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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스카] 오후

2018. 8. 25. 07:11 | Posted by 호랑이!!!

삼촌!”

 

유쾌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스카는 누군지 알겠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뭐냐.”

 

삼촌이! 보고 싶어서.”

 

삼촌이!라고 힘차게 대답해놓고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깐다.

 

스카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눈을 떴다.

 

아침에 보았잖니. 심바.”

 

오늘 나랑 저녁 먹으러 갈래?”

 

삼촌은 바빠요.”

 

스카는 보란 듯이 서류더미를 밀었다.

 

그래봐야 제일 한가한 직위에 일부러 앉았으면서.

 

게다가 방금 전까지 제일 해가 잘 드는 자리에 썬베드를 놓고 졸고 있었잖아.

 

심바는 부루퉁하게 스카의 서류를 뺏었다.

 

“...호랑이들과 함께하는 그거네?”

 

나름대로 중요한 자리란다.”

 

스카는 몇 번 눈을 감았지만 더 이상 자기 힘들 거라는 생각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고, 심바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스카에게 향했다.

 

기지개를 켜려고 팔을 들 때에는 단추 사이가 벌어지는데 미간이 찡그려지면 천이 팽팽하게 늘어나 당겨진다.

 

어라, 저 단추만 조금 헐렁하지 않은가.

 

저 단추가 조금 떨어질 것 같은데.

 

그러니까 저 단추 말이야.

 

삼촌. 거기 단추.”

 

어디, 이거?”

 

하품을 하느라 스카의 입이 벌어졌다.

 

손이 가슴팍을 더듬다가 헐거운 단추를 건드리자 그 단추는 힘없이 툭 떨어졌다.

 

, 이것 참, 이라고 스카의 입이 중얼거렸다.

 

이거 곤란해졌구나.”

 

스카는 입으려고 했던 겉옷을 다시 의자에 걸쳤다.

 

뜯어진 단추가 있던 부분에 손가락을 걸고 양쪽으로 당기자 서서히 셔츠가 벌어졌는데.

 

진한 맛이 날 것 같은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

 

“...저녁에 시간을 쪼개서 셔츠를 사러 가는 수밖에.”

 

저녁.

 

심바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냐, 아냐, 그대로 앉아 있어! 내가 갔다 올 테니까!”

 

그리고 스카가 대답하기도 전에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자주는 오늘도 심바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사라비는 점심 이후 보지 못했다고 했고, 오늘은 날라도 얌전한데.

 

이 곳 저 곳을 다 다녀보았지만 이 왕자님은 어디에도 없어서 갈수록 무거워지는 발걸음을 안고 가장 가기 싫은 곳, 스카의 사무실로 발을 향했다.

 

실례합니다.”

 

들어오라고 한 주제에 스카는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셔츠도 벗는 중이었는지 단추를 풀고 있어서 자주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문을 열던 손을 멈추었다.

 

심바 못 봤습니까?”

 

글쎄, 어떨까.”

 

하얀 옷이 버석거리는 소리를 내며 짙은 색 마호가니 책상 위에 떨어졌다.

 

또 심바한테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건 아니겠지요?”

 

그 질문에도 이를 드러내는 웃음 뿐이다.

 

못돼먹은 한량 같으니.

 

자주는 문을 닫고 뱉듯이 중얼거렸다.

 

심바한테 못된 물이 안 들게 떨어트려 놔야 할 텐데.

 

그런 말이 들리는 문 뒤에서 스카는 다시 썬베드에 누웠다.

 

팔을 위로 들면 썬베드의 기둥에 손목이 걸렸고 몸에 햇살이 쏟아져 뜨뜻하다.

 

아까에 비하면 명백하게 흐트러진 자세로 누운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그르릉 소리가 흘러나왔고, 다시 스카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