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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내 뼈 다 삭네.

 

크나트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옆자리에 누운 사람이 놀라 잠에서 깰 만큼 섬세하지 못한 동작이었으나 옆자리의 사람이 내일까지 잠에서 깰 일은 없을 것이다.

 

그야.

 

씻기고 닦아 침대로 옮기고 잠든 몸으로 한 발 더 뺀 다음에도 눈을 뜨지 않았는걸.

 

얇은 커튼 너머로 들어오는 빛은 없었지만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율리안의 윤곽 정도는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기절하다시피 늘어진 몸통, 테이블을 짚고 버티던 팔, 아직 물기가 남은 머리카락.

 

쉬었을 것이 분명한 목, 불그스름하게 물러진 눈가, 벌어진 입술.

 

손이 저도 모르게 그 목으로 간다.

 

아직 한 번도 둘러 본 적은 없지만 이 창백하리만치 하얀 목에는 붉은 색이 잘 어울릴 텐데.

 

말이나 한 번 꺼내 볼까.

 

제 말이라면 전부 농담인 줄 아는 저 신부님은 펄쩍 뛰면서 그런 농담은 하지도 말라고 하겠지.

 

그 모습을 상상한 크나트는 기분좋게 웃었다.

 

아 정말이지 이 신부님은 자신이 얼마나 참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마음같아서야 경제력도 취미생활도 다 빼앗아 저에게만 기대게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풀이 죽어 버릴테고.

 

크나트는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곳이 필요하다는 걸 알만큼은 나이를 먹었다.

 

자신이 즐거워하는 것은 무서운 줄 알면서도 덤비려드는 신부님임도 알고 있고.

 

그러니 그 낮 내내 바깥으로 돌아다녀야 하는 일거리도 이어가도록 내버려두는 것 아닌가.

 

손끝이 목을 따라 살갗을 간질이자 희미하게 끙끙거리는 소리가 났다.

 

못 자게하고 싶다.

 

잠시라도 다른 일은 못 하게 하고 싶다.

 

항시 살갗을 닿게 하고 말에 반응하게 하고 곤란하게 만들고 나를 벗어나서는 아무것도 못 하게하고 싶어.

 

...아이고 생각만 했을 뿐인데 손에 힘이 들어간다.

 

청년처럼 회복이 빠르지도 않는데 나이도 들만큼 들어서 이 무슨 체력 낭비하는 생각들이냔 말이다.

 

크나트는 율리안의 베개를 뺏을까 하다 잠에서 깰 것 같자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대신 팔을 두르고.

 

빠져나갈 수 없도록 옆의 이불을 꽉 쥐었다.

 

손톱이 이불에 긁히며 드드득 소리가 났지만.

 

이번에는 율리안도 깨는 기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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