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번지는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푸르스름하게 타오르는 불꽃은 세 명에게 이리 오라는 듯이 일렁인다.
신 향의 집은 책에서 뽑아낸 것 같은 옛날식 집이다.
돌을 주워 쌓은 담에는 같은 모양의 돌이 하나도 없고, 붉고 푸른 칠이 된 나무 대문을 열어서 들어가면 널찍한 기왓집이 보인다.
섬돌에 신을 벗고 마루에 올라가면 초록이, 줄리아나, 예란이 나란히 서도 될 정도였고 그 마루를 따라 닫힌 방 문을 지나가다 보면 갑자기 옆이 확 트여서 집의 안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집 가운데 있는 것은 연못이었는데 으레 있을 법한 연꽃도 없고 연못 주변에 잎이 넓은 나무며 갈대 같은 것이 있어서 오히려 연못을 가린다.
넓은 집 안에 이런 연못을 지어 놓고 또 주위에 나무 같은 걸 심어서 다 가려놓다니 뭐 이런 인테리어가 다 있담.
누구 취향인지는 몰라도 참 답답하다.
그 마루 끝까지 가면 방이 하나 나왔는데.
문을 열자 그 안은 지금까지의 고풍스러운 저택이 거짓말인 것처럼.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여기 맞아?”
그렇게 물어보았지만 어느샌가 한 걸음쯤 앞에서 일렁이던 푸른 불꽃은 사라지고 없다.
그 대신에 목소리가 있다.
“여기야.”
넓은 방들과 커다란 건물 중에서 유일하게.
신 향의 방에만 누군가 사는 흔적이 있다.
목소리가 들린 다음 아무것도 없는 방 안에서 향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