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
핫 초콜릿.
바나나 스플릿.
와플에 사과잼과 시럽.
더블 마요네즈 타코야끼.
사과와 바나나를 간 과일 주스.
여러가지 채소와 쇠고기를 넣은 타코.
두툼한 빵에 머스터드, 케첩을 듬뿍 친 핫도그.
한국식으로 튀긴 어포와 매콤한 소스를 친 감자튀김.
생크림 바나나 크레페에 초콜릿 시럽과 아이스크림, 웨이퍼 과자 추가.
어딘가의 메뉴판 같은 이 목록은 한 손에 쇼핑백을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든 어느 헌터의 뱃속으로 들어간 음식들이다.
식도락 여행이라도 갔느냐고 의문이 들 법도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손에 들린 쇼핑백에는 과자나 특산물 대신 하나도 빠짐없이 여성용 옷이 들어 있었다.
“마-리, 이거 어때?”
“우이엥...”
몇 번 웅얼거리다 마라차는 박수를 보내며 그 박수가 끝나기 전에 입 안의 초콜릿시럽과 바나나를 맹렬하게 삼키려고 노력했다.
옷 파는 가게에서 음식이라니 점원들이 말릴 법도 한데 이 거대한 쇼핑백과 또 쌓일 쇼핑백 더미가 그들의 눈이라도 가린 모양이다.
혹은 입은 사람이 웃음을 터뜨릴 때마다.
손을 저을 때마다.
경쾌하게 걸음을 옮길 때마다.
걷고 움직이고 숨을 쉬는 그 모든 때마다 이 평범한 진열장 앞이 잘 꾸며진 화보집의 한 페이지가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느 장신구보다 빛나는 그 머리카락은 청회색 겨울 코트 위에서 구름같이 흐트러졌고 빨간 머플러 위에서는 잘 만들어진 목걸이처럼 흘러내렸으며 눈동자는 폭신한 모자 아래에서 은으로 주조한 종처럼 반짝였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트리며 녹색과 빨간색의 향연 사이에서 마치 눈의 정령처럼 도드라지는 그 모습이라니.
웃을 때면 드러나는 가지런한 이, 복숭앗빛으로 시선을 끄는 입술, 햇살이 내리쬐는 낮이면 잘 다듬어진 보석처럼 빛을 퍼뜨리는 미소.
검은 털을 댄 장갑 안의 손까지.
일반적인 아름답다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눈을 떼지 못할 것이고.
프쉬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면 귀를 기울이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고.
저 손이 다정한 걸 알고 있다면 놓지 못하겠지.
그리고 저 손을 알고 있는 자로서, 마라차는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프쉬케한테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가가서 어깨에 머리라도 올려놓고 허리에 팔을 감아 몸을 붙이고, 손바닥에 뺨을 비비고 싶다.
하지만 아직 한창 쇼핑하는 중이고... 밖이니까...
직원이 내민 팔 위에 파카 한 벌을 올리고 이번에는 이거라며 프쉬케는 치마를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나만 빼고 다들 행복해보이네.
시무룩하고 부루퉁한 표정으로 얇은 과자 껍질을 덥썩 물어뜯자 그 안을 채운 아이스크림이 채 녹지도 못하고 고깃점처럼 와일드하게 뜯겨 나왔다.
그리하여 장장 한 시간이나 더 지나고서야 둘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배고프지? 가는 길에 뭔가 먹고 갈까?”
샐러드, 파스타, 샌드위치 같은 것을 나열하며 프쉬케는 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 쪽이 좋아? 안 고르면 내 멋대로...어머, 마리?”
어째 조용하다 싶더라니 마라차가 없다.
그 가방을 싣는 것도 일일 텐데, 얘가 그새 어딜 갔지?
프쉬케는 조수석 문을 열고 몸을 기울였고, 갑작스레 뻗은 팔이 허리를 감싸 안으로 끌려들어가다시피했다.
“놀, 래라!”
어깨를 찰싹 때렸는데도 이 도베르만 같은 헌터는.
다시 말해 개 같은 남자친구는 아무 말 없이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을 주어 더 꽉 끌어안는다.
“마리, 피곤했어? 너무 끌고 다녔나?”
뒷좌석을 힐끗 넘어다보자 많은 양의 쇼핑백들이 엉망으로 들어차서, 자칫하면 쏟아질 것 같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헌터는, 이마를 프쉬케의 쇄골에 묻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헌터면서 체력이 이렇게 약해서야~ 라며 프쉬케는 마라차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러니까, 충전해줘.”
“충전?”
이렇게 끌어안고? 이런 거 말하는 거지?
그 충전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린 프쉬케는 깔깔 웃었다.
때마침 밖에서는 새로 캐롤이 흘러나오려는지 종소리가 들렸으며.
그 웃음을 기점으로, ‘기다려’가 끝난 개처럼.
마라차가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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