 것은 주종관계로도 충분하니까.



그래, 그러니까 우리의 관계는 사역마와 그 주인.



그 정도면 되니까.



제발, 이 이상은 생각하지 마.



"정말, 사는건 즐겁네요."



가장 소중한 것은,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이러한. 나의. 삶.



즐거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