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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쿼프레] 아기수박

2021. 5. 5. 00:39 | Posted by 호랑이!!!

“.....”

 

프레이는 이쿼녹스의 꼬리를... 정확히는 꼬리에 달린... 덩어리... 열매... 아기...를 쳐다보았다.

 

동그랗게 구르는 모습에 수박이라고 부르고 있는 아기 아우라는 이쿼녹스의 꼬리 끝에 야무지게 매달려서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움직여도 떨어질 기색이 없었다.

 

“당신...”

 

“프레이, 왔어?”

 

...무엇이 문제인가.

 

1. 삐졌다는 티를 온몸으로 내뿜고 있는 저 아기 아우라

2. 어린이가 꼬리에 위험천만하게 매달려있는데도 떼어내지 않는 어른 아우라

3. 떼어내기는커녕 뭐가 문제냐는 듯한 저 태평한 표정의 어른 아우라

 

 

4. 저 아우라.

 

“...이라는 사람은!”

 

찰싹!

 

손바닥이 등에 작렬했다.

 

“아기가 꼬리에 달려 있잖아요! 비늘이랑 가시도 있는데! 찔리거나 베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아니 그치만-”

 

그치만이고 저치만이고!

 

프레이는 수박이를 덥석 잡아 들어올렸다.

 

그러나 수박이는 팔다리를 놓지 않아 꼬리까지 덜렁 들렸다.

 

수박이를 이렇게 위로 들어 보고.

 

“...꼬리 당겨, 프레이...”

 

수박이를 이렇게 옆으로 들어 보고.

 

“프레이이, 나 꼬리-”

 

수박이를 이렇게 탈탈탈탈탈.

 

“으아아아아아!!!”

 

“...힘이 좋은걸...”

 

이 사람이 원래 이렇게 힘이 좋았던가? 프레이는 아기 수박이의 등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무슨 일인지 얘기를 해주시겠습니까?”

 

“이잉!”

 

그제야 수박이가 꼬리에서 고개를 뗐다.

 

베인 곳도 긁힌 곳도 없군, 좋아.

 

이쿼녹스는 무심결에 꼬리를 움직이지 않도록 꾸욱 비늘을 눕히며 등 뒤에서 일어나는 대화에 뿔을 기울였다.

 

“그래요 그래요.”

 

“저 사람이.”

 

“꼬리를 줬는데.”

 

“잡고 걸어서...”

 

꼬리를 잡고 걸었는데 저 사람이 몸을 돌리는 순간.

 

날았다고.

 

불길한 기운에 이쿼녹스는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흉흉하게 번뜩이는 붉은 안광이 있었다.

 

 

 

 

 

약간의 마찰음과 약간의 소음과 약간의 대화 후, 프레이는 다시 아기 수박에게 말을 걸었다.

 

“이젠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아마도.”

 

자아 다시 잡아 보세요.

 

프레이의 손길에 아기 수박은 다시 땅을 디디고 서서 이쿼녹스의 꼬리 끝을 잡았다.

 

시험삼아 이쿼녹스가 텁 텁 텁 걸음을 옮기자, 아기 수박은 톡토톡톡톡 뒤를 따랐다.

 

그 흐뭇한 광경을 지켜보다 프레이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아기 수박이는 이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네에, 이리 와서... 잡으라구요?”

 

끄덕끄덕.

 

프레이는 망설이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말랑말랑한 꼬리를 손가락 끝으로 잡았다.

 

텁 텁 텁.

 

톡톡톡톡톡.

 

그 뒤를 무릎걸음으로 슬슬 따라가는데 아기 수박이 이쿼녹스의 꼬리를 톡 톡 잡아당겼다.

 

“이제 부-웅 안 해?”

 

“안 할 겁니다.”

 

그렇죠? 라고, 이쿼녹스를 올려다본 프레이가 눈빛으로 물었다.

 

그래서 이쿼녹스는 말하지 못했다.

 

또! 를 외치는 아기 수박을 놀아주고 놀아주고 또 놀아주다가 그만두는 바람에 삐지게 만들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