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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 엑소시스트/시로메피] 옛날에 썼던거 발견함

2018. 6. 24. 16:47 | Posted by 호랑이!!!

「나의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본문 생략)

P.S : 그런데 전화를 당분간 쓰지 못한다니, 버릇 나쁜 고양이라도 만난건가?」


메피스토는 그저 버릇 나쁜 ‘고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며 깃펜을 들었다.


「친애하는 시로, 잘 지내시는지요. 저는 매우   」


메피스토의 깃펜이 양피지 위에서 딱 멈췄다.


시로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잘 지낸다고 적어야 하고, 그에게 거짓말하지 않으려면 못 지낸다고 적어야 한다.


악마가 거짓말하는데 양심에 찔리냐고 물으면 정말 할 말 없지만, 그것도 다 상대 보고 하는거다.


(아서라던가 하는)바보들을 속여넘기는건 오히려 즐기는 편이지만, 시로에게, 그러니까, 연인한테만은 하고싶지 않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스트레스 받아 죽기 딱 좋다’고 적었다간...


...아마, 앞뒤분간 안하고 여기까지 달려올지도.


꽤나 신빙성 높은 추측을 하고, 메피스토는 좋다와 싫다의 중간쯤 되는 단어를 찾으려 했다.


‘찾았다’가 아니라 ‘찾으려 했다’라고 한 것은, 누군가 메피스토의 목을 뒤에서 안은 까닭이다.


“메피스토~♡”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메피스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뭡니까, 아버님!”


“뭐냐니, 아빠가 아들 이름부르면서 안는데도 이유가 있어야 하는거냐.”


“이런걸 인간들은 희롱이라고 하는걸 알아주십시오.”


“네가 인간이 아니란것 정도는 슬슬 깨우칠 때가 되지 않은거냐?”


한마디도 안 진다.


메피스토는 속으로 여러마디의 험한 말을 씹어삼키며 최대한 눌러 참았다.


“도대체가 말입니다, 어째서 게헤나로 가지 않으시는 겁니까.”


“네가 여기 있잖느냐.”


사탄은 메피스토의 목을 다시금 끌어안았다.


“너 말이다, 넌 인간이 아니라고 하지 않느냐. 꼴같잖게 인간흉내를 내면서 이렇게 나이까지 먹고.”


사탄은 메피스토의 뺨을 잡아 늘였다.


“주름봐라 주름, 피부도 꽤 까칠해졌고~♪”


“놓으십시오.”


성격도 딱딱해졌어, 이 녀석아.


사탄은 낄낄거리다 메피스토의 의자에 제멋대로 걸터앉았다.


팔걸이에 몸을 삐딱하게 누이고 다른 팔걸이엔 다리를 꼬아 내려놓았다.


“분명히 말합니다만...”


똑똑.


두어번의 노크 소리가 들리고 의자에 앉아있던 사탄은 그 자세 그대로 확 타올라 모습을 숨겼다.


“펠레스경, 서류 입니다.”


정십자에서 온 서류다.


서류는 ‘시로가 보낸 것’으로 생각하고(진위 여부를 따지면 일하기 싫어진다) 받아들었다.


문이 닫히자, 다시 불꽃이 확 타오르더니 아까의 자세 그대로 사탄이 나타났다.


“...그래, 분명히 말해보지. 인간과 악마의 사랑이라니, 이 얼마나 넌센스냐.”


사탄은 과장되게 팔을 벌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버님도 인간과 관계를 맺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지금 나의 얘기를 하는게 아니란다, 사랑하는 메피스토.”


사탄은 갑자기 얼굴을 확 굳혔다.


“인간, 인간 하니 인간식으로 따져보자꾸나. 내가 관계맺었던 인간이 ‘너의 친애하는 시로’의 딸이었던것도 아느냐?”


“...편지를 훔쳐보다니, 악취미로군요.”

“장인어른을 며느리로 맞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구나.”


“저도 아버님도 그런걸 신경쓰지 않는 악마라는걸 잊을만큼 나이가 드셨는줄은 몰랐군요.”


치매라도 왔던 겁니까, 슬슬 후계자위 주시고 은퇴하지 그러십니까?


사탄은 재미난 말이라도 들었다는 듯, 깔깔거리고 웃다가 농염한 미소를 흘리며 메피스토에게 매달렸다.


“오늘은 너와 잠자리를 같이하고 싶구나, 메피스토.”


굳이 밤이 아니어도 좋고, 라고 덧붙이는 사탄에게 메피스토는 단칼에 거절했다.


“싫습니다.”


“이 모습이 싫다면 ‘친애하는 시로’의 모습으로도 바꿔줄수 있다만.”


“악마는 외면에 집착하는 생물이 아니란 것을 잊으신것 같습니다, 아버님.”


사탄은 시로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입술을 삐죽이 내밀었다.


“메피스토오~ 설마 인간도 아니면서 정조란걸 지킬 생각은 아니겠지이~”


메피스토는 자신의 의자에 털석 주저앉고는 다시 깃펜을 들어 잉크병에 담갔다.


“악마든 인간이든, 여자든 남자든, 연인이 있는 이상 정절은 지켜야 하는 겁니다. 아버님.”


메피스토는 몇 글자 편지에 적었다.


「저는 매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 시로 신부가 보낸 편지가 뒤집혔다.


「보고싶어, 메피!!!」


메피스토의 눈이 곱게 휘었다.


“악마와 인간 사이에, 사랑은 있어도 연애는 있을수 없다고 하셨지요, 아버님.”


사탄은 메피스토의 말에 ‘무슨 소리냐’는 듯 과자 접시에서 시선을 떼었다.


“유감스럽게도, 저와 ‘저의 친애하는 시로’는 연애를 하는것 같습니다만. 존경하는, 아버님.”