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쉬는 흐릿한 동전에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축축하게 젖었다가 말라서 보잘것없이 뻣뻣한 털과 납작하게 눌린 앞발, 뜯어져서 뿌리밖에 남지 않은 수염.
원래는 그래도 그럭저럭 보드라운 털에 곧게 쭉 뻗은 수염이 있었지만 전부 베리를 만나고 30초도 되지 못해서 다 뜯겨나갔다.
풍성하고 부드러운 털에 하얀 수염이 있는 베리는 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에게 달려들고는 했다.
푸르르.
무쉬가 얼굴을 털자 젖었던 털이 오늘도 볼품없이 착 달라붙었다.
무쉬는 늘 수염이 아쉬웠다.
베리처럼 보송보송한 털이 있고, 새까만 수염이 있고, 눈도 반질반질 예뻤더라면 티샤가 자기를 더 좋아해줄 텐데.
티샤.
작은 티샤.
무쉬는 티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뭐니뭐니해도 낚싯대니 장난감이 늘어선 곳에서 자기를 보자마자 ‘무쉬!’라고 부르면서 손을 뻗어주었으니까.
게다가 가끔은 베리를 낚싯대로 때려주기도 했다.
잘 때면, 더더욱 가끔이지만, 손에 꽉 쥐고 자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베리도 철창 너머로 노려보기만 할 뿐,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지도 않았고 물어뜯지도 않아서 푹 잘 수 있었다.
“무쉬!”
“아니야, 티샤. 마-우-스.”
“무쉬!”
“마, 우.... 어라, 이거 곧 떨어지겠는걸. 버려야겠다.”
무쉬를 집어든 사람은 깐깐한 눈으로 슬쩍 훑어보더니 지저분한 쓰레기통으로 손을 가져갔다.
“잠깐만, 기다려.”
커다란 뚜껑이 덜컹 소리를 내며 열리고 무쉬는 손 안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뒷걸음질을 쳤는데.
그 때 누군가가 무쉬를 잡았다.
이제 괜찮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들었지만 눈에 보인 것은 날이 선 가위였다.
커다란 가위가 철컥철컥 소리를 내면서 다가오자 뒤에서 티샤가 비명을 질렀다.
“무쉬!”
무쉬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저만치에서 베리가 눈을 빛내면서 몸을 일으켰고 아까까지 자신이 매달려 있던 막대가 쓰레기통에 툭 떨어지는 것도 보였다.
이렇게 끝이구나.
무쉬는 납작해진 앞발을 쓰다듬었다.
베리만큼 풍성한 털이 있었다면.
새까만 수염이 있었다면.
그랬으면.
너덜너덜한 꼬리가 뚝 잘리면서 무쉬는 앞발로 눈을 가렸다.
“자, 티샤. 무쉬야.”
나?
무쉬는 작은 손 위에 앉자 앞발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다.
티샤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앞발은 납작하고, 털도 초라하고, 수염도 끊어져서 없는데도.
베리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으나 부엌에서 캔을 따는 소리가 들리자 후다닥 달려갔다.
“무쉬!”
티샤는 두 개뿐인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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