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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괏au

2022. 8. 10. 00:20 | Posted by 호랑이!!!

“오.”

후플푸프 학생은 사람들이 점점 모이길래 고개를 들었다가 그 학생들이 녹색이나 붉은 색 장식을 단 것을 확인하고 다시 고개를 내렸다.

저놈들 또 시작이네.

불구경 싸움 구경이 재미있다는 것도 어디 한 두 번 이어야 말이지.

잠깐 설명을 좀 하자면-

볼드모트의 몰락 이후 슬리데린은 대개 기가 죽어있었다.

살아남은 소년의 부모 양쪽이 그리핀도르라는 것 때문에 그리핀도르 앞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리핀도르는 그리핀도르대로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서 신입생까지도 ‘살아남은 소년’이 이미 그리핀도르에 들어오기라도 한 양, 이미 같은 기숙사생인 것처럼도 얘기하곤 했다. 마는.

이것은 무언가.

지금 슬리데린은 가을날 독 오른 독사처럼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아무리 그리핀도르라고 하더라도, 우리 좀 그만 괴롭히지 그래!”

“...하!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사람이 나온 기숙사 주제에!”

어라? 그렇게 외치는 그리핀도르의 기세는 오히려 어딘가 꺾여있지 않은가.

후플푸프는 그 그리핀도르 녀석들 가장 앞에 훤칠하니 눈에 띄는 퀴디치 선수를 발견했다.

사람 괴롭히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역대 최고의 몰이꾼을.

눈에 띄게 잘생긴 얼굴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저 못돼먹은 성격 때문에라도) 염문설이 끊이지 않았기에 후플푸프 학생은 대체 싸움박질하는 데 가장 앞장서기까지 하는 저 사람이 왜 인기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솔직히는, 졸업해서 뭐가 될까도 궁금했다.

그리고 반대로, 슬리데린 학생들이 그에게서 감추듯이 가장 뒤로 밀어낸 학생은 다소 신경질적인 표정이었지만 오히려 그 표정이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미남이었다.

그리핀도르 무리 중 가장 앞에 선 그 망나니가 가슴에 손을 얹었다.

“억울한데. 내가 뭘 했다고 그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 뻔뻔한 자식아!”

“뭐 임마?”

너 다음 연습경기 때 두고보자고 하는 말에 어쩐지 슬리데린 선수의 기세가 꺾어졌다.

“아니, 졸업 학년이면 공부나 진로 고민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 양아치!”

“적어도 죽음을 먹는 자들 무리에는 가입하지 않을 테니까!”

“그게 돈을 주기는 하냐!”

“너희가 해줄 고민은 아니거든!”

왁왁거리며 쏟아내는 고함들을 기꺼이 누리며 크나트는 슬리데린들을 노골적으로 내려다보았다.

“칭찬 고오-맙다.”

마치 이래도 덤빌래? 라고 하듯.

무리를 거느리는 사자새끼같이.

“이봐, 거기 키티. 네 입으로 말해보지 그래. 내가 널 괴롭혔냐? 패기라도 했어?”

“그건...”

율리안은 망설였다.

저 얼굴만 멀끔한 선배가 따라다니기는 하지만, 손을 대기는 하지만, 가끔은 남이 있건 없건 아랑곳 않거나 목욕탕에도 따라들어오거나 하는데다 그 손이 자신을... 으음, 괴롭힌 적도 있기는 있었지만...

아무튼 때리거나 아프게 한 적은 없었다.

아마도.

“그건... 아닙니다만...”

슬리데린들은 머리를 감쌌다.

애당초 율리안에게 괴롭힘이라는 기준은 지나치게 높다고! 특히나 자신에게 가해지는 것이라면 더더욱!

아니이 근데 당사자가 저렇게 말해버리면 안되는 거 아냐! 특히나 이런 상황에선!

어물어물 부정해버리는 율리안을 한 번, 그리고 (저 자식이랑 율리안을 두고 가면 안 될 것 같은데)크나트를 한 번 쳐다보고, 슬리데린은 조용히 해산했다.

그러면 그리핀도르들은 어깨에 힘 한 번 주고 대장 사자의 어깨를 툭 툭 치고는 또 시끌벅적하게 가버리는 것이다.

“우리도 갈까?”

“가기는 어딜 간다는 말입니까, 우리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럼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 하고 싶단 말이야? 저렇게 사람도 많은데?”

“이- 입! 입입입! 입!”

차마 손을 대지는 못하고 손가락으로 필사적으로 입 누르는 시늉을 하자 심술궂은 표정으로 히죽 웃는다.

“누누가 뭘 할 거라고 그런- 그런-”

“혀 씹은 거 아파 보이는데, 내가 낫게 해 줄까-?”

율리안은 그 비상한 머리로 저 말이 곧 학생에게 부적절한 소리로 이어질 것임을 깨달았다.

“그먀, 만! ...하십시오. 학생은 그런 소리 하면 안 됩니다.”

“왜 안 돼? 슬리데린 녀석들은 이런 소리 안 해? 아니던데?”

뭘?! 누가? 왜? 언제!?

아 왜는 왜야, 어차피 저 인간이 원인이고 범인이겠지!

“어차피 선배 때문일 거 아닙니까!!!”

원래부터 차가운 인상으로 노려보기까지 했더니 항복이라는 듯 양손을 든다.

“그래서 저를 부른 용건이 뭡니까?”

이 사람의 이미지가 있다 보니 부르기만 해도 슬리데린들이 지켜줄 거라고 우우 몰려들었기에, 겨우 이것을 묻는데만도 이만큼이나 시간이 걸린다.

“자, 이거.”

끝이 불그스름하게 물든 검은 장미가 불쑥 들이밀어졌다.

“웬... 꽃입니까?”

가시가 없는 줄기를 받아들었다.

이 삭막한 곳에서 꽃이라니.

식물이야 스프라우트 교수의 온실에서 가지각색 자라고 할로윈이면 호박등, 크리스마스면 사냥터지기가 거대한 전나무를 가져와주지만 이런 꽃은 보기가 어렵다.

율리안이 묘한 감동을 느끼는 사이 크나트도 그 비슷한 생각을 했다.

꽃 같은 게 꽃을 들고 있네.

다발로 가져올 걸.

“변신술 수업에서 만든 거야. 줄게.”

“원래는 뭐였는데요?”

“저저번 주에는 튤립이었다가 이번 주에는 민들레.”

아 그래서 가시도 없고 잎도 없구나.

“이제 졸업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이번 주말에 같이 호그스미드 갈래?”

“...다 좋지만, 그거 저저번주에도 한 얘기 아닙니까?”

크나트가 웃었다.

율리안은 한숨을 쉬고 장미를 주머니에 넣었다.

지금 시간이면 기숙사가 비어 있겠지.

그에게 질질 끌려가면서 크나트가 생각했다.

이 애는 내가 졸업하면 아쉽겠다고 생각해주지는 않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교수로 굳어진 자신의 진로를 말해 줄 생각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