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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가르드 드레이크] 사마낙 일상로그

2022. 3. 15. 00:04 | Posted by 호랑이!!!

털이 길고 근육이 단단해서 날렵하다기보다는 육중하다는 수식이 어울리는 말.

 

고삐를 당기면 사납게 발을 치켜들고 투레질을 하다 분에 못 이기는 것처럼 발을 내려찍는다.

 

그 사나운 울림에 나뭇가지마다 맺힌 고드름이 후두둑 떨어지고 땅에서 자라난 서리는 짓이겨진다.

 

그 말 위에서 두껍고 커다란 망토를 두른 기사는.

 

사마낙은.

 

그 사나움이 못내 흡족한 듯 더운 기가 물씬 오르는 목덜미를 두드려주었다.

 

말을 멈춘 아슬아슬한 절벽 끝에서 시선을 아래로 두면 새카만 바다가 아우성친다.

 

무거운 망토조차 들썩일 정도로 날카롭게 부는 바람에 검은 파도는 검은 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조각나 부서졌다.

 

하늘조차도 희끄무레하게 구름이 낀 곳.

 

비현실적으로 흑과 백 뿐인 경치.

 

녹색과 노란색과 붉은 빛들로 따사롭고 풍요로운 환경에 잠겨 있는 것도 좋았으나 때로 사마낙은 박할 정도로 인간에게 냉혹한 이런 곳이 그리웠다.

 

마치 숨겨두었던 본성을 풀어놓듯이 부러 거칠게 고삐를 당기자 아직 야생성을 잃지 못한 이 말은 등 위의 포식자를 위협하듯 앞발을 들었다가 뒷발질을 하며 날뛰었으나 결국 식식거리는 숨을 토해내며 분풀이를 하듯이 땅을 내달렸다.

 

거칠고 각박한 땅에 자갈돌과 나뭇가지가 우두둑 우두둑 부러지고 육중한 몸이 아무렇게나 던진 고무공처럼 이리저리 뛰었다.

 

그 날뛰는 위에서 겨우 다리 힘만으로 버티며 사마낙은 온 몸에 갈 데 없는 열이 솟는 것을 느꼈다.

 

열이 심장을 돌고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을 주고 등자를 당긴다.

 

마술처럼 가볍게 활을 잡고 낡은 과녁에다 화살을 쏘았다.

 

파공음을 내는 창은 한때 그가 가장 서툴게 다루던 것이었으나 이제 손 안에서 묘기에 가까울 정도로 능숙하게 돌아간다.

 

이제는 활이나 도끼 따위보다 석궁과 화승총을 쓰는 세상임에도 때로 사마낙은, 쇠 부딪치는 소리가 그리웠다.

 

때로 그와 합을 맞출 기사들이 그립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로 나가서 자신이 어릴 적 살던 곳을 살펴보면, 아이들은 추위에 떨지 않는다.

 

배를 곯지도 않고, 숨지도 않고, 제가 어릴 적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기름진 음식을 입에 넣는다.

 

그런 평화와 사치스러움을 떠올려보자면.

 

이 정도 그리움은 자신이 치를 것 중에서도 아주 소박한 댓가일 것이다.

 

 

크나트 리비오 율리케

2022. 3. 11. 10:05 | Posted by 호랑이!!!



[크나트 리비오 율리케/마피아/TM]


2017. 7. 10. 2:21 ・




" 이해해, 그렇지만 내 입장이라는 것도 있어서 어쩔 수 없구나 "






인장
  

(@qkfnqkfn95님 커미션입니다)

이름 : 크나트 리비오 율리케 (Knaut Livio Ulrike)
나이 : 47
키 / 체중 : 185cm/과체중



외관
피부는 여름의 이탈리아에 어울리게 잘 태운 연한 갈색이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는 짙은 갈색. 머리는 단정하게 보이도록 깎아 왁스 등으로 정리한다. 눈썹은 머리카락과 같은 색이고 짙은 편이라 정기적으로 보기 좋게 다듬는다. 속눈썹은 긴 편이고 속눈썹 아래 눈은 초록색과 파란색 사이의 밝은 색이며 다소 바랜 듯한 색의 녹색에 가깝다. 눈 자체는 큰 편이나 꼬리가 처져 있고 날이 밝을 동안은 반쯤 감고 있어서 졸려 보일 것이다. 턱은 다소 각져있고 왼편에 흉이 한 가닥 있는 입술은 얇은 편인데 웃는 상이다. 수염은 입 주위에서 귀 아래까지 연하게 나 있다. 몸은 얼핏 보았을 때는 그렇게까지 중량이 나갈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옷을 벗으면, 혹은 몸을 만져보면, 제법 단단한 근육이 보일 것이다. 보기 좋은 역삼각형 몸매는 하얀색 셔츠, 연한 녹색(간혹 파란색) 손수건을 포함한 검은 쓰리피스 정장으로 감싸고 있고 옷은 전부 주문품이다. 어깨나 다른 부분에 맞춰 일반 셔츠를 입으면 가슴쪽 단추가 벌어지거나, 끼기 때문에. 구두 역시 검은색이고 양말은 회색, 벨트는 가죽 제품이라 비를 맞는 것을 싫어한다. 그 외 시계나 반지 같은 악세서리는 하지 않는다. 손은 제법 큰 편이고 화상 자국이 부분부분 남아있다.



성격
키워드1 : 다정
되도록 남에게 다정하게 해주려고 한다. 소설 대부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세대 중에 하나라 어린 여자아이가 꽃을 팔면 한 다발은 반드시 사주고 노인이 길을 걷고 있다면 반드시 함께 길을 건너 준다.

키워드2 : 깐깐함
그런 다정함도 만난 사람이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을 때만이다. 어떤 관계로든 깊게 얽히게 되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을 것인지 하나하나 다 재어본다. 비단 이런 것은 사람에게만 통하는 것은 아니라 융통성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적어도 조직 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기준을 가지고 움직인다. 결벽증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다른 사람에게까지 같은 기준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뿐.

키워드3 : 자부심과 충성심의 혼합물
어떤 일이 자신에게 맡겨진다면 끝까지 해낸다. 어쩌면 깐깐함이나 완벽주의 같은 단어가 더 어울릴 수 있으나 크나트에게 조직에 관한 것은, 조직에서 맡겨지는 일은 자부심을 준다. 덕분에 자신이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도,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것도, 모두 조직에 누를 끼치는 일이라며 싫어한다.

키워드4 : 냉정함
가장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칼같이 다른 것을 버릴 수 있다. 현재 가장 원하는 것이 조직의 안녕일 뿐. 길 잃은 아이를 만나 한참이나 예뻐하다가도 조직에 관련되어 일이 생기거나, 그 아이가 조직 쪽으로 나쁘게 관련된 아이라면 그 자리에서 총을 꺼내 쏠 수 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소속
마피아



기타
한때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식사 전, 취침 전에도 꼬박꼬박 기도를 올리고 십계와 말씀에 따라 선량하게 살아가려고 했던. 그러나 물건의 유통경로 중간에 성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곧바로 성경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착실하게 조직에 충성을 바치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마피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자경단 소속이었다. 할아버지 아래에서 총을 쏘는 법이라던가 암묵적인 규칙 등을 배웠으며 할아버지의 인맥을 통해 현재 조직에 몸담게 되었다.
술도 담배도 좋아하지 않는다. 약도 좋아하지 않는다. 총은 잘 쏘지만 사격도 안 좋아하고 좋아하는 거라고는 운동 뿐이라 주머니에는 여차할 때 사용할 주문제작한 너클이 있다. 너클에는 꽃 없이 잎사귀만 자란 가지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으며 맞으면 많이 아프다. 너클로 때리면 뼈 정도는 부러뜨리지만 너클 없이 맞아도 아프다. 되도록 총을 사용하자는 주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너클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자라난 마을은 포도밭이 있는 바닷가 작은 마을. 어릴 때는 매일같이 수영했다.
가끔 놀라면 욕을 사용할지도 모른다.
주머니 안에 희석한 플레이용 미약이 있다.


선관: X



선관 동시 합격 여부
O / X



성향
TM


캐릭터 선호 / 기피 플레이
선호 : 약물, 착의 상태의 애무
기피 : 스캇 골든 더티플 고어 피어싱 롤플레이 스팽킹

오너 선호 / 기피 플레이
선호 : 약물 도구 본디지 요도플 산란
기피 : 스캇, 골든, 더티플, 고어, 피어싱, 스팽킹, 강간시키기 전에 합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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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꿈

2022. 3. 4. 01:19 | Posted by 호랑이!!!

손톱 꿈은 목표에 관한 꿈이래.

 

그렇게 말하며 AB의 손을 잡았다.

 

나중에 뗄 때 깔끔하라며 베이스를 바르고 색이 예쁘게 나오라며 흰 색도 한 겹 발랐다.

 

뭐야, 이게.”

 

으레 그 손톱은 지나치리만큼 과하고 화려했기 때문에 B는 완성한 것을 보고는 투덜거리곤 했으나 A는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대꾸했다.

 

잘 보고 기억해둬. 길한 꿈을 꾸게 될 거야.”

 

그 위에는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색을 얹는다.

 

어른스럽게 누드톤, 열정을 나타내는 거라며 다홍색, 살짝 처지는 기분이라더니 펄이 잔뜩 들어간 남색.

 

이거 내 옷이랑 안 어울리지 않아?”

 

편안함과 기능성뿐인 옷차림에 화장기는커녕 장신구조차 없는 얼굴로 B가 항의했으나-

 

하지만 오늘은 민트색 기분이니까!”

 

이번에도 역시 먹히지 않았다.

 

“...내 손톱 아냐?”

 

그리고 오늘은 연한 청록색을 칠했다.

 

그 위에 가짜 진주를 얹고.

 

또 위에 파스텔 꽃들을 올리고.

 

거기에다 반짝이는 큐빅들을 뿌리고.

 

마지막으로 플라스틱 나비날개를 붙여놓았다.

 

과해!”

 

그렇지만 예쁜 것만 올렸거든? 진짜거든?”

 

B가 펄쩍 뛰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A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예쁜 거랑 예쁜 걸 더하면 완전 예쁜 거!”

 

...라나.

 

손톱이 나오면 목표에 관한 꿈이라며? 과욕을 조심하라는 메시지 아니야?”

 

아니얏!”

 

반쯤 괴성으로 대꾸하던 A는 잠시 완성한 손톱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

 

“...”

 

“...어차피 과욕은 조심해야 하는 거니까.”

 

그렇게 합리화 하지 말고.”

 

손을 말리느라 쫙 편 채로 내려놓자 A가 초콜릿을 하나 까 물려주었다.

 

네모난 것을 깨물자 말린 딸기가 사박사박 소리를 내며 씹혔다.

 

맛있으신가요?”

 

예에.”

 

손을 움직여도 매니큐어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기다린 다음, 재료를 정리하려는 A의 손을 잡았다.

 

오늘은 나도 해 줄게.”

 

.”

 

B는 아까 A가 그랬던 것처럼 손을 꼭 잡고 베이스를 발랐다.

 

색이 잘 나오라고 하얀색을 한 번 발랐다가 제 손톱에 바른 것과 같은 연한 청록색을 들었다.

 

몇 겹이나 매니큐어를 바를 때는 한 겹씩 마르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구나.

 

그 긴 시간 동안 잘라둔 스티커들을 주르르 훑어보다가 금박이 들어간 것을 골라 조심스럽게 얹었다.

 

반짝이는 입자들을 조금 뿌리기도 하고.

 

큐빅도 하나 얹을까? 그것까지 하면 너무 과한가?

 

내 손톱이 이것저것 많이 있으니까 A 손톱은 심플하게 하트만 하나 더...

 

핀셋으로 커다란 하트를 집어들던 B는 문득 손 안이 미끄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개를 들자 한참 자기 손톱에 이것저것 얹고 있는데도 아래쪽으로는 시선조차 주지 않는 A가 보였다.

 

오히려, 필사적이라고 할 수준으로.

 

먼 곳으로 고개를 돌린 채로.

 

진짜 바보 아냐.

 

덩달아 나까지 부끄러워지잖아 정말 어이가 없어...!

 

더워지는 기분이었지만 차마 손부채질조차 할 수 없었다.

 

B는 괜히 손에 집중한다며 빨간 하트 모양의 작은 반짝이를 하나하나 핀셋으로 집더니 결국 청록색은 보이지도 않게, A의 손톱에다 빨간 비늘을 잔뜩 돋워놓았다.

 

이런데 내가 어떻게 손톱 꿈을 꿔?

 

네 꿈이나 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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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아...”

 

프시케는 자리에 드러누워 끙끙거렸다.

 

영국이니 약이며 처치에는 돈이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낫는 것에 시일이 달라지지는 않잖아.

 

비록 골절은 아니었으나 염좌며 상처 등등이 제법 있다.

 

이렇게 다친 이유?

 

최근 학생들끼리 팀을 짜 뱀파이어를 잡을 일이 있었다.

 

일부는 건물을 수색하고 일부는 문 앞에서 대기, 그리고 아주 일부는 멀리서 저격을 하기로 한 그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뒷문으로 도망쳐 나와 마라차에게 달려들어야 했던 그 뱀파이어는 창문으로 도망쳐 나와 하필 프시케에게 달려들었다는 점이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프시케는 거실로 옮겨진 침대에서 상체를 세웠다.

 

누워 있어.”

 

마라차의 양 손에는 물건이 주렁주렁 들려 있었다.

 

우선은 손부터 씻고, 마실 것과 먹을 것은 냉장고에 집어넣는다.

 

시리얼과 빵은 찬장에, 환기를 시키며 청소기를 한 번 돌리고 밀대로 바닥을 밀고... 그릇을 설거지도 하고...

 

배고프지? 저녁 뭐 먹을래?”

 

마리, 아까 점심 먹고 사과주스 먹였잖아.”

 

한 개밖에 안 먹었잖아?”

 

누가 들으면 한 조각인 줄 알겠네! 사과 하나를 다 깎아 체리랑 파인애플까지 넣어 갈아 먹였으면서!

 

이 아니라 한 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저녁은 채소 위주로 먹을 거야.”

 

과일이라던가, 익힌 아스파라거스, 오리나 생선 조금을 곁들이는 정도는 괜찮겠지.

 

아예 점심 먹고 간식으로 해 준 그 음료만 조금도 되지 않을까?

 

채소오?”

 

누가 봐도 떨떠름하다는 게 노골적인 표정으로, 마라차는 프시케의 이마에 손을 대고 열을 쟀다.

 

아파서 이러는 거 아니야. 하지만 마리, 가만히 누워만 있는데 그렇게까지 먹으면 소화도 안 되고... 나도 입맛도 없고...”

 

“...그래, 입맛이 없구나.”

 

알아듣는 건가? 프시케는 쾌적한 방 안에서 희망에 찬 눈으로 마라차를 올려다보았다.

 

, 그러니까 많이 차리지 말고...”

 

이것저것 만들어 볼 테니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어.”

 

...못 알아들은 거 같은데? 못 알아들었는데?

 

저 문장에서 건진 게 고작 입맛이 없어뿐인 거야!?

 

, 잠깐...!”

 

금방 올게! 라며 마라차는 주방으로 갔다.

 

뭘 만들어도 조금만 먹어야지! 라고 결심했건만.

 

샐러드 파스타, 붉은 살을 가진 생선 카르파초, 갓 발아한 새싹이 들어간 샐러드, 납작하게 튀겨 시즈닝을 뿌린 건두부, 체리향이 나는 셔벗...

 

마지막으로는 향신료를 조금 뿌린 커다란 미트파이까지, 요리과정을 잘 모르는 프시케가 봐도 전부 기합이 팍팍 들어간 음식 뿐이다.

 

... 이 유능한 바보 같으니...

 

근 사흘 동안 프시케는 깨끗하고 향긋한 집안에서, 몸을 씻을 때를 제외하면 한 걸음도 걷지 못한 채였다.

 

아니 걸음이 다 뭐야.

 

밥조차도.

 

, 프시케, -”

 

“........”

 

물 마시게? 머리 받쳐줄게.”

 

나 그렇게까지 중환자는 아닌-”

 

말하면 사레들릴거야, 자 조금씩 마셔봐. 빨대 줄까?”

 

숟가락은커녕 손가락까지도.

 

채널 바꾸게? 이제 다큐멘터리 시작할 때니까 그걸로 할게.”

 

페이지 넘길게. 다음 책은 뭘로 할까?”

 

프시케는 위기감을 느꼈다.

 

빨리 나아야 한다.

 

빨리 낫지 않으면, 자신은 옷을 갈아입고 양치질을 하는 것까지 까먹어버릴지도 모른다.

 

이 사람 보살피는데 천부적인 멍청이...!

 

이게 다 그 뱀파이어 때문이다.

 

아니, 그 뱀파이어가 뒷문이 아니라 창문으로 나올 것을 계산하지 못한 팀 탓이다.

 

...그 뱀파이어는 그러니까 왜 뒷문으로 나오지 않은 거야!

 

그 뱀파이어의 지능을 너무 높게 평가한 팀 탓이야.

 

아무튼 뭐든 그거 때문이야!

[re:심장에 피는 꽃/마라차&프쉬케] 연료 공급

2021. 12. 25. 03:32 | Posted by 호랑이!!!

솜사탕.

 

핫 초콜릿.

 

바나나 스플릿.

 

와플에 사과잼과 시럽.

 

더블 마요네즈 타코야끼.

 

사과와 바나나를 간 과일 주스.

 

여러가지 채소와 쇠고기를 넣은 타코.

 

두툼한 빵에 머스터드, 케첩을 듬뿍 친 핫도그.

 

한국식으로 튀긴 어포와 매콤한 소스를 친 감자튀김.

 

생크림 바나나 크레페에 초콜릿 시럽과 아이스크림, 웨이퍼 과자 추가.

 

어딘가의 메뉴판 같은 이 목록은 한 손에 쇼핑백을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든 어느 헌터의 뱃속으로 들어간 음식들이다.

 

식도락 여행이라도 갔느냐고 의문이 들 법도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손에 들린 쇼핑백에는 과자나 특산물 대신 하나도 빠짐없이 여성용 옷이 들어 있었다.

 

-, 이거 어때?”

 

우이엥...”

 

몇 번 웅얼거리다 마라차는 박수를 보내며 그 박수가 끝나기 전에 입 안의 초콜릿시럽과 바나나를 맹렬하게 삼키려고 노력했다.

 

옷 파는 가게에서 음식이라니 점원들이 말릴 법도 한데 이 거대한 쇼핑백과 또 쌓일 쇼핑백 더미가 그들의 눈이라도 가린 모양이다.

 

혹은 입은 사람이 웃음을 터뜨릴 때마다.

 

손을 저을 때마다.

 

경쾌하게 걸음을 옮길 때마다.

 

걷고 움직이고 숨을 쉬는 그 모든 때마다 이 평범한 진열장 앞이 잘 꾸며진 화보집의 한 페이지가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느 장신구보다 빛나는 그 머리카락은 청회색 겨울 코트 위에서 구름같이 흐트러졌고 빨간 머플러 위에서는 잘 만들어진 목걸이처럼 흘러내렸으며 눈동자는 폭신한 모자 아래에서 은으로 주조한 종처럼 반짝였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트리며 녹색과 빨간색의 향연 사이에서 마치 눈의 정령처럼 도드라지는 그 모습이라니.

 

웃을 때면 드러나는 가지런한 이, 복숭앗빛으로 시선을 끄는 입술, 햇살이 내리쬐는 낮이면 잘 다듬어진 보석처럼 빛을 퍼뜨리는 미소.

 

검은 털을 댄 장갑 안의 손까지.

 

일반적인 아름답다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눈을 떼지 못할 것이고.

 

프쉬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면 귀를 기울이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고.

 

저 손이 다정한 걸 알고 있다면 놓지 못하겠지.

 

그리고 저 손을 알고 있는 자로서, 마라차는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프쉬케한테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가가서 어깨에 머리라도 올려놓고 허리에 팔을 감아 몸을 붙이고, 손바닥에 뺨을 비비고 싶다.

 

하지만 아직 한창 쇼핑하는 중이고... 밖이니까...

 

직원이 내민 팔 위에 파카 한 벌을 올리고 이번에는 이거라며 프쉬케는 치마를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나만 빼고 다들 행복해보이네.

 

시무룩하고 부루퉁한 표정으로 얇은 과자 껍질을 덥썩 물어뜯자 그 안을 채운 아이스크림이 채 녹지도 못하고 고깃점처럼 와일드하게 뜯겨 나왔다.

 

 

 

 

 

 

그리하여 장장 한 시간이나 더 지나고서야 둘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배고프지? 가는 길에 뭔가 먹고 갈까?”

 

샐러드, 파스타, 샌드위치 같은 것을 나열하며 프쉬케는 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 쪽이 좋아? 안 고르면 내 멋대로...어머, 마리?”

 

어째 조용하다 싶더라니 마라차가 없다.

 

그 가방을 싣는 것도 일일 텐데, 얘가 그새 어딜 갔지?

 

프쉬케는 조수석 문을 열고 몸을 기울였고, 갑작스레 뻗은 팔이 허리를 감싸 안으로 끌려들어가다시피했다.

 

, 래라!”

 

어깨를 찰싹 때렸는데도 이 도베르만 같은 헌터는.

 

다시 말해 개 같은 남자친구는 아무 말 없이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을 주어 더 꽉 끌어안는다.

 

마리, 피곤했어? 너무 끌고 다녔나?”

 

뒷좌석을 힐끗 넘어다보자 많은 양의 쇼핑백들이 엉망으로 들어차서, 자칫하면 쏟아질 것 같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헌터는, 이마를 프쉬케의 쇄골에 묻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헌터면서 체력이 이렇게 약해서야~ 라며 프쉬케는 마라차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러니까, 충전해줘.”

 

충전?”

 

이렇게 끌어안고? 이런 거 말하는 거지?

 

그 충전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린 프쉬케는 깔깔 웃었다.

 

때마침 밖에서는 새로 캐롤이 흘러나오려는지 종소리가 들렸으며.

 

그 웃음을 기점으로, ‘기다려가 끝난 개처럼.

 

마라차가 달려들었다.

 

 

아이고 내 뼈 다 삭네.

 

크나트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옆자리에 누운 사람이 놀라 잠에서 깰 만큼 섬세하지 못한 동작이었으나 옆자리의 사람이 내일까지 잠에서 깰 일은 없을 것이다.

 

그야.

 

씻기고 닦아 침대로 옮기고 잠든 몸으로 한 발 더 뺀 다음에도 눈을 뜨지 않았는걸.

 

얇은 커튼 너머로 들어오는 빛은 없었지만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율리안의 윤곽 정도는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기절하다시피 늘어진 몸통, 테이블을 짚고 버티던 팔, 아직 물기가 남은 머리카락.

 

쉬었을 것이 분명한 목, 불그스름하게 물러진 눈가, 벌어진 입술.

 

손이 저도 모르게 그 목으로 간다.

 

아직 한 번도 둘러 본 적은 없지만 이 창백하리만치 하얀 목에는 붉은 색이 잘 어울릴 텐데.

 

말이나 한 번 꺼내 볼까.

 

제 말이라면 전부 농담인 줄 아는 저 신부님은 펄쩍 뛰면서 그런 농담은 하지도 말라고 하겠지.

 

그 모습을 상상한 크나트는 기분좋게 웃었다.

 

아 정말이지 이 신부님은 자신이 얼마나 참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마음같아서야 경제력도 취미생활도 다 빼앗아 저에게만 기대게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풀이 죽어 버릴테고.

 

크나트는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곳이 필요하다는 걸 알만큼은 나이를 먹었다.

 

자신이 즐거워하는 것은 무서운 줄 알면서도 덤비려드는 신부님임도 알고 있고.

 

그러니 그 낮 내내 바깥으로 돌아다녀야 하는 일거리도 이어가도록 내버려두는 것 아닌가.

 

손끝이 목을 따라 살갗을 간질이자 희미하게 끙끙거리는 소리가 났다.

 

못 자게하고 싶다.

 

잠시라도 다른 일은 못 하게 하고 싶다.

 

항시 살갗을 닿게 하고 말에 반응하게 하고 곤란하게 만들고 나를 벗어나서는 아무것도 못 하게하고 싶어.

 

...아이고 생각만 했을 뿐인데 손에 힘이 들어간다.

 

청년처럼 회복이 빠르지도 않는데 나이도 들만큼 들어서 이 무슨 체력 낭비하는 생각들이냔 말이다.

 

크나트는 율리안의 베개를 뺏을까 하다 잠에서 깰 것 같자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대신 팔을 두르고.

 

빠져나갈 수 없도록 옆의 이불을 꽉 쥐었다.

 

손톱이 이불에 긁히며 드드득 소리가 났지만.

 

이번에는 율리안도 깨는 기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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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커튼 너머로 어느 뱀파이어는 밖을 내다보았다.

 

자야 할 시간이었으나 때로 그는 이렇게, 창가에 앉았다.

 

그가 앉기에는 조금 작고 지나치게 발랄한 의자 위에서.

 

가장자리에까지 조각이 더해진 화사한 빛깔의 테이블에 턱을 괴고.

 

제아무리 뱀파이어라도 이런 두꺼운 커튼 너머로는 제대로 밖이 보이지 않을 텐데도 그는 따라놓은 차가 식어 차가워질 때까지 같은 자세로 있었다.

 

밤과는 달리 밖은 시끄럽다.

 

해를 받아 피어난 꽃들은 바람에 이리저리 잘랑거리고, 새들은 그 사이를 누비며 지저귀고, 커다란 등교 버스가 도로 위에 나타나면 다시 보자는 인사가 재잘재잘 흘러간다.

 

한 차례 그렇게 소란스럽고 나면 그보다 조금 작은 아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자전거를 타며 인도를 지나갔다.

 

벤치 몇 개가 놓인 작은 공원이 코앞에 있는 덕분에 아이들 노는 모습이 보였다.

 

제대로 던지지 못해 굴리다시피 하는 공이 이제 푸릇해지는 잔디 위에 이리저리 오가고 양동이로 만드는 모래성은 높아진다.

 

누군가는 싸워서 울음을 터뜨리고, 손에는 모래와 풀물이 들고, 고함 지르는 소리도 들리고.

 

작은 아이들이 가고 나면 이제 학교가 파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그 아이들도 가고 나면 상급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십 대의 중반을 보내는 아이들은 때로 미끄럼틀이나 그네에 걸터앉아 나름대로의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공 하나를 가지고 차며 놀거나 튀기며 놀았다.

 

그러면 이제 해가 졌다.

 

마지막 아이 하나까지 돌아가자 메로스 오르바토스는 그 고요 속에서 일어나 커튼을 걷었다.

 

달빛에 방 안이 비쳤다.

 

이 방에는 자기 전에 장난감을 정리하라는 말을 단 한 번도 듣지 않았던 아이가 있었다.

 

분홍빛과 노란색을 구분하기 어려워진 나무 블록이 내팽개쳐져 있었다.

 

테이블 맞은편 의자는 누군가 갓 일어난 것처럼 빠져나와 있었다.

 

먼지막이 천이 그 아이의 재에서처럼 이젤을 덮고 있었다.

 

어느 아이가 좋아했던 커다란 거울은 흐려졌고.

 

어떤 아이들이 손에서 떼놓지 않았던 장난감 칼은 이미 썩어 없어졌다.

 

금방 낡아버려서 표지를 몇 번이나 갈아야 했던 책은 이제 누구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었다.

 

 

 

 

 

 

 

그리하여 어느 뱀파이어는.

 

때로 잠들지 못하고 아이들의 의자에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낮은 소란스러웠다.

 

두꺼운 커튼 너머로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누구인지 구분하지 못할 아이들의 실루엣이 즐겁게 뛰어놀 때면.

 

때로 그들이 탄성을 지르면, 그것이 비명으로 들릴 때면.

 

메로스는 창문을 열고 싶었다.

 

제 가슴이라도 쥐어뜯으며 소리지르고 싶었다.

 

해 아래는 위험해.

 

인간 가까이는 위험해.

 

집 안으로 돌아와.

 

돌아와.

 

내게로.

 

 

[장르: 영문법] to 부정사를 목적어로 취하는 동사

2021. 11. 11. 01:15 | Posted by 호랑이!!!

A가 좋아(like).

 

A랑 집에 같이 가고 싶다(want).

 

A랑 바다에 놀러간다면...(hope)

 

A랑 대학생 되어서도 오래오래 얼굴 보고 지냈으면... 아니 아예 사귀게 되면...(wish)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하늘에서는 벚꽃잎이 쏟아져 머리카락이며 어깨에 봄이 묻는다.

 

아 기분 좋아.

 

생각밖에 안 했는데도, 순간순간마다 다시 사랑에 빠져.

 

그래, 이러고만 있지 말고 친해지자!

 

결심했어, 집에 같이 갈 만한 사이가! 되자!(decide)

 

그럼 계획을 짜볼까! 아씨 벌써부터 기대가 돼!(plan, expect)

 

집 가면서 같이 떡볶이 먹자고 해야지.

 

마라탕? 마라탕 먹자고 할까?

 

아니면 타코야끼 같은 거.

 

...할 수 있을까? 그런 거 싫어하면 어떡하지...?(afford)

 

아니아니지. 아니아니야.

 

A, 우리, 꼭 하자! 약속이야! (promise)

 

너도 동의하지! 그치! , 나도 알고 있어. 남자애들도 마라탕 좋아하는 거!!! (agree)

 

“...어디 산다고?”

 

, 나 그 동네에... , 잘 모르겠구나? 학교 나가서 문구사랑 카페 있는 길에서 카페 쪽으로 쭉 가면 돼.”

 

B는 문구사 쪽이었다.

 

완전히 실패였다.(fail)

 

A의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고 싶었지만.

 

필사적으로 평범하게 미소를 지었다.(pretend)

 

물론 포기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절대 아니다!

 

 

10월 과제 - 낙원

2021. 11. 3. 00:00 | Posted by 호랑이!!!

오늘도 끝내주는 하루였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길에는 발을 밟혔고, 비싸게 주고 산 새 우산은 도둑맞았으며, 그래서 우산 없이 걷고 있는데 소나기가 쏟아졌고, 비를 맞은 핸드폰은 방전되고, 축축한 머리로 발표할 때 스피커는 갑자기 먹통이 되기까지 했지.

 

6시가 되어 가방을 싸서 나왔다. 그게 딱 하나 좋은 일이었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은 질척거렸고 삐걱거리는 보도블록을 밟았더니 밑에서 물이 왈칵 솟아 양말을 적셨다.

 

어이, A.”

 

욕설이나 퍼부으려는 순간 단골 음식집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늘 신메뉴 나왔는데 어때?”

 

비가 내린 뒤의 습하고 차가운 공기에 따뜻한 열이 느껴졌다.

 

겨우 냄새나 맡았을 뿐인데 입안 가득 육즙이 흐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한 튀김 냄새가 났다.

 

“...좋아요!”

 

미리 준비하기라도 하신 건지 갓 튀긴 것이 바로 상자에 담긴다.

 

음식을 계산하는데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대체 가을 날씨가 왜 이렇단 말인가.

 

가을 비는 그 뭐냐, 빗자루로도 막아진다며? 가뜩이나 짧아지는 가을이건만 그 아이덴티티까지 짧아지다니 애도를 금할 길이 없다.

 

지하철에서 내리고도 몇 분은 걸어야 하니 음식을 받고서는 편의점으로 가 우산을 샀다.

 

그리고 과자랑, 그리고 사탕도.

 

그러면 목막히니까 음료수랑- , 이 아이스크림 할인하네.

 

한뭉텅이를 안고 생각해보니 집 근처에도 같은 편의점이 있다.

 

언제 해도 늦었다는 후회나 하며 지하철에 올라탔더니 금요일 퇴근길이라 사람으로 붐볐다.

 

내가 정말 저기 끼어들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지하철에 탔다기보다는 인간 사이에 끼어있었다고 할 만한 곳에서 내리자 공기의 차가움마저도 산뜻하다.

 

계단을 올라가며 보니.

 

저 먼 지상에서 안으로 노을과 햇볕이 쏟아져 들어온다.

 

호박색 하늘은 몸을 데우고 같은 색의 나뭇잎들을 더욱 찬란한 황금색으로 빛냈다.

 

화사한 금빛이 나부낀다.

 

하늘이, 낙엽이, 나무가, 따박따박 걷는 이 길이 온통 금빛이다.

 

흩날리는 나뭇잎이 빗소리처럼 상쾌하게 흘러간다.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면 집 안이 온통 붉은 빛.

 

따뜻한 물로 몸을 씻고 드라이어 대신 선풍기를 틀어 머리와 몸을 말리며 자리에 앉는다.

 

테이블 위에는 아직 따뜻한 닭튀김.

 

얼음을 넣은 유리잔 가득하게는 콜라.

 

하얀 종이상자를 열어보았더니 저도모르게 혼잣말이 새어나왔다.

 

대애박, 치즈 웨지감자 넣어주셨네.”

 

오늘도 끝내주는 하루였다.

 

 

 

 

 

 

 

 

그리고 그 지상과는 멀리 떨어진 어느 곳에서.

 

머리 위에 빛나는 고리가 떠 있는 누군가는 단골집 사장이 너머에 있는 문을 확인했다.

 

그 사장은 단골 손님이 행복한 얼굴로 음식을 사가는 것을 보았다.

 

“B의 천국, 이상 없습니다.”

 

누군가는 안락의자에 앉아 잡지를 보는 사람이 너머에 있는 문을 닫으며 무전기에 속삭였다.

 

“C의 천국, 이상 없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빈 통을 밀어두고 침대로 몸을 던지는 A를 보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A의 천국, 이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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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으레기

 

킴은 생기없이 흐린 눈으로 교단에 선 메로스를 노려봤다.

 

정확히는 베이지색 포근한 니트에 남은 연핑크색 립스틱 자국을.

 

도오둑노옴의 새끼...’

 

분명 그 애, 교복을 입고 있었지.

 

끽해야 삼십 후반인 놈이 잘도 고등학생 딸이 있으시겠다.

 

게다가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까지 요일마다 자식이 바뀌지 뭔가.

 

‘x xx xx’

 

차마 활자로 옮길 수 없는 감탄사를 떠올리며 킴은 볼펜 끝을 물어뜯었고, 교단의 메로스 K. 오르바토스 교수는 자신과 필기를 열렬하게 바라보는 킴을 기특하게 여겼다.

 

방금 이야기한 분자 구조에 대해 할 말이 있나, 학생?”

 

왜 그렇게 붙는지 궁금한데요.”

 

좋은 질문이야!”

 

거기서부터 불이 붙은 메로스는 갑자기 ppt로 대체했던 칠판 앞으로 가 서더니 듣도 보도 못한 식을 쫘아아악 적기 시작했다.

 

여기 이 식은 다음 학기에 나오는 거긴 한데 증명은 우리가 배웠던 걸로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재 218p에 있는... 다들 책 폈습니까? 그래요, 거기 두 번째 상자 안에...”

 

왜 다음 학기에 배우는 식을 지금 배운 걸로 증명할 수 있는데요?”

 

그건 이 식이-”

 

왜 증명을 해야 하는데요?”

 

그건 재미있는 질문인데, 그 당시의 학자들이...”

 

왜요?”

 

왜요?”

 

왜요?”

 

110분이 지났다.

 

쉬는시간도 없이 진행했는데도 아직 메로스 교수는 할 말이 남았다고 딱 한 시간만 더 하자고 했다가 학생들의 다음 수업이 있습니다!’ 세례를 맞았다.

 

... 이 설명이 참 중요한데...”

 

메로스는 정말 아쉽다는 듯 칠판을 쳐다보았다가 자신의 열정적인 학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킴은 가방을 다 싸둔 채였다.

 

아이고, 오늘 이 단원까지는 다 나갔어야 했는데... 오늘 수업은 이대로 마치겠습니다. 그리고 거기 자네.”

 

제가 벌써 2학년인데 어떻게 제 이름을 모르실 수가 있으십니까? 저는 킴입니다.”

 

그래, 킴블리 플로리안 학생.”

 

이리 오라는 손짓에 킴은 종이에 뭐라고 작살나게 쓰고 있는 메로스한테 갔다.

 

무슨 일인데요?”

 

학생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적어두었네. 질문 있으면 언제든지 내 사무실로 오고... 그 아래쪽은 그 주제에 관한 자네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 적어두었으니 나중에 해 보게.”

 

, 딱 봐도 복잡하고 골아파 보인다.

 

거절할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이것까지는...”

 

“‘너무 어려우면안 해도 되네.”

 

뭐씨?

 

99퍼센트의 확률로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그 말은 킴블리의 귀에 ?’이라고 번역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교수가 음흉하고 수상쩍고 비열하게 웃는 표정을 배경으로.

 

“‘븐드시흐 으긋슴느드...”

 

몬스터와 박카스의 힘으로 킴은 일주일 뒤 수업시간까지 과제를 해 갔다.

 

며칠간의 밤샘으로 독이 오른 킴은 그 시간에도 질문을 퍼부었고, 메로스는 기뻐하며 새 과제를 주었다.

 

물론 그 과제도 성공했다.

 

그래서 또 과제를 받고.

 

또 해내고.

 

또 과제를 받고.

 

또 해내고.

 

그러는 동안 킴은 조교와 친해지기 시작했으며.

 

그러던 어느 날 깨달았다.

 

내가 왜 여기 있지?’

 

무언가가 수상쩍게 부글부글 끓는 소리.

 

불쾌한 냄새, 유독한 물질들.

 

사람들은 초췌한 얼굴로 조그마한 유리판을 들여다보았고, 무언가를 쉴새없이 써내려간다.

 

아아, 그 무시무시한 곳은.

 

메로스의 대학원 랩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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