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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피는 꽃+감자들]음공으로 뱀파이어 잡기

2022. 7. 10. 16:08 | Posted by 호랑이!!!

블랑은 커피를 한 모금 넘겼다.

 

화창한 오후였다.

 

사실 해도 안 졌으니 뱀파이어가 활동하기에는 지나치게 이른 시간이었으나 직업 특성상 블랑은-거의 밤낮이 바뀌다시피 할 정도로-이런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익숙했다.

 

붉게 져가는 노을을 커튼 너머로 감상하며 해가 질 때까지 몇 시간이나 남았는지 가늠하는 중, 나직하게 진동이 울렸다.

 

오늘 편집자와 약속이 있었던가?

 

블랑은 화면을 보지도 않고 통화를 연결했-

 

[블랑씨이이이!!!!!!!]

 

[언니ㅠㅠㅠㅠㅠ!!!!!!]

 

[여기 완전 큰일났어요!!!!!!!!!!]

 

내가 스피커폰으로 해 뒀던가!?

 

블랑은 순식간에 터지는 음파에 직격당해 비틀거렸다.

 

아니, 애당초 스피커폰이 이렇게나 컸었나!

 

핸드폰 쪽 귀를 문지르며 블랑이 한숨을 쉬었다.

 

요점만 말해.”

 

[메로스씨가 쓰러졌어요!!!!!!]

 

“...?”

 

귀를 문지르던 손이 멈췄다.

 

블랑은 자신의 스피커폰 설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테이블에 폰을 내려놓았다.

 

“...미안한데 처음부터 다 말해줄래?”

 

감자 세 마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엉엉 우는 아이들의 말을 잘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콜린이 소리 질러서 메로스 씨를 잡았어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저희가 소리 질러서 그런 거예요!]

 

[기절 시켰어요!]

 

[콜린이 맨드레이크예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고?!”

 

[저희가!]

 

[소리로!]

 

[메로스씨 귀에서 피가!!!]

 

귀에서 피.

 

거기까지 들은 블랑은 자신의 귀 아래를 더듬었다.

 

기분탓이겠지만, 어쩐지 축축한 것 같았다.

 

 

 

 

 

더보기

메로스는 아이들 먹일 피자와 햄버거를 주문했다.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닌지라 자신은 입맛이 없지만, 자고로 아이들은 잘 먹여야 한다니까.

 

마실 것도 커다란 페트로 두 개, 피자는 네 판, 햄버거는 간식으로 먹으라고 네 세트 주문해서 식탁위에 올려둔 상태였다.

 

이제 아이들보고 밥 먹으라고 부르러 가는데, 방 안에서 기척 죽이는 소리가 났다.

 

눈 뜨면 안돼

 

너네야말로 부수면 안돼!’

 

속닥거리는 걸 보니 무언가 놀고 있는 모양이지.

 

문을 살짝 열자 아이 세 명이 보였다.

 

하나는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무겁다싶더니 하나는 문에 매달려 있고.

 

그리고 하나는...

 

“......”

 

요즘 인간들은 우리보다 신체 능력이 좋은걸.

 

메로스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쉬잇!’

 

심지어 눈이 마주치자 한 팔을 떼서 입 앞을 가리는 시늉까지 한다.

 

그런데 저걸 내가 말한다고 잡을 수나 있나? 대체 어떻게 올라간 거지?

 

...악마인가? 소환서는 지하에 넣어둔 줄 알았는데...

 

잡았다!”

 

아까 소리를 냈던 탓인지 수건으로 눈을 가린 어린이가 메로스의 팔을 덥석 잡았다.

 

옛날 옛적의 아들 보는 기분에, 메로스는 답지 않게 장난기가 돌았다.

 

그래서 이를 드러내고, 자신의 팔을 잡은 손을 무는 시늉을 했다.

 

내가 잡은 게 누구-”

 

메로스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아침장사 (글숨봇)

2022. 7. 4. 00:34 | Posted by 호랑이!!!

오늘 A의 아침은 정말 끝내줬다.

 

알람이 울리기 삼십분 전에 눈이 뜨였었는데 심지어 피곤하지도 않았다!

 

그대로 일어나 옷을 골라 입고 빵 두 쪽에 계란과 과일까지 멋지게 식사를 마쳤고 집을 나서자 신호등은 전부 초록색에 타야 하는 버스까지 자신의 앞에서 멈추지 뭔가.

 

아 세상에, 심지어 그 버스 안에는 B도 있었다.

 

B는 이 시간에 나오는구나. 가장 뒷자리에서 가장 앞자리를 훔쳐보며 A는 저릿한 감동을 맛보았다.

 

 

 

 

 

 

 

 

그날 밤, AC와 아침에 대해 한 시간은 더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일찍 일어난 탓에 찾아온 지독한 피곤함으로 일찍 잠들어버렸다.

 

불이 꺼지고 숨이 고르게 변하자 A의 머리맡으로 갓을 쓴 사람이 스르르 나타났다.

 

창백한 얼굴로 A의 베개 위를 귀엽다는 듯 쓰다듬은 그이는 창문을 열었다.

 

아침- 아침 팔아요-”

 

낭랑하게 들리는 소리에 그는 넓은 소매를 흔들었다.

 

아침 장수, 아침 파시오.”

 

아침장수가 14층 창문으로 다가왔다.

 

좋은 아침은 어땠습니까? 정말 좋았지요?”

 

꽤 효과가 좋기는 했네만, 큰 맘 먹고 아주아주 굉장히 좋은 아침을 샀는데도 아이가 말 한 마디도 못 붙여보지 않았나.”

 

에이 그거야 오늘 처음 산 거니까 그렇죠. 그래도 만나기까지 했으니 제법 괜찮지 않습니까? 말 정도야 몇 번 더 하면 될 겁니다.”

몇 번이라면, 얼마나?”

 

글쎄요... 이게 줄 수 있는 건 기회고, 물론 많이 만나다보면 잘 될 기회도 많기는 한데 사실 아이들 용기에 달린 일이라서요-”

 

시험삼아 일주일 정도 사면 어떻겠습니까? 네에?

 

아니, 우리 애가 오늘 친구랑 말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잠든 거 안 보여! 이걸 일주일씩이나 보란 말이야! 자네가 아직 애가 없어서 그래, 애가 하고 싶은 거 못 하고-

 

어르신 그럼 닷새, 닷새만요.

 

그거나 그거나 뭐가 달라! 우리 애가 친구랑 말도 못 하고 트위터도 못 하고 만화도 못 보고 노래도 못 듣고 게임도 못 하고 자는 짓을 닷새씩이나 하라고! 이 나이 때 그런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아이고 어르신 그럼 딱 사흘, 사흘 어떻습니까.

 

떼잉 쯧, 즐거운 새벽이하로는 받지도 않으면서!

 

어차피 애들은 많이 자야 건강해지고 키도 크지 않습니까, 제가 눈 딱 감고! 즐거운 밤하나랑 즐거운 새벽하나만 받을게요.

 

아침 장수와 어르신이 한참이나 수군수군 말을 하더니 결국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주아주 굉장히 좋은 아침하나랑 조금 피곤하지만 꽤 괜찮은 아침하나, 이만하면 꽤 괜찮은 아침하나 구매하시는 거지요. 여기 있습니다.”

 

아침 장수는 아침 세 개를 꺼내고 어르신도 반짝거림이 각기 다른 밤과 새벽들을 내놓았다.

 

살펴 가게.”

 

평안하십시오-.”

 

아침 장수는 창문이 닫히는 걸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휴, 저 분은 정말 못 당한다니까.”

 

아침 장수, 개시 하였소?”

 

예 예, 어르신!”

 

아침 장수는 동네 몇 개를 가로질렀다.

 

다정한 인상의 어른이 B의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오늘 우리 아이가 즐거워하는 걸 보았더니 기분이 좋소. 내일도 같은 것으로 주지 않겠소?”

물론입지요! 아예 사흘치를 한 번에 구매하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한 번에 사신다면 좀 싸게 드리겠습니다.”

 

어디 얘기를 하여 보시오.”

 

억지로 눈을 뜨려고 하였으나 실패한 것인지, B의 휴대폰 화면이 천천히 어두워졌다.

 

그것을 귀엽게 보며 어르신은 모아둔 좋은 밤과 즐거운 새벽의 갯수를 헤아렸다.

 

 

호괏에유

2022. 6. 28. 00:15 | Posted by 호랑이!!!

주것나?’

 

올해 신입생인 퀸타페드는 호수 산책을 하다 며칠째 같은 자리, 같은 시간, 같은 책을 얼굴에 덮고 누운, 같은 사람을 보았다.

 

혹시 이 사람, 처음부터 여기 시체로 방치되었던 건 아닐까?

 

까만 교복망토 아래로 살랑거리는 꼬리를 보다 페드는 손수건을 깔고 그 옆 벤치에 앉았다.

 

과제를 위해 가지고 나온 버섯 백과만 팔랑팔랑 넘어갔다.

 

 

 

 

 

역시 주근거다

 

손수건을 깔고 앉아 버섯 백과를 폈다.

 

과제는 어제 다 끝냈지만 래번클로의 고질병인지 도무지 한 번 시작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옆 벤치는 바람이 불면 툭 튀어나온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지만 그 외 미동도 기척도 없어 집중하기에는 아주 좋았다.

 

‘...그런데 호그와트에서 누가 죽을 수도 있나?’

 

수십년 전인가 한 명 죽었다고 선배들이 알음알음 말해주기는 했고, 기숙사 유령들도 다 죽은 사람이니까 호그와트에서도 누가 죽을 수 있기는 하겠지.

 

하지만 누가 죽었다더라 사고가 있었다더라 하고 듣는 것과, 화창한 날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에서 몇 날 며칠 미동도 없는 사람이 존재하는 건 또 달랐다.

 

결국 퀸타페드는 래번클로의 정체성을 내려놓았다.

 

사람이 살아있다면 보이는 징후로는 호흡, 맥박, 심박... 그리고 또 기타등등.

 

아직 짤막한 꼬리가 망토를 들어올렸다.

 

얼굴을 덮은 책 위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리던 손은 바랜 밀짚 같은 머리를 뜯어놓았다가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버섯 백과를 쥐고 원래 자리에 앉았다.

 

희멀겋고 때로는 모래같기도 한 자신의 비늘과는 달리 색이 아주 진한 꼬리가 바로 앞에서 흔들렸다.

 

퀸타페드는 그 꼬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한참이나 보았다.

 

손가락이 꼼지락거렸다.

 

하지만 역시, 그는 래번클로지 그리핀도르가 아니었다.

 

 

 

 

 

주것슬지도 몰라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다.

 

자신이 조용히 와서 책을 읽고 갈 때까지 안 일어나는 건 그럴 수도 있다.

 

바스락 바스락 걸어와서 책을 읽고 갈 때까지 안 일어나는 것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어제는 머리맡에서 바스락 바스락 했고 벤치에 돌아와 앉았을 때 털썩도 했는데 안 일어나는 건 그럴 수 없다.

 

퀸타페드는 책갈피를 꽂고 책을 밀어놓았다.

 

오늘은 반드시 맥이라도 짚어 보리라.

 

이걸 위해서 어제 동양의 머글 의술에 관한 책도 빌려왔다고!

 

퀸타페드는 잘 보면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 같은 책을 비장하게 노려보았다.

 

이제는 책 제목도 외웠다.

 

애머릭 스위치의 입문자를 위한 변환 마법.

 

그렇다는 건 이 사람도 나랑 같은 신입생이라는 거겠지?

 

비록 거의 일 년 내내 어느 수업에서도 못 본 것 같지만 애당초 퀸타페드는 남의 얼굴을 기억할 필요성을 거의 못 느꼈다.

 

어찌되었든 동학년이면 의도하지 않아도 이름과 얼굴 정도는 외우게 될 터.

 

퀸타페드는 하얗고 말랑한 사람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뭐 해?”

 

쉬잇.”

 

5학년 O.W.L. 책을 끌어안은 아우라가 입 앞에 손가락을 대었다.

 

덤불 뒤로 숨을 수 있는 키였기에 휴런인 친구를 잡아 억지로 바닥에 앉혔다.

 

저기, 래번클로 신입생이 우리 기숙사 애 자는 데에 매일매일 오더라고.”

 

자는 데에? 뭐하러?”

 

글쎄... 깨우고 싶은 모양인데?”

 

둘은 덤불 틈의 사이를 슬쩍 벌렸다.

 

파란 색 깃을 단 아우라가 교재를 얼굴에 덮은 미코테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손을 건드리고 싶은 듯 가까이 다가갔다가 멈추고, 책을 치우고 싶은 듯 손을 뻗었지만 거기에서 더 가까워지지는 못 했다.

 

제길, 가까이 가란 말이야.”

 

“...모두가 그리핀도르 같지는 않아.”

 

모래색 비늘이 돋은 꼬리가 불만스럽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저기에 뭔가 물건이 있었다면 탁탁 소리가 날 터였다.

 

한참이나 꼬리를 움직이던 아우라가 마음을 정했는지, 가까이 다가갔다.

 

목표는 늘어진 손()!

 

발이 쪼끔쪼끔씩 다가간다.

 

팔이 바들바들 떨리며 가까워진다!

 

좋아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조금만 더 하면...... 조금... 조금만 더..........

 

-”

 

, 잠깐...!”

 

흐윗취이이이!!!!!”

 

그리핀도르 아우라는 급히 휴런 친구의 입을 막으려 들었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았다.

 

결국 후플푸프 휴런은 큰 소리로 재채기를 했고, 아우라는 그의 입을 막으려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덤불 너머에서 흔들리던 꼬리는 밤송이처럼 비늘이 뻗쳤기에!

 

그리핀도르 아우라와 후플푸프 휴런은 슬금슬금 일어나 그대로 도망쳐버렸다.

 

 

 

 

 

 

 

퀸타페드는 삐죽삐죽하게 비늘이 솟은 꼬리를 꽉 잡아 강제로 비늘을 눕혔다.

 

“...”

 

“...? 신입생?”

 

마악 잠에서 깼는데도 눈이 동그란 미코테의 귀가 삐죽 섰다.

 

... 쪽도, 신입생이 아닙니까?”

 

네가 냐 잘 때 잎 떼준거야?”

 

“...”

 

끄덕끄덕.

 

라레타는 어느 순간 안락해진 자신의 낮잠 장소를 돌아보았다.

 

얇은 담요가 생겼고 작은 베개도 있다.

 

나무 그늘은 적절하고 때로 옷 위에 떨어지던 잎은 흔적도 없다.

 

쾌적하다.

 

또 올 거냐고 물으려는 찰나에 아우라가 도망쳐버렸다.

 

라레타는 부를까 생각했다가 길게 하품을 했다.

 

아무래도 한잠 더 자야겠다.

 

그리하여 이 미코테는 솜사탕 같은 꼬리를 갈무리한 뒤, 1~2학년 공통교재 입문자를 위한 변환 마법서를 얼굴 위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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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틱 파크] 카우보이가 스크래치를 이해할 때

2022. 6. 20. 22:49 | Posted by 호랑이!!!

스포일러 있음

선동과 날조

캐해 망함

기타 등등

 

 

 

 

 

 

 

더보기

모든 연기자들이 다 돌아간 후, 워린은 스크래치에게 커다란 양 다리를 던져주었다.

 

스크래치는 양 다리를 향해 달려가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신나 보이지는 않았다.

 

그야 스크래치는 요즈음 충분히 노는 중이었으니까.

 

낮 동안 스크래치가 노는 것은 이렇다.

 

1. 관람객들에게 신나게 달려가기.

 

2. 리아에게 적절한 때 제압당하기.

 

3. 리아가 음산한 목소리로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을 걸... 하고 경고하는 것 듣기.

 

리아는 스크래치가 놀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지만 요즈음 워린이 보기에 스크래치는 충분히 노는 중이었다.

 

하지만 저 2번은 뭐란 말인가?

 

제압당하는 게 대체 왜 좋은지 워린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모양을 만들 때 하필 마스코트 인형 같은 걸 참고해서 그런가?

 

스크래치는 다른 야생의 것들과는 달리 남을 해치는 것을 썩 즐기지 않았다(물론 그렇다고 안 해친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래서 그런가?

 

그 외에는 답이 될 만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언젠가 모스를 앉혀놓고 물어보려 했지만 모스는 대략적인 얘기를 듣자마자 뭐 그딴 걸 생각하느냐는 눈빛을 보냈었다.

 

그래, 거의 경멸에 가까웠지.

 

워린은 부하직원에게 일 못한다고 눈치받은 상사처럼 한숨을 쉬었다.

 

 

 

 

 

 

현관문 앞에서 리아는 주머니를 뒤졌다.

 

집 열쇠가 없다.

 

아까 옷을 갈아입으면서 주머니에 있던 열쇠를 책상 위에 올려놨고...

 

제기랄, 그대로 까먹었구나.

 

가는 데도 시간이 제법 걸리니 이 근처 친구 집으로 가거나 이웃집으로 가도 되겠지만 요즈음은 한창 더워지고 있었고, 이 옷을 입은 채 땀을 잔뜩 흘렸었다.

 

외박했느냐는 시선을 받는 거야 별 것 아니지만 땀 흘린 이 옷을 또 입는다는 게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이 다시 차에 올랐다.

 

어쩌겠어, 오늘 저녁에는 드라마 보면서 야식 못 먹는거지.

 

그 대신으로 먹을 레몬 사탕을 한 봉지 사서 한 개 포장을 벗겼다.

 

그리고 주차장에 차를 대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네들을 다룰 연기자들도 없는 야간에 비연기자들이 있는 직장에 가라고?

 

...지금이라도 집에 돌아갈까?

 

딱딱한 사탕이 어금니에서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다섯개째 사탕이 작살나는 소리였다.

 

이게 부디 자신의 목에서 나는 소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리아는 남은 사탕을 한움큼 집어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얇고 부드러운 운동복 바지 주머니라 그 안의 사탕 봉지가 이따끔 허벅지를 찌르는 걸 애써 무시하며 걸음을 빨리했다.

 

어쩐지 이 직장에 온 후로는 빨리 걷거나 뛰는 일이 많은 것 같아.

 

게다가 음악소리며 사람 소리가 사라져 기괴할만큼 고요한 곳이라 그런지 자신의 발걸음 소리가 커다랗게...

 

어디 가?!!”

 

으아악 깜짝이야!”

 

내 발걸음이 아니었구나!

 

!!! 시간에!!!!!!”

 

흉폭한 마차에서 마차꾼이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 무실!!!! 열쇠!!! 두고 와서!!!!!!”

 

여기 탈래!?!?!?!? 밧줄!!!!! 던져!!!!! 줄게!!!!”

 

리아는 양 팔로 머리 위로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그리며 펄쩍펄쩍 뛰고 마차가 오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미친듯이 날뛰는 말 때문에 땅이 거칠게 떨렸다.

 

밧줄이 날아오자 리아는 그 끝을 가볍게 잡아챘고 육중한 몸체가 달리는 그 사나운 힘에 딸려갔다.

 

이거 제법 놀이기구 같은걸.

 

리아는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무의식인지 온 몸의 근육이 굳지만 않았어도 그랬겠지.

 

덧붙여서 발이 땅에 닿아 있었다면.

 

밧줄이 당겨지고 네이선이 리아를 마부석으로 끌어올려주었다.

 

고마워요. 캔디 좀 먹을래요?”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안전벨트 같은 게 있을 리 없었기에 리아는 마부석 등받이를 꽉 잡았다.

 

네이선은 레몬사탕을 받아 내려다보았다.

 

그가 단 것을 먹은지도 꽤 되었다고 했지.

 

어차피 제 것은 차에도 남았으니 주머니에서 잡히는대로 꺼내 내밀었다.

 

네이선은 가벼운 눈짓으로 감사를 표했는데, 그 순간 마차 바퀴가 덜컹 튀어올랐다.

 

작고 가벼운 레몬사탕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흩어졌다.

 

어어!?”

 

네이선은 슬픈 표정으로 사탕이 떨어진 곳을 쳐다보았다.

 

“...난 괜찮아.”

 

그런 표정으로 말해봤자 설득력이 없는데요!?

 

정말이야. 내일 청소할 데일이나 불쌍하지.”

 

리아는 서둘러 주머니를 뒤졌으나 네이선이 그 손등을 눌렀다.

 

됐어, 이제 내려야지.”

 

이 괴물 마차가 언제 이렇게 온 건지.

 

리아는 뛰어내릴만한 푹신한 잔디를 눈여겨보고는 마차가 그 옆을 지나가는 틈을 타 몸을 던졌다.

 

고마워요!!!”

 

별 말씀을!!!”

 

내일 봐요오오오오오옷!!!!!!”

 

저 멀리서 네이선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말이 발을 굴러대는 소리 때문에 어떤 소리인지 알 수가 없어졌다.

 

문을 열자 긴 복도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 곳의 특성상 유난스러운 보안은 필요하지 않았기에 문은 그저 열렸다.

 

리아는 휴대폰 불빛만 켰다.

 

객관적으로는 물론 어리석은 생각이었으나 아무래도 그간 겪었던 일로 인해 제법 담력이 세진 터다.

 

안으로 들어서서 휴게실 겸 사무실 문을 열었다.

 

여기 어디 있을텐데.

 

이제 물건을 찾아야 하니까 아무래도 불을 켜야겠지?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올렸다.

 

동시에 하얗게 빛이 들어오며 사무실 내부가 또렷해졌다.

 

커튼을 걷고 간 덕분에 전면의 유리창은 새까매서 거기 비친 리아가 입은 셔츠 색까지 구분이 될 정도였다.

 

어우 사람 하나 더 있는 거 같네.

 

캐비닛 쪽으로 가며 리아가 중얼거렸다.

 

빨리빨리 열쇠를 찾아서 나가야지...를 생각하다가 의자에 발이 걸려 비틀거렸다가 희미하게 느껴지는 공포와 짜증과 기타등등에 의자를 발로 세게 밀어내자 요란한 소리가 났다.

 

아마 이걸 데일이 확인...할 지도 모르지만.

 

알 게 뭐야, 하라지!

 

발로 몇 번 의자를 밀어내자 제법 널찍하게 공간이 생긴다.

 

이제 발에 걸리거나 넘어지지는 않겠다.

 

의자가 밀리는 요란한 소리가 사라지자 이제 다시 완전한 정적이 찾아왔다.

 

어째 마차가 달리는 소리도 안 들리네.

 

빨리 열쇠를 찾아야지.

 

나갈 때도 네이선이 태워줄까? 거리야 얼마 안되지만 재미있-

 

주차장 근처에 몸을 던질만한 곳이 있던가?

 

어쨌거나 거기 타려면 네이선이 근처에 있을 때 나가야 할 텐데.

 

네이선은 핸드폰 없지? 없겠지.

 

비록 불필요하다지만 식사나 화장실로 마차에 내려오는 것도 통증을 동반한다고 했다.

 

그들이 핸드폰 충전이나 수리 등을 필요한 것으로 쳐줬을지는 의문이다.

 

핸드폰이라도 갖다줘야 하나.

 

물론 낮에는 못 하겠지만 보조배터리와 핸드폰이 있다면 밤이 제법 즐거워지지 않을까.

 

...여기 와이파이가 있던가?

 

별별 생각을 하며 캐비닛 숫자를 읽었다.

 

마악 몸을 돌리려는 순간, 뒤에서 손이 뻗어왔다.

 

학생 때 배워두었지만 제대로 익혀두지 않았던 호신술이 쥐어짠 천에서 흐른 마지막 물방울처럼 스며나와 뒤에서 덮친 인영을 몸 위로 넘겨 바닥에 메다꽂았다.

 

아주 운이 좋게 있는줄도 몰랐던 기술이 나왔다는 의미이다.

 

뭐냐! ...카우보이?”

 

동그랗게 뜬 눈이 리아를 올려다보았다.

 

검은 침이 새어나오는 갈라진 입술은 반쯤 벌어져 이 비연기자에게 일말의 인간성을 부여해주고 있었다.

 

다쳤어? 괜찮아?!”

 

강도도 도둑도 아닌 뜻밖의 인물에 리아도 잠시 상황을 파악하느라 굳어있었다가 이내 누구인지 확인하고는 후다닥 일어나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 세상에, 이런 곳에 어떤 멍청한 강도가 들어오겠어.

 

물론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카우보이는 폴짝폴짝 뛰며 한 바퀴 돌아서 자신이 무사함을 알렸다.

 

하지만 여전히 표정은 어딘가 헤벌어져 있었다.

 

그야.

 

워린은 그 찰나의 표정이 뇌리에 박혀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눈을 뎅그렇게 뜨고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딴에는 진지하게 여기저기 쑤석거리는 거야 많이 봐왔다.

 

웃거나 뛰거나 힘들다며 투덜거릴때의 표정도 많이 봐왔다.

 

그런데 자신을 뭘로 오인했는지는 몰라도- 잡아서 냅다 던져버릴 때의 얼굴이라니!

 

일순 리아가 자신이나 이 공원에 대해 낱낱이 파헤쳤나 헷갈리기까지 할 뻔했다!

 

아아 이러니까 스크래치놈이 리아와 있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마스코트에서 원형을 따 왔지만, 나도 제법 닮았나본데.

 

안 다쳤어? 다행이다. 그게, 오늘 열쇠를 두고 가서 찾아보고 있었어.”

 

리아가 작은 열쇠고리가 붙은 것을 흔들었지만 워린은 도저히 거기 시선이 가지 않았다.

 

그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걱정을 잔뜩 하고 괜찮냐고 두 번은 더 묻고, 거기에 사탕까지 손에 쥐어주고서야 리아는 이제 가봐야 한다며 카우보이와 함께 나갔고, 워린은 조용히 마차를 가까운 곳으로 불렀지만 도저히 정신이 돌아오질 않았다.

 

평소 스크래치와 같이 있을 때는 좀 더 장난스럽고 과장스러운... 그런... 느낌이었는데...

 

앗 하는 순간에 바닥에 처박힌 것이나.

 

그 바닥에서 리아를 올려다봐야 했던 것이나.

 

그 올려다본 얼굴이 엄청나게 엄했던 것이라던가...

 

리아는 마차를 타고 떠났고 올 때와는 달리 얌전해진 마차가 멈추기까지 하자 저 멀리서 시동 걸리는 소리가 났다.

 

워린의 입은 다시 흉폭해진 마차를 탄 네이선이 세 번째로 그 앞을 지나칠 때까지도 여전히 헤벌어져 있었다.

 

한 손에는 끈적끈적하게 녹아가는 레몬 사탕을 쥐고.

 

그걸 본 네이선이 혀를 찰 정도로.

 

[섹서필] 발레리안의 여름

2022. 5. 24. 00:41 | Posted by 호랑이!!!

진한 여름 냄새가 났다.

 

발레리안은 고개를 들었다.

 

모든 이에게 박한 계절이 지나고 있었다.

 

그 사실이 기꺼웠다.

 

차갑고 냉혹한 계절의 밤이 되고 달이 떠서 좁은 골목을 거닐 때면 이따끔 날 리 없는 피 냄새가 걸음마다 쫓아왔기 때문에.

 

절대 잊지 못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결국 얼굴은 잊혔다.

 

목소리도 잊었다.

 

냄새조차도 희미하다.

 

그러나 한겨울 밤에, 조명이라고는 달빛밖에 없는 때에 거리를 순찰해야 할 때면-

 

발레리안은 불과 피 냄새를 맡았다.

 

그와 다니는 후배들은 겨울에 담배를 피우는 횟수가 늘었다.

 

이제는 제법 쌓인 연차를 되돌아보는데 들리는 소리에 귀가 쫑긋하게 섰다.

 

파이 아저씨!”

 

밤만큼이나 짙은 나무그늘 아래에서 아이 소리가 들렸다.

 

겨울밤에 내리는 눈만큼이나 하얗게 작열하는 햇빛과의 경계가 뚜렷했다.

 

발레리안이 돌아보자 허리만큼도 안 되는 아이들이 해 안으로 뛰어와 오늘은 과자가 없냐고 매달렸다.

 

그 너머에서는 아이의 보호자가 수줍게 손을 들어 흔든다.

 

꽃이 졌다가 다시 피어나는 계절이다.

 

여름에 피어나는 온갖 붉고 누른 꽃들과 겹겹이 드리워진 녹색 나뭇잎과 두터운 구름을 뚫고 내비치는 새파란 하늘까지 온갖 다채로운 것들이 세상을 메운다.

 

열기 품은 바람이 꽃과 땀과 아이들과 피크닉 바구니, 심지어는 담배 냄새까지도 온통 몰아 왔다.

 

목덜미에 매달리는 한기가 녹아내렸다.

 

여름이었다.

 

 

[심장에 피는 꽃] 메로스랑 블랑이랑

2022. 5. 11. 00:09 | Posted by 호랑이!!!

자네 여기서 뭐하나?”

 

으엉?”

 

블랑은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네 시.

 

자신이야 일 관계상 이 시간에도 일어나긴 하는데, 대체 이 뱀파이어가 자신을 깨울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

 

시상식은 모레인데...”

 

그러니까! 어떻게 아직도 이러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뭐야, 뭔데.

 

어어하는 사이에 블랑은 납치되었다.

 

짙게 썬팅된 자동차 뒷자리에 실려버렸다!

 

아무리 짙게 썬팅되었다고 해도 아직 다 지지 않은 해가 비쳐 따끔거렸기에, 블랑은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 몸값이라면 얼마든지 줄 테니까!”

 

필요없어!”

 

단호해.

 

얼마간 달리다 차가 멈추자, 블랑은 낡은 폐 창고 같은 것을 떠올렸다.

 

다 왔다며 문을 열어준 메로스는 잡으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차 밖으로 나오자 스쳐가는 비릿한 냄새, 흐린 하늘, 수상쩍은 양복 입은 사람들과 총기와 밀수용 상자...

 

같은 것은 없었다.

 

스파?”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다행이야. 코스를 예약해뒀으니 들어가면 되네.”

 

스파?

 

코스?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을 보냈지만 메로스는 여느 때와 같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여자 종업원에게 블랑을 맡겨버렸다.

 

, 이게 뭐야? 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

 

어머나- 피부가 정말 하얗네요.”

 

크게 상한 곳도 없고, 관리를 잘 하시나 봐요~”

 

꾹꾹, 주물주물, 꾹꾹, 꾸욱.

 

으어어...”

 

장미를 베이스로 한 오일 향이 끝내줬다.

 

냉차 한 잔 드시겠어요? 복숭아랑 우롱을 넣어 끓인 거예요.”

 

꿀도 들어갔나봐, 끝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끝내주는 건, 숙련된 사람들의 마사지였다.

 

블랑은 마사지와 간식과 오일과 기타등등(그리고 다 못 깬 졸음까지)에 휩쓸려 순식간에 노곤노곤 녹아버렸다.

 

직원들은 블랑이 말랑말랑 녹아버린 틈을 타 온갖 팩과 마사지와 관리를 하고 머리 손질을 하고 엷게 화장까지 해주었다.

 

왔나? 어땠지?”

 

마찬가지로 얼굴이 반질반질한 메로스가 로비에서 반겨주었다.

 

“...진흙 목욕... 끝내줬어...”

 

그치 그거 끝내주지, 메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땅 팠을 때 그런 진흙은 안 나왔었는데.”

 

나도 땅 좀 파봤는데 그런 진흙은 잘 안 나오더라고 메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안 남은 우롱차가 어쩐지 아까워서 꿀꺽꿀꺽 마시고 빈 컵을 내려놓자 어느샌가 다가온 종업원이 조용히 치워주었다.

 

이거하러 온 거야? 시상식 대비해서? 완전 좋았어, 시상식 가면 원작가보다는 배우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딸기를 한입 가득 문 토끼처럼 금방이라도 우다다할 것 같은 블랑에게 메로스는 손을 내밀었다.

 

블랑은 아무런 주저 없이 그 손을 잡았고.

 

다시 검은 차에 실렸다!

 

어어? 집에 가는 거 아냐!?”

 

누가 순순히 집에 보내준다고 했지?”

 

, 뭐야! 날 놔줘, 이 악당!”

 

얌전히 있으면 험한 짓은 안... 시트 차지 말게, 그러다 진짜 사고 난- 사고난다니까!”

 

차를 멈춘 메로스는 식식거리면서 뒷문을 열어주었고 발자국이 남은 뒷좌석을 보고 뒷목을 잡았다.

 

나중에 저거 다 세차 시킬거야!”

 

!”

 

“...손님, 열쇠를 주시면 주차해놓겠습니다.”

 

직원에게 열쇠와 팁을 주고 메로스와 블랑은 왁왁거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삐뚤어진 표정으로 메로스는, 옷가게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복수를 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입혀주게.”

 

 

1차 완성

2022. 4. 2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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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롷] 고대au

2022. 3. 29. 23:56 | Posted by 호랑이!!!

이 곳이 아발론이구려.”

 

신기한 듯, 즈라한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후후, 정확히는 아발론 기숙사예요. 학교는 저 쪽으로 나가면 있답니다.”

 

라이레이는 부채로 저 쪽 정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발론의 기숙사에는 출신이나 성적에 관계없이 다양한 학생을 받곤 했기 때문에 건물 밖임에도 시끌벅적함이 묻어났다.

 

이런 시끌벅적한 사람 소리는 얼마만에 듣는 것이던가.

 

즈라한은 어쩐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장난을 치는 사람들, 웃음 소리, 날아다니는 물건... 날아다니는 사람...

 

사람?

 

내가 먹은 게 아니다!”

 

투구에 붙은 부스러기나 떼고 말하시지, 이 악당!”

 

계단 위에서 사람이 날아왔다.

 

와장창, 까앙, 콰그작- 하는.

 

사람이 내는 것이라기에는 다소 의문을 남기는 소리와 함께.

 

어머, 샬롯.”

 

안녕! 나중에 또 봐!”

 

격조의 인사와 이별의 인사를 한 마디 안에 쑤셔넣다시피하며 샬롯은 계속 뛰어갔고, 틀림없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벌떡 일어나더니 후다닥 도망갔다.

 

고철이 우그러지고 뒤틀린 기묘한 소리,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비명.

 

코 끝에는 혈액의 향이 감지되고 시각적으로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일이 인식되었다.

 

“...라이레이...”

 

널찍한 소매를 꼬옥 쥐며 즈라한은 넋이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나는 너무나도 무섭쏘...”

 

 

 

 

 

 

 

돌려받았어!”

 

즈라한은 강렬한 기억을 남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샬롯은 타르트를 들어올렸다.

 

앞에서 기뻐하는 분홍색 머리카락의 사람과 은색 머리카락의 사람 때문에 차마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지만, 즈라한은 묻고 싶었다.

 

어디에서!?

 

대체 어디에서 그걸 돌려받았다는 거지!? 뱃속? 역시 뱃속인가!?

 

바스락거리는 기름종이며 투명하게 반짝이는 포장지를 보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겠지만 이성이라는 것은 늘 본의 아니게 잃어버리는 법이다.

 

경악하는 중, 손이 팔에 닿자 즈라한은 깃털이 뒤집어질 정도로 놀라버렸다.

 

“...”

 

“....”

 

샬롯 앞에 있던 은색 머리카락의 사람이다.

 

즈라한은 부풀어오른 검은 깃털을 꾹꾹 눌러 가라앉히며 자세를 낮추었다.

 

처음뵙겠소이다. 즈라한이라 하오. 오늘부로 기숙사에 들어오게 되었소이다.”

 

 

[미드가르드 드레이크] 사마낙 일상로그

2022. 3. 15. 00:04 | Posted by 호랑이!!!

털이 길고 근육이 단단해서 날렵하다기보다는 육중하다는 수식이 어울리는 말.

 

고삐를 당기면 사납게 발을 치켜들고 투레질을 하다 분에 못 이기는 것처럼 발을 내려찍는다.

 

그 사나운 울림에 나뭇가지마다 맺힌 고드름이 후두둑 떨어지고 땅에서 자라난 서리는 짓이겨진다.

 

그 말 위에서 두껍고 커다란 망토를 두른 기사는.

 

사마낙은.

 

그 사나움이 못내 흡족한 듯 더운 기가 물씬 오르는 목덜미를 두드려주었다.

 

말을 멈춘 아슬아슬한 절벽 끝에서 시선을 아래로 두면 새카만 바다가 아우성친다.

 

무거운 망토조차 들썩일 정도로 날카롭게 부는 바람에 검은 파도는 검은 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조각나 부서졌다.

 

하늘조차도 희끄무레하게 구름이 낀 곳.

 

비현실적으로 흑과 백 뿐인 경치.

 

녹색과 노란색과 붉은 빛들로 따사롭고 풍요로운 환경에 잠겨 있는 것도 좋았으나 때로 사마낙은 박할 정도로 인간에게 냉혹한 이런 곳이 그리웠다.

 

마치 숨겨두었던 본성을 풀어놓듯이 부러 거칠게 고삐를 당기자 아직 야생성을 잃지 못한 이 말은 등 위의 포식자를 위협하듯 앞발을 들었다가 뒷발질을 하며 날뛰었으나 결국 식식거리는 숨을 토해내며 분풀이를 하듯이 땅을 내달렸다.

 

거칠고 각박한 땅에 자갈돌과 나뭇가지가 우두둑 우두둑 부러지고 육중한 몸이 아무렇게나 던진 고무공처럼 이리저리 뛰었다.

 

그 날뛰는 위에서 겨우 다리 힘만으로 버티며 사마낙은 온 몸에 갈 데 없는 열이 솟는 것을 느꼈다.

 

열이 심장을 돌고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을 주고 등자를 당긴다.

 

마술처럼 가볍게 활을 잡고 낡은 과녁에다 화살을 쏘았다.

 

파공음을 내는 창은 한때 그가 가장 서툴게 다루던 것이었으나 이제 손 안에서 묘기에 가까울 정도로 능숙하게 돌아간다.

 

이제는 활이나 도끼 따위보다 석궁과 화승총을 쓰는 세상임에도 때로 사마낙은, 쇠 부딪치는 소리가 그리웠다.

 

때로 그와 합을 맞출 기사들이 그립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로 나가서 자신이 어릴 적 살던 곳을 살펴보면, 아이들은 추위에 떨지 않는다.

 

배를 곯지도 않고, 숨지도 않고, 제가 어릴 적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기름진 음식을 입에 넣는다.

 

그런 평화와 사치스러움을 떠올려보자면.

 

이 정도 그리움은 자신이 치를 것 중에서도 아주 소박한 댓가일 것이다.

 

 

크나트 리비오 율리케

2022. 3. 11. 10:05 | Posted by 호랑이!!!



[크나트 리비오 율리케/마피아/TM]


2017. 7. 10. 2:21 ・




" 이해해, 그렇지만 내 입장이라는 것도 있어서 어쩔 수 없구나 "






인장
  

(@qkfnqkfn95님 커미션입니다)

이름 : 크나트 리비오 율리케 (Knaut Livio Ulrike)
나이 : 47
키 / 체중 : 185cm/과체중



외관
피부는 여름의 이탈리아에 어울리게 잘 태운 연한 갈색이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는 짙은 갈색. 머리는 단정하게 보이도록 깎아 왁스 등으로 정리한다. 눈썹은 머리카락과 같은 색이고 짙은 편이라 정기적으로 보기 좋게 다듬는다. 속눈썹은 긴 편이고 속눈썹 아래 눈은 초록색과 파란색 사이의 밝은 색이며 다소 바랜 듯한 색의 녹색에 가깝다. 눈 자체는 큰 편이나 꼬리가 처져 있고 날이 밝을 동안은 반쯤 감고 있어서 졸려 보일 것이다. 턱은 다소 각져있고 왼편에 흉이 한 가닥 있는 입술은 얇은 편인데 웃는 상이다. 수염은 입 주위에서 귀 아래까지 연하게 나 있다. 몸은 얼핏 보았을 때는 그렇게까지 중량이 나갈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옷을 벗으면, 혹은 몸을 만져보면, 제법 단단한 근육이 보일 것이다. 보기 좋은 역삼각형 몸매는 하얀색 셔츠, 연한 녹색(간혹 파란색) 손수건을 포함한 검은 쓰리피스 정장으로 감싸고 있고 옷은 전부 주문품이다. 어깨나 다른 부분에 맞춰 일반 셔츠를 입으면 가슴쪽 단추가 벌어지거나, 끼기 때문에. 구두 역시 검은색이고 양말은 회색, 벨트는 가죽 제품이라 비를 맞는 것을 싫어한다. 그 외 시계나 반지 같은 악세서리는 하지 않는다. 손은 제법 큰 편이고 화상 자국이 부분부분 남아있다.



성격
키워드1 : 다정
되도록 남에게 다정하게 해주려고 한다. 소설 대부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세대 중에 하나라 어린 여자아이가 꽃을 팔면 한 다발은 반드시 사주고 노인이 길을 걷고 있다면 반드시 함께 길을 건너 준다.

키워드2 : 깐깐함
그런 다정함도 만난 사람이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을 때만이다. 어떤 관계로든 깊게 얽히게 되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을 것인지 하나하나 다 재어본다. 비단 이런 것은 사람에게만 통하는 것은 아니라 융통성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적어도 조직 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기준을 가지고 움직인다. 결벽증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다른 사람에게까지 같은 기준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뿐.

키워드3 : 자부심과 충성심의 혼합물
어떤 일이 자신에게 맡겨진다면 끝까지 해낸다. 어쩌면 깐깐함이나 완벽주의 같은 단어가 더 어울릴 수 있으나 크나트에게 조직에 관한 것은, 조직에서 맡겨지는 일은 자부심을 준다. 덕분에 자신이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도,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것도, 모두 조직에 누를 끼치는 일이라며 싫어한다.

키워드4 : 냉정함
가장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칼같이 다른 것을 버릴 수 있다. 현재 가장 원하는 것이 조직의 안녕일 뿐. 길 잃은 아이를 만나 한참이나 예뻐하다가도 조직에 관련되어 일이 생기거나, 그 아이가 조직 쪽으로 나쁘게 관련된 아이라면 그 자리에서 총을 꺼내 쏠 수 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소속
마피아



기타
한때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식사 전, 취침 전에도 꼬박꼬박 기도를 올리고 십계와 말씀에 따라 선량하게 살아가려고 했던. 그러나 물건의 유통경로 중간에 성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곧바로 성경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착실하게 조직에 충성을 바치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마피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자경단 소속이었다. 할아버지 아래에서 총을 쏘는 법이라던가 암묵적인 규칙 등을 배웠으며 할아버지의 인맥을 통해 현재 조직에 몸담게 되었다.
술도 담배도 좋아하지 않는다. 약도 좋아하지 않는다. 총은 잘 쏘지만 사격도 안 좋아하고 좋아하는 거라고는 운동 뿐이라 주머니에는 여차할 때 사용할 주문제작한 너클이 있다. 너클에는 꽃 없이 잎사귀만 자란 가지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으며 맞으면 많이 아프다. 너클로 때리면 뼈 정도는 부러뜨리지만 너클 없이 맞아도 아프다. 되도록 총을 사용하자는 주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너클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자라난 마을은 포도밭이 있는 바닷가 작은 마을. 어릴 때는 매일같이 수영했다.
가끔 놀라면 욕을 사용할지도 모른다.
주머니 안에 희석한 플레이용 미약이 있다.


선관: X



선관 동시 합격 여부
O / X



성향
TM


캐릭터 선호 / 기피 플레이
선호 : 약물, 착의 상태의 애무
기피 : 스캇 골든 더티플 고어 피어싱 롤플레이 스팽킹

오너 선호 / 기피 플레이
선호 : 약물 도구 본디지 요도플 산란
기피 : 스캇, 골든, 더티플, 고어, 피어싱, 스팽킹, 강간시키기 전에 합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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