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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안이 고통받는 세계관

2021. 5. 22. 01:17 | Posted by 호랑이!!!

어이, 거기 까만 아기고양이.”

 

이 사람이 정말.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던 길, 율리안은 두꺼운 서류철에 가방을 꽉 쥐고 눈을 있는 힘껏 사납게 떴다.

 

이제 하다하다!!!?”

 

후후, 제법 앙칼진걸?”

 

율리안은 자신의 길을 막은 청년을 보고, 서류철을 더 꽉 쥐었다.

 

이탈리안은 다 이런가?’

 

나는, 인상이 제법 나쁘지 않은가?

 

..., 혹시 이것은 기선제압? 돈을 뜯는 행위 이전에 일부러 내 기를 죽이려고 그러는 거구나!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율리안은 안심해서 가방을 뒤적였다.

 

원만하게 넘어가려면 차라리 돈을 줘 버리는 게 좋으니.

 

저도 시간강사라 그렇게 돈이 있지는 않지만 이 정도로 봐주십시오.”

 

커피 한 잔으로 까만 아기고양이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

 

????

 

??????????????????

 

“...케이크? 쿠키? ?”

 

율리안은 스스로는 놀란 상태지만 타인에게는 더 무시무시해 보일 표정을 수습하지도 못 했다.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겁니다만.”

 

?”

 

지금 작업 거는 겁니까?”

 

!”

 

이 치안 좋은 동네에 이런 게 돌아다니다니.

 

마피아가 산다는 시점에서 질 나쁜 농담 같은 생각을 하며 율리안은 자기 학생 또래의 청년 앞에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저는 동거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기고양이의 기사는 지금 없잖아? 즐겁게 놀고, 안전하게 잘 바래다줄게. 내가 아는 좋은 가게가 있는데~”

 

율리안은 상냥하고 친절하게 동거인의 신상정보를 말해주었고, 그 사람은 예의바르게 도망쳤다.

 

하다하다 별 일이 다 있어.

 

하지만 커피는 좋은 생각이다.

 

뜨거운 에스프레소 한 잔 하면서 학생들 숙제나 채점해 볼까.

 

동거인에게는 카페에서 한 잔 하고 들어간다는 문자를 남긴 뒤 근처 카페에 들어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시키고 해 안 드는 자리에서 빨간 색연필을 들었다.

 

이 부분 해석은 다르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이 학생은 아주 이해를 완전히 잘못했군.

 

이건 심지어 교재 예문 그대로인데? 이걸?

 

커피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두통이 생길 즈음 때마침 커피가 나왔다.

 

시선은 학생들 시험지에 두고 컵을 들어 한 모금, 홀짝-

 

으윽!?”

 

웬일로 그렇게 단 걸 먹어?”

 

연분홍 음료 위에 듬뿍 올라간 휘핑 크림과 색색으로 반짝이는 설탕 조각과 깜찍하기 짝이 없는 별 모양 쿠키에 당연하다는 듯 올라간 아이싱까지...

 

사랑스러운 모양의 유리컵을 내려놓으며 율리안은 차마 뱉지 못한 것을 삼키고 학생들의 숙제를 정리해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이걸 시키진 않았습니다만 가게 측에서 실수가 있었던 모양이군요.”

 

여기, 묻었어.”

 

입술이 닿았지만 퍼득거릴 기력이 없다.

 

생기없는 눈으로 율리안은 크나트의 손에서 거칠게 도기 잔을 뺏었다.

 

하얀 잔 안에 진한 갈색 액체가 뜨끈뜨끈한 하얀 김을 내뿜는다.

 

그래, 이런 걸 원했어.

 

, 잠깐, 그건-”

 

달아!!!!!!!!!!

 

율리안은 눈을 질끈 감고 잔을 내려놓았다.

 

여기 메뉴 잘못 나왔습니다.”

 

율리안이 손을 들자 머릿수건을 한 종업원이 깜짝 놀랐다.

 

에스프레소 두 잔 주십시오.”

 

“...달링, 나는 코코아 맞는...”

 

에스프레소 두 잔 주십시오.”

 

크나트에게 자기 앞으로 나온 기가 막힌 음료를 밀어주고 기다리고 있으니 새로 음료가 나왔다.

 

주문하신 멜론 소다 나왔습니다.”

 

주문하신 애플 사이다 나왔습니다.”

 

주문하신 카라멜 더블 라떼 나왔습니다.”

 

주문하신 스트로베리 초콜릿 프라푸치노 나왔습니다.”

 

주문하신 바닐라 라떼 엑스트라 휘핑크림&시럽 나왔습니다.”

 

주문하신 인어공주와 바닷속 친구들 버블티 파르페나왔습니다.”

 

주문하신 러블리큐티바니바니 달걀 초콜릿 아이스크림나왔습니다... 어라?”

 

우리 가게에 이런 메뉴가 있었나?

 

초콜릿 토끼와 당근 모양 과자가 듬뿍 올라간 기기묘묘한 것을 보다 율리안은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애플 사이다를 찔끔 마시고 크나트가 나머지를 해치우는 것을 기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