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푹신한 침대 안에서 퀸타페드가 눈을 떴다.
이불 안쪽에는 언약자가 저에게 등을 붙인 채 동그랗게 말려 새근새근 자고 있고 이불 위며 발치, 머리맡에는 언약자를 닮은 꼬마친구들이 마찬가지로 동그랗게 파묻혀있다.
진한 감동을 받은 것처럼 그 모습을 바라보던 퀸타페드는 몸을 부르르 떨고,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아침부터 가벼운 운동을 한 후 더운 울다하임을 감안해서 찬물로 몸을 씻었다.
7시.
목욕물은 조금 뜨겁다 싶을 정도로 데워둔다. 아침을 준비하다보면 식을 테니까.
과일은 씻어 자르고 계란은 반숙으로, 베이컨을 굽고 잘게 자르다보면 시간이 훅 사라졌다.
신선한 우유까지 준비하면 맛있는 냄새에 침대 쪽이 부스럭부스럭 잠 깨는 소리가 들렸다.
“깼습니까?”
“으으으응.”
“자, 아.”
“아-.”
입에 조그만 별사탕을 물려주자 눈은 여전히 감겨 있지만 입은 오물오물 움직여서 까작까작 씹는 소리가 난다.
“목욕하면서 아침 먹을까요?”
“으응...”
잠투정을 하는지 끼잉 소리를 내는 라레타를 안아들자 조그만 인형들도 꼬물락꼬물락 움직이더니 한데 모여 다시 잔다.
귀여워.
이 심장 멎는 귀여움을 계속 보고도 싶었으나 퀸타페드의 품 안에는 먹이고 씻기고 입혀야 할 라레타가 있었기에 비정한 마음으로 눈을 질끈 감고,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김이 오르는 따끈따끈한 물에 옷을 벗겨 라레타를 내려놓자 라레타는 편안하게 몸을 늘어뜨렸다.
“아.”
“아-.”
수란을 자르자 노른자가 흘러내렸다.
베이컨과 함께 입에 넣어주자 다시 다물려고 하지 않길래 볼을 콕 찔렀더니 귀가 파득파득 움직이고 입이 다물어져 우물거린다.
만지고 싶은 충동에 저항하지 않고 살짝 아랫입술을 건드리자 입을 벌리라고 알아들은 것인지 아- 소리를 내며 입을 벌렸다.
이번에는 녹색 포도알을 물려 주었고 차갑게 식혀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이 삐죽 찡그려졌지만 아작아작 잘 깨문다.
그렇게 계란, 채소, 베이컨, 과일을 먹이다 이제 되었겠지 싶은 마음에 마실 것을 권했다.
“우유 마시겠습니까?”
“응.”
이것만큼은 누워서 마실 도리가 없었기 때문에 졸린 기색이었지만 따뜻한 물로 얼굴을 씻으며 일어나 앉는다.
나만큼 라를 잘 아는 사람도 없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반응에 퀸타페드는 꿀을 섞은 우유잔을 내밀었다.
한 모금, 두 모금.
“달걀? 아니면 베이컨?”
“둘 다 먹을래.”
아- 하고 입을 벌리면 다시 달걀과 베이컨이 들어간다.
또 샐러드, 그리고 과일 순서로 입에 넣어주자 얼만큼 먹고 질렸는지 고개를 저었다.
“몇 시예요?”
“이제... 9시군요.”
“어쩐지 졸리더라... 하암.”
“오늘은 외출하기로 했잖습니까. 기억나지요?”
“안 나요.”
“이제 몸 닦을까요?”
“쪼끔만 더 있다가.”
그러면서 다시 눈을 감는다.
아침 6시.
크나트는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전날 꽤 오래 뭘 했더니 몸이 운동을 필요로 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이래저래 체위를 바꿔가면서 했는데 말이야, 그 정도로는 부족하구만.
바닥에 떨어뜨린 속옷을 주워 입고 하우스 메이트 비슷한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추리닝 바지도 입어준 채 운동기구가 가득한 지하실로 갔다.
창고를 얼른 하나 지어야 할 텐데.
크나트에게는 이 지하실을 어메이징한 플레이룸으로 바꾸겠다는 원대한 야망이 있었으나 율리안이 쓰는 손님방에 운동기구를 놓기에는 그 방이 너무 작기 때문에 현재 무기한 연기 중이었다.
널찍하게 운동기구를 놓으려면 일단 땅부터 다지고, 그 위에 시멘트를 붓고, 벽을 쌓고... 저 쪽 마당에 뭘 묻어둔 게 있었던가? 없었겠지?
그나마 마당 넓은 집이라서 다행이다.
어릴 때는 방이라고는 둘밖에 없는 집에 무슨 마당이 쓸데없이 넓으냐고 불만이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 조금은 쓸모가 있군.
잠깐 러닝머신을 뛰고 땀을 닦아낸 뒤 첫 번째 근육운동기구에 앉았더니 계단에서 발소리가 났다.
당연하다지만 율리안이다.
몇 모금 정도가 빈 페트병을 들고 달랑달랑 걸어내려온 율리안은 우선 스트레칭부터 했고 몸이 쑤시지도 않는지 쭉쭉 뻗는 것에 크나트는 말을 걸었다.
“굿 모닝. 도와줄까?”
“...됐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뻐근해 보이는데.”
그렇기는 합니다만, 하고 율리안의 표정이 말했다.
“당신 손이 닿는 건 밤이면 충분합니다.”
“...호오.”
율리안은 자신의 말이 또 저 인간에게 뭔가 상상할 거리를 주었다는 것을 깨닫고 시선을 피하며 재빨리 러닝 머신에 올랐다.
별달리 말을 걸지는 않고, 크나트는 자기 운동이나 하다가 이제 뭉친 근육이 다 풀렸다 싶어지자 운동기구에서 내려와 남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물 좀 떠다 줄까, 달링?”
“저는... 하.. 달링이... 후...”
어쩐지 저 ‘후’가 한숨처럼 들린다.
개의치 않고 크나트는 대답을 기다렸다.
“...부탁드립니다.”
크나트는 계단을 올라가 일단 물병에 물을 가득 따라놓았다.
털썩, 하고 마당에 신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얼른 나갔더니 옆집 사람도 신문을 가지러 나온 것인지 신문을 줍다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참 좋지요?”
“그렇군요, 이제 봄이 오려는가 봅니다.”
“이탈리아는 대개 따뜻하니 특별히 봄이 온다고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이렇게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면 다시 일년이 시작하는구나 싶어져요. 이제 좀 있으면 아이들도 다시 방학을 맞아 돌아올 거고, 또 새로 학기 시작하는 데에 필요하다면서 연필이며 옷이며를 실어 나르겠지요. 우리 애는 지금 영국에 있는데 저번에 왔을 때는...”
크나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만 가보고 싶다는 무언의 표시를 했음에도 이웃의 수다는 멈출 줄 몰랐고 크나트는 시계 대신 옆집 사람의 인적사항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그리고 그 때 가게에 갔더니 점원이 애 옷을 보고 그러는 거예요, ‘아주 스코틀랜드 인이 다 됐네!’ 그러더니...”
내가 신문을 왜 가지러 나왔지.
약 10분이 지나고 인내심에 한계가 온 크나트는 옆집 사람의 말을 끊었다.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우리 애 물을 줘야 해서요.”
다음에는 신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도 나오지 말아야겠다.
“다시 고양이를 들였나요? 옛날에는 있었다고 어머님이 그러던데, 아주 예쁜 황갈색 고양이랑 까맣고 하얀 고양이랑 회색 고양이 말이에요. 아침마다 우유나 버터 조각을 주면 아주 행복하게 핥다 가더라고 얼마나 그러는지! 제가 말이에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데 항상 저만 보면 아주-”
아니지, 아예 신문 구독을 취소해버리자.
“좋은 하루 되십시오.”
신문사를 태워버리자.
집 안으로 돌아와 문을 닫고 크나트는 거칠게 신문을 소파에 내려놓았다.
아니 물론 사람과 교류하는 건 좋아하지만 지금은 바쁘다니까!
우리 애 물 줘야 한다고! ...아, 물!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으려던 크나트는 일어나 물병으로 달려갔다.
미지근한 물이 찰랑찰랑한 물병을 쥐고 내려갔더니 율리안이 아까 그대로의 상태로 러닝머신을 달리고 있었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놔두고 갔던 물병 안 물의 수위 정도일까.
“여기 물.”
“감사- 하아, 합니다.”
거의 빈 물병을 들고 다시 올라가서 씻어놓고 크나트는 자기 몸도 씻어두러 갔다.
아침 11시.
오늘은 뭘 입힌다.
퀸타페드는 라레타의 몸을 말려주고 머리도 말려주고 빗질도 꼬리 끝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속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한바탕 일이 있기는 했지만 어찌저찌 잘 넘어갔고(비록 라레타의 몸을 한 번 더 씻겨야 했지만) 이제 난제는 라레타에게 어떤 옷을 입히느냐다.
우선은 부드럽고 편한 재질의 옷을 안에 입혀야겠지, 울다하 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따뜻한 동네라고 하였으니까 얇아야 할 거고... 그렇지만 비공정을 탄다면 서늘할 테니 톡톡한 옷이 좋겠다.
가장자리에 하얀 털도 대고... 그러면 몽글몽글하니 미코테가 더 귀엽게 보일 터.
아니면 아예 안은 얇은 옷을 입혀서- ...하지만 비공정을 타고 가는 동안 의자에 눕기라도 하면 옷이 다 구겨질 텐데.
옷을 벗겨놓고 맨 위에 코트만 두르게 할까.
아니면 역시 초승달 옷?
안에 입을 옷을... 저번에 멜빵바지도 참 귀여웠었지.
이것도 귀엽고 저것도 귀엽고.
뭐든 다 잘 입으니 뭐가 편한지 알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입히기에는 퀸타페드의 장인정신이 용납지 않았으니.
삼십분을 더 고민하던 것은 등 뒤로 가볍고 부드러운 것이 닿으면서 사라졌다.
“뭐야, 뭐 해요?”
등에 냉큼 매달리는 미코테가 다치지 않도록 팔을 잡아 목 쪽으로 가까이 당기면서 일어서자 달랑달랑 흔들리는 발이 제 종아리나 허벅지를 건드렸다.
“옷을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동을 해야 하니 이 트렌치 코트와 아오자이...”
“나 가운 입을래요.”
라레타가 옷 사이에서 상앗빛으로 보드라운 알라미고 가운을 꺼냈다.
“...중에서 역시 그 가운이 제일 라랑 잘 어울립니다. 역시 고르는 건 라한테 맡겨야겠어요. 제일 좋은 선택입니다.”
보지 않아도 보송보송하게 빗질을 끝낸 꼬리가 신나서 치켜올라간 것이 느껴졌다.
“그렇지요? 역시 내가 고르는 게 제일이지?”
이래봬도 좋은 물건은 많이 봤으니까요! 뭐가 좋고 나쁜지는 한눈에도 알아본다구!
우쭐우쭐 즐거워하는 모습에 페드는 여름용 색안경이라도 구해서 쓰고 다닐까 생각했다.
아니면 가면이라던가, 뭐든지 가릴 수 있는 걸로.
보석이라던가 좋은 비단을 쓰면 좀 좋은 사람으로 보일까?
아침 10시.
크나트는 씻고, 머리를 말린 채 뒤집개로 프라이팬 가장자리를 두드렸다.
발랄한 멜로디의 민요나 흥얼거리면서 넓적한 접시 위에 말랑말랑하게 익힌 프렌치 토스트와 통통한 소시지와 반숙으로 익힌 달걀을 얹고 껍질을 벗긴 토마토를 한데 놓았다.
치즈를 좀 넣을까 말까.
미간을 찡그리면서까지 고민하며 크나트는 한 접시의 프렌치 토스트에만 설탕을 한 숟갈 얹었다.
“이봐 달링! 예쁜 신부님? 섹시한 신부님-!”
지금쯤이면 씻고 있으려나? 아니면 옷을 입고 있나.
어느 쪽이든 잘 안 들릴 테니 세레나데를 부르는 목소리를 높였는데 의외의 곳에서 들려오는 대답에 크나트는 펄쩍 뛰어올랐다.
‘-렇게 부르지- -십시오-’
“허니? 아직 운동하고 있는 거야? 대체 언제까지 하려고?”
후다닥 계단을 뛰어내려오자 아직 러닝머신에서 달리는 게 보인다.
“조금만 더.... 하아, 하고 가겠습니다.”
조금만이 얼마나 조금만일까.
지하실 벽에 못을 박기 싫어서 시계 거는 것도 미뤄뒀는데 아무래도 조만간에 하나 걸어놔야 할 것 같다.
런던 시계탑에 걸린 것만큼 큰 걸 러닝머신 바로 앞에다 걸어두면 저번처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몇 시간이나...
잠시 크나트는 음란한 상상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겉모양만은 멀쩡해서 율리안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크나트에게 힐끗 눈길을 던졌다.
“손목시계를 가져왔습니다. 정말 조금만 더 하다가 올라가겠습니다.”
그렇다면야.
크나트는 다시 계단을 올라와 한 사람 몫의 음식에 덮개를 씌워두고 먼저 사용한 접시를 씻고 양치질을 하고 옷장 문을 열어 옷을 골랐다.
짙은 회색 수트에 반짝이는 금속 단추를 달고 넥타이는 남색... 아니면 초록색? 이 노란색은 사 놓고 한 번도 안 썼군.
모처럼 격식을 내려놔도 좋을 자리이니 무늬가 들어간 것도 좋겠지.
하얀 줄무늬가 하나, 둘 들어간 것은 무난하게 잘 어울리고.
체크 무늬는 대체 어쩌다가 이 옷장에 들어온 거람?
이 가로 줄무늬는 누구 선물을 주려고 샀던 것 같은데 결국 주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했군.
조만간에 대대적으로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넥타이를 죄 꺼내자 생각보다 많았고, 왜 골고루 안 썼는지 고민하기에는 바리에이션이 지나쳤다.
은색 줄이 들어간 것과 치즈 무늬가 들어간 것 중 어느 것으로 할 지 고민하다 잠시 정지한 크나트는 회중시계부터 단추에 달았다.
...그러고 보니 선인장도 꽤 괜찮은 것 같은데.
고양이 무늬는 나중에 율리안에게 주자.
결국 결정하지 못하고 넥타이 몇 개를 골라들고 시계를 보니 깜짝 놀랄 만큼 시간이 지나 있었다.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 후다닥 율리안의 문을 두드렸으나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씻고 있나? 하지만 화장실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장실 문을 두드렸지만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벌써 나간 거야!?
내가 너무 늦어서!?
차! 차 열쇠!
차 열쇠 어디있지!?
카운터에 올려둔 바구니를 뒤적였지만 열쇠 대신 동전이나 명함, 클립이나 쿠폰 같은 것들이 손가락에 달그락거렸다.
옷장 서랍 위? 없고!
침대 옆에!? 없어!
어제 입었던 재킷... 아! 여기! 이거!
주머니를 뜯어내다시피 벌리고 열쇠를 끄집어내 집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찰나 크나트의 귀에 기계소리가 걸렸다.
설마 하는 마음에 크나트는 고르던 넥타이를 그대로 움켜쥐고 계단 아래로 뛰어내려갔다.
“달링 슈거?”
“...후, 하아... 그것도... 접니까.....?”
“왜 아직도 이러고 있어!?”
12시.
퀸타페드는 비공정에 올랐다.
“다리 아프지 않습니까? 목이 마르지는 않아요? 별사탕을 좀... 아니, 안 가져왔구나.”
별사탕은 나오는 길에 꼬마친구 라레타들에게 전부 주어버렸다.
조르르륵 붙어 서서 어디가? 데려가? 언제 와? 빨리 와? 하면서 종알거리는 것에 발이 묶여서 늦어지자 가면서 먹이려고 했던 별사탕 봉지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많아! 반짝반짝해! 올록볼록해! 데굴데굴해! 하는 것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미간에 힘이 꽉 들어간다.
그리고 그 새 자리를 찾아낸 라레타는 으쓱거리며 퀸타페드를 당겨 자리에 앉혔다.
역시 형이 있어야겠지? 라는 것을 잔뜩 뽐내면서.
멋지다 내가 정신을 딴 데 팔아도 형이 다 챙겨준다!고 했더니 꼬리털이 한껏 보들보들해졌다.
“멋진 미코테 꼬리털을 빗어줘도 됩니까?”
“어쩔 수 없지! 퀴니니까 허락해주는 거예요!”
빗을 착 꺼내들고 그새 헝클어진 털을 빗어주자 반질반질해진다.
너무 좋아.
퀸타페드는 이왕 빗을 꺼낸 김에 머리털까지 빗어주기로 결심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부드러운 털이 사르르 벌어졌다가 가지런하게 내려앉는다.
머리에 쓴 모자부터 목의 리본, 반지, 가운, 반지르르한 머리털과 꼬리털.
집에 놔둔 꽃향기가 배어서 은은하게 향이 난다.
너무 예뻐 내 미코테.
여기서 무릎 꿇으면 안 되겠지.
그러면 눈에 띌 텐데 누가 봤다가 반해버리면 안 되잖아.
왜 비공정에는 개인실이 없는 거야.
빛의 전사의 이름으로 개인 비공정을 만들고 싶다.
마법 종류만도 네 가지나 되면서 왜 투명해지는 망토는 안 만드는 건지.
모든 사람을 위해서 하나 필요할 거란 말이야.
퀸타페드는 알 수 없는 원망을 하며 라레타의 목에 팔을 감아 끌어당겼다.
뭐야? 추워요? 하는 게 너무너무 귀엽다.
꽉 끌어안아 버리고 싶다.
라레타는 왜 작고 가녀리고 연약한 사람이라서...
퀸타페드는 슬펐다.
그리고 비늘 달린 꼬리가 라레타의 허리에 감기자 라레타는 퀴니가 추운가!? 라며 장갑을 꼬리 끝에 씌워 주었다.
계속 이렇게 있고 싶다.
약속이고 뭐고 같이 커르다스 서부고지의 오로라나 보러 갈까.
“라-”
하고 입을 떼는 순간, 우렁차게 방송이 흘러나왔다.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두고 가시는 물건이 없는지 잘 확인을-”
“도착했대요!”
라레타는 퀸타페드의 소매를 당겼다.
조금만 더 일찍 말할 걸.
퀸타페드는 겉옷이며 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공정에서 내려 걷고, 작은 기차를 타자 라레타는 창문에서 밖을 내다보았다.
“퀴니 이것봐요, 금속으로 만든 뱀 같아! 이거, 이거 뭐라고 불러요? 기차? 타 본 적 있어요?”
“한 번 있습니다. 이것은 좀 작군요.”
그리고 유령도 없고, 뚜껑도 있군.
저번에는 어디에 이동하기 위해 기차에 탔다기보다는 다른 일 때문에 탔었기 때문에 퀸타페드도 창문에 딱 달라붙었다.
평화로운 들판과 산이 보이고 강과 꽃이 지나가고 양떼도 있다.
내린 역도 자그마해서 역무원이 한 명, 매점에 한 명 있을 뿐.
“그리다니아예요?”
“그런가 봅니다.”
라레타에게 젤리를 한 봉지 들려주고 퀸타페드는 노란 튤립과 프리지아를 샀다.
이건 못 본 꽃인데 씨앗을 얻을 수 있을까.
얻어 간다면 아마 푸푸차님이 기특해하시겠지.
역에서 나와 걷다가 레스토랑으로 보이는 하얀 건물을 발견했다.
둘은 안으로 들어갔고, 방으로 안내받아 가자 두 사람이 있었다.
“잘 찾아오네? 여기야 여기.”
“잘 계셨습니까.”
“두 분은 잘 지냈습니까 리비오 씨, 스호르 씨.”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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