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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 9

2018. 8. 22. 02:25 | Posted by 호랑이!!!

만약에 당신이 사는 곳에 좀비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라면 자주 해 보았다.

 

우선은 마트에 가서 생수와 통조림을 잔뜩 가져온다, 과자를 가져온다 등등.

 

촛불과 성냥을 준비한다, 뭘 가져온다, 밧줄로 간이 발판을 만들어서 밖에 매달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무색하도록, 이 도시에 생긴 이변은 Tv 등에서 흔히 보았던 것과는 달랐다.

 

- 덥다...”

 

이 도시에 사람이 없어진 지 오늘로 한 달째.

 

집으로 돌아오자 룸메이트인 예란이가 공책을 덮으며 맞아 주었다.

 

오늘은 어때?”

 

역시 없어.”

 

버스 정류장에 하루 종일 기다려 보았지만 오가는 버스는 한 대도 없다.

 

사람은커녕 동물 한 마리도 보지 못 했고.

 

핸드폰이며 인터넷은 여전히 먹통이다.

 

영화 보고 싶어-”

 

컴퓨터에 있잖아.”

 

그런 거 말고! 새로 나온 거! ‘의사 뉘시게라던가 ‘LA의 악마라던가 초자연같은... 그리고 그리고.... SNS도 하고 인터넷으로 게임도 하고 전화도 하면서 나태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

 

초록이는 겉옷을 벗어 바닥에다 내팽개쳤다.

 

초록이 왔어?”

 

이어 현관문이 열리고 한 손에는 화분을 든 홍 줄리아나가 들어왔다.

 

그건 또 어디서 났어?”

 

꽃집에서 가져왔어.”

 

꽃집?”

 

그 왜, 학교 안에 있는 작은 거.”

 

꽃집!”

 

마악 이불에 머리끝까지 파고들었던 초록이는 고개를 홱 들었다.

 

그러고 보니 꽃집이 있었지, ? 용케도 안 깨졌네.”

 

부엌과 방을 나눠둔 문을 닫으며 줄리아나가 들어왔다.

 

줄리아나의 손에는 작은 봉지가 들려 있었는데 나갈 때는 무언가 불룩하던 것이 이번에는 화분 하나로 차 있다.

 

고양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걸. 이 때 먹이를 많이 주면 친해질지도 모르잖아.”

 

철없는 소리야아.”

 

바깥에서 바람이 세차게 부는 소리가 났다.

 

초록이는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으아, 바깥에 엄청 바람이 부나보다. 조금 더 있다가 들어올 걸.”

 

이런 때 나가면 죽어.”

 

그 정도는 안다구.

 

초록이는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

 

창문 밖으로 훤히 보이는 도로에는.

 

털이 듬성듬성 난 녹색 괴물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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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헌터스/알렉X매그/"AU"] 요리 배우는 말렉

2018. 8. 19. 09:25 | Posted by 호랑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매그너스 베인은 웃는 얼굴 그대로 딱딱하게 굳었다.

 

그 딱딱한 손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손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매그너스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이렇게 힘을 줄 필요는 없어.”

 

, 가볍게, 가볍게, 라고 속삭이는 입가가 웃고 있다.

 

귓가에만 속삭이지 않아도 좀 더 나을 텐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더라.

 

거기에 대해서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매그너스가 생각하기에 그건 정말로 어쩌다가, 라는 말이 꼭 들어맞았다.

 

어쩌다 보니 저 사람이랑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어쩌다 보니 저 사람이 집에 놀러오는 일이 생겼다.

 

어쩌다 보니 식사 이야기가 나왔고, 어쩌다 보니까.

 

정말로 어쩌다 보니 이 사람과 함께 요리를 하게 되었다.

 

알렉산더랑 자주 만나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무언가가 진전되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이게 싫다는 건 아니고.

 

매그너스는 칼을 쥔 손을 내려다보았다.

 

가늘고 길게 잘린 당근이 일정한 크기로 다시 잘리는 모양은 자기 손으로 하는 것 치고는 예쁘게 잘 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정말이지 이런 건 언제 얼마나 겪던 적응이 안 된다니까.

 

이 소리를 래그노어가 들었다간 겪어봤자 얼마나 겪었다고?’라는 소리를 호탕한 웃음과 함께 들려주었겠지만.

 

매그너스.”

 

이런 일을 사귀지 않는 사람하고는 안 해서 잘 모르겠는데.

 

그냥 요리 가르쳐 주는 사람들도 이런 자세로 가르쳐 주나?

 

양 손목을 잡고, 귓가에 속삭이는 것도 하고.

 

방금 손목 안쪽을 만진 거야!? 착각인가!?’

 

이제는 잘게 썰린 야채 조각을 섞기 시작했지만 매그너스는 그런 세심한 작업보다 등 뒤에 신경이 잔뜩 쏠려 있었는데, 그러다 후욱, 입김이 목덜미에 닿자 몸을 홱 틀었다.

 

알렉, 산더!”

 

?”

 

그게, 그러니까...”

 

 

 

 

 

 

 

 

알렉산더는 움찔하고 돌아선 매그너스를 내려다보았다.

 

휴일이라고 집에서 쉬는 중이었다는 이 사람은 자신의 방문에 머리를 손으로라도 쓱쓱 빗은 티가 났지만 뒤에서 보는 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고양이털이 붙은 하얀 티셔츠는 구겨졌고, 지문 자국이 남은 까만 뿔테안경은 커다래서.

 

그 너머에서 당황해 이리저리 굴러가는 눈동자도 볼 수 있다.

 

으음... 그게, 그러니까요, 말이지요, 하고 이어지는 것을 들어 주던 알렉산더는 웃음기 어린 눈으로 매그너스를 돌려세웠다.

 

그래요, 이제 덜 할게요.”

 

그러자 가만히 있더니, 시간차를 두고 알렉산더의 손 안에서 어깨가 움찔한다.

 

안 하는 게 아니고 덜 한다고!? 라고 생각하는 것이 표정을 보지 않아도 읽혔다.

 

달걀 껍데기가 들어간 것 같다며 고개를 숙이자 목덜미가 드러났다.

 

알렉산더는 고개를 숙여 그 목덜미에 입을 맞추려다가, 고개를 들었다.

 

아직은 안 할 테니까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돼요.”

 

, 안 먹었어요...!”

 

 

 


마법사들 8

2018. 8. 18. 06:43 | Posted by 호랑이!!!

친구들을 구경시켜주고 있었어?”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사람은 나이가 있어 보이는 남자다.

 

“..., 아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식물원 안의 다른 사람들은 전부 편한 옷을 입고 다니고 있었는데 줄리아나의 아버지는 양복 정장을 입고 있어서 눈에 띄었다.

 

줄리아나는 반 발짝 앞으로 나가 초록이와 아버지의 사이에 섰다.

 

줄리아나의 등 뒤에서 초록이는 줄리아나의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별로 안 닮은 거 같은데.

 

별로가 다 뭐야, 거의 안 닮은 것 같다.

 

게다가 줄리가 싫어하고 있어.

 

어른이 말하면 대답은 딱 떨어지게 해야지. 아직 학생이라서 그런 모양인데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아버지, 곧 회의 시작합니다. 어서 가셔야... ? .”

 

마찬가지로 양복을 입은 젊은 사람이 나왔다.

 

저 사람이 줄리네 오빠라고 예란이가 초록이에게 속삭였다.

 

마찬가지로 전혀 닮지 않았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안녕히 계세요.”

 

예란이와 초록이가 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자 줄리아나는 앞장서서 계단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 뒤를 허둥지둥 쫓아서 1층까지 내려가는 동안 발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 후로 줄리아나의 기분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다고 효과를 설명하는 초록이에게 거의 대꾸하지 않았고 예란이가 돌보는 법을 물어봐도 팻말을 가리켜서 말이 적어졌다.

 

“...우와아, 이거 진짜 튼튼하게 자랐다!”

 

그러게, 이거 봐라 이거 산에다 풀어놓으면 토끼하고 싸워서 이기겠다.”

 

“....흙이 좋아서 그래.”

 

그리고 이거 봐라아, 이건 만드라고라 개량종~ 이라며 줄리아나가 어떤 식물을 툭툭 건드리자 뿌리가 머리카락처럼 자라난 인간 모양 식물이 몸을 일으켰다.

 

영리해서 훈련이 가능하고 어느 정도 친밀해지면 위로라던가, 교감 같은 것도 가능해애.”

 

이번에도 부르니까 왔잖아, 라며 줄리아나가 작은 영양제를 건네자 작은 만드라고라는 영양제를 받아 기쁘게 머리카락, 혹은 뿌리에 발랐다.

 

레시피도 있지만 필요에 따라서 성분 조절도 가능하고, 그러면 자기만의 만드라고라도 키울 수 있어.”

 

한 때는 만드라고라 키트가 유행했던 때도 있었는데... 유행은 결국 유행일 뿐이었다며 줄리아나는 힘없이 웃었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 소리인데. 요즈음 젊은이들은 약초학을 안 배우거든.”

 

예란이가 말했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화분도 있었고, 각자 연구도 했고, 그랬는데 요즘 사람들은 마법 도구를 제작하는 제작계로 빠지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약초학은 안 배우려고 하더라아.”

 

“...”

 

나도 이건 별로인데, 하지만 지금 말하면 눈치 없는 짓이겠지.

 

초록이는 흙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보고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란이 아니니? 줄리아나도 여기 왔네.”

 

빨간 머리를 하나로 묶은 사람이 줄리아나를 보더니 성큼성큼 걸어왔다.

 

얼굴 어디도 줄리아나와 닮지 않았지만 머리만은 같은 색으로 새빨개서 혹시 가족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이 쪽은 초록이예요.”

 

줄리아나는 초록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 엄마야.”

 

줄리아나 엄마이고 여기 부소장인 홍나영이예요, 안녕?”

 

안녕하세요? 줄리아나 룸메이트인 이초록이예요.”

 

얘기 많이 들었어. 여기 와서 거취는 어떻게 되니? 별 말 없으면 우리 집에 와서 묵을래?”

 

저는 신 향이라는 사람....? 예란이 친구.... , 그 집에 가기로 했어요.”

 

엄마, 저도 그 집에 가야 해요.”

 

가야 한다고? 라고 아쉬운 듯 부소장이 고개를 들자 줄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란이도요. 초록이한테 이런저런 걸 알려줘야 하니까 와야 한다고 땅 위의 신이 그랬어요.”

 

그랬나?

 

뉘앙스는 올 테면 와라, 쪽에 더 가까웠던 것 같은데.

 

그렇지만 엄마는, 우리 줄리아나가 이렇게 안색도 안 좋고, 힘도 없는데 걱정이 된단다. 옛날부터 너무 조용해서...”

 

그런 긴 긴 걱정 끝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홍나영과 작별인사를 하고 나자 줄리아나의 얼굴빛이 돌아와서 길게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가 부소장이셔?”

 

어엉, 별로 흔한 집은 아니지?”

 

그럼 아버지가 소장이고? 라는 질문에 줄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집은 보통 어머니가 소장이고 아버지는 뭐 비서 같은 거 하는데 이 집 아버지는 엄청... 일벌레라서?”

 

뭘 그렇게 좋게 말해줘.”

 

줄리아나는 작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출세에 눈이 멀었지.”

 

잠깐만, 그럼 다른 집은 아버지가 비서 같은 거 하고 어머니가 회장이나 사장이나 소장이나 그렇단 말이야?

 

초록이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좀 다르지? 다른 데서는 아빠들이 사장이나 회장 한다며?”

 

그러게. 우리 예전에 회사가 나오는 드라마 보고 놀랐다니까? 여기 말고 다른 데에는 남자밖에 안 사는 줄 알았어어.”

 

줄리아나는 열매가 맺힌 만드라고라에서 가장 잘 익은 열매를 떼어내며 웃었다.

 

이걸 심고 잘 가꾸면 아까 봤던 그런 만드라고라가 자랄 거야아. 재배법은 나중에 적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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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하고 마틴] 잃어버리지 않게

2018. 8. 2. 04:25 | Posted by 호랑이!!!

책갈피가 사라졌다.

 

언제나 물건을 두는 자리에 두는 것 같은데도, 자질구레한 것들은 내 손에서 떠나 물건들만이 갈 수 있는 어딘가로 떠났다.

 

예를 들면 외국의 낡은 동전이라던가 반짝이는 색의 볼펜, 그리고 그 외에 수많은 종류의 물건들이 사라졌었고 오늘은 그게 책갈피다.

 

읽는 데 비해서는 넉넉하게 둔다고 생각하는데, 찾기 위해 책상 서랍을 열었더니 어디에도 없다.

 

오래 전 주고받은 편지가 몇 장 있고, 언젠가는 쓸지도 모르는 엽서가 있고, 버리지 못해 모아 둔 쓸모없는 것들까지 한 상자나 있는데도.

 

친구가 만들어준 것도 사라졌고, 우연히 발견한 네잎클로버를 말려 만든 책갈피도 사라졌고, 기념이라며 받은 번쩍거리는 금도금 책갈피도 없어졌지만 오직 찾는 것은 얇고 가는 코팅 종이 하나다.

 

정확히는 명함.

 

마틴은 자신의 능력이 물건한테도 통했으면 하고 잠시간 바랐다.

 

이리 오라고 부르면 촐랑촐랑 걸어오는 명함이라니 얼마나 편할까.

 

아니면 그 사람의 명함이니 순간이동이라도 하려나.

 

그것도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마틴은 최근에 읽었던 책을 펼쳤다.

 

두꺼운 것을 양손으로 들고 흔들지만 떨어지는 것은 없었고 이번에는 가지고 다닌 가방을 열었다.

 

가장 큰 곳에서 가장 작은 주머니까지 전부 뒤졌지만 나오지 않는다.

 

서류더미에서도.

 

공책에서도.

 

, 복도, 거리, 어디도.

 

마틴은 단추에 매달아둔 회중시계를 꺼냈다.

 

오늘 약속이 있었...

 

.

 

“...늦었네...”

 

열심히 달려갔더니 상대는 이미 테이블에 앉아 크리스털 안에서 흔들리는 촛불을 쳐다보고 있었다.

 

!”

 

어서 오시오 챌피.”

 

왜 늦었냐고 묻는 말도 없이, 릭은 어딘가에서 가져온 브로슈어로 마틴에게 부채질을 해 준다.

 

차근차근 날라져오는 요리보다도 한 잔의 찬물이 반가워 단번에 마시자 잘 차려입은 웨이터가 다시 물을 따라주었다.

 

명함이 사라져 어딘가 찜찜한 마음으로 가자미나 닭이 있는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낸 후.

 

서로 저녁을 사겠다며 지갑을 찾는다.

 

마틴은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익숙한 감촉의 가죽 지갑을 꺼냈고, 지폐가 있는 곳으로 손가락을 넣었다가 돈이라기에는 이질적인 것을 만졌다.

 

늦었소, 내가 먼저 계산을 해 버렸거든.”

 

벌려 보니 지폐 사이에 가장자리가 구겨진 명함이 한 장 들어 있다.

 

누구 것인지 글자를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어쩔 수 없네요, 커피 마시고 갈래요?”

 

도넛과 함께.

 

그렇게 덧붙이자 릭이 웃었다.

 

커피 좋지.”

 

그럼 커피를 끓여드릴 테니까 명함 하나만 주세요.”

 

?”

 

또 잃어버린 것 같아요.”

 

가끔 보면 덤벙거린다니까.

 

마틴은 지갑을 닫았다.

 

제가 얼마나 물건을 많이 잃어버리는지 안다면 놀랄 거예요.”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니면 잃어버린다니까요.

 

항상 가지고 다닐만한 걸 선물 해야겠는걸.”

 

사실은 지금도 하나 있지.

 

마틴이 돌아보자 릭은 무언가를 쥔 손을 뒤로 빼었다.

 

“..., 그게 뭔지 알아내고 싶으면 전 굉장히 쉽게 알아낼 수 있어요.”

 

안돼, 비밀이야.”

 

금방 줄 거잖아요? 그렇죠?”

 

어떻게 할까....”

 

마틴은 괜히 말꼬리를 잡아 끄는 릭을 흘겨보았다.

 

거리를 걸으며 마틴은 이따끔 빼앗으려는 듯 손을 뻗었고 릭은 뺏기지 않으려는 듯 손을 위로 들거나 뒷걸음질을 쳤다.

 

땅거미가 내리는 거리에 하나 둘씩 불빛이 켜지고, 둘은 보지 않아도 갈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길을 따라간다.

 

명함도 손도 꼭 쥐고.

 

하나라도 잃어버리지 않게.

 

[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7

2018. 7. 31. 03:27 | Posted by 호랑이!!!

 

뭡니까?”

 

뭐가.”

 

하루 종일, 외출했다 돌아오는 내내, 마틴은 피부에 달라붙는 것 같은 시선을 느꼈다.

 

처음에야 애써 모른척했지만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까지 이러니 아무리 사람 좋다는 말을 듣는 마틴이라도 한 소리 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쳐다봤잖아요.”

 

내가 언제.”

 

할 말 있으면 하시죠.”

 

그런 거 없다.”

 

속일 사람을 속여야지.

 

마틴은 기도 안 찬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면 그 불쾌한 시선 좀 치워 주겠어요? 당신의 열정적인 눈빛 같은 거, 받아도 기쁘지 않거든요.”

 

쳐다보지 않았다니까. 나나 쳐다보지 마라.”

 

누가 누굴 쳐다봐?

 

하여간에 어이가 없어서.

 

마틴은 미간을 콱 구겼다.

 

그럼 가는 동안 서로 바깥이나 보면서 가기로 하죠. 쳐다보면 당신의 이번 월급 절반은 제 거예요.”

 

말을 걸면 자네 월급 절반을 내 걸로 하지.”

 

티엔과 마틴은 동시에 고개를 바깥으로 돌렸다.

 

바깥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또 가판대가 보이고, 그 중에는 특이한 모양의 조개 껍데기 같은 것도 있고... 저런 것도 파는 건가.

 

마차 세워주게.”

 

티엔이 바깥에 대고 말하자 마차가 멈추었다.

 

어딜 갑니까.”

 

그것도 소금물에 닿았다간 후회해야 할 정장을 입고.

 

알 바 아니다.”

 

한 번 정도는 살가운 대꾸를 해 주시죠.”

 

자네는 누구나 상냥하게 만들 수 있으니 나 하나에게 굳이 연연할 필요가 없지 않나.”

 

나 하나쯤이야라는 문장이 별로 좋지 못한 말이라는 건 알지요?”

 

티엔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가 바닷가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던 마틴은 얼마 안 있어 내려달라고 마부를 불렀다.

 

 

 

 

 

 

 

 

지금쯤이면 하랑이 자기 방으로 갔을까, 아니면 아직 방에 있을까, 고민하며 방 문을 열었다.

 

복도에 있을 때부터 어디에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라니, 문을 열자 마치 봇물이 터지듯이 소리가 터져나와 커다란 갈색 봉투를 안고 있던 마틴은 휘청 몸이 기울었다.

 

그러면 사부가 나 옮겨주던가! 기운이 안 나서 못 일어났단 말이야! 계속 잤다고! 배도 고프고!”

 

알파들이 위험하다는 소리를 굳이 해야 아나. 소리 지를 기운은 있는 것 같으니 방까지 걸어갈 힘도 있겠지.”

 

문이 닫겼다.

 

“...하여간 변하지 않는군요.”

 

“...다녀왔어, 마틴 형.”

 

어딜 갔다 이제야 오나.”

 

마틴은 하랑에게 다가갔고 하랑은 마틴이 앉을 수 있도록 조금 옆으로 물러났다.

 

자아.”

 

갈색 봉투를 기울이자 안에서는 사탕 캔, 초콜릿 상자가 굴러나오고 약이 든 유리병도 하나 떨어졌다.

 

이게 안 나오네, 라며 마틴은 봉지 안에 손을 넣더니 흰색 리본이 달린 곰인형을 꺼냈다.

 

“...뭐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껴안고 자기에는 이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마틴은 쏟아지듯이 터져나오는 행복감, 혹은 감동을 온몸으로 맞았다.

 

털이 북실북실한 곰 인형은 하랑이 기껏해야 장난감 가게를 지나칠 때야 본 모양인데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음에도 표정에는 변화가 없고 기껏해야 곰 앞발만 꽉 잡고 만다.

 

아파질 것 같으면 계속 하나씩 먹어요. 약이 쓰니까 사탕이나 초콜릿도 하나씩.”

 

물이랑 삼키는 거던데.”

 

그래도.”

 

기뻐하고 있으면서.

 

마틴은 입가로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뭘 웃어.”

 

투덜거리는 목소리는 어딘가 쑥스럽게 들린다.

 

그런 것도 잠시, 누군가가 입을 열자 공기는 영점 아래로 떨어졌다.

 

사실은 말도 없었고.

 

그저 손을 내밀었는데.

 

그 손에는 산호, 조가비, 색이 짙은 고둥 따위를 이어 붙여서 만든 사람 모형이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하랑은 몸을 뒤로 빼었고, 그게 무엇인지 확인하고 나서는 의문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

 

마틴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이 인간이 왜 나한테 뭘 주는 거지?’

 

심지어 이런 흉한 걸?’

 

티엔 역시 부동으로 모형을 쥔 손을 내밀고 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처럼 어색한 움직임으로, 하랑은 그 모형을 받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럼 나는... 이만 방으로 가볼테니까...”

 

그러자 티엔과 마틴이 동시에 대답했다.

 

거기 얌전히 있어라.”

 

나가기 전에는 둘 중 하나를 데리고 나가야 해요.”

 

그리고 둘은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가긴 어딜 나가.”

 

싫다면 제가 보호자로 다녀올게요.”

 

둘이 정말 사이가 안좋다니까.

 

하랑은 거의 뒷걸음치다시피 해서 방 밖으로 나갔다.

 

[파판14/모험가와 토르당이 나옴] 스포 조심

2018. 7. 20. 04:37 | Posted by 호랑이!!!

, 이슈가르드의 급격한 기후 변화에 대해서는 몇 번이나 들었지만... 직접 겪는 것은 역시 다르군... 정마, , ... 먓취!!!!”

 

괜찮으신가용!?”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그 말조차 코맹맹이 소리다.

 

그럼 저 쪽은 내가 갈 테니까 알피노는 쉬고 있어.”

 

저는 주점에 가보겠습니당, 알피노님을 잘 부탁드려용!”

 

자네들이 고생하는데 나 혼자 따뜻한 곳에... 에에, 에취이!”

 

고집을 부리던 알피노였지만 날씨가 눈보라로 바뀌기 시작하자 결국에는 울상으로 포르탕 저택에 들어갔다.

 

걱정 말게 맹우여! 잘 다녀오게!”

 

오르슈팡의 배웅을 뒤로하며 단단한 빙하는 길을 걸었다.

 

일단 볼일이 신학원이라고 했지.

 

포르탕 가에서 위쪽으로 쭉 올라가면 열두 기사상이 있고, 웅장하고 커다란 그 사이를 걸어가면 방패 모양 광장이 나온다.

 

눈보라가 치는 날씨에도 흐르는 물은 얼지 않아서 혹시 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단단한 빙하는 장갑을 벗고 물에 손을 풍덩 담갔다.

 

으앗, 차거!”

 

그렇지만 역시 물이고, 물은 젖는다.

 

단단한 빙하는 습관적으로 손을 옷에 문질러서 물기를 닦아내려고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빙하가 입은 것은 갑주였고, 그것도 눈보라에 몹시 차가워진 갑주였다.

 

그 차가운 갑주에 손을 대면 어떻게 되느냐.

 

!!!! 손이 안 떨어지잖아!!!!”

 

이렇게 된다.

 

손을 잡아서 떼어내려고 했다가 손이 아파서 실패.

 

입김을 호호 불었다가 손이 엄청나게 시려워져서 실패.

 

이렇게 저렇게 손을 당겨보았지만 자칫하다가 손바닥 가죽이 날아갈 거 같아서 실패.

 

젠장 어떡한다, 포르탕 가로 돌아가서 손이 붙었으니 떼달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이런 일로 돌아가기에는 단단한 빙하에게도 자존심이 있다.

 

다시금 낑낑거리고, 당기고, 불고, 온갖 난리법석을 피우다가.

 

마침내 지쳐서 헥헥거리고 숨을 몰아쉬는데.

 

어디에서인가 똑똑 소리가 났다.

 

뭐야?”

 

손바닥만한 유리창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창문.

 

누군가가 들었으면 그건 스테인드 글라스라는 거라고 뒷목을 잡을 생각을 태연하게 하면서 다가가자 주름진 유리 너머로 얼굴이 보인다.

 

처음 보는 얼굴이로다.”

 

여기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오라, 그래서 손이 붙어버린 모양이구나.”

 

창문이 삐걱 열렸다.

 

저리로 가면...”

 

하얀 수염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눈가에 오른 웃음은 숨길 수 없다.

 

그리고 단단한 빙하의 머릿속도 열려 버린 것인지, 그 사람이 무어라고 알려주었지만 머리에 남아있는 것은 단 한 자도 없어서.

 

“...알겠느냐.”

 

“....”

 

이보게, 젊은이?”

 

“............”

 

자네.”

 

“...들려?”

 

뭐가 들리냐는 것인가?”

 

이 종소리.”

 

?”

 

귀를 기울이면 때마침 저 멀리에서 정말로 종이 울린다.

 

이것은 정교회에서 울리는 종이라네.”

 

저 멀리에서 누군가를 찾는 소리가 나고, 창문 너머의 이 사람은 곤란하다, 라고 말하더니 관이 흘러내리지 않게 손으로 누르면서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하얀 수염에 눈이 걸리고 두꺼운 천으로 만든 옷에 눈이 떨어지면 이내 녹아 짙은 색으로 젖는다.

 

그 사람이 손을 뻗고 있음에도 단단한 빙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그 사람은 문 쪽에다 대고 잠시만 기다리라는 소리를 했다.

 

저 쪽으로 가면 앙달림 신학원이 나온다, 거기서 따뜻한 불을 쬐면 그 손도 떨어질 테지.”

 

어서 가보게.

 

그리고 창문은 닫혔다.

 

그러나 단단한 빙하는 그 닫힌 문에 눈을 떼지 못하고, 일그러진 색유리 너머로 하얀 옷이 멀어지고, 문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도 그 자리에 남았다.

 

언 손이 아파와서 새삼스럽게 정신을 차릴 때까지.

 

 

 

 

 

 

 

이 쪽입니다, 모험가님.”

 

단단한 빙하는 안내를 받아 교황청에 들어왔다.

 

건물은 크고, 높고, 오래되었고, 아까 보았던 것과 같이 스테인드 글라스가 많았다.

 

아까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같은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육중한 문은 양쪽으로 열리고, 단단한 빙하는 둘러보던 시선을 문 너머로 던졌다.

 

우아하게 던지는 것도 아니고.

 

영웅에게 던지는 것처럼 고운 것도 아니고.

 

영웅이여, 그대의 소문은 익히 들었노라.”

 

마치 맨 앞에 있는 적에게 도끼를 던지듯이.

 

그 사람은 눈이 녹아 얼룩이 진 소매를 들어 흰 수염을 쓸어내리고, 마악 창문을 열었을 때와 같은 눈웃음을 지었다.

 

나는 토르당 7... 이슈가르드 정교를 대표하는 교황이니라.”

 

 

[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6.5

2018. 7. 18. 13:26 | Posted by 호랑이!!!

 

하랑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한낮이었는데 작은 테이블에 쪽지가 놓여있었다.

 

카운터에 말해놓았으니 직원을 부르세요

 

전화기를 들자 카운터로 연결되는 음이 났다.

 

[카운터입니다]

 

여긴... 407호실인데요. 뭔가를 부탁했다고 해서요.”

 

[407호시군요, 일행분께서 약을 부탁하셨습니다. 곧 직원이 찾아갈 것입니다]

 

둘이 나가면서 전화번호를 남겼으니 전화해놓겠다는 말이 이어지고 하랑은 다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어제까지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냄새가 났다.

 

체취, 인 것 같은데...

 

기분 나쁘다던가 하지 않고 외려 안정감을 주는 것.

 

처음에는 그냥 신기한 냄새인가 했는데 계속 맡다보니 좋아서 코를 묻게 된다.

 

향취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얼마 안 있어 노크소리가 들리자 하랑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문을 열자 직원은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따뜻한 버터와 푹 끓인 고기 냄새에 갑자기 배가 아프도록 고파와서 두꺼운 빵에 버터를 듬뿍, 버섯과 고깃점이 있는 수프에 꾹꾹 눌러 담그면서 허겁지겁 먹고 나니 스스로를 베타라고 소개한 갈색머리 직원은 물과 약을 내밀었다.

 

억제제입니다.”

 

억제제는, 그러니까... 당신의 히트 사이클을, 없는 것처럼? 만든다.

 

천천히 또박또박, 부러 쉬운 단어를 써서 재차 말해줄 때에야 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히트사이클이었구나.

 

아무리 일행이라고 해도 알파가 둘이나 있는 방에 뛰어들면 나중에 고생한다고들 하니까요.”

 

알파가 둘이라고?”

 

, 알파 둘이요. 문신한 사람이랑 마틴이라는 사람...”

 

마틴 형이 알파!?”

 

그 분도 알파라서 옆에 있기 힘드니까 대신 말을 전해달라고 했어요. 일은 둘이서 하고 올테니까 아랑? 하랑, 은 밥 먹고 약 먹고 몸 괜찮아질 때까지 호텔에 있으라던걸요!”

 

하랑은 약을 물과 함께 삼켰다.

 

그새 또 몸 속에 모여든 열기가 다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젠 냄새가 안 나는가 하고 팔을 들어 코를 킁킁거렸지만 직원은 잘 모를 거라는 소리를 한다.

 

약 드셨으니 오늘은 술 드시면 안 되고, 대마초나 담배도 자제해 주시고. 몸에 발진... 빨간 게 생기거나 가려우면 병원에 모셔드릴 테니 카운터에 연락 주시고요.”

 

그러고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짭짤한 내음이 섞인 바닷바람이 불자 방 안의 후덥지근한 공기는 날아가고 하랑은 땋은 머리카락을 들어 목덜미에 기분 좋게 바람을 쐬었다.

 

그리고 팔에 문신이 있는 일행분이 전해달라고 한 이야기인데...”

 

침대로 슬슬 기울던 몸이 벌떡 일으켜졌다.

 

여기 있지 말고, 방에 가서, 얌전히 있으라고.”

 

동그랗게 뜬 눈은 직원의 말이 끝날 즈음에는 미간을 찡그리고 반쯤 감겼다.

 

“....”

 

배려가 부족했다던가 미안하다는 말 같은 건 기대도 안 했지.

 

하지만 축객령이라니.

 

차라리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으면.

 

차라리 그게 더 나았을 텐데.

 

직원은 무슨 일이 있으면 카운터에 연락하라고 하고 가버렸다.

 

혼자 남겨진 하랑은, 침대에 걸터앉아서, 미간을 찡그린 채 생각에 잠겼다가.

 

끝에는 한숨을 쉬며 다시 침대에 늘어졌다.

 

[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6

2018. 7. 4. 18:14 | Posted by 호랑이!!!

 

다음 날 아침, 하랑은 숨막히는 열기에 눈을 떴다.

 

목이 아픈가? 그렇지는 않고.

 

기침이 나오는 것 같지도 않고.

 

코가 막히나? 그렇지는 않고.

 

열이 나는데. 아픈 것 같은데.

 

어제 누운 그대로 잤는지 테라스는 활짝 열려 있고 짐가방도 그대로라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발에 가방이 걸려 넘어졌다.

 

무릎을 찧었지만 아프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고, 다만 마틴과 티엔이 있는 그 방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채운다.

 

당장, 문을 열고.

 

이 밖으로.

 

저 방으로.

 

바닥에 깔린 카펫은 부드러웠고 나무 바닥은 단단하지만 어느 곳을 밟아도 조금 시원한 것이 느껴질 뿐 발에 무언가가 닿는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고 있는데도 움직인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걷고 있다기보다는 물 속을 헤치고 가는 것 같다.

 

열이 많이 나서 그런가.

 

바다도 못 갔는데 아파지다니 아쉽다.

 

구겨진 셔츠에 헐거워진 바지 차림으로 비척비척 걸어가는데 어제는 분명 가깝게 보였던 방이, 그 방으로 가는 세 걸음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문 손잡이는 차갑다.

 

문도 차가울까.

 

이마만 살짝 대보려고 했는데 몸이 그대로 기울어서 문에 들이박았다.

 

무슨 일이냐.”

 

문이 벌컥 열렸다.

 

하얀 손이 쓰러지려는 하랑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으응? 하랑?”

 

낯익은 목소리에 하랑은 냉큼 방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마틴 형!”

 

나 아파, 열 나.

 

 

 

 

 

 

아침 일찍 눈을 뜬 것은 티엔이다.

 

여느 때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서 가볍게 몸이나 풀 겸, 하랑도 깨워서 산책이라도 한 후에 아침이나 같이 하자고 할 생각이었다.

 

물론 마틴은 그대로 재워 놓고.

 

바다 바다 그렇게 노래를 불렀으니 바닷가를 가볍게 뛰고 바닷물에 몸이나 담갔다가 오면 그래도 마음을 좀 풀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그간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이렇게 풀어주면, 매일 마틴 형, 마틴 형, 하는 녀석도 좀 생각을 바꿔먹을 것이다.

 

임무를 위해 배당받은 시간은 일주일이지만 오고가는 시간을 제하더라도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을 터이니 마지막 날에는 쉰다고 해야겠군.

 

다른 알파들이 그러듯이 이것저것 사 주며 흥청망청 놀기도 하고.

 

일단은 수영복을 한 벌, 샌들도, 코코넛 같은 것이나 또 뭐든 흥미를 보일 쓸데없는 것도.

 

어차피 조개껍데기나 조악한 장난감 따위를 쳐다보고 있겠지.

 

마지막으로 겉옷을 걸치는데 복도 건너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찍 일어난 모양이다.

 

잠자리가 맞지 않았거나, 아니면 악몽을 꿨다던가, 매일 아침에 운동을 시킨 보람이 있었거나 그 정도겠지.

 

정 잠자리가 맞지 않으면 같이 가서 자 준다고 할까.

 

문에 손을 대는데 가볍게 툭,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쾅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이냐.”

 

늘상 하랑의 주위를 맴돌던 작은 기운들이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문을 열면 항상 아침마다 보았던 하랑이다.

 

땋은 머리를 제대로 빗고 자지 않아서 삐친 머리가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고, 항상 입는 잠옷은 하얀 색, 구겨지고 몸에 감기고.

 

바깥에서, 남들에게 보여줄만한 것은 아닌 차림에 얼굴은 달아오른 그 모습은 갑자기 땅으로 푹 꺼진다.

 

놀라 몸을 잡고 일어서게 하자 그 몸은 비척비척 방 안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진한 향기가 코 끝을 스쳤다.

 

코 끝을 스친 향기는 하랑이 지나간 자리를 타고 짙어져 순식간에 방 안을 메웠다.

 

하랑...!”

 

처음으로 히트사이클을 맞은 오메가가.

 

침대로 뛰어든다.

 

마틴 형!”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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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19금은 미뤄진다



[모험가X가루다/페드X라] 가루다 안나옴

2018. 7. 1. 02:35 | Posted by 호랑이!!!

붉고 눈매 사나운 아우라.

 

페드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뭘 어쩐다고?”

 

요리! 즐거운 요리!”

 

루가딘 아가씨는 근육을 뽐내며 외쳤지만 아쉽게도 이 단단한 빙하라는 사람에게는 요리의 기술이 조금도 없었다.

 

요즈음의 본직은 요리사라고 외치기는 하지만 제자 들일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기에, 페드는 다소 거칠게 칼을 내리쳤고 요리는 펑 소리를 내며 못 먹을 만한 것으로 바뀌었다.

 

요리사 길드에 가서 배우세요.”

 

싫어, 그렇게 거창하게 할 건 아니니까!”

 

게다가 여기서 멀어!

 

그렇게 외치는 루가딘을 올려다보다 페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왕 해 먹이는 거 좀 정성을 담아서 만들어 먹일 것이지.

 

저 인간 도끼 잡고 일주일이 안 되어서 야만신 잡으러 다니고 비술서 잡고 일주일이 안 되어서 모든 극의를 다 깨우쳤다고 그만둘 때 알아봤어야 했다.

 

그때라고 저 급한 성질머리를 안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대충일 줄은 몰랐지.

 

미간을 찌푸리고 페드는 정리하려던 멋진 프라이팬을 내려놓았다.

 

빌려주겠습니다, 그럼.”

 

재료랑 요리법도 가르쳐줘야지.”

 

얘 실력으로 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그런 눈빛을 받으면서도 단단한 빙하는 꿈꾸는 듯 한 눈빛으로 음식을 나열했다.

 

속을 채운 커다란 도도 통구이라던가, 영양 뒷다리 살을 구운 거나, 피피라피라도 쪄 먹으니까 맛있던데. 아니면 초콜릿과 크림을 쌓은 케이크도 나쁘지는 않지

 

네가 할 만한 조리가 생각났습니다.”

 

송로버섯과 푸크 알을 써서 만드는 볶음요리?”

 

일단 암염을.”

 

.”

 

그리고 증류수도.”

 

.”

 

이제, 소금을 만드는 겁니다.”

 

웃기지마! 라며 단단한 빙하는 프라이팬을 뒤집었다.

 

루미스라이트 주괴로 만든 프라이팬은 겨우 그 정도로는 흠집도 남지 않겠지만 페드는 급히 프라이팬을 들어 샅샅이 살폈다.

 

뭐예요? 둘이 좋은 거 해?”

 

별 거 아닙니다. 단단한 빙하가 한 번 요리에의 길에 눈을 뜨려고 해서.”

 

아니거든. 우리 여신님한테 갖다 바칠 요리거든.”

 

나는 요리를 드리고 호감을 얻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하자 라는 박수를 짝짝 쳤다.

 

그럼 나도 도울래! 재료 뭐 필요해?”

 

라는 할 일이 없을 텐데요.”

 

괜찮아! 나 이제 많은 거 채집할 수 있으니까!”

 

정말로 정말이라니까? 라고 눈을 반짝이는 이 미코테는 광석만 캐봤으면서.

 

그럼 서부 다날란에서 마늘하고, 중부 라노시아에서 밀하고...”

 

, !”

 

그리고 알라그 달팽이랑.”

 

“...?”

 

나무두꺼비를 각기 하나씩...”

 

그걸로 뭐 만드는 거예요?”

 

나무 두꺼비 튀김.”

 

그리고 빙그레 웃자 꼬리털이 부숭부숭하게 일어서서는 캬앙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선다.

 

그런 걸 먹일 수는 없잖아, 그래도 여신님인데.”

 

그런가요.”

 

그래서 너는 원예가 일을 할 수 있냐, 어부 일을 할 수 있냐, 아니면 하다못해 광부 일이라도 할 수 있냐.

 

그러자 또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든다.

 

하나도 못 하지!”

 

보통 이런 때는 부끄러워하거나, 머쓱해하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 아닌가.

 

내가 루가딘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도저히 저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단 말이지.

 

페드는 눈가를 살짝 문지르고는 한숨을 쉬었다.

 

가서 원예가가 되십시오. 어부 일은 내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요.”

 

뭐가 필요한데? 얻기 어려운 거야?”

 

피피라랑 살구버섯. 나머지 재료는 내가 마련할게요.”

 

그리고 마실 것으로는 바나나랑 무화과랑 야크 젖이랑, 애피타이저로는 악어 배랑, 또 디저트로는 초콜릿이 좋겠으니 쿠쿠루 콩이랑 메이플 시럽이랑.

 

바나나랑 무화과랑 악어 배는 내가 가져올 테니까, 하고 말하던 페드는 순식간에 제 앞으로 들이밀어지는 훌륭한 재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건... 이건 무슨....”

 

피피라, 살구버섯, 바나나, 무화과, 야크 젖, 악어 배, 쿠쿠루 콩, 메이플 시럽이야!”

 

아니 이걸 어떻게?

 

페드는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단단한 빙하를 쳐다보았다.

 

재료를 가지고 있었나요?”

 

내가 이런 거 가지고 있는 거 봤냐.”

 

야 설마.

 

아 설마.

 

설마.

 

단단한 빙하는 매력적인 앞머리를 뒤로 휙 넘겼다.

 

채집은 역시 장터 게시판 채집이지.”

 

넌 지금 야만신 가죽을 벗겨 옷을 해입은 날 앞에 두고!!!!!!!!”

 

뭐야, 그래도 되는 거였으면 나도!”

 

, 가만히 못 있습니까? 단단한 빙하, 거기 좀 앉으세요.”

 

이 인간들 하여간에!!!

 

아까까지 손수 만든 요리를 가져다 드린다고 했던 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뚝딱뚝딱 서걱 서걱 탁탁탁.

 

여기 있네. (네가) 손수 만든 요리.”

 

하다못해 요리사 길드에라도 가서 제대로 배울 것이지 그렇지도 않고, 급하게 만들어야 한다니 도와달라고 해서 왔더니! 하다못해! 재료라도! 손수 캐와야지 않습니까!”

 

손수 번 돈으로 캐 온 재료잖아? 내 피와 땀이 들어가 있다고?”

 

게다가 난 파티의 맨 앞에 서는 멋진 전사니까 진짜로 피를 흘린다?

 

자꾸 꼬박꼬박 말대꾸 할겁니까!”

 

페드가 내리치는 식칼질에는 힘이 실린다.

 

그렇게 손을 놀릴수록 먹음직스러운 배 샐러드가 만들어지고 생선과 버섯을 잔뜩 넣어서 찐 생선찜이 따끈따끈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살짝 얼린 칵테일에서는 신선하고 달콤한 과일 향이 난다.

 

마지막으로 메이플 설탕과 우유와 쿠쿠루 가루를 섞어 초콜릿을 만들자 모양 좋게 늘어지는 액체 초콜릿이 보여서 라는 손을 뻗었다.

 

다 만들면 줄테니까요, 기다려요 라.”

 

그치만 지금 맛보고 싶은걸!”

 

페드는 마악 모양을 내서 바람 크리스털로 굳힌 동그란 초콜릿을 내밀었다.

 

한 입에 넣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르릉거리는데 바람이 휘잉 소리를 내며 불었다.

 

여기로 나를 소환한 것이냐, 벌레들아.”

 

벌레라니?

 

라는 고개를 들었다가 캬앙 소리를 내며 페드의 등 뒤로 숨었고 단단한 빙하는 페드가 만든 요리를 부지런히 식탁으로 옮겼다.

 

어서와아~”

 

떨어져라.”

 

다날란의 아파트 옆, 해가 지면 별이 뜨고 달이 빛나는 것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에 나타난 것은 사람도 벨 듯 날카롭게 부는 바람의 여신이다.

 

손톱을 세운 라 덕분에 페드는 마지막으로 동그랗게 만들어진 초콜릿을 접시에 가득 쌓고 일어섰다.

 

단단한 빙하는 어째서? 저 냐만신은! 어째서!?”

 

단단한 빙하가 가루다를 좋아한대요.”

 

? 저 무시무시한 야만신을!? 어째서!?”

 

목소리가 컸던 모양인지 가루다가 라를 돌아보자 라는 귀를 납작 접으며 페드의 등을 긁었다.

 

“...그럼 우리는 이만 들어갈 테니, 두 분은 좋은 시간 보내시길.”

 

자아 우리는 아파트로 돌아갑시다.

 

저 무시무시한 야만신에게서 멀어지자구요.

 

페드는 라의 등을 토닥이면서 덜렁 들고 아파트 입구로 올라갔다.

 

모처럼 다날란에 시원한 바람이 분다.

 

 

[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5

2018. 6. 30. 03:00 | Posted by 호랑이!!!

 

망할, 더워!”

 

하랑은 머리에 쓴 모자를 벗어 얼굴에 대고 부쳤다.

 

이하랑, 성질 부리지 마라.”

 

어차피 조선어로 떠들었으니 알아들었을 사람도 없지 않아.”

 

버릇없이 굴지 말라며 티엔은 하랑의 손에서 모자를 빼앗아 머리에 씌워 주었다.

 

티엔 정, 가서 방 확인이나 해요.”

 

또 하랑을 오냐오냐 하는군, 챌피.”

 

더운 건 사실이잖아요.”

 

조금만 참아요, 라고 하랑에게 귓속말을 하고 마틴은 티엔 쪽으로 갔다.

 

그러니까 재단의 이름으로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만. 침실 두 개가 딸린 방을 말이다.”

 

죄송하지만 이 서류로는 손님이 재단에서 온 것을 확인하기에는 불충분합니다. 적어도 재단에 전화를 해서 확인받지 않으면 저희로서는 방을 드릴 수가 없군요.”

 

전화를 해라.”

 

지금 시간에는 전화를 사용하기 곤란합니다. 전화선에 문제가 있어서 말이지요.”

 

아까부터 억지나 부리고.

 

티엔은 울컥 올라오려는 화를 애써 가라앉혔다.

 

마틴 형, 무슨 일 있대?”

 

제가 보기에는 실수로 방을 준비하지 못한 것 같네요.”

 

그런데 온 일행에 동양인이 둘이나 있으니까 재단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다는 핑계로 돌려보내려는 것 같아요...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 뭐야, 짜증나!”

 

바깥에 보니까 바다 있던데 바다 가고 싶다.

 

어차피 지금 상황도 이 모양 이 꼴인데 잠깐 놀다 와도 괜찮지 않을까.

 

수리하려면 좀 걸릴 겁니다. 내일 아침에야 사람이 올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다른 호텔에 객실을 잡으시거나 다른 방이라도 괜찮으시다면 바꾸시겠습니까?”

 

마틴 형, 나 잠깐만 밖에 나갔다 와도 돼?”

 

이제 곧 해결될지도 모르는데 잠시만 기다렸다가 방에 짐 내려놓고 가요.”

 

와중에 마틴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던 티엔은 그래도 마틴이 가까이 오자 옆으로 한 발짝 비켜주었다.

 

아까까지 뻔뻔한 얼굴로 고개를 젓던 사람은 마틴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몇 마디 건네자 금방 울상이 되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티엔은 무언가가 느껴지는지 한 발짝, 더욱 멀리 마틴에게서 떨어졌다.

 

이야기를 마친 마틴은 열쇠를 두 개 받아서 돌아왔다.

 

우선 1인용 객실 하나랑 2인용 객실 하나를 받았어요. 침실 두 개가 딸린 커다란 객실은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방이라고 하니까요. 그리고 몇 가지 서비스에 대한 쿠폰을 받았으니 편한 때 써 주세요.”

 

내 것도 있어?”

 

자요.”

 

마사지권, 룸서비스, 세탁, 구두닦이 등의 쿠폰을 받은 티엔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나 이제 바다로 가도 돼?”

 

바다는 무슨!”

 

또 놀 생각 뿐이구나, 그렇게 해서 언제 강해지려고, 주위에서 사람들은 이렇게 고생하는데 혼자서 그렇게...

 

티엔이 딱딱거리자 하랑은 인상을 찌푸리며 마틴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탔다.

 

지금까지 계속 단어도 외웠고! 어차피 오늘 더 이상 할 것도 없는데 좀 놀면 어때서?”

 

멀리 와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방종하다니. 게다가 지금부터 할 게 없기는 왜 없나, 내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미리 보고서를 읽어보고 해야 할 거 아닌가.”

 

그건 내가 단어 외우는 동안 형이랑 사부가 했잖아. 내일 가는 동안 설명해줄 거 아냐?”

 

그런 건 남의 손에 목숨을 맡기는 행위나 다름없다. 너도 어린 나이가 아니니 책임감을 갖고 행동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자꾸 안된다고만 하고! 게다가 재단의 임무를 맡을 정도라면 혼자 바다에 가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그런 건 할 일을 다 끝낸 다음에 해라.

 

보고서나 조사서를 읽는 건 몇 시간이면 되는 일인데 그것까지 다 하고 나면 밖은 완전히 깜깜해질 거라고, 그게 더 위험하잖아.

 

할 걸 다 한 다음에 이야기하면 내가 같이 가겠다.”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

 

이 고집불통, 합리적이지도 못하고! 계속 안된다는 소리만 하고!”

 

맨날 공부도 운동도 너무 많이 시키고! 다른 사람하고 말하는 것도 맨날 끼어들고! 옷도 답답하게 입히고! 기차 안에서 바깥 구경도 못 하게 했지!

 

매일 게으름피울 생각이나 하고, 힘이 필요하다고 해서 데려왔더니 힘은 고사하고 여기저기 놀 생각만 하는데다-”

 

데리고 왔다니, 끌고 온 거지! 애당초 그런 거래를-”

 

그만!”

 

마틴은 둘 사이에 끼어들어서 양 쪽으로 밀쳤다.

 

둘 다 지금 너무 흥분했어요.”

 

티엔 정은 그렇다 치고 하랑도,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잖아요.

 

지금 피곤해서 그런 걸 거예요. 오늘은 이만 푹 쉬고 내일 아침에 볼까요?”

 

티엔이 길게 한숨을 쉰 다음 문을 열었고 마틴은 하랑을 억지로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렇게 된다고 해도 바다로 외출해도 좋다는 허락은 하지 않았다. 얌전히 방 안에 있어.”

 

웃기지 마, 누가 허락 같은 거 필요하대? 정티엔 진짜 싫어! 멍청이야!”

 

하랑, 좋은 밤 되세요!”

 

마틴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하랑은 방 안에 들어갔다.

 

바다가 보이는 넓은 테라스는 바람이 불 때마다 얇은 커튼이 커다랗게 부풀었다가 가라앉았고 나무로 만든 티테이블에는 하얀 테이블보가 덮여 있었다.

 

침대는 네 개의 기둥과 두꺼운 캐노피가 달렸는데 하랑은 가방을 테이블 옆에 던져놓고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한 사람용이라는 침대는 커다랗고 푹신푹신한데 베개도 몇 개나 있다.

 

베개를 안아 보자 푹신한데 딱 안기 좋은 크기다.

 

잔뜩 치솟았던 짜증도 조금은 가라앉아서 하랑은 방 안을 살펴본답시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가 차가운 물통을 발견하고 한 모금 마셨다.

 

어쩐지 덥네.

 

하랑은 아무렇게나 침대에 거꾸로 엎드렸다.

 

발을 베개에 묻고 물통을 이마에 대자 차가운 물방울이 이마를 따라 흘러내렸다.

 

더워...”

 

조금 뛴 것 치고는 지나치도록.

 

열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