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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피는 꽃] 메로스랑 블랑이랑

2022. 5. 11. 00:09 | Posted by 호랑이!!!

자네 여기서 뭐하나?”

 

으엉?”

 

블랑은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네 시.

 

자신이야 일 관계상 이 시간에도 일어나긴 하는데, 대체 이 뱀파이어가 자신을 깨울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

 

시상식은 모레인데...”

 

그러니까! 어떻게 아직도 이러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뭐야, 뭔데.

 

어어하는 사이에 블랑은 납치되었다.

 

짙게 썬팅된 자동차 뒷자리에 실려버렸다!

 

아무리 짙게 썬팅되었다고 해도 아직 다 지지 않은 해가 비쳐 따끔거렸기에, 블랑은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 몸값이라면 얼마든지 줄 테니까!”

 

필요없어!”

 

단호해.

 

얼마간 달리다 차가 멈추자, 블랑은 낡은 폐 창고 같은 것을 떠올렸다.

 

다 왔다며 문을 열어준 메로스는 잡으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차 밖으로 나오자 스쳐가는 비릿한 냄새, 흐린 하늘, 수상쩍은 양복 입은 사람들과 총기와 밀수용 상자...

 

같은 것은 없었다.

 

스파?”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다행이야. 코스를 예약해뒀으니 들어가면 되네.”

 

스파?

 

코스?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을 보냈지만 메로스는 여느 때와 같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여자 종업원에게 블랑을 맡겨버렸다.

 

, 이게 뭐야? 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

 

어머나- 피부가 정말 하얗네요.”

 

크게 상한 곳도 없고, 관리를 잘 하시나 봐요~”

 

꾹꾹, 주물주물, 꾹꾹, 꾸욱.

 

으어어...”

 

장미를 베이스로 한 오일 향이 끝내줬다.

 

냉차 한 잔 드시겠어요? 복숭아랑 우롱을 넣어 끓인 거예요.”

 

꿀도 들어갔나봐, 끝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끝내주는 건, 숙련된 사람들의 마사지였다.

 

블랑은 마사지와 간식과 오일과 기타등등(그리고 다 못 깬 졸음까지)에 휩쓸려 순식간에 노곤노곤 녹아버렸다.

 

직원들은 블랑이 말랑말랑 녹아버린 틈을 타 온갖 팩과 마사지와 관리를 하고 머리 손질을 하고 엷게 화장까지 해주었다.

 

왔나? 어땠지?”

 

마찬가지로 얼굴이 반질반질한 메로스가 로비에서 반겨주었다.

 

“...진흙 목욕... 끝내줬어...”

 

그치 그거 끝내주지, 메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땅 팠을 때 그런 진흙은 안 나왔었는데.”

 

나도 땅 좀 파봤는데 그런 진흙은 잘 안 나오더라고 메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안 남은 우롱차가 어쩐지 아까워서 꿀꺽꿀꺽 마시고 빈 컵을 내려놓자 어느샌가 다가온 종업원이 조용히 치워주었다.

 

이거하러 온 거야? 시상식 대비해서? 완전 좋았어, 시상식 가면 원작가보다는 배우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딸기를 한입 가득 문 토끼처럼 금방이라도 우다다할 것 같은 블랑에게 메로스는 손을 내밀었다.

 

블랑은 아무런 주저 없이 그 손을 잡았고.

 

다시 검은 차에 실렸다!

 

어어? 집에 가는 거 아냐!?”

 

누가 순순히 집에 보내준다고 했지?”

 

, 뭐야! 날 놔줘, 이 악당!”

 

얌전히 있으면 험한 짓은 안... 시트 차지 말게, 그러다 진짜 사고 난- 사고난다니까!”

 

차를 멈춘 메로스는 식식거리면서 뒷문을 열어주었고 발자국이 남은 뒷좌석을 보고 뒷목을 잡았다.

 

나중에 저거 다 세차 시킬거야!”

 

!”

 

“...손님, 열쇠를 주시면 주차해놓겠습니다.”

 

직원에게 열쇠와 팁을 주고 메로스와 블랑은 왁왁거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삐뚤어진 표정으로 메로스는, 옷가게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복수를 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입혀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