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A의 아침은 정말 끝내줬다.
알람이 울리기 삼십분 전에 눈이 뜨였었는데 심지어 피곤하지도 않았다!
그대로 일어나 옷을 골라 입고 빵 두 쪽에 계란과 과일까지 멋지게 식사를 마쳤고 집을 나서자 신호등은 전부 초록색에 타야 하는 버스까지 자신의 앞에서 멈추지 뭔가.
아 세상에, 심지어 그 버스 안에는 B도 있었다.
B는 이 시간에 나오는구나. 가장 뒷자리에서 가장 앞자리를 훔쳐보며 A는 저릿한 감동을 맛보았다.
그날 밤, A는 C와 아침에 대해 한 시간은 더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일찍 일어난 탓에 찾아온 지독한 피곤함으로 일찍 잠들어버렸다.
불이 꺼지고 숨이 고르게 변하자 A의 머리맡으로 갓을 쓴 사람이 스르르 나타났다.
창백한 얼굴로 A의 베개 위를 귀엽다는 듯 쓰다듬은 그이는 창문을 열었다.
“아침- 아침 팔아요-”
낭랑하게 들리는 소리에 그는 넓은 소매를 흔들었다.
“아침 장수, 아침 파시오.”
아침장수가 14층 창문으로 다가왔다.
“좋은 아침은 어땠습니까? 정말 좋았지요?”
“꽤 효과가 좋기는 했네만, 큰 맘 먹고 「아주아주 굉장히 좋은 아침」을 샀는데도 아이가 말 한 마디도 못 붙여보지 않았나.”
“에이 그거야 오늘 처음 산 거니까 그렇죠. 그래도 만나기까지 했으니 제법 괜찮지 않습니까? 말 정도야 몇 번 더 하면 될 겁니다.”
“몇 번이라면, 얼마나?”
“글쎄요... 이게 줄 수 있는 건 기회고, 물론 많이 만나다보면 잘 될 기회도 많기는 한데 사실 아이들 용기에 달린 일이라서요-”
시험삼아 일주일 정도 사면 어떻겠습니까? 네에?
아니, 우리 애가 오늘 친구랑 말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잠든 거 안 보여! 이걸 일주일씩이나 보란 말이야! 자네가 아직 애가 없어서 그래, 애가 하고 싶은 거 못 하고-
어르신 그럼 닷새, 닷새만요.
그거나 그거나 뭐가 달라! 우리 애가 친구랑 말도 못 하고 트위터도 못 하고 만화도 못 보고 노래도 못 듣고 게임도 못 하고 자는 짓을 닷새씩이나 하라고! 이 나이 때 그런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아이고 어르신 그럼 딱 사흘, 사흘 어떻습니까.
떼잉 쯧, 「즐거운 새벽」 이하로는 받지도 않으면서!
어차피 애들은 많이 자야 건강해지고 키도 크지 않습니까, 제가 눈 딱 감고! 「즐거운 밤」 하나랑 「즐거운 새벽」 하나만 받을게요.
아침 장수와 어르신이 한참이나 수군수군 말을 하더니 결국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주아주 굉장히 좋은 아침」 하나랑 「조금 피곤하지만 꽤 괜찮은 아침」하나, 「이만하면 꽤 괜찮은 아침」하나 구매하시는 거지요. 여기 있습니다.”
아침 장수는 아침 세 개를 꺼내고 어르신도 반짝거림이 각기 다른 밤과 새벽들을 내놓았다.
“살펴 가게.”
“평안하십시오-.”
아침 장수는 창문이 닫히는 걸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휴, 저 분은 정말 못 당한다니까.”
“아침 장수, 개시 하였소?”
“예 예, 어르신!”
아침 장수는 동네 몇 개를 가로질렀다.
다정한 인상의 어른이 B의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오늘 우리 아이가 즐거워하는 걸 보았더니 기분이 좋소. 내일도 같은 것으로 주지 않겠소?”
“물론입지요! 아예 사흘치를 한 번에 구매하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한 번에 사신다면 좀 싸게 드리겠습니다.”
“어디 얘기를 하여 보시오.”
억지로 눈을 뜨려고 하였으나 실패한 것인지, B의 휴대폰 화면이 천천히 어두워졌다.
그것을 귀엽게 보며 어르신은 모아둔 좋은 밤과 즐거운 새벽의 갯수를 헤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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