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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_몰랐던_아름다운_계절

2022. 9. 12. 22:50 | Posted by 호랑이!!!

고개를 돌리고, 고개를 젓고, 눈을 감은 모든 계절들에게.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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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상은 이렇게 칙칙할까?”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을씨년스러운 길에는 앙상하게 말라비틀어진 나무가 늘어섰다.

 

그나마 색이 있다고 하면 어두운 색에 잎이 뾰족한 나무 뿐, 그나마도 몇 그루 보이지 않았다.

 

땅은 아무리 손을 써도 질척했다.

 

물은 딱딱하고 미끄러워서 멋모르는 누군가가 밟았다가 그대로 미끄러졌다.

 

공기는 차갑고 바람은 메말라서 사람들은 두꺼운 천으로 그들 몸을 가렸다.

 

좀 더 보드랍고, 따뜻하고, 색색이 아름다울 수 있을 텐데.”

 

남들은 새파랗다는 하늘조차 잿빛이다.

 

그는 도저히 이 계절을 사랑할 수 없었다.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없었다.

 

노란색이고, 붉은 색이고, 그런 것들은 다 다른 이에게만 허용된 것 같아서.

 

저에게 주어진 것이란 말라비틀어진 것 뿐이라서.

 

좀 더 다정한 것을 가지고 싶어서.

 

겨울은 고개를 돌렸다.

 

길고 하얀 머리카락이 빛을 받을 때마다 별무리처럼 반짝였다.

 

아래에서 누군가는 나무에 붉고 노란 꼬마전구를 감았고 누군가는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며 걸어갔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얼음 위에 흙을 뿌렸고 누군가는 손수 뜬 모자를 기증했다.

 

겨울은 그것을 보지 못 했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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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상은 이렇게 변덕스러울까?”

 

그는 산을 올려다보았다.

 

추위를 경계하는 식물들은 앙상했으며 따스함을 믿었던 식물들은 그들의 믿음에 배반당해 시들어 떨어졌다.

 

덜 녹은 얼음은 위험했고 다 녹은 얼음은 길을 질척하게 만들었다가 밤이 되면 다시 얼었다.

 

얇게 입은 사람들은 추워했고 두껍게 입은 사람들은 더워했다.

 

좀 더 일정하면 좋을 텐데.”

 

제비가 울었다.

 

진흙을 떠 둥우리를 지어야 하는데 밤을 지나며 얼어 있던 탓이다.

 

섞어 쌓을 짚도 짐승의 털도 구하기가 어렵다.

 

그는 도무지 이 계절을 사랑할 수 없었다.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없었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안정적인 것이 저 여린 생물들이 대비하기 쉬울 터였다.

 

햇볕 한 줌에 자라난 새싹은 다음 날 얼어 죽을 테다.

 

사람들은 병에 걸려 고통받을 터.

 

봄은 고개를 저었다.

 

짧은 고수머리가 잘랑잘랑 흔들려 그의 눈을 가렸다.

 

그리하여 그는 보지 못하였다.

 

그래도 작은 싹이 흙을 밀어내고 고개를 드는 것을.

 

갓 태어난 짐승이 어미에게 보채고 어미는 다정하게 어르는 것을.

 

어른이 아이에게 옷을 겹쳐 입는 것을, 단추 여미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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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 타죽겠네.”

 

여름은 티셔츠 목께를 잡고 마구 흔들었다.

 

그 옆의 사람들 역시 길을 걸으며 선풍기를 사용하거나 부채를 사용하거나 손에 잡히는 거라면 뭐든 얼굴 앞에 대고 흔들어 댔다.

 

저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았다.

 

차를 타든 건물에 들어가든 차가운 공기로 열을 식힐 것이고 물도 마실 테니까.

 

여름이 정말 염려하는 것은 어리거나 늙거나 여리고 힘 없는 것들이다.

 

그들은 겨우 나무그늘 밑에서 해를 피한다.

 

아스팔트조차 녹아내리는 이런 날에도.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

 

그는 도무지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다.

 

때문에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없었다.

 

더위는 끔찍하다.

 

때로는 마실 물조차 여의치 않다.

 

가장 약한 것들이 가장 먼저 나가떨어졌다.

 

해가 없는 밤조차도 열기는 식지 않고 사람들을 괴롭힌다.

 

여름은 눈을 감았다.

 

저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가게에 피서하러 오세요라는 종이를 붙이는데도.

 

저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길짐승을 위해 물을 따라놓는데도.

 

저 어딘가에서 사람들이 지구를 지키자고 하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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